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4대강 수문은 왜 안 열릴까

담수가 시작되자 곧 녹조가 발생해 수질정화라는 건설 목표가 죄초해버린 영주댐 ⓒ대구환경운동연합
 
“길게 보자. 3년이란 짧은 기간에 평가하기 어렵다. 많은 부분이 더 지나봐야 알 수 있다.” 심명필 전 4대강사업 추진본부장(전 인하대 교수)이 2015년 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강에 녹조가 발생한 것은 자연현상으로 그런 현상이 생긴 것이 4대강사업 때문인지 판단하기 이르다.” “4대강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낙동강과 금강 등의 4대강 본류도 이번 가뭄에 바닥을 드러냈을 것”이라는 평가도 했다. 
 
이미 4대강사업은 22조 원의 국민세금을 낭비했고 환경을 훼손시킨 ‘국민을 속인 사업’으로 판명이 났지만 4대강사업 추진세력들은 아직도 이러한 인식을 갖고 ‘그 달콤했던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죽어가는 4대강과 고장난 환경부

녹조로 뒤덮인 강에서 물고기들이 물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숨을 쉬고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4대강사업의 목적은 물 확보, 수질개선, 홍수예방이었다.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1월 감사원은 4대강사업은 그 목적이 적절하지 못했고, 공사도 부실하게 했고, 공사 후 유지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총체적 부실사업이라고 평가했다. 4대강에 확보한 물은 사용처가 없고 수질은 더 악화되었다. 4대강에는 2012년부터 5년간 녹조가 발생하여 식수원의 안전을 위협했다. 보 건설로 물의 흐름이 느려져 강바닥에는 시궁창 냄새가 나는 뻘이 쌓였고, 산소가 거의 없는 무산소층이 형성되었다. 생물체가 살 수 없는 죽음의 공간으로 변했고, 해가 지날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 악화되었다. 4대강이 죽어간다.
 
특히 낙동강의 상태는 매우 심각하다. 낙동강은 녹색 운동장으로 변했고, 녹조의 사체들이 서로 뒤엉켜 누렇게 변했고 악취가 진동한다. 이런 물이 낙동강 인근 1300만 명의 식수원이다. 녹조 발생에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오염물질이 있어야 하고, 수온이 높아야 하고, 물이 정체돼야 한다. 오염물질이 하천으로 유입되는 것은 원천봉쇄가 불가능한 일이고, 여름철에 수온이 상승하는 것은 자연현상이다. 이 두 가지 조건만으로는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다. 녹조 발생의 근본 원인은 4대강사업으로 설치된 보 때문에 물이 흐르지 못해서다. 
 
일부에서는 지난여름 폭염이 녹조발생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데, 틀린 말이다. 4대강사업을 하지 않은 섬진강에서는 보가 없어 물이 정체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여름 대규모 녹조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낙동강에 발생한 녹조는 마이크로시스티스라는 남조류가 우점종이다. 이 남조류에는 간에 치명적인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이 있는데, 지난해 여름 낙동강의 경우 세계보건기구 기준치의 456배를 초과했다. 호주 머레이 강에서 대규모 녹조가 발생한 물을 가축들이 먹고 폐사한 사건이 발생했고, 2014년 미국 토레도(Toredo) 시장은 식수원에 대규모 녹조가 발생하자 50만 시민들의 안전을 위하여 취수중단 조치를 취했다. 그만큼 독성물질이 있는 녹조는 위험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고장 난 전축처럼 녹조가 발생하여 수질이 악화되어도 정수를 하면 먹는데 이상이 없다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똥물도 정수하면 먹는 물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정수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부 본연의 임무는 낙동강 원수의 수질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 발생한 녹조는 물이 정체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환경부도 알고 있는데도 국토부를 향해 ‘수문을 열어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 있다. 스스로 국토부의 2중대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꼴이다.
 

상시 개방은 안 된다는 국토부, 왜? 

 
국토부는 지난해부터 펄스방류를 하고 있다. 수문을 열었다 닫았다하는 방식으로 보를 운영하는데, 펄스방류는 교과서에도 없는 개념이고 효과도 일시적인 꼼수다. 수문을 열었을 때 일시적으로 녹조 발생이 줄어들다가 수문을 닫으면 원상회복이다. 펄스방류의 본질은 수문을 여는 것이고 결국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다. 국토부가 만든 ‘낙동강 수계 최적연계 현장 시범 적용(안)’에 따르면 펄스 방류를 하면 일정 부분 녹조를 저감할 수 있다. 국토부는 녹조 발생 원인도 해결책도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상시 방류 즉 수문을 열어둔 상태로 보를 운영하는 방법은 검토대상에서 아예 제외했다.
 
시민단체들이 보에서 상시 방류할 것을 계속 주장하자 국토부는 지난 8월 해명자료를 통해 ‘다기능보 가용수량이 있는 경우, 녹조 저감 등을 위해 연계 방류를 시행’하고, 상시 개방이 곤란한 이유로 ‘주변 지하수위 유지와 가뭄대비 비상용수 공급’을 들었다. 녹조 저감을 위해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하고, 수량이 많을수록 수문을 오래 열수록 효과가 크다는 것은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비상용수 때문에 상시 개방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보 건설로 주변 지하수위가 상승해 많은 농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고, 확보한 물의 사용처에 대한 계획도 없는데 비상용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이 없다. 4대강사업으로 건설한 보에 저장한 물은 ‘산불 용수’ 외에는 무용지물이다. 당장 수문을 상시 개방해도 이상할 게 없다.
 
