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5] 갯벌·철새·늪/ 우리 갯벌 둘러보기 2 시흥갯벌/ 재종길

우리 갯벌 둘러보기 2 시흥갯벌

갈대, 협궤열차, 그리고
소금창고가 있는 풍경



갯벌에 봄이 오면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 지금쯤이면 갯벌에도 파릇파릇 초록빛 새싹이 돋아나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것이 있다. 어촌 사람들이 나문재라고 하는 식물이다. 내만 갯벌 가장
자리에서 자라는 이 염생식물이 더 자라서 억세지기 전에 사람들은 어린 나문재를 잘라 나
물을 해먹곤 했다. 지금은 바다와 가까운 마을에 서는 전통시장에서나 이 나문재를 파는 모
습을 어쩌다 볼 수 있지만 살기가 어려웠던 시절, 서해안 갯마을에서는 봄철 소득원 중의
하나여서 낯선 일이 아니었다.
식물분류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들 갯벌에서 자라는 식물들 중 나문재라는 식물은 별도로 구
분한다. 그러나 나물로 해먹을 때는 그 종류를 따로 구분하는 것은 아니었고, 생김새가 흡사
한 칠면초와 해홍나물 등을 같이 채취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식물들이 어우러진 군락은 경기도 갯벌지대에서는 흔하디 흔한 것이었고, 특히 경기
내만 갯벌 어디에서나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여름까지는 초록색이던 식물이 가을이 되면
붉게 변하여 갯벌을 온통 선홍색으로 물들이곤 했는데, 한 소설가는 그 모습을 슬프도록 아
름다운 전경이라 했다. 아마도 힘들고 어려웠던 어촌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면 사소한 풍경
도 무심히 보이지 않았을 터이다. 그것을 모르는 지금 사람들은 색의 변화에 그저 신기하게
만 느낄 뿐이다.
어촌의 형편이 나아지고 어민들도 고향을 떠나기 시작하자, 슬프도록 아름다운 나문재 군락
을 기억해주는 사람과 그 자연의 모습도 함께 사라져갔다. 예전에는 슬픈 정서를 사람들에
게 심어주던 붉은 염생식물 군락지대도 이제 생태계 차원에서 새로운 세대들에게 보존의 가
치가 높은 곳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나마 옛 모습을 어느 정도 간직하고 있는 갯벌은
경기도에선 시흥갯벌 뿐이다. 경기도 해안지역에서 큰 행정구역을 차지했던 이전의 시흥군
의 일부가 시흥시가 되었고, 그 시흥시의 중심 지역에 칠면초, 퉁퉁마디, 나문재 군락이 발
달한 이 갯벌이 남아있게 되었다. 배가 다닐 정도로 골이 깊고 길었던 전형적인 경기도 갯
벌이 개발로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다.

