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왜 생물종 다양성인가?

5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이다.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BD) 사무총장은 “생물다양성 훼손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지구상 전체 생물 종은 약 1400만 종으로 인간에게 발견된 것은 175만 종(13퍼센트) 정도. 이 중 1만5000종에 이르는 동식물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와 같은 멸종 속도가 지속될 경우 2050년께는 지구상 생물종의 4분의 1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가속화되는 생물 멸종의 대위기에서 다른 생명의 형제들과 함께 살기 위하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왜 우리는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가?’ 생태석학 최재천 교수의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나라의 멸종위기 생물들의 현실을 인포그래픽으로 살펴보고 대형 토목개발사업으로 파괴될 위기에 처한 생물종 다양성의 보고 다섯 곳과 그곳의 생물들을 찾아본다. ‘함께 살자!’ 외치는 생물들의 함성에 귀를 열자.

 

생물다양성을 위하여 

생명 전체를 위하여 │최재천

 
 
역대 최대 규모인 1200여만 마리의 가금류 살처분 기록을 보유하게 된 2014년 AI 사태는 생물다양성에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 철새들이 정말 닭과 오리 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해준 주범인지를 밝히려면 체계적인 에코역학(eco-epidemiology) 연구가 필요하다. 
 
 
천수만을 찾은 가창오리의 군무 ⓒ김신환
천수만을 찾은 가창오리의 군무 ⓒ김신환
 

닭 없는 세상을 상상하라

 
이번에도 가창오리 몇 마리가 저수지에 둥둥 뜨자 곧바로 수거하여 검사한 다음 인플루엔자 보균자로 밝혀지자 곧바로 범인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가창오리에 이어 큰기러기도 동일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검사 결과에도 ‘철새 법정’의 판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가창오리와 큰기러기가 시베리아의 같은 지역에서 날아온 것도 아닐 텐데 동일한 바이러스를 가져왔을 확률보다 우리나라에 와서 같은 저수지에 있다가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을 수 있건만 우리 정부의 손가락은 일관되게 철새만 향한다. 철새들에게 죄를 덮어씌우는 데 또 하나의 억지는 바로 바이러스의 잠복기간이다. 길면 3주까지 잠복할 수 있지만 평균은 대개 1주일 정도이다. 그 짧은 기간 동안 그 먼 거리를 날아와 닭장과 오리장 안까지 바이러스를 배달하는 일은 페덱스(Fedex)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나는 2007년 1월 22일 『조선일보』에 ‘철새들을 위한 변호’라는 글을 게재한 바 있다. AI 바이러스가 철새들의 분변에서 검출되었다는 사실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철새는 물론 텃새들도 수천, 수만 년 동안 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왔을 것이다. 그리고 해마다 몇 마리씩은 죽었을 것이다. 거의 모든 전염성 질환이 그렇듯이 유전적 면역력과 건강상태에 따라 바이러스의 공격을 이겨낼 수 있는 새들이 있고 그렇지 못한 새들이 있는 법이다. 문제는 우리가 닭장 속에서 기르고 있는 닭들이 전혀 자연적이지 못하다는 데 있다. 그들은 이미 오랜 세월 오로지 알만 잘 낳도록 인위선택(artificial selection)된 이른바 알 낳는 기계이지 더 이상 자연계에 존재하는 동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 우리가 닭장에서 기르는 닭들은 유전자다양성(genetic diversity)을 거의 상실한 복제 닭들이다. 그래서 일단 바이러스가 닭장 안으로 침입하여 두어 마리가 비실거리기 시작하면 불과 하루 이틀에 닭장 안 닭들 전부가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멀쩡한 닭들까지 몽땅 끌어 묻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사건을 겪었을 때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모든 물가가 폭등하는 가운데에서도 달걀 가격은 그리 심하게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달걀 값이 오르면 그에 따라 줄줄이 오를 온갖 식품의 종류를 열거하면 거의 끝도 없을 것이다. 유전자다양성이 결여된 상황에서 정말 언젠가 제대로 된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으면 거의 모든 닭들이 사라질 줄도 모른다. 그런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우리는 메추리알로 만족하거나 아니면 닭의 조상인 동남아시아 정글의 멧닭(jungle fowl)을 다시 가축화해야 한다. 그 과정이 엄청나게 긴 시간을 요구할 것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만일 멧닭마저 야생에서 멸종하고 만다면 과연 우리가 어떤 재앙을 겪게 될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생물다양성의 상실은 지구 생명 전체의 상실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은 원래 ‘자연의 다양성(natural diversity)’ 또는 ‘생물학적 다양성(biological diversity)’이라고 부르던 것을 하버드대의 생물학자 윌슨(Edward O. Wilson)이 둘 중 후자를 축약하여 1986년 책의 제목으로 채택하면서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후 생물학계는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이제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거의 일상용어가 되었다. 그러면서 원래의 ‘생물학적 다양성’이라는 범주를 넘어 엄청나게 다양한 의미로 쓰이게 되어 이제는 ‘생명(life)’, ‘야생(wilderness)’ 또는 ‘보전(conservation)’의 동의어로 쓰이거나 종종 이 모든 걸 포괄하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1987년 미국 기술평가국(U. S. Office of Technological Assessment [OTA])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생물다양성은 생물체들 간의 다양성과 변이 및 그들이 살고 있는 모든 생태적 복합체들”을 통틀어 일컫는다. 1989년 세계자연보호재단(Worldwide Fund for Nature)은 “생물다양성이란 수백만여 종의 동식물, 미생물, 그들이 담고 있는 유전자, 그리고 그들의 환경을 구성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생태계 등 지구상에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의 풍요로움이다”라고 정의했다. 다른 정의들도 대체로 이와 비슷한 것으로 보아 생물다양성이란 일반적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 전체(Life on Earth)”를 의미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생물다양성은 대체로 유전자다양성(genetic diversity)과 더불어 종다양성(species diversity)과 생태계다양성(ecosystem diversity)의 세 수준으로 나뉜다. 종다양성의 관점에서 현재 지구의 생물다양성에 대한 측정치는 학자에 따라 200만 종에서 1억 종에 이른다. 그러나 현재 수준의 환경 파괴가 계속된다면 2030년경에는 현존하는 동식물의 2퍼센트가 절멸하거나 조기 절멸의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있다. 이번 세기의 말에 이르면 절반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생물다양성의 감소에 관한 이 같은 예측들이 나와 있어도 현대인의 대부분은 그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갯벌은 다양한 생물종을 품은 생태계 보고다 ⓒ박은수
갯벌은 다양한 생물종을 품은 생태계 보고다 ⓒ박은수
 

