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 고통받는 백두대간

고통받는 백두대간



서울이든 부산이든 땅끝마을 해남이든 우리나라 그 어느 곳 작은 산의 생명은 태백산으로 지리산
으로 이어져 백두산으로 흐른다. 이 생명은 과거에는 생활과 문화라는 이름으로 흘렀고 지금은
생태라는 이름으로 흐르고 있다.

생태의 중심축, 백두대간
백두대간은 해발 1천미터 이상급 봉우리들로 연결된 우리 전통의 산줄기이다. 한때 백두대간은
삼국시대, 후삼국시대를 거치며 자연적인 국경의 역할을 했다. 조선시대에는 한양을 방어하는 천
혜의 요새가 되기도 했다. 백두대간을 넘나들며 발품을 팔던 사람들에게는 삶의 터전이었고, 삶
의 방식과 수계를 나누는 구획선이며, 백두대간 동·서의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매개체이기
도 했다.
그러나 산업화가 시작되고 도로가 백두대간을 가로지르면서 백두대간은 과거와는 다른 역할을 하
게 됐다. 온 산하가 개발에 몸살을 앓을 때도 백두대간은 상고시대의 자연 그대로를 보전하고,
야생동물들에게는 생태통로가 되었다. 또 우리나라 최대의 녹지공간으로 산줄기의 형상을 계속
유지하며 다양한 생물들의 마지막 피난처로 이용되고 있다. 때문에 생태계의 비정상적인 먹이사
슬이 이미 끊어진 우리나라의 생태현황을 고려해 볼 때 커다란 하나의 생태축으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현재 비무장지대 이남의 최대 생태축인 백두대간은 곳곳이 끊기거나 잘려져 있다.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생태축인 백두대간의 절대적인 보전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할지 모른다. 그러
나 우리나라 생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확대와 더불어 끊어져 있는 백두대간을 잇고 그 안의 다
양한 생태를 복원시키는 것이 공동으로 비중 있게 진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그렇게 돼야만 진정
한 국토의 생태축을 복원할 수 있고,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진정한 국토의 생태축이 될 수 있다.

파괴되고 있는 백두대간
90년대 후반부터 백두대간을 보전하려는 움직임이 민간의 주도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국가적인 백두대간의 인식과 보전의 계획수립이 가시화되고 4차 국토종합발전계획에 ‘백두
대간민족생태공원’의 형태로 정부가 공식적인 백두대간의 생태적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0년부터 올해까지 환경부에서는 ‘백두대간 관리범위 및 관리방안’마련을 위한 용역사
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산림청과 환경부에서는 백두대간 보전법안의 추진을 공동으로 추진하
기로 논의한 바 있다. 이로써 백두대간보전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됐다. 그러나 백두대간에
대한 인식의 부족과 현재 백두대간 보전의 근거가 없어 아직까지 마구잡이로 개발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개발의 모습은 소규모 개발이 줄어드는 반면 국
가 중심의 대규모 개발은 더욱 크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산업자원부를 비롯한 정부
의 네 개 부처는 대관령풍력단지 개발을 확정한 바 있다. 또한 국토종합발전계획을 보더라도 바
둑판식 도로정비계획도 있어 계속 파괴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곳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위
한 계획수립과 대규모 댐 건설, 위락지구 조성 등도 백두대간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백두대간을 파괴하고 있는 주체들
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국가사업은 백두대간의 산줄기를 9킬로미터마다 동강내고 있다. 국가
에서 개설한 갖가지 도로와 임도로 인해 포장도로에는 간밤에 차에 치여 죽은 야생동물들의 시체
가 뒹군다. 게다가 임도를 통해 밀렵꾼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야생동물들을 불법으로 포획하고 있
다. 고압송전탑은 무리한 전력의 수급을 위해 동에서 서로 거대한 선로를 넘기며 산림 곳곳에 생
채기를 남긴다. 또한 지난해 환경단체 내에서도 논란이 됐던 대관령풍력단지 조성은 대체에너지
시설 건립이라는 이름으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또다른 환경문제를 낳으며 추진됐다. 그리고 곳
곳에 생길 케이블카는 더더욱 백두대간의 주능선과 산에 많은 관광객과 훼손시설을 끌어들여 파
괴를 일삼고 있다.
한편 돌과 시멘트 등 국토를 자원으로 바라보는 몇몇 개발업자들은 땅 위의 자연과 생태에는 아
랑곳하지 않고 땅속의 자원을 캐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개발로 인해 주변 생태가 복구되지
못할 정도로 훼손돼도 현행법률은 개발업자들을 지지한다. 계곡에는 고기들이 사라지고 동물들
의 서식처는 없어진 지 오래다. 더욱이 주변 주민들의 환경권 침해는 더욱 심각하다. 충북 괴산
의 삼송리와 경북 상주 영오리에서는 업자들이 채석장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업무방해로
고소해 주민들이 구속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원도의 자병산은 산이 통
째로 없어지고 충북 영동의 금산은 절반으로 토막이 난 상태로 사업이 종료됐다.
백두대간을 파괴하고 있는 또 다른 주체는 무분별한 등산객이다. 90년대 이후 우리나라 등산은
능선을 따라 종주하는 종주산행이 됐다. 우리 조상들은 물길을 따라 이동을 했지만 지금 우리는
능선 위에 새로운 길을 만들며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있다. 최근에는 능선을 따라 새로 생긴 등산
로가 점차 넓어져 산악회 등에서 버스를 이용한 종주산행을 기획하고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많
아지는 것은 표식기(산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나무에 매어두는 리본)와 쓰레기, 점차 더 넓어지
는 등산로였다. 더욱이 심각한 건 희귀한 식물을 뿌리채 캐가거나 나무 둥치를 잘라 내가고 나물
산행(나물을 캐기 위한 산행)이라 하여 산에 올라 등산로 주변을 초토화하는 일이다. 백두대간
은 생태통로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가로질러 종으로 능선을 따라 등산로가
확대돼 동물들을 괴롭히고 있다.