국토부가 수문을 열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4대강사업을 주도했던 국토부와 환경부 공무원들이 그 덕택으로 진급하고 더 힘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부정을 못한다. 수문을 상시개방하면 물을 확보하기 위한 보 건설이 명분을 잃어버린다. 이제 주권자인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말고 ‘보의 수문을 열어라’고 소리쳐야할 시점이다.
 

4대강 물 쓰려고 1.11조 원 낭비하나

 
당진환경연합 등 충남지역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금강 공주보-예당저수지 도수로 사업이 엉터리 자료를 바탕으로 법을 위반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당진환경운동연합
 
 
4대강사업으로 확보한 물을 활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녹조가 발생하여 식수원에 심각한 악영향이 생긴다는 비난의 여론이 드세다. 이에 국토부는 또 하나의 꼼수를 고안했다. 4급수에 미치지도 못하는 금강의 물을 펌핑하여 도수로를 통해 보령댐으로 보내는 사업이다. 2015년 말 사업을 시작할 때 국토부는 2016년 3월이면 보령댐 물이 말라버리는 긴급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국가재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지 않고 공사를 강행했다. 100년 빈도 가뭄이 발생했고 보령댐 공급수량의 누수율이 약 40퍼센트임에도 도수로 공사를 완료한 3월 보령댐은 마르지 않고 24퍼센트 저수율을 기록했다. 약 800억 원의 국민세금을 낭비한 만들어진 가뭄이었다.
 
한편 농림부는 2016년 5월 ‘하천수활용 농촌용수공급사업 사전예비타당성검토 전체사업 보고서’를 만들었는데, 4대강사업으로 만든 보에 저장한 물을 이용하기 위하여 농경지 20개 지구를 선정하였고 각 지구마다 도수로를 만들어 보의 물을 농업용댐에 공급하는 계획을 담고 있다. 필요한 예산이 무려 1.1조 원이다. 이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농림부가 개발한 논리는 황당하기 이를 때 없다. 
 
보고서를 살펴보면 2012년 서해안 지방에 104년 빈도에 해당하는 최악의 가뭄이 발생했고, 2014년 중부지방에 80~200년 빈도 가뭄이 발생했다. 지하수 관정을 파는 등 긴급가뭄대책을 추진한 결과, 가뭄피해액은 없었다. 한발빈도 10년 가뭄에 대비하여 농업용수를 개발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음에도 가뭄피해가 없었다는 사실은 경이적이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농업용수가 충분히 개발되어 있는 상태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농림부는 4대강 수계에 있는 전체 답면적(48만 헥타르)의 42퍼센트, 전체 수리시설(4만819개소)의 62퍼센트가 10년 미만의 가뭄이 발생하면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다고 분석했다. 
 
100년, 200년 빈도 가뭄이 발생하더라도 국부적으로 긴급대책을 시행한 결과 가뭄피해가 없었는데, 고작 10년 빈도 가뭄이 발생하면 전국토의 절반 가까이 가뭄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4대강 보 건설로 확보한 물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4대강 물을 펌핑하여 도수로를 통해 산중턱에 있는 농업용댐에 공급하겠다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을 20개 지구에서 추진할 계획이고(3개 지구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음) 필요한 예산은 1.1조 원에 이르는데, 그 기대효과는 기괴하다.
 
이 사업을 하면 10년 빈도 가뭄에 농업용수가 부족한 농경지(42만2296헥타르)의 2.8퍼센트, 4대강 수계에 있는 물 부족 농경지(20만2239헥타르)의 6.1퍼센트 정도가 10년 빈도 가뭄을 극복할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나라 물 부족 농경지 모두를 10년 빈도 가뭄에 견딜 수 있게 하려면 산술적으로 약 40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지난 60여 년간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무용지물이었다는 의미다.
 
4대강사업으로 추진했던 100여 개의 농업용저수지 증고사업은 효과가 없었다는 뜻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국토부가 2015년 작성한 ‘전국 수리권 일제조사 및 하천수 관리방안’이라는 보고서가 현재 농림부가 진행하는 도수로 사업의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단죄하지 않으면 제2의 4대강사업 진행할 것 

창녕함안보에 막힌 낙동강에 죽은 물고기가 떠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아무리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 하지만 자기 조직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악마와의 거래’도 마다하지 않는 그 집요함이 보인다. 또 다른 사기극에 ‘억지춘향 논리’를 제공한 전문가 집단의 뻔뻔함에 전율을 느낀다. 만들어진 가뭄을 해결하는 것이 국가 긴급상황이기 때문에 예비타당성조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던 정치인들의 무식함에 더 이상 실망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22조 원의 국민세금을 낭비한 4대강사업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졌음에도 “4대강사업 좀 더 두고 봐야”하고 “역사가 평가해 줄 것”라는 괴변을 늘어놓는 4대강사업 추진세력들에 대해 우리사회는 어떠한 책임도 묻지 못했다. 
 
그러한 대국민 사기극을 펼친 공로로 정부 훈·포장을 받았던 1157명이 아직도 우리사회 각 분야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해방이 되었을 때 일제에 부역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어두운 그림자가 21세기에도 사회 곳곳에 드리우고 있다는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4대강사업에 대한 단죄를 하지 못한 결과, 4대강 추진세력들은 11.2조 원이 낭비되는 제2의 4대강사업을 진행한다. 우리 사회가 무관심하면 그들은 제3의 4대강사업을 은밀하게 준비할 것이고, 머지 않는 장래에 그 황당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글 /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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