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해제 - 환경부 초고속 행정의 알 수 없는 내막

멸종위기종 해제
환경부 초고속 행정의 알 수 없는 내막

 

정나래 환경운동연합 국토생태 담당 간사 nadanarae@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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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오리. 농경지, 호수 등의 서식지가 감소하고 있으며 일본, 아시아, IUCN이 취약종(VU)으로
지정하고 있으나 최근 10년간 국내 관찰 개체수가 비교적 많고 감소하지 않았다며 해제함 ⓒ김신환


생물다양성협약기구(CBD)가 2010년 5월에 발표한 ‘`제3차 세계 생물다양성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지구상에 서식하는 생물종의 4분의 1이 멸종위기에 처했으며 현재 평균 20분에 1종이 멸종한다고 한다. 그 중 양서류는 1960년대 이후 42퍼센트가 사라졌고 현재 1200종이 넘는 물새 가운데 44퍼센트가 줄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생물종의 급감은 인류에게도 치명적인 위협이라는 전망 가운데 작년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생물다양성 협약에서는 ‘`생물 다양성의 손실을 멈추기 위한 긴급행동을 실시한다.`’는 목적 아래 「2020년까지 내륙의 17퍼센트 이상, 해양의 10퍼센트 보호구역을 설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아이치타겟을 채택했다.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멸종위기종과 그 서식지를 보전하는 것이다. 전 세계멸종위기종의 추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매년 만여 명의 전문가와 과학자들이 참여해 발표하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목록인 레드 리스트(Red List)이다. 1996년 1만1046종이었던 레드리스트는 올 초 1만9265종으로 늘어났다. 이는 서식실태에 관한 조사가 이루어진 총 5만9508종의 생물 중 무려 32.4퍼센트에 달한다. 특히 양서류의 경우는 서식지역의 개발과 오염으로 데이터를 얻을 수 없는 종을 포함하면 최대 56퍼센트가 멸종위기종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이제 지구상의 생물종 대다수가 멸종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봐야 할 상황이다.

 

각종 개발 사업에 눈엣가시?
생물다양성 총회 이후 환경부에서는 생물자원의 이용과 이익의 분배에 관한 ‘`나고야 의정서`’에 대한 홍보와 대비에 분주하다. 올 초 환경부는 ‘`생물유전자원확보, 부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심층 토론회를 주최했다. 이후에도 환경부는 ‘`생물유전자원`’, ‘`생물자원 이용`’이라는 것에 어떻게 대비해 국내와 생물자원이 풍부한 3세계 국가들의 유전자원에 먼저 깃발을 꽂을 것인지에만 고심하고 있는 듯하다. 총회가 열린 지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내년 인도 총회에서 구체화될 아이치타겟, 즉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보호구역 설정 목표를 어떻게 달성해 갈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준비가 없는 상황이다. 그저 ‘`최선을 다하겠다, 노력하겠다.`’는 말로만 1년을 버티고 있다.


