[특집] 생명과학기술의 이익과 위험의 통제

카르타헤나의정서와 나고야의정서 이슈 해설

 
생물다양성협약(CBD: Convention on Biodiversity)은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 그리고 공정하고 평등한 접근과 이익의 공유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바이오안전성의정서(카르타헤나의정서)와 ‘ABS의정서(나고야의정서)’는 생물다양성협약의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체결된 법적 구속력을 가진 새로운 국제규범이라 할 수 있다. 
 
 

생명과학기술에 대한 국제규범, 두 의정서

 
카르타헤나의정서는 위해성평가제도(Risk Assess-ment)를 통해 GMO 혹은 LMO로 불리우는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을 규율하고 있으며, 나고야의정서는 사전협의승인(Prior Informed Consent), 상호합의조건(Mutually Agreed Terms)과 같은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통해 생명유전자원의 공정하고 평등한 접근 및 이익 공유를 달성하고자 한다. 유전자변형생물체 혹은 그것을 재료로 한 곡물이나 식품 등을 수출하려면 수입국 정부의 위해성 평가절차를 통과해야 하며, 생명유전자원을 이용하고자 하는 주체는 그 제공국 정부로부터 사전에 이용에 대한 사항을 협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때 해당 생명유전자원 제공자 혹은 제공공동체와 맺은 이익 공유 합의사항들을 제시하여야 한다. 요컨대 생물다양성협약은 각국 정부에게 생명유전자원의 보전과 이용에 더욱 직접적으로 개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국제협약이나 의정서가 처음부터 누군가에 의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이들은 국제사회의 약속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행동규범이라는 실질적 함의를 갖기에 여러 국가들은 각기 자신의 이해를 반영하기 위해 서로 갈등, 경쟁, 타협하곤 한다. 즉, 생물다양성협약, 카르타헤나의정서, 나고야의정서는 이런 치열한 상호작용의 결과물인 것이다. 
 
예를 들어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 사막화방지협약과 함께 채택되어 이듬해 12월에 발효된 생물다양성협약에 현재 194개국이 가입하였지만 미국은 아직까지 가입하지 않고 있다. 자유무역 중심의 국제무역을 지향하는 WTO체제를 통한 생명유전자원의 관리를 더 선호하는 듯 보인다. 2000년에야 비로소 채택되고 2003년에 발효된 카르타헤나의정서를 둘러싸고서는 유전자변형 농산물 재배국과 수출국을 중심으로 한 ‘미아미(Miami)그룹’과 농산물 수입국 및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아프리카(Africa)그룹’이 각축하였으며 아직까지 최대 수출국인 미국, 아르헨티나,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칠레 등은 미가입국으로 남아있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 나고야의정서의 채택과정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한 ‘자원이용국 그룹’과 생명유전자원을 많이 보유한 ‘자원제공국 그룹’의 대립과정이었다. 2010년의 의정서 채택도 회의 막판에 주최국이었던 일본의 노력으로 극적으로 이루어져, 아직 정리하지 못한 과제가 꽤 남아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새로운 국제규범은 각국의 사회경제적 이해관계 속에서 형성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생물다양성협약은 내부적으로도 또 WTO와 같은 다른 국제협약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향후 해결해야 할 많은 쟁점을 내포하고 있다. 
 
생명과학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쟁점들을 더욱 복합적으로 만든다. 20세기 후반, DNA 구조의 발견 이후, 생명과학기술은 혁명적으로 발전하여 왔다. 유전자변형 농산물은 1994년 ‘무르지 않는 토마토’를 시작으로 세계 여러 곳에서 재배, 소비되고 있으며, 20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의 수입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무역을 통해 국가 간 이동하는 농산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생명과학기술의 발달은 생명유전자원의 발굴(Bioprospecting)이나 이용을 유전자 수준에서 가능하게 하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생명과학기술의 성과는 카르타헤나의정서와 나고야의정서를 둘러싼 사회경제적 이해관계와 쟁점들을 한층 복잡하게 한다. 
 