포리갯벌과 시흥갯벌
소래갯벌 또는 포리갯벌로도 불렸던 이 갯벌을 시흥갯벌로 부르기로 한 지 일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 이름이 꽤 정착되었다. 지난해 초 시흥의 환경단체들이 모여 이름을 통
일하기 위해 새롭게 지은 것이다. 신갈-인천 고속도로를 인천쪽으로 달리다 보면 월곶 인터
체인지를 지나 바로 왼쪽에 화려한 건물로 조성된 월곶과 옛 모습을 간직한 채 명성을 날리
고 있는 소래 어시장이 대조를 이루며 나타난다. 그리고 그 오른쪽으로 멀리 보이는 갯골과
갯벌이 시흥갯벌이다. 지난날 이 지역의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이었던 협궤열차의 차창 너머
로 소설가가 보았던 바로 그 갯벌이다. 월곶 앞에서 보면 고속도로와 거의 평행으로 달리고
있는 시흥-부천간 국도가 동쪽에 있고, 바다로 물이 들락거리는 갯골은 크게 두 갈래가 되
는데 하나는 두 도로 사이로 해서 북쪽으로 나아가고 다른 하나는 국도 밑으로 해서 내륙으
로 길게 뻗쳐 있다.
갯벌에서는 그 국도가 인천과 시흥의 경계가 된다. 그래서 두 도로 사이에 있는 갯벌은 인
천광역시에 소속되고 그곳에는 이미 갯벌생태공원이 있다. 그러니까 경계가 되는 도로의 동
쪽으로 넓게 펼쳐진 벌판이 시흥갯벌이 된다. 갯골을 중심으로 약 50미터에서 수백미터 정
도의 거리를 두고 보도가 나있고, 그 바깥쪽은 옛 염전 터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일렬로
끝없이 늘어선 염전창고가 염전이 번창했던 시절을 과시하려는 듯 서 있다. 이 일대의 염전
은 우리나라 전체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염전이었다고 한다. 북쪽 염전지대와 가장 가까이 있
는 마을이 이전에 시흥군 포리(지금은 시흥시 포동)였던 곳이고, 이곳 초등학교 바로 앞 고
랑은 지금도 갯골의 흔적이 남아 있고 갈대가 자란다. 포동에는 갯골을 따라 염전에서 일하
던 인부들이 살았을 것으로 보이는 작고 초라한 집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한편에는 시흥갯
벌 갈대밭을 조망하기 좋은 위치에 예쁘게 단장한 카페와 식당들이 들어서기 시작하여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염생식물들이 만들어내는 갯벌 풍경
염생식물은 염분을 필요로 하는 바닷가 식물이지만 바닷물 속에 계속 잠겨 있어서는 생활할
수 없다. 이들은 해수에 침수되는 시간에 따라 일정한 범위를 가지고 분포한다. 종에 따라
한정하여 서식하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띠 모양으로 서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해안
에 경사면이 있다면 아래쪽은 위쪽보다 만조 때 바닷물과 접촉할 기회나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을 것이므로 그 정도에 따라 식물의 분포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바닷물과의 접촉 시간만
이 염생식물의 분포를 한정하지는 않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 넓은 갯가 벌판에 주로 서식하는 것은 칠면초, 퉁퉁마디, 갯개미취 세 종이다. 앞의 두
종은 명아주과에 속하는 일년생 식물이고, 잎이 보통 식물과는 달리 줄기를 젤리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다. 이것을 씹어보면 짠데, 바로 이 잎에 염분을 흡수하여 저장하기 때문에 갯벌
에 이들이 자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매립간척지에서는 이들 식물이 소금을 제거하는 역
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퉁퉁마디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잎이 더 불룩하여 보기에는 줄
기와 잎이 칠면초보다는 훨씬 퉁퉁해 금반 구분할 수 있다. 갯개미취는 국화과에 속하는 이
년생 식물이다. 가을이 되면 국화꽃과 닮은 연보라색 꽃을 피운다. 이 때가 되면 칠면초와
퉁퉁마디의 잎은 붉게 변한다. 따라서 9월 중순이 지나면 시흥갯벌은 붉은 바탕에 연보라색
꽃무늬가 수를 놓은 환상적인 장관이 펼쳐진다. 제일 아름다운 시기이다. 물론 여름에는 초
록색 카페트를 만날 수 있으니 좋고, 겨울에는 눈덮인 바닷가의 황량함이 있어 괜찮다.
염생식물 지대에서 약간 솟아 오른 곳이나 언덕에는 천일사초와 갈대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
어 풍경을 더욱 분위기 있게 만든다. 갈대밭보다 조금 높은 지대에는 갈대와 닮았지만 조금
억센 모새달이 자라고 있다. 갈대와 모새달이 연출하는 풍경만으로도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
들에게 낭만적인 정취를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그밖에도 갯는쟁이, 가는갯는쟁이, 돌콩, 나문
재, 비쑥, 갯잔디, 갯질경, 갯골무꽃 등 다른 염생식물도 관찰이 가능하다. 그리고 바닷가에