생태의 중심축을 고려한 관리원칙이 필요
백두대간은 너무나도 많은 상처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백두대
간 관리법안의 내용은 지극히 소극적이고 수세적이다. 또한 생태적인 관점과 큰 계획 하에 수립
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관리원칙을 제안하는 바이다.
첫째, 백두대간 관리방안 마련은 생태계 보전을 기본 축으로 하여 구상되어야 한다. 백두대간은
생태계의 이동통로라는 기본원칙 하에 관리방향이 수립되어야 한다. 백두대간이 우리에게 중요하
게 여겨지는 가장 큰 요인은 개발로 인해 곳곳에서 파괴되는 생태계의 최후의 피난처이기 때문이
다. 도로 곳곳에 동물들이 넘나들다 차에 치어 죽은 주검은 백두대간의 현재 모습을 반영한다.
그리고 곳곳에 도로를 내면서 깎은 사면에는 이름 모를 외래종 수목들을 심어놓아 고유 생태계
를 교란해 환경을 내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또한 석재들을 파내기 위해 외적으로 백두대간의 능
선을 반이나 갉아먹고 있다.
이러한 백두대간의 훼손에 대해 정부나 지자체는 대처할 수 있는 기준이나 원칙들을 만들어 놓
질 못하고 있다. 얼마나 더 백두대간의 이러한 훼손과 오염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지 알 수 없
다. 이러한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 과거에는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호랑이를 비롯
한 동물들과 식물들이 생존여건에 따라 이동을 반복했을 것이다. 이러한 생태이동통로로서의 백
두대간을 복원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생물종 보전과 자연생태의 장으로서 우리 후세에게 물려줄
수 있는 커다란 자산임을 생각해야 한다. 또한 이를 위해 절대적인 기준으로 복원을 계획하고 실
행에 옮겨야 한다. 아울러 정맥은 백두대간의 1차적 지류로서 우리나라 전체에 대한 동물의 이동
통로로서의 역할을 갖는다. 장차 대간뿐만이 아니라 정맥에 대한 전국적인 야생동식물의 네트워
크로서 백두대간과 정맥이 세워져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남북간의 생태교류 및 통일교류
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둘째, 백두대간 관리방안 마련은 수자원 관리와 연계시켜 구상되어야 한다. 백두대간은 우리나
라 전체 수자원의 발원이다. 백두대간의 관리방안에는 수자원에 대한 방안 및 오염원에 대한 대
책도 포함되어야 한다. 최근 가뭄에 대한 대책으로 제기되는 녹색댐의 핵심 또한 백두대간일 수
밖에 없다. 백두대간은 모든 수계를 나누는 기준으로 모든 수원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수원의 발
원지에 대한 대책 없이 하류지역의 하수처리시설 등의 관리에만 치중한다면 상류지역의 관리에
비해 더 많은 예산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때문에 대간뿐 아니라 대간의 지류인 정맥에 대해서도
관리방안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간과 정맥에 대한 관리는 수자원에 대한 관리이
자 전국의 그린벨트, 야생동식물벨트 형성과도 정책의 궤를 같이 해야 한다.
셋째, 백두대간 관리방안 마련은 역사문화적 측면을 포함해 구상돼야 한다. 백두대간이 갖는 문
화적, 역사적 유산에 대한 고찰 및 복원이 필요하다. 백두대간이 갖는 지리적 특성으로 우리나
라 역사의 발전과 백두대간은 함께 한다고 할 수 있다. 경상도에서 서울(한양)로 넘어가기 위해
삼국시대에 처음 계립령(하늘재)이 개척되었고 조선시대 이후 조령관문이 중심지가 되기도 했
다. 그리고 삼국시대 신라가 통일의 발판을 마련한 한강유역의 확보는 신라가 백두대간을 넘어
한강으로의 진출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역사문화에 있어 해방이후 산맥중심의 지
리적 관점을 바탕으로 역사를 조명하고 논하다보니 일제시대의 신생개념인 산맥이 지리적 인식
의 중심에 위치하게 돼 올바른 역사 인식이 될 수 없었다. 고래로 내려오는 백두대간식 지리인식
을 바탕으로 우리의 역사를 재조명해야 올바른 역사를 되찾을 수 있다.
넷째, 백두대간 관리방안 마련은 지역주민이 관리주체라는 관점에서 구상돼야 한다. 백두대간의
관리주체는 지역주민이다. 백두대간의 보전과 주민의 생활권은 상반된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게
해야 한다. 백두대간 주변의 주민은 주변의 풍부한 자연환경에 대해 스스로 축복받았다고 생각하
기보단 생활규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산속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들 때문에 농
작물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주류다. 그리고 항상 수계의 최상류에 살고 있기 때문
에 많은 규제를 받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러나 주민자신이 관리주체가 되지 않는다면 백두
대간을 보전한다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백두대간 직접지불제, 각
종 세제혜택 등 주민을 관리주체로 세우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백두대간의 관리방안
은 공허해 질 것이다.

