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8] 플라스틱에 숨겨진 재앙의 불씨

플라스틱에 숨겨진 재앙의 불씨
양장일/쓰레기문제해결을위한시민운동협의회 사무국장

‘플라스틱 섹스’라는 이남희의 소설이 있다. 여기서 ‘플라스틱’은 한 마디로
‘일회용’이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제 플라스틱은 일회용처럼 흔한 것이 되었
고, 세상 곳곳에 퍼져 있어 현대를 ‘플라스틱 시대’라고 불러도 어울릴 정도이다.
플라스틱 사용량은 전세계적으로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으며 중국을 비롯한 제 3세
계의 사용량은 세계 평균증가율을 앞서고 있다.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스티렌
(PolyStyren)의 미국사용량만 해도 1996년 2천7백94천톤에서 97년에는 2천9백7천톤
으로 1년 사이에 4%가량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사용량은 1991년 2천5백93천톤에서 95년에는 3천4백88천톤으
로 늘어나 4년만에 34.5% 증가했으며, 1인당 사용량도 60kg에서 78.1kg으로 30.2%
증가했다. 즉 우리나라 국민각자는 1년에 자신의 몸무게 보다도 많은 양의 플라스
틱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컵라면 용기의 경우 매년
6억개 정도가 소모되고 가격은 1백50억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쓰레기공해와 환경호르몬의 주범
문명의 이기로만 알았던 자동차가 대기오염의 주범이자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의
중대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듯이, 이제 헤아릴 수 없는 용도를 자랑하며 편리함의
상징처럼 보이던 플라스틱이 자신을 만든 인간과 자연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분해가 어렵다는 점에서 환경의 골치덩어리 중의 하나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인간과 야생동물의 기형과 생식이상을 초래하는 환경호르몬(내분
비계 교란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쓰레기’보다 더 큰 재앙의 원인
으로 지목되고 있다.
플라스틱은 자연상태에서는 거의 분해되지 않는다. 플라스틱병은 분해기간이 100년
이상, 스티로폼은 500년 이상 걸려야 썩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에, 플라스틱은 사
실상 썩지 않는 공해덩어리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플라스
틱 재활용률은 1996년의 경우 16.1%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80% 이상이 쓰레기로 전락해 우리나라 쓰레기의 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환경호르몬은 인간의 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일으키며 생식기
능에 치명적인 교란을 일으킨다. 환경호르몬에 의한 생태계의 위협이 초기에는
DDT와 같은 농약, 다이옥신 등의 화학물질로부터 기인한다는 전제가 일반적이었
다. 그러나 생물세포와 동물실험을 하던 과학자들은 전혀 기대하지 못한 곳, 즉 비
활성 또는 무독성이라 여겨졌던 모든 생산품에서 바로 그러한 위협을 발견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플라스틱이다. 가장 정밀함과 세밀함을 요구받는 실험과정,
즉 실험용기로 쓰이는 플라스크, 시험관 등의 재질인 플라스틱 원료 자체가 환경호
르몬 물질 ‘p-노닐페놀’, ‘비스페놀A’을 포함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환경호르몬인 스티렌다이머 스티렌트리머를 방출하는 폴리스티렌(PS)은 에어콘, 냉
장고, TV, 라디오와 같은 전기제품, 가구, 화장실 용품, 건축자재, 포장용기, 산업용
등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미국 환경청에서 환경호르몬으로 규제하고 있는 비스
페놀A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폴리카보네이트(PC)는 특히 유아용 젓병과
마시는 물을 담는 생수통을 비롯해, 건강을 위해 사용하는 녹즙기, 음료수 캔의 코
팅재로 사용되고 있다. 폴리스티렌(PS)은 컵라면 용기, 접시, 컵 뿐만아니라 아이들
의 완구와 의료용기에도 사용되고 있다.
폴리스티렌은 1997년 미국의 경우 완구류에 8만7천톤, 의료용으로 4만3천톤, 접시류
3만2천톤, 음식보관용기 11만톤, 계란용기 3만톤, 우유 콘테이너용 8만9천톤, 자동판
매기용 컵 15만2천톤 등 2백90만톤이 사용되었다.

보건당국의 무사안일
이처럼 플라스틱 사용의 광범위한 확산과 이에따라 환경호르몬 피해도 가중될 것이
라는 예측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환경보건당국의 최근 행태는 국민의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환경호르몬의 확산정도와 그 피해를 정확히 규명해야할 책임을 지닌 식
품의약품안정청이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선진 외국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안스러움’마저 느끼게 한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경우처럼 정부당국에서는 컵라면용기가 환경호르몬을 포함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반면, 컵라면 유관업계에서 반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과는 판이하
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더군다나 생명보전에 대한 우리 보건당국의 민첩
성은 찾아보기 어렵고, 2008년까지 종합대책을 세우겠다는 느림보 계획만을 발표하
고 있을 뿐이다.
일본의 경우는 올해초 ‘환경호르몬’ 문제가 여론화되자 곧바로 정부차원의 대책
기구를 구성함은 물론 올 한해에만 1천억이 넘는 추경예산을 확정해 67종에 달하는
화학물질의 환경호르몬 영향을 조사하는 전략을 마련했다. 미국의 경우도 지난 95
년부터 환경청을 중심으로 환경호르몬에 대한 종합연구가 진행중이며, 2003년까지
규제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국제적인 규제기준
마련에 발벗고 나섰다.
특히 한편에서는 세계 선진국들의 환경호르몬 연구조사와 규제추세가 환경호르몬
피해에 대한 명확한 규명과 예방책 마련이라는 일차적인 목적이외에도, 환경호르몬
에 의한 국제무역규제에서의 우선권을 확보하려는 치밀한 계산에서 비롯되고 있다
는 시각도 존재한다.
혹자는 환경호르몬을 ‘3대 환경재앙’, ‘현대의 흑사병’ 등으로 비유한다. 지구
온난화나 오촌층파괴를 단순한 가설로 치부해 버리다 결국 대응할 수 있는 많은 시
간을 낭비하고 돌이키기 어려운 위기에 직면해 있음이 현대의 인류가 처한 현실이
다. 환경문제의 최고해결책이 사전예방이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인류와 미래의
생존을 위해 우리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환경호르몬에 대한 신속하면서도
광범위하고 치밀한 연구, 그에 따른 포괄적인 플라스틱의 생산 및 사용규제는, 우리
세대가 미래세대로까지 생태계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감내해야 할 최소한의 책
임인 것이다.
堊盈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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