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야만, 모피 -해마다 4천만 마리의 동물이 희생된다

모피는 인류가 입고 있는 가장 값비싼 옷이다. 세계 모피산업계가 사양길로 들어섰다지만 한국은 여전히 모피천국이다.
“고가의 모피상품 소비를 통해 대중과 차별될 수 있다고 믿는 문명인들의 내면풍경에는 돌도끼를 들고 여우사냥에 나서는 석기시대 동굴인간들이 우글거린다.”
반모피운동을 벌이는 해외 환경단체의 홍보물에 올라 있는 이 문구는 1만불 소득시대를 맞아 수출중심에서 내수중심으로 전환한 한국 모피업계의 마케팅 전략에도 그대로 통한다. <상품을 팔지 말고 상품구매를 통한 타인과의 차별성을 팔아라!>

한국은 세계 최대의 모피 소비국
대형 모피브랜드인 (주)진도물산의 홍보담당자는 한국의 모피시장을 이렇게 평가한다.
“일본의 경우도 그랬지만, 대개 소득수준이 1만불 지점을 통과할 때 모피의류 붐이 일어난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모피의류를 한벌쯤 가지고 싶다는 심리를 소비행위로 연결시키기 위해서 5백만원 이상의 고가품 판매전략에서 2백만원대 중저가 브랜드의 생산 및 판매전략으로 전환했다.”
전략은 적중했다. 수출에 주력하던 시기에 이 회사는 세계 최초의 모피의류 대량생산사로 성가를 높였다. 또한 96년만해도 4백억원대의 판매고를 올려 국내 모피의류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코리아는 몰라도 진도는 안다>고 할 정도니까. 
그러나 이 회사에는 공장이 단 두 개 뿐이다. 안산공장은 원피를 옷감으로 가공하는 곳이고, 이렇게 가공된 모피옷감을 구로공장에서는 수출용 상품(모피의류)으로 만든다. 그러나 내수용 모피상품은 1백% 하청생산이다.
이러한 사정은 모피의류가 생활필수품이 아니라 사치품이라는 데에서 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경기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팔릴 수밖에 없는 상품을 만들어 파는 회사라면 당연히 직영공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경기에 따라 판매탄력성이 큰 상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일 경우 직영보다는 하청업체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경기변화에 대응하는 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국내 거개의 모피업체들은 이런 방식으로 하청생산한 모피의류를 자사상표를 붙여 판매한다. 현재 크고 작은 모피의류 생산·판매업체는 모두 1백50여개소, 그러나 개인판매업체와 원피가공업체까지 합치면 우리나라 모피산업체는 무려 3천여개소에 이른다.
이렇게 많은 모피업체가 운영될 정도로 거대한, 국내 모피시장의 수요를 국내산 모피로 감당하려면 보호동물이건 길 가던 강아지건 가리지 않고 잡아다가 털을 벗긴다 해도 턱없이 모자랄 일이다. 그래서 국내 모피업계는 모피의류의 재료인 원피를 외국에서 수입한다. 
세계 최대의 양피의류 생산업체인 (주)가우디는 해외에 대단위 양피농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양피의류라고 모피가 안 쓰이는 건 아니다. 모피를 붙인 제품이 전 제품의 반 이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모피업체는 해외의 모피생산국 딜러들을 통해 원피를 수입하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국내 모피업계는 <모피동물사육과 덫사냥으로 야생모피동물을 잡는 험한 꼴과는 상관이 없다>고 반응한다.
그러나 정작 세계 여우모피의 70%를 생산하는 핀란드의 <동물해방전선(EVR)> 등 환경단체들은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해 일본과 한국 등 동북아시아권 국가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해산업이며, 반생명산업인 모피산업의 규모가 축소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다>는 주장인 것.
국내에서는 94년부터 모피수입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무역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지난 9월까지 밍크, 여우, 친칠라(남미산 다람쥐 일종) 등 3종의 모피를 이미 1천4백40억원어치 이상 수입했다. 96년에는 3년전에 비해 10배 이상 수입이 증가했는데, 미국에서 9백억원, EU에서 1천1백억원의 모피를 수입했고, 올해는 지난 9월까지 미국산 모피를 8백90억원어치, EU산 모피를 3백90억원어치 이상을 수입했다. 
