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철거 없는 취수원 이전은 낙동강 포기 선언”

지난 6월 24일 낙동강유역위 본회의가 열리는 환경부 세종청사 앞에서 환경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이 보 처리 방안 없는 취수원 이전 계획을 철회하라고 외쳤다 ⓒ나선영
 
낙동강 보 처리 방안에 대한 계획 없이 취수원 이전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낙동강통합물관리방안이 의결됐다. 지난 6월 24일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이하 낙동강유역위)는 본회의를 열어 구미 해평취수장과 추가고도정수처리 등으로 먹는 물을 확보해 대구와 경북지역에, 합천 황강 복류수와 창녕 강변여과수를 개발해 경남 중동부와 부산에, 운문댐 물을 울산시에 공급한다는 내용의 취수원  다변화 계획을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환경부와 낙동강유역위는 이를 취수원 다변화라 표현했지만 사실상 기존의 낙동강 본류 대신 지천으로 취수장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낙동강 유역에서 활동하는 환경연합은 보 처리 방안 없는 취수원 이전은 낙동강 포기 선언이라며 이 같은 통합물관리 안 폐지와 24일 낙동강유역위 본회의 취소를 요구하며 6월 17일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22일부터는 농성장을 환경부 세종청사 앞으로 옮겨 환경연합 김수동 공동대표, 부산환경연합 민은주 사무처장, 대구환경연합 곽상수 운영위원장이 단식농성을 이어왔다. 
 
낙동강유역위 회의가 열린 24일에는 합천과 창녕 주민들이 환경부 세종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취수원 이전 결사반대를 외쳤다. 전국의 환경연합 활동가들과 낙동강유역 시민사회단체도 취수원 이전은 낙동강을 또 다시 죽이는 일이라며 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환경부와 낙동강유역위는 이를 무시한 채 회의를 강행했고 취수장 이전을 의결했다.  
 

취수원 이전은 낙동강 포기 선언

 
환경연합은 환경부 세종청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하며 낙동강을 살리라 요구했다 ⓒ박은수
 
회의 직후 환경부와 낙동강유역위는 보도 자료를 내고 낙동강 본류수질 개선을 최우선으로 하는 먹는 물 안전관리 초석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이 밝힌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의 주요내용을 보면 2028년까지 취수원을 낙동강 본류가 아닌 지천으로 이전하는 것이 우선이다. 해당 지역민들의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취수원 이전 지역에 대해 상수원보호구역 등의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하고 기금을 조성해 금전적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낙동강 본류에 대해서는 2030년 주요 지점 수질을 Ⅱ급수 이상으로 개선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정작 낙동강 본류의 주요 오염원으로 지목되어온 낙동강 최상류 석포제련소나 4대강 보 처리 방안 등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김수동 대표는 “낙동강은 최상류에 자리한 석포제련소로 인한 중금속 문제, 공단에서 발생하는 유해미량물질 문제, 그리고 4대강 보로 인한 수질 문제가 있다. 낙동강을 오염시키는 3대 요인을 그대로 존치하면서 식수원인 낙동강을 관리한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환경부와 낙동강유역위가 내놓은 시간표를 보더라도 취수원 이전이 먼저이고 낙동강 본류 수질 개선은 그 다음이다. 취수원이 이전되면 낙동강 본류수에 대한 관심과 개선 요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그런 상황에서 낙동강 본류의 수질개선이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다. 환경연합 등 환경단체는 과거 광주시민들의 식수원을 영산강에서 주안댐으로 이전한 후 영산강 수질이 농업용수로도 부적절한 상태로 악화되었던 사례를 들며 낙동강 취수원 이전 후 낙동강 수질이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
 
무엇보다 낙동강에 건설된 8개 보 처리 방안이 없다. 낙동강유역에서 오랫동안 낙동강을 모니터링하고 활동해온 환경단체들은 낙동강에 건설된 8개 보로 인해 낙동강 수질이 급속도로 악화되었으며 이에 대한 처리 방안을 조속히 내놓을 것을 요구해왔다. 대구환경연합 운영위원장이자 낙동강변에서 농사를 짓는 곽상수 위원장은 “낙동강 특별법이 제정된 후 낙동강 수질개선을 위해 민관이 노력했고 일부 성과도 나타났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4대강사업 후 수포로 돌아갔다. 보로 인해 유속이 느려지고 녹조가 발생하면서 낙동강 수질이 더 악화됐다.”며 “지난 5월 낙동강 퇴적토 조사를 진행했는데 보통 하류로 갈수록 좋지 않은데 이번에 보니 상류에서 시커먼 뻘층이 더 많이 보였다. 8개 보 중 하류에 있는 두 개의 보는 그나마 부분 개방이라도 했지만 나머지 6개 보는 실질적인 개방이 없었다. 10, 20센티미터 수위를 낮췄을 뿐이다. 보가 있는 상황에서 상류로 갈수록 더 좋은 물이 아니라는 말이다.”고 곽 위원장은 전했다. 녹조도 여전히 큰 문제다.  
 