먼저, ‘나고야의정서가 목적으로 하는 이익 공유대상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들 수 있다. 가령, 뱀의 독에서 추출한 유용물질, 또는 그것을 이용해서 개발된 유용물질이 있다고 했을 때, 이익 공유대상의 범위를 뱀, 뱀의 독, 독에서 추출한 유용물질, 혹은 추출물을 기초로 개발한 유용물질로 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파생물’ (Derivatives)에 대한 정의가 나고야의정서에서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인데다가,  WTO의 ‘무역관련 지적재산권’(TRIPs)과도 연결되어 있는 문제라서 생명유전자원에 대한 연구 활동 및 특허 제도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신속하게 신물질의 원산지 기재를 특허 요건으로 삼음으로써 이익 공유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카르타헤나의정서의 경우, 유전자변형농산물 식품의 인체건강에 대한 장기적 영향 이슈가 여전히 남아있기는 하지만 위해성을 넘어서는, 생명과학기술, 자연 그리고 인간사회와의 관계에 대한 더욱 심층적인 문제를 고민하게 한다. 20년의 유전자변형농산물의 재배 및 소비는 당초 예상했던 ‘조작된 생명체(Manipulated Organism)의 위해성’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시켜준 반면, △과연 이것이 실제로 농부들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는 유전자변형생물체와의 유전적 혼합이 유기농과 같은 기존 농업방식이나 다른 농작물, 그리고 생물다양성에 끼치는 영향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결해야 하는지와 같은 더욱 본질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위험하지 않다면, 유전자변형을 통해 생산된 종자를 인류가 돌연변이 방식을 통해 얻고자 했던 ‘신품종(New Variety)의 하나로서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생명과학기술의 발달은 생명유전자원의 보전 및 이용에 있어 실질적인 이해관계에 관련된 문제뿐 아니라 철학적인 성격의 문제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생명과학기술에 대한 수용은 기술적 효율성이나 위해성 외에도 생물다양성, 농부의 삶, 자연 등과 같은 질적으로 다른 ‘가치’에 대한 고려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원국이자 이용국인 한국 시민사회의 과제

 
사실 생물다양성협약, 카르타헤나의정서, 나고야의정서 모두 ‘수입품’이라고 할 수 있다. 생태계의 보전, 생명과학기술의 발전 방향에 대한 관심은 한국시민사회에서도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그것의 구체적이고 공식적인 제도화는 국제협약에 대응하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 일명 LMO법은 카르타헤나의정서에 대응하는 성격을 갖고 있으며,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해양생명자원 확보 관리 및 활용에 관한 법률’ 등의 제정은 나고야의정서에 대응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한국시민사회의 기본적 과제는 관련 제도와 법률들을 국내화 또는 토착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축적하게 된 경험과 학습을 통해 두 의정서와 생물다양성협약의 발전에  한국은 기여하게 될 것이다.  
 
먼저 나고야 의정서의 경우, 한국의 준비는 자원제공국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갖춰진 반면, 자원이용국 측면에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으므로 이를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윤리적 생명무역 연맹’ (Union of Ethical Bio-Trade)이라는 비영리단체가 제시하고 있는 7개 항목으로 이루어진 ‘윤리적 생명무역기준’의 국내 적용을 추진할 수 있다. 생명유전자원의 발굴 및 공급 단계에서부터 토착민과의 이익 공유를 주창하는 이 기준의 국내 활용은 해외 생명유전자원을 이용하는 한국기업이나 농민이 현지인이나 현지 공동체와 이익 공유를 합의하는 상호합의조건(MAT)을 작성함에 있어 실질적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 사실, 국내 몇몇 화장품 기업들은 이미 국내 생산자와의 이익 공유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활동을 격려하고 확산시키는 것은 나고야의정서에 대응하는 의미 있는 시민단체의 활동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카르타헤나의정서의 토착화는 시민단체에게 생명과학기술에 대해 더욱 개방된 자세를 요구한다. 유전자변형생물체의 위해성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되 그것의 긍정적 측면에 대해서 합리적으로 검토하고 그 미래도 고려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필리핀, 중국 등 세계 곳곳에서 유전자변형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농민들과 새로운 전염병이나 기후변화와 같은 전 지구적 문제의 해결방안으로서의 생명과학기술의 가능성 등에 대해 모른 척 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전면적 부정 위주의 입장을 벗어나 더욱 적극적인 탐구자로서 이 과제를 대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예를 들어, 유전자변형농작물 경작 농부들과 ‘윤리적 생명무역기준’의 실제 적용에 대한 협동연구를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 것이다. 농부 중심의 현장연구는 농부에 의한 종자개량활동, 이익 공유 활동의 실체뿐 아니라 유전자변형생물체와 생물다양성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를 숙고해보는 좋은 학습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러한 연구 및 학습 활동은 생명과학기술의 미래 발전 방향을 결정함에 있어서 시민단체가 가지고 있어야 할 유용한 지식과 지혜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생명의 상품화 막는 감시자

 
자동차 배출가스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문제 제기와 요구는 고효율, 저탄소 친환경 차량의 발전을 유도했으며, 최근에는 전기자동차라는 질적으로 다른 운송수단의 도래를 가져왔다. 이처럼 시민사회단체의 생명과학기술에 대한 신중하지만 개방적인 자세는 그 발전 방향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개입을 강조하는 나고야의정서가 각국 정부에게 해당 국가의 생명자원 주권을 인정함으로써 오히려 생명자원의 상품화를 촉진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시민사회단체의 감시활동을 더욱 중요하게 만들고 있다. 생물다양성 국제규범은 아직도 많은 쟁점을 갖고 있기에 시민단체의 역할은 계속해서 요구될 것이다. 한국 시민단체의 생물과학기술에 대한 신중하되 개방적인 탐구자적 자세는 이러한 활동을 발전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핵심요소이다.

임홍탁 한국과학기술원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htlim@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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