또한 미국 상무부의 96년 미국산 모피 한국수출액 통계를 보면 95년에 비해 12.5% 증가한 7천1백42만달러로 나타나 미국의 전체 모피수출액 3억4백59만달러의 23.5%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95년에 이어 2년 연속 미국산 모피 최대 수입국이 되었다. 
모피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우리나라 기업은 (주)진도와 (주)진도물산이며 그 외에 태림모피, 근화모피, 뉴욕모피, 국제로얄모피, 이벨렌, 삼미모피 등이 있다. 현재 모피의류는 거의 모든 백화점과 각 업체의 직영매장을 통해 유통되고 있으며, 일반유통매장으로도 급속히 퍼지고 있다. 또한 모피의류만을 전문적으로 세탁하는 업체나 수선하는 업체 등 모피 관련 서비스업체도 증가하고 있다.

9천9백만원 짜리 코트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
94년을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모피산업이 사양화하자 수출에 주력하던 국내업체들이 내수 쪽으로 돌았다. 내수시장에 눈을 돌린 생산업체는 2백만원~3백만원대 중저가 브랜드를 개발·판매하면서 급속하게 유통망을 확대했다. 모피의류의 폭발적인 판매고 신장은 단적으로 백화점의 모피의류 코너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서울 롯데백화점 명동본점은 지난 7월 4일~21일 사이 17일 동안 진행된 바겐세일 결과 백화점 총매출 7백30억원 가운데 밍크코트와 무스탕 등 모피-피혁제품을 23억원이나 팔아 품목별 매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2〜3백만원대의 중저가 브랜드가 나왔다고는 하지만 그것조차 싼 값은 아닌 데다가, 모피의 종류에 따라 그 값은 천차만별로 매기기 나름이다. 우단모피의 경우, 암놈 밍크모피로 만든 7백50만원짜리 반코트를 비롯하여, 친칠라 모피로 만든 남성자켓은 3천5백만원, 여성롱코트는 9천5백만원을 호가한다. 또한 세이불(러시아 원산의 족제비과 동물)모피로 만든 남녀롱코트의 경우 9천9백만원이나 한다. 모피의류의 가격은 크기와 색깔, 그리고 암·수모피에 따라 차이가 크다. 크기는 작더라도 색깔에 따라 값이 더 나갈 수도 있다. 
진도 등 주요 모피업체는 원피를 수입하여 국내공장에서 탈지가공하여 의류로 만든다. 윤진상사와 제이모피 등 탈지가공 전문업체들 또한 원피가공과정을 맡고 있는데 이들로부터 의류제작사들이 옷감이 된 모피를 가져가 의류를 제작하여 직영매장에 내걸거나, 기타 판매전문업체에 내놓는다. 이들 업체들은 과천, 수원, 포천 등 주로 경기도 일원에 산재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에서조차 이들이 내놓는 산업폐수의 질량에 대한 정확한 조사자료를 가지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국내 모피시장의 확대가 1만불 소득시대를 맞이한 소비자들의 구매력 증대에 기인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한국의 모피제품 이상 구매열기를 합리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피산업의 존재기반이 모피동물의 학대와 잔혹한 살해에 있기 때문이다.

탐욕의 희생자 모피동물 
생태계 내에서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모피동물의 그것이 차별되지 않으므로, 단지 <모피가 있는 동물>이라는 이유 때문에 나름의 생태적 지위를 박탈당하고 삶의 모든 시간을 그저 모피를 생산하기 위한 도구로서 사육되거나 야생의 생활을 올무나 덫에 의해 일순간에 유린당하는 일은 부당하고 비윤리적인 것이다. 이렇게 인간을 위한 모피원료로 사육되는 모피동물들은 다음과 같다. 우선 유럽의 밍크와 미국의 여우, 누트리아(쥐의 일종)가 있다. 이밖에 주요한 모피소재 사육동물들에는 핀란드의 밍크와 여우, 네덜란드의 사향뒤쥐(쥐의 일종), 프린스 에드워드 군도의 너구리와 스컹크, 캐나다의 붉은 여우 등이 있고, 유럽산 족제비와 너구리, 남미산 친칠라, 앙고라 토끼도 대농장에서 집단사육된다.