서 잘 자라는 사대풀, 나팔꽃, 며느리배꼽, 소리쟁이, 장구채, 서양민들레, 달뿌리풀, 붉은서
화나무 등 30종이 넘는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갯벌에는 여러 종류의 게, 방게, 펄털콩게, 빨간큰엄지발게, 농게 등이 있고, 식물군락지에는
벌, 나비, 메뚜기, 사마귀, 딱정벌레, 잠자리류에 속하는 다양한 곤충과 건강한 해안생태계에
서 발견되는 거미 그리고 기수고둥, 갯지렁이류 등이 어울려 갯벌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생물의 다양함이 경관도 수려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는 곳이다. 또 갯개미취의
분포대의 확대를 통해서 육지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됨을 짐작할 수 있다. 보다 높은 조위에
서 자라고 조위가 바뀌면 나타나는 것이 갯개미취이므로 조위의 적은 변화는 시흥갯벌 앞
바다에 설치된 시설물들이나 매립공사로 인한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버려질지도 모르는 우리의 어촌문화
시흥시는 이곳을 개발할 지역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1998년에 발간된 <21세기 시흥시
중장기발전계획>에 따르면 시흥갯벌과 염전지대 전체를 그냥 폐염전으로 인식하고 있다. 시
흥갯벌에 있었던 천일염전은 이제는 더 이상 소금을 만들지 않고 염전시설은 그대로 방치되
어 있다. 시에서는 시민여론 조사결과와 시의 개발계획에 따라 이곳을 쇼핑, 레저, 주거시설
이 함께 하는 복합단지나 물류·유통단지 또는 문화단지로 조성할 것을 거론했지만, 시는
과밀한 주거여건을 해결하기 위한 택지 조성장소로 활용될 가능성을 가장 크게 내비치고 있
었다. 2백만평이나 되는 넓은 곳이라 택지조성을 위한 매력적인 장소로 보일 것임에 틀림없
다.
다른 설문내용에서 시흥시민들은 시흥이 녹지와 공원이 없는 도시이고, 녹지와 공원을 더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 표시를 하였다. 시민들이 이 갯벌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어떤 생각
을 할까? 시흥시 한 가운데 넓게 있는 공간에 대한 생각들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나 도시
의 정체성을 조성하고 어촌문화를 되살리는 곳으로 활용한다면 갯벌도 안전하게 보전되지
않을까? 자연생태계나 습지는 자연성과 고유성 또는 희귀성이 인정되면 보호지역이 될 수
있는데 시흥갯벌도 여기에 부합이 된다.
이미 이곳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관광지나 다름없다. 특히 갯골에서 낚시하는 가족단위 방문
객과 사진작가와 신혼부부들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진작가와 신혼부부들이 찾는
곳이라면 경관이 독특하고 나름대로 아름다움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낡은 소금창고와 염
전의 모습이 하얀 드레스와 좋은 조화를 이룰 것이다. 바로 이런 곳들이 관광학자들이 강조
하는 자연과 문화가 어울리는 곳은 아닐까? 그렇다면 크게 매립하고 대단위 해양관광단지로
개발하지 않아도 될 터인데…. 이곳의 염전은 적어도 백년 또는 이 이상 우리 선조들의 피
와 땀이 서린 문화시설인 것이다. 자신의 문화를 저버린 곳에서는 어떤 외국인들도 감동시
킬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시흥의 남쪽 염전지대는 개인회사 소유지이지만 용도가 염전으로 허가가 나 있으니 호텔이
나 아파트 단지를 지으려면 용도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점에서 시흥시와 시민들의 의
지가 관철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이곳을 일종의 시흥 중앙공원
(central park)으로 만들어 정체성을 확보하고 염전과 염전마을을 복원해 소금박물관이나 염
전주말농장 등으로 만들어, 갯벌을 보전하고 염전을 중심으로 한 어촌문화를 되살리려는 희
망찬 계획을 시에 건의하려는 1차 모임을 가졌었다. 갯벌이 자연상태로 유지되고 염전이 복
원되며 주변이 공원으로 조성된다면 좋은 생태관광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웃한 시화호
에서도 ‘희망을 주는 시화호 만들기’ 노력이 있으니, 이와 연계한다면 더 좋은 지역의 자
랑거리가 될 것이다. 개발과 보전, 그 선택은 이제 시민들의 몫이다.


제종길 jgje@kordi.re.kr
건국대학교 생물학과와 서울대학교 해양학과를 나와, 호주 디킨대학교에서 해양환경학으로
박사후 과정을 이수하였다. 현재 한국해양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2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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