사라진 황금두꺼비

 
1998년 미국 뉴욕자연사박물관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하여 저명한 과학자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우리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가 무엇인가를 묻는 설문에 가장 많은 과학자들이 지적한 문제는 바로 생물다양성의 감소 및 고갈이었다. 21세기로 접어들며 기후변화가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회문제로 자리매김했다. 기후변화는 분명히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나 기온의 상승은 그 자체로는 우리 인류에게 해결 불가능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온도를 강제로 낮추거나 아니면 그 온도에 맞춰 주로 실내에서 생활하는 극단적인 방법도 가능할지 모른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해 벌어질 생물다양성의 감소이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일반 대중에게 알리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북극 지방의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곰들이 익사하고 있다는 뉴스를 듣는 순간에는 걱정하게 되지만 늘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생물다양성의 문제는 기후변화의 문제만큼 절실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 과정을 밟던 1980년대 내내 나는 코스타리카와 파나마의 열대우림에 드나들었다. 코스타리카 고산지대의 몬테베르데 운무림 보존지구(Monteverde Cloud Forest Preserve)에서 아즈텍개미(Aztec ants)의 행동과 생태를 연구하던 시절 어느 날 밤 숲 속에서 나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오렌지색의 황금두꺼비(golden toad)를 보았다. 어른 한 사람이 제대로 들어앉기도 비좁을 정도의 물웅덩이에 언뜻 세어봐도 족히 스무 마리는 넘을 듯한 수컷 두꺼비들이 마치 우리 옛 이야기 ‘선녀와 나무꾼’에 나오는 선녀들처럼 멱을 감고 있었다. 그들에게 방해가 될까 두려워 숨소리마저 죽인 채 나무 뒤에 숨어 그들을 관찰하는 내 모습은 영락없는 나무꾼이었다. 다만 그들이 수컷 선녀들이란 게 아쉬울 뿐이었다. 그들은 고혹적인 몸매를 뽐내려는 듯 다리를 길게 뻗기도 하고 물웅덩이에 첨벙 뛰어들어 헤엄을 치기도 했다. 1986년 그해 나는 그들을 딱 두 번 보았고 그게 내가 그들을 본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1960년대 중반 황금두꺼비를 처음으로 발견한 미국 마이애미 대학의 파충양서류학자 제이 새비지(Jay Savage)는 온 몸이 거의 형광에 가까운 오렌지색으로 뒤덮인 작고 섬세한 두꺼비를 보고 누군가가 그 두꺼비를 통째로 오렌지색 에나멜 페인트 통에 담갔다 꺼낸 것은 아닐까 의심했다고 한다. 깜깜한 열대 숲 속에서 손전등 불빛에 비친 황금두꺼비들을 보면 정말 그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동물인가 되묻게 된다. 그런 그들을 과학자들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1989년 5월 15일이었다. 결국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은 2004년 그들을 완전히 절멸한 것으로 보고했다. 처음 발견된 시점으로부터 치면 불과 38년 동안 그저 10제곱킬로미터 넓이의 고산지대에서 살다가 영원히 사라지고 만 것이다. 나는 2003년에 출간한 내 에세이집 『열대예찬』에서 “이럴 줄 알았으면 그들이 벗어놓은 옷가지라도 한두 개 숨겨둘 걸” 하는 나무꾼의 한탄을 늘어놓았었다. 
 
 
1980년대 포획 등으로 멸종위기까지 내몰렸던 제주 노루는  민관의 노력으로 멸종위기를 넘겼다 출처 노루생태관찰원
1980년대 포획 등으로 멸종위기까지 내몰렸던 제주 노루는  민관의 노력으로 멸종위기를 넘겼다 출처 노루생태관찰원
 

올해 한국에서 열리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이런 상황에서 생태학 연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국립생태원이 설립된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어쩌다 나는 지금 그곳의 초대 원장이 되어 기관의 초석을 다지느라 여념이 없다. 최근에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 준하는 생물다양성국제기구(IPBES)가 설립되었는데 나는 ‘지식 및 정보 TF(Task Force on knowledge and data)’ 부문에 전문위원으로 선출되었고 국립생태원은 그걸 담당하는 기관으로 선정되어 오는 6월 3~6일 동안 첫 회의를 주관하게 되었다. 올해 9월 29일부터 10월 18일까지 강원도 평창에서는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2)가 열리는데 주제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생물다양성”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물론 일반 국민의 생물다양성 보전에 관한 이해가 한층 깊어지길 기대한다.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더할 수 없이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 이화여대 석좌교수 jaechoe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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