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2] 반달가슴곰 복원 프로젝트

반달가슴곰 복원 프로젝트


2003년 11월 17일 반달가슴곰팀은 지리산에서 방사적응 실험중인 반달가슴곰 반돌이를 포획했
다. 발신기 교체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반돌이는 5월경 53킬로그램이었던 몸무게가 예상외로 6개
월 만에 114킬로그램으로 늘어나면서 작아진 발신기로 목에 상처가 나 있었다. 따라서 치료를 위
해 당분간 우리에서 보호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18일 새벽 반돌이가 바닥에 땅굴을 파고 탈출
해 버린 사건이 있었다.
반돌이의 탈출 이후 일부 언론에서는 방사곰 복원 프로젝트가 실패했다는 기사들이 나오고 환경
부에서는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해명자료를 내는 소동을 벌였다. 보호중이던 곰이 발신기 없
이 탈출했으니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사실 이것은 복원계획의 실패
가 아니라 준비부족이나 대책미흡이라는 지적이 맞다.

한 종의 복원을 위해선 장기계획이 필수
2001년 국립환경연구원 G7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된 반달가슴곰 프로젝트는 우리 땅에서 사라
져 가는 반달가슴곰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과연 반달가슴곰이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가, 방사한 곰들이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에서 출발했다. 그 결과 2001년 9월부터 11월까지 지리
산 인근에서 방사적응 실험중이던 네 마리의 어린 곰(장군, 반돌, 반순, 막내)들을 대상으로 지
리산 자연상태에서 실험을 계속하기로 했다. 막내는 10월에 이미 등산객을 따라다니면서 먹이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 회수됐고 반순은 2002년 봄에 사체로 발견, 적응에 실패해 죽은 것으로 추정
됐다.
이러던 중에 2002년 4월 방사곰 관리업무가 국립환경연구원에서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 이관되면
서 5월에 비로소 방사 반달가슴곰 전담관리팀이 구성됐다. 팀이 증원되면서 방사곰 무선추적, 밀
렵순찰, 서식지 및 흔적조사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2004년 1월 현재 반달가슴
곰관리팀에는 박사급 1명, 석사급 6명, 학사급 5명 조원 6명으로 총 18명의 팀원으로 구성돼 있
다.
한 종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 지리산과 같은 넓이의 산악지역에
서 50마리 이상의 개체수가 생존해야만 그 종이 멸종하지 않고 개체수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그래서 지리산에도 이 정도 개체수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환
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2002년말에 반달가슴곰팀에서 야생곰의 실체를
촬영한 바 있지만 정확한 개체수를 말할 수 있는 자료나 정보는 없는 상태다. 다만 현재 지리산
에는 5~10마리의 야생 반달가슴곰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반달가슴곰은 히말라야, 러시아 연해주, 중국, 한국, 일본 등지에 넓게 분포한다. 러시아
와 일본에는 반달가슴곰의 개체수가 많아서 자연보호구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특별한 보호대책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표되는 연구논문들도 곰의 식성이나 곰에 의해서 발생되는 피해 유
형과 대책이 주를 이룬다. 그만큼 이들 국가에는 많은 곰들이 서식하고 있다. 하지만 남한에 서
식하는 반달가슴곰의 개체수는 매우 적기 때문에 자연상태에서 멸종을 당하지 않을 정도의 개체
수까지 늘리기 위해서는 인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반달가슴곰팀은 올해 러시아의 우수리스크 보호구와 협정을 체결하여 매년 5~6마리의 어린 곰들
을 들여와 지리산에 방사할 예정이다.

복원사업의 성패를 논하긴 이르다
‘곰’ 하면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과 호랑이 이야기
나 웅담일 것이다. 많았던 반달가슴곰이 멸종위기에 처한 것은 한국인 특유의 보신문화와 산업화
에 의한 서식지 파괴가 가장 큰 요인으로 생각된다. 반달가슴곰이 지리산에 수백 마리가 서식한
다 하더라도 이러한 보신문화가 우리 생활문화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면 멸종에 이르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2001년 하반기에 방사된 곰이 네 마리에서 두 마리로 줄었다는 사실이 실패로 보일 수 있다. 방
사된 곰이 민가에 자주 내려오는 문제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처음 방사전 단계에서 사
육시설에서 인간과 너무 밀접하게 생활하고 길들여진 곰들이기 때문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
였다. 원래 자연상태에서의 야생곰 사망률도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야생 적응 가능성을 보기 위해 실험적으로 방사되었던 개체들이 일부 문제를 제외하고는
너무나 잘 적응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린 곰인데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자
연적응을 하고 있고 지리산도 아직 훌륭한 자연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현재까지 우리의
판단이다. 러시아에서 새로 들여올 반달가슴곰들은 이전에 방사된 개체를 통해서 얻은 정보가 있
어 시행착오를 많이 줄이며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복원이 실패냐 성공이냐 하는 것은 그 복원계획의 모든 것이 끝난 뒤에 해도 충분하다. 첫 단계
에서 발생한 시행착오에 대해 다음 단계에서 그 문제점을 해결하고, 잘 되었던 점은 지속해 나가
야 한다. 이제 복원 프로젝트는 2년을 지나 3년으로 가고 있는 시점이다.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서 잘못된 길을 가면 그 길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해 주고 부족한 것이 있다면 채워주
는 것이 반달가슴곰의 복원뿐만이 아니라 다른 멸종위기종의 복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달가슴곰과 같은 멸종위기의 야생동물이 이 땅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야생동물이 인간의 이기
적 이익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같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이라는 국민적 인식
이 필요하다. 풀 한 포기의 생명, 새 한 마리의 생명, 반달가슴곰 한 마리의 생명과 한 사람의
생명의 무게는 다르지 않다.

차인환 rescuek911@yahoo.co.kr
국립공원관리공단 반달가슴곰관리팀 연구원
사진제공 / 반달가슴곰관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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