그러나 사실상 사육되는 모피동물의 종류는 따뜻한 털이 있는 거의 모든 짐승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저 주로 집단사육되는 종들로 그런 것이 있다 뿐이지 모피의류를 만드는 데는 동물 종(種)의 차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차이는 옷 한벌을 만드는데 그 동물이 몇 마리나 희생되는가 하는 점에 있다. 모피코트 한 벌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1백 마리 이상의 다 자란 친칠라 모피가 필요하며, 역시 다 자란 11마리 이상의 푸른 여우, 50여 마리 이상의 밍크가 필요하다. 또한 이것이 어린 밍크였을 경우에는 2백 마리까지 필요하다. 결국 한벌의 모피코트는 수십 마리에서 수백 마리의 모피동물들의 희생과 이것을 원한 단 한 사람의 지각없는 인간만 있으면 <생산되고 소비>될 수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4천만 마리의 모피동물들이 살해되는데 그 가운데 3천만 마리는 집단사육된 것이며 1천만 마리는 덫으로 잡은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새로운 밍크가 2천6백만 마리씩 생산되고 있다. 세계 전체 모피농장의 90%가 밍크농장이고 8%의 농장이 여우를 전문적으로 사육하고 있다. 핀란드는 세계시장에 밍크원피를 70%, 여우원피를 71% 이상 공급하는 모피원피 수출대국이다. 또한 매년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10만마리 이상의 너구리와 족제비가 거의 전량 핀란드에서 사육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피생산량의 1%만이 자국 내에서 소비될 뿐이고 나머지는 전량 수출된다. 유럽의 판매가 급감하고 있지만 일본과 한국, 중국 등 동북아시아권 국가의 수입증가세가 이로 인한 손실을 메꿔 주고 있다. 핀란드 국민들의 84%가 모피동물 사육에 반대하고 있지만 모피동물농장주들의 대정부 로비는 세계적으로 19세기 후반 시작된 모피집단사육의 역사처럼 오래되었고 그만큼 강력하기 때문에 이러한 국민들의 의지는 존중받지 못한다. 
모피를 얻기 위해 모피동물을 집단사육하는 동물잔혹극의 기본적인 상황설정은 일단 사육되는 모피동물들이 겨우 1백년 안팎의 사육역사밖에 안된 야생동물이라는 점이다. 개는 1만 2천년 동안 인간에 의해 사육되어 가축화되었지만 야생으로 복귀해 한 세대만 지나면 완전한 야생의 존재가 된다. 그러나 현재 사육되고 있는 여우를 비롯한 모피동물들은 농장에서 탈출하기만 하면 곧바로 야생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그야말로 야생동물들이다. 따라서 야생동물을 집단사육한다고 그것들을 가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넌센스다. 핀란드의 야생포유동물실태에 관한 보고서들은 농장을 탈출한 모피동물들이 야생에 적응하여 완전한 자연복귀에 성공한 사례들을 지적하고 있다. 

“누가 이 여우의 삶을 지옥으로 만드는가?”
가장 흔하게 사육되는 모피동물은 밍크와 여우인데 이들의 사육실태는 상식적인 판단력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끔찍한 것이다.
야생의 밍크는 반수생동물이어서 야생생활의 3분의 2 이상의 시간을 물 속에서 보낸다. 또한 이들의 활동범위는 8㎢ 이상이다. 그러나 사육되는 밍크들은 겨우 0.5㎥ ~ 0.6㎥의 공간만을 차지할 수 있으며 헤엄을 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단지 마실 물이 사육밍크들이 볼 수 있는 물의 전부이다. 밍크를 도살하는 방법으로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독가스질식법이다. 모피를 상하게 하면 안 되기 때문에 모피가 손상될지 모르는 살해법은 사용되지 않고, 주로 독가스질식법이나 모피손상이 거의 없는 방법인 <목부러뜨리기>가 사용된다. 사육환경과 본래의 야생생활환경과의 차이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사육밍크의 15%가 죽어가고, 또  15%는 질병이나 기후적인 원인으로 죽어간다. 남겨진 밍크들 또한 <모피벗기기 시즌>이 되면 일제히 목이 부러지거나 격심한 고통을 유발하는 독가스질식에 의해 죽는다. 그리고 저마다 코트가 되거나 목도리가 되기 위해 껍질이 벗겨진다.