이런 환경부의 정책 아래 멸종위기종에 대한 인식 또한 왜곡되어가고 있다. 멸종위기종이란 단어를 검색해보면 나오는 뉴스의 대부분은 ‘`서식지 발견`’ 또는 ‘`복원`’에 관한 내용들이다. 과거에 비해 시민들의 환경 전반에 관한 인식이 향상되면서 더 폭넓은 모니터링이 이루어지다 보니 이전엔 몰랐던 서식지들이 발견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발견`’과 함께 있어야 할 ‘`보전`’이라는 단어 대신 언제나 ‘`복원`’이라는 단어에 방점이 찍혀 희소식으로 전달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절대불가피한 상황에 의해 서식지가 훼손된 경우 실험실에서 종 복원에 성공해 식물원이나 동물원에서 적응기간을 거쳐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함이 아니라면 복원사업은 자칫 서식지 파괴를 가능하게 하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사업의 현장에서 언급되기 시작한 멸종위기종이나 서식지 문제가 많은 이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천성산 도롱뇽을 두고 벌어진 지율스님의 단식 때부터였을 것이다. 그 뒤로 간척사업현장에서는 넓적부리도요와 저어새 등 국제적 멸종위기종 철새가, 도심개발사업에서는 맹꽁이가 사업을 둘러싼 논란의 한 가운데 있었고 작년 4대강사업이 본격화되면서는 단양쑥부쟁이, 꾸구리, 층층둥굴레, 귀이빨대칭이, 수달, 삵 등의 멸종위기종들이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4개월 만에 졸속으로 이루어진 환경영향평가를 담보로 강행되는 사업의 부당함을 극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라는 이유로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낙원이었던 새만금 갯벌은 법정보호종들의 서식지를 완전히 파괴하는 물막이 공사가 완공된 지 5년이 지난 지금도 ‘`대체서식지를 조성하는 노력을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되고 있고 그 사이 새만금에 도래하던 도요물떼새들은 방조제 완공 전후인 2006년부터 2008년 사이 75퍼센트가 급감했고 전문가들은 이 개체들이 서식지를 이전한 것이 아니라 실종된 것으로 보았다. 작년 4대강 사업 현장에서 현장활동가들의 진입을 저지하던 공사관계자들의 입에서는 거친 욕설과 함께 ‘`멸종위기종 나오면 끝이니 무조건 막아라.`’ 얘기가 나왔다. 남한강의 단양쑥부쟁이와 수달, 낙동강의 귀이빨대칭이, 백곡저수지의 미호종개, 제주 강정마을의 맹꽁이…… 어느 하나 현장에서 발견될 때마다 공사 관계자들에게 눈엣가시처럼 걸려 있다가 결국 대체서식지 조성이라는 검증도 되지 않은 계획에 의해 그 서식지들은 지금 삽날에 밀려가는 상황이다.

 

멸종위기종 해제, 환경부의 새까만 속내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을 ‘`손보려`’한다는 얘기는 작년 말부터 들려왔다. 지난 4월 국립생물자원관에 주었다는 용역의 내용을 확인하려 했지만 길은 없었다. 당시 기사화된 호랑이와 스라소니의 멸종위기종 해제에 관해 묻자  “`선생님이 북한까지 가서 호랑이 보호하실 랍니까?`”라고 쏘아붙이며 “`대한민국 환경부이니 대한민국 영토 내내의 종들만 관리하겠다.`”던 담당 공무원의 태도는 이번 작업에 임한 환경부의 태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던 환경부가 지난 6월 16일 ‘`멸종위기야생동식물 후보종 도입한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제목만 보면 그저 후보종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새롭게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을 보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는 멸종위기종 지정관리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내용 외에 현재 법정보호종인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21종 중 가창오리, 층층둥글레 등 38종을 해제하고 삵, 맹꽁이, 하늘다람쥐, 큰기러기, 묵납자루 등 18종을 해제후보종으로 두고 1~2년간의 모니터링을 거쳐 해제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수달, 노랑부리저어새, 흰수마자, 귀이빨대칭이 등 9종은 멸종위기종 1급에서 2급으로 조정했다. 많은 언론들이 환경부의 입장을 읊으며 이번 작업을 거치면 총 21종이 늘어나는 것이라 치하하고 있다. 그러나 5년 사이 21종을 늘린 것은 십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한 IUCN 레드리스트나 27년 사이 12배 이상 증가해 현재 1376종의 멸종위기종을 지정·관리하고 있는 미국 등 국제흐름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자랑할 만한 수치가 전혀 못 된다.


이번에 발표된 멸종위기종 지정관리 개선안의 내용도 선명하지 않다. 환경부 보도자료에는 그간 2~7년마다 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진 멸종위기종 선정과 해제를 5년 주기로 정례화한다고 하나 해당 연구용역보고서에는 ‘`5년 주기로 하다 보니 한 번 지정하고 나면 수정이 불가능해 긴급한 종에 대해 대책 수립을 하지 못한다.`’며 멸종위기종관리위원회를 신설해 ‘`선정과 해제를 수시로 담당하게 한다.`’고 되어있다. 위원회의 법적 지위와 구성 또한 불분명해 여타의 위원회와 같이 정부관계자와 용역 연구자로 과반수를 채워 결국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을 그대로 읊는 역할만 하게 될 우려가 높다.


