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7] 광주 시내를 관통하는 ‘푸른길’

광주 시내를 관통하는 ‘푸른길’



광주 도심 한가운데에 길이 10.8킬로미터, 넓이 4만8천평의 선형 녹지공간이 조성된다. 인구 1백
40만명이 모여 사는 대도시에서 이처럼 큰 규모의 녹지공간이 도심 속에 조성된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사실 이 곳은 지난 해 8월초까지만 해도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경전선’ 철도
의 부지였던 곳이다.
광주시민들은 지난 1974년부터 도심철도의 이설을 요구해 왔다. 철도가 도심을 평면으로 관통하
는 것 때문에 교통체증, 교통사고, 도시발전의 단절, 소음 및 진동으로 인한 주민생활불편 등 도
시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큰 요인으로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 철도청은 광주시민들의 오랜
기간에 걸친 요구를 받아 들여 1990년에 도심철도를 외곽으로 옮기기로 결정하고 1995년부터 공
사를 시작해 작년 8월 철도를 이설했다. 1923년 이후 70년 이상 광주시민의 삶의 한 부분으로 자
리잡았던 철도 일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광주의 폐선부지는 지난 수년 동안 남은 부지의 활용방안을 놓고 광주시와 지역주민, 환
경단체 사이에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논란은 광주시의 경전철 부지활용 검토로부터 촉
발되었다. 사실 녹지공간조성은 시의회, 구청과 구의회, 일반시민, 주변지역주민, 전문가, 시민
사회단체 등 대다수 광주시민의 커다란 바램이었다. 광주시가 자체 조사한 시민설문조사에서도
경전철 부지활용은 6.8%에 불과한 반면에 녹지공간조성은 3분의 2 이상이 찬성했다.
시민단체와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폐선부지의 녹지공간조성결정을 이끌어 내려는 노력은 광범위하
게 전개되었다. 지역주민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경전철 건설반대시위와 시장면담 등을 통해 녹지
공간조성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10여 차례의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와 토론을 통해 푸
른길 조성 여론을 형성해 나갔다. 광주환경연합 등 시민단체는 푸른길 조성을 유도하기 위해 정
월대보름 한마당, 빌딩오르기 등 각종 홍보이벤트를 조직해 시민여론확산을 꾀했다. 시의회와 3
개 구의회는 푸른길 조성 지지를 선언했다. 결국 철도이설을 결정한 지 10년, 이설공사를 시작
한 지 5년이 지난 작년 12월 광주시는 폐선부지를 녹지공간으로 조성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폐선부지 인근에는 반경 1킬로미터 내에 34만명의 주민이 살고 있고 65개 학교에서 13만명의 학
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뛰어난 접근성은 생활 속 녹지공간으로서 훌륭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무등산이 광주시민에게 주말의 특별한 곳이라면 폐선부지 푸른길은 일상생활 속의 특별한 곳이
될 것이다.
폐선부지 푸른길 조성사업은 진행중에 있다. 광주시는 지난해 12월 녹지공간조성발표와 동시에
도시계획회사에 기본계획과 실시설계에 관한 용역을 발주했고 올해 8월말까지 보고서가 제출되어
야 한다. 광주의 많은 구성원들은 폐선부지 푸른길 조성이 기본구상수립단계에서부터 기본계획,
실시계획, 집행, 사후관리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시민참여적 도시계획의 새로운 모델이 되어
야 한다는 데 이구동성으로 동의하고 있다. 과거 전문가에 의한 용역도시계획의 한계를 극복하
고 진정으로 시민들의 의사를 충분하게 수렴하는 녹지공간조성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 시민참여적 도시계획의 경험은 일천하고 수준은 초보단계에 머물고
있다. 그만큼 새로운 시도에는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참여적 녹지공간조
성을 위한 노력은 나름대로 이어지고 있다. 광주녹색교통은 지난 5월 폐선부지 위에서 어린이 그
림그리기대회와 글짓기대회를 개최해 어린이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사)광주시민환경연구소는 전
문가와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폐선부지 푸른길 설계 공모전을 추진하고 있으며 7월초 전시할 계획
이다. 이 전시회에는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과 함께 한 화가의 폐선부지 그림 20여점도 함께 전시
할 예정이다. 또한 연구소는 용역을 맡은 도시계획회사와 함께 기본구상연구에 참여해 두차례의
워크숍과 시민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구상과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구의회와 함께 지역을 순회하
면서 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녹지공간조성을 책임지고 있는 광주시에서도 시민참여적 도시계획의 필요성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녹지공간조성계획위원회를 설치해 가동 중에 있으며 여기에 전문가, 지역주민,
행정, 의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폐선부지 녹지공간조성조례도 제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민의 의사가 폭넓게 반영되는 녹지공간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가 많이 남아 있다. 우선 자문성격에 머물고 있는 녹지공간조성계획위원회를 추진기구로 개편해
야 한다. 경전철 설치 반대를 위해서는 똘똘 뭉쳤던 주민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거를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 나무기증운동이라든지 보도블럭기증운동을 통해 녹지공간조성과정에서 기업과
시민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도 있다. 갑자기 천사의 선물처럼 다가온 대도시 도심속 푸른 공간,
이제 어떻게 조성하고 관리할 것이냐의 문제가 광주시민에게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조진상 jscho3175@hanmail.net
동신대 교수, (사)광주시민환경연구소장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2 23:33)
제작년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