집단사육되는 여우의 운명 또한 밍크와 다르지 않다. 태어나서 도살될 때까지 평균 7년여의 시간 동안 여우들은 0.5㎥의 생활공간을 가지는데 이것은 야생상태의 활동영역에 비해 4백만배나 작은 것이다. 농장에서 여우는 극심한 기후변화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태어나고 2주 동안 체온조절능력이 없어서 새끼들은 일년에 30%까지 사망한다.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에 여우들은 별것 아닌 병균 감염에도 저항하지 못하고 죽고 만다. 또한 강제적인 인공수정 과정은 인공수정자의 전문지식 부족(여우를 위해 전문가를 고용하는 농장주는 없다)으로 매우 비위생적이라 암컷의 자궁은 심각하게 손상되고 새끼 또한 출생시에 이미 치명적인 병균에 오염되기가 일쑤이다.
1994년 통계에 의하면 핀란드 여우농장의 은빛 여우 암컷의 약 32%, 푸른 여우 암컷의 23%가 불임이 아니면 유산한 바 있었다. 암컷 5마리 또는 4마리 가운데 하나가 새끼를 가지지 못하거나  잃은 것이다. 
99%의 농장에서 사용하는 금속제 급수통의 위험도 크다. 겨울이 되어 날씨가 추워지면 차갑게 얼어붙어 혀를 달라붙게 하고, 자칫 혀가 찢기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혀가 찢긴 여우들이나 혹시 다리라도 부러진 여우들은 친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꿈도 못 꿀 일이다. 12월 모피벗기기 시즌까지 방치된다. 그리고 껍질이 벗겨진다. 여우를 죽이는 데 쓰이는 가장 일반적인 살해법은 친칠라 등에도 쓰이는 방법으로 <직장감전법>이 있는데, 입과 항문에 전류를 흘려 죽이는 방법이다. 목부러뜨리기는 과거 가장 유행하던 방법이었으나 최근 여우에 이 방법을 쓰는 것이 금지되었다. 이 밖에도 독가스질식법과 화공약품주사법 등이 쓰이고 있다. 
껍질이 벗겨진 여우의 모피는 모피딜러들에게 넘겨지고 사체는 다른 모피동물들이 그렇듯이 애완견협회 등지에 팔려 애완동물의 먹이가 된다. 그 뒤 남겨진 사체의 7% 정도인 내장부스러기 따위는 잘 으깨어져서 다시 그 농장의 사료로 쓰인다. 이런 식의 쓰레기재활용(?)은 통제된 폐쇄공간에 갇힌 여우들이 공포와 절망으로 정신적 교란상태에 빠져 취하는 카니벌리즘에 비하면, 의도되고 강제된 카니벌리즘인 것이다.
모피농장의 환경피해는 상당한 규모이다. 여우 한 마리가 일생동안 내는 오물의 양은 똥이 26kg, 오줌이 56.2kg이다. 여우똥 속에는 인이 4백50g, 질소가 1천1백90g 포함 되어 있다. 밍크는 19.1kg~19.5kg의 똥과 2백50g~1천50g의 오줌을 배설한다. 모피농장에는 이를 처리할 환경설비가 거의 없고 이들은 그대로 인근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지하수의 경우 이들 오염물질이 인근 5백미터까지 오염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농장주변의 악취로 인해 매년 농장과 인근 주민들과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 모피농장의 70%가 몰려 있는 핀란드의 경우 1백만명이 내놓는 오폐수의 양과 맞먹는 모피동물의 배설물이 배출되고 있고 이러한 영향으로 카우스티넨 타운에서는 지하수를 채수할 수 없게 됐고, 시냇물의 흐름 또한 뒤바뀌게 되었다. 

덫에 치여 죽는 1천만 마리의 모피동물
모피동물 사육의 문제점도 크지만 매년 전세계적으로 1천만마리 이상이 희생되는, 덫에 의한 야생모피동물의 피해도 크다. 그러나 덫의 위험성은 덫에 눈이 없다는 점이다. 덫은 밍크나 비버, 여우 등 모피동물을 잡기 위해 주로 설치되지만 이런 동물 외에도, 잡혀도 그 처리가 귀찮기 때문에 <쓰레기 동물>이라 이름 붙여진 비모피 야생동물들이 다수 잡히고 심지어 사람이 그 덫에 다치기도 한다. 의도하지 않은 동물이 잡힌 경우 중에는 희귀종이나 보호종도 있다.