연구용역 보고서 초반에 등장하는 미국, 일본의 사례나 IUCN의 레드리스트는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았다. IUCN은 과거 지정종에 대한 현재 데이터가 없는 경우 일단 리스트에 존속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환경부는 다수의 종들을 ‘`현재 뚜렷한 감소 추세를 인지할 수 없다.`’거나 ‘`서식지파괴에 관한 정보가 없다.`’는 이유로 해제하려 한다. IUCN의 레드리스트를 참고해 선정기준을 개선한다고 했지만 해제에 관한 기준은 여전히 우후죽순이다. 또한 현 야생동식물법의 멸종위기야생동식물에 관한 정의에는 존재하지 않는 ‘`국내에서`’라는 단어를 법정보호종의 기준에 명시하고 앞으로 국제적 멸종위기종들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목록에 록에 속한 종에 대해서만 관리하겠다고 한다. 이는 미국이 CITES종과 멸종위기동식물을 독립적으로 처리하는 것과는 상반된다. 노랑부리저어새 등 일부 철새들을 해제, 하향하는 이유 중에는 과거에 국내에서 번식했으나 최근 번식기록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도 있다. 각종 개발로 파괴된 번식지 복원을 위해 서식환경을 개선해야 할 환경부가 국내에서 번식하지 않는 종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며 해제하는 것은 생물다양성협약의 당사국으로서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다.

 

무엇을 지킬 것인가
지난 7월 28일 환경노동위원회 국회의원들과 환경연합, 녹색연합 등 6개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토론회에 이번 환경부의 결정을 이끈 연구용역의 총괄을 맡은 순천향대 신현철 교수가 참석했다. 그는 적어도 이번 연구에 참여한 학자들은 양심을 가지고 지난 1년간 잠을 설쳐가며 최선을 다했다며 그들을 ‘`용역학자`’로 치부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참여한 정민걸 공주대 교수는 이번 지정해제건에 대한 타당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한 그러한 연구용역의 책임자는 4대강사업 등 각종 개발사업에 면죄부를 주려는 환경부의 꼼수에 가담한,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학자일 뿐이라 맞섰다.


연구용역의 책임자는 본인의 맡은 일을 마쳤으니 환경부가 이후 이를 어떻게 적용할지는 답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환경부가 현재 발표된 멸종위기종 해제 건을 8월내에 확정하고 9월부터 곧바로 법령 개정에 착수해 올 안에 최종 완료하겠다는 과정에 시민단체의 의견을 일절 배제하겠다는 가장 큰 근거는 바로 ‘`국내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연구진`’들이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양심적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학자들 중에는 ‘`자신은 이번 연구용역의 내용은 모른 채 짧은 자문을 주었을 뿐`’이라거나 ‘`우리의 연구가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과정중에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럼에도 연구용역결과는 이제 그들의 손을 떠나 환경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앞으로도 개선해야 한다는 미완성 연구용역과 거기에 참여한 80여 명 학자들의 면면을 근거로 환경부는 이제 38종의 멸종위기종을 해제하려 한다. 공청회를 열더라도 더 이상의 의견 수렴을 통한 리스트 수정은 없다는 것이 환경부의 입장이다. 졸속으로 이루어진 토목 개발 사업의 결과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2011년 여름, 멸종위기종이라는 타이틀을 걸고도 지키지 못했던 한반도의 멸종위기종들의 미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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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발말똥가리. 최근 10년간 23개체 이하로 도래하는 겨울철새.
도래 개체수가 적다는 이유로 해제 ⓒ김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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삵.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삵은 ‘다수의 개체군이 서식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 해제 후보종으로 둔 근거의 전부다. ‘서식지 파괴나 로드킬 사례가 급증한다.’고 언급하면서도 해제하려는 근거가 없다 ⓒ김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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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꽁이. ‘정밀조사 결과 전국에 2550개체, 67개 개체군 존재하므로 법정보호종 선정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제 후보종으로 지정. 도심지 그린벨트 지역 개발 등에 직면해 있고 지난 10년간 개체군수 85퍼센트가 급감한다고 언급하면서도 해제 후보종으로 지정된 이상한 사례 ⓒ(사)두꺼비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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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이빨대칭이. 국내 10여 지역에서 각각 150 내외의 개체가 서식하는 희귀패류임에도 1998년 멸종위기종 지정 후 모니터링을 통해 새로운 개체군이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등급 하향 조정 ⓒ대구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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