환경부는 취수원 이전과 별개로 낙동강 보 처리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지만 4년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이다. 모니터링을 위한 수문개방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이다. 김수동 공동대표는 “4대강 재자연화와 보 처리 방안 마련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놓았고 국정과제다. 하지만 4년이 지나도록 수문 하나 열지 못하더니 느닷없이 낙동강 통합물관리 계획이란 거창한 이름으로 취수원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며 “그동안 정부는 보 개방을 반대하는 일부 농민들과 지자체를 그대로 보고만 있었다. 이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부산 시민들의 맑은 물 공급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방안으로 취수원 이전을 꺼내든 것이다. 결국 낙동강 통합물관리 계획이 아닌 2022년 대선 관리 방안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합의와 소통 사라진 유역위 어쩌나

 
지난 6월 24일 낙동강유역위 본회의가 열리는 환경부 세종청사 앞에서 환경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이 보 처리 방안 없는 취수원 이전 계획을 철회하라고 외쳤다 ⓒ나선영
 
환경연합을 비롯한 낙동강 유역의 환경운동가들과 합천 및 창녕 지역의 주민들은 이번 결정이 유역 주민 및 시민단체와의 합의, 소통 없이 낙동강유역위와 환경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취수원 이전 계획부터 안건 상정, 그리고 의결되기까지 지역민과 시민사회와의 합의나 소통은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역민과 시민사회는 취수원 이전 계획에 대해 끊임없이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지난해 8월 환경부가 ‘낙동강 유역 통합물관리 방안 마련 연구용역’ 중간성과 보고회를 열어 취수원 이전 계획을 발표하려 했으나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반발로 파행을 빚기도 했다. 그럼에도 낙동강유역위는 환경부가 제시한 안을 ‘낙동강통합물관리기본계획’ 핵심내용으로 그대로 상정했다. 심지어 지난 6월 16일 낙동강유역위는 취수원 이전 계획에 항의하는 지역민과 시민사회를 피해 회의 장소의 건물 셔터를 내리고 진행해 비판 받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낙동강유역위는 대통령직속인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소속으로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관 위주의 일방적인 물 관리정책을 바로 잡고 유역 내 민관의 합치와 소통을 통해 물 관리계획을 세우고 유역 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기구다. 그 구성도 환경부장관과 민간위원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으며 지자체장과 공공기관의 장 등이 당연직 위원으로 농민, 주민, 전문가 등이 민간 위원으로 참여하도록 했다. 때문에 환경부와 낙동강유역위는 이번 의결이 ‘협치’를 통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보듯 낙동강유역위는 지역민과 시민사회와의 소통이 전혀 되지 않았고 갈등만 일으켰다. 그 이유가 뭘까. “유역 내 지자체장들이 민간위원을 추천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그중에는 주민들과 생각이 일치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추천을 해준 지자체장이나 환경부 말을 따를 수밖에 없고 대부분 거수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김수동 대표는 설명했다. 몇몇 민간위원들은 취수원 이전 계획에 반대 뜻을 밝히며 회의에 불참 선언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낙동강유역위 본회의에 전체 위원 43명 중 29명만 참석했고 찬성 24표로 취수원 이전이 결정됐다.
 
이번 의결로 그동안 낙동강 유역 주민들이 힘들게 합의한 원칙이 깨졌다는 비판도 크다.   취수원 이전 계획은 과거에도 몇 차례 논의되며 지역 간 갈등을 일으켰지만 2000년 낙동강 특별법, 위천공단 백지화(대구), 지리산댐 백지화(부산) 등을 거치며 폐기된 계획인데 이를 낙동강유역위와 환경부가 유역민들의 합의 없이 취수원 이전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대구환경연합 곽상수 위원장은 “대구에서는 낙동강을 지키기 위해 위천공단을 포기했고 지금까지 변변한 공단 하나 없다. 유역민이 합의해서 만든 특별법이 무산되고 강에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원칙이 깨진다면 갈등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산환경연합 민은주 사무처장도 “94년 암모니아성 질소 악취사건 등 유해 화학물질로 인해 부산 시민들은 식수에 대한 걱정이 크다. 그럼에도 낙동강 본류의 수질을 살리고 낙동강 물을 보전하여 자연과 사람이 함께하기 위한 길을 걸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는 시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취수원을 옮기겠다고 하고 있다.”며 “이는 낙동강 본류의 수질 포기하는 것이며, 그동안 낙동강의 수질을 살리기 위한 유역민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낙동강 보 처리 방안 제시하라

 
한정애 환경부장관은 “이번 통합물관리방안의 의결로 낙동강 먹는 물 갈등 해결을 위한 단초를 마련하게 되었다”라고 평가했지만 본회의 통과 후 논란과 갈등은 더 커지고 있다. 환경연합과 낙동강경남네트워크, 낙동강대구경북네트워크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낙동강 유역 합의 없는 취수원 이전 결정은 원천무효라고 선언했다. 이들은 “지역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대를 져버리고 강행된 표결로 낙동강유역의 갈등이 증폭돼 낙동강 공동체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수 있다. 무엇보다 낙동강유역위의 거버넌스 기구로서의 정체성은 심각히 훼손됐으며 유역민들의 불신은 회복하기 어려울 지경에 이를 것”이라며 낙동강유역위 한정애 공동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또한 “낙동강 자연성 회복은 문재인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이다. 보 처리 구체 방안 마련이 우선이다. 임기 내 낙동강 보 처리 방안을 제시하라.”고 거듭 요구했다.
 
글 /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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