김태경 tkkim@baekdudaegan.org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무국장



백두대간

백두대간(白頭大幹)은 백두산 장군봉에서 지리산 천왕봉에 이르는 길이 1400킬로미터(남한지역
670킬로미터)의 산줄기이다. 이미 존재해 오던 우리나라의 전통적 지리개념을 8세기 말엽 ‘산경
표’(山經表, 저자를 여암 신경준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그 시기와 저자에 대한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를 통해 체계화했다. 산경표에서는 우리나라의 큰 산줄기를 1대간 1정간 13
정맥으로 구분해 정리하고 있는데, 이중 근간이자 기둥이 되는 가장 커다란 산줄기가 바로 백두
대간이다.
반면 산맥도는 일제침략기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1903년 일본 지질학자 고또분지로는 지하자
원 수탈을 목적으로 14개월에 걸쳐 한반도의 지질조사를 실시하였으며 그 조사결과인 ‘한반도
의 지질구조도’에서 산맥개념을 처음 제기했다. 따라서 지질선에 입각한 산맥개념은 실제 지형
과는 다른 것이다. 이때부터 산맥도가 원래 산줄기의 개념인 산경도를 대신하게 됐으며 백두대간
이 사라진 자리를 태백산맥이 차지하게 되었다.
백두대간에서는 하나의 정간과 13개의 정맥이 뻗어 나온다. 하나의 정간이 장백정간이며, 열세개
의 정맥이 청북정맥, 청남정맥, 해서정맥, 임진북예성남정맥, 한북정맥, 한남정맥, 금북정맥, 금
남정맥, 호남정맥, 낙동정맥, 낙남정맥, 한남금북정맥, 금남호남정맥이다. 정간은 대간은 아니지
만 정맥과는 높은 급이다. 최근 정간과 정맥을 묶어 14정맥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2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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