다리잡이덫과 줄덫이 가장 흔하게 쓰이는 덫인데 둘 다 치명적이다. 다리잡이덫은 강력한 스프링 작용으로 강철턱이 동물의 다리를 물게 된 것이다. 몸부림을 치다가 살을 찢기고 힘줄이 끊기며 뼈가 부러지고 결국 출혈과다로 죽게 된다. 아예 다리가 끊길 수도 있고, 덫을 물어뜯다가 이빨이 부러지기도 하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마지막 절망적인 시도로 자기 다리를 물어 뜯고 도망치는 동물도 생긴다. <휠러 국제 야생동물 피난처(WNWR)>는 그들의 연구보고서를 통해 27.6%의 밍크와 24%의 너구리, 26%의 여우가 다리잡이덫에 치인 자신의 다리를 물어 뜯어버린다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다리를 물어 뜯고 운 좋게 도망친다 해도 흘린 피 때문에 얼마 가지 못하고 죽는다. 사냥꾼이 덫을 확인하러 올 때까지 살아있는 것들이 있다 해도 발견 죽시 사냥꾼의 총에 맞아 죽게 된다. 줄덫 또한 덫에 치인 신체부분의 피를 통하지 않게 만들고 결국 그 부분을 끊기게 하기도 한다. 
덫으로 생태계의 포획자들이 집중적으로 사냥된 지역에서는 초식동물들이 단기간에 크게 번성해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그 한 예로 멕시코에서는 덫으로 천적들이 크게 줄자 사슴쥐가 이상번식하여 한타바이러스를 전염시켜 5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덫에 의한 무차별적인 동물피해를 막기 위해 EU(유럽연합)은 이미 지난 91년 다리잡이덫이나 익사장치덫, 줄덫 등을 이용해 포획한 야생동물모피의 수입금지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캐나다와 러시아, 미국 등의 반발로 이 법의 시행일을 95년 1월에서 1년 뒤로 연기했었다. 그러나 정작 올해 10월까지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가 동월 22일 유럽연합이 <금지대상종 가운데 7종은 즉시 금지하고 나머지 5종은 2천년 1월1일부터 금지한다>는 조건의 대 캐나다, 러시아 협상안을 받아들여 이루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아직도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는 미국 또한 국제사회의 커다란 압력에 직면하게 되었다. 만일 이법이 시행되면 다리잡이덫을 사용해 모피동물을 포획한 국가의 모피, 모피제품, 모피의류 등의 수입과 수출, 가공수출과 수입이 전면 금지된다. 한국이 다리잡이덫을 사용해 포획한 캐나다산 담비원피를 수입하여 담비모자나 목도리, 의류를 만들었다고 해도 이를 유럽연합국에 수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금지된 대상동물은 멸종위기종으로 비버, 수달, 북미산 이리, 늑대, 시라소니, 살쾡이, 검은 담비, 미국 너구리, 사향뒤쥐, 북미산담비, 오소리, 담비, 산족제비 등이다. 
덫을 이용한 야생모피동물의 사냥이라는 국제사회적 악습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지리산의 반달곰과 노루가 덫에 치이거나 총포에 쫓기고 있고, 산마다 덫이 놓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덫사냥의 위험성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높지 않은 실정이다. 
모피동물의 집단사육과 덫사냥을 통한 모피생산은 생산 대비 에너지 효율을 볼 때 합성모피생산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드자동차의 연구조사관 그레고리 스미드는 <야생동물을 사냥하여 모피를 더는 일이 합성모피를 제작하는 것에 비해 3배의 에너지가 들고 모피농장에서 모피를 생산하는 것은 합성모피 생산에 비해 20배의 에너지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1997년 한국의 겨울, 구석기 동굴인간들의 행렬이 거리마다 이어지고 있다. 허영을 위해 고액의 소비를 하는 것도 모자라 수많은 동물의 생명을 앗아가는 모피동물사육과 덫사냥을 방조하는 소비행태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과연 피묻은 손만이 비난받아야 할까. 그 손을 거드는 수많은 소비의 손길이 지금 한국의 겨울 거리마다 넘치고 있다. 
미국의 급진적 반모피운동단체인 <모피무역 폐지협정 체결을 위한 연대(CAFT: Coalition To Abolish The Trade International Headquarters)>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모피는 학살이다(FUR IS MURDER)!” 

한해 3천만 마리의 사육된 야생모피동물과, 
덫으로 잡은 1천만마리의 야생상태의 모피동물이 희생된다. 
21세기를 목전에 둔 오늘날, 인류는 여전히 한 철 입는 값비싼 의류를 만들기 위해, 
정작 모피가 필요한 동물들의 몸에서 모피를 벗겨내는 
<문명의 야만>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글 / 박현철 기자 
사진 / CAFT(미국)·STS(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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