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벌인 4대강사업과 환경운동의 잔혹사

국정원이 4대강사업을 반대한 단체 및 전문가 등을 불법적으로 사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출처 국정원
 
어렸을 적, 자연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던 나는 화면 속의 작은 생명들의 모습을 보고 안으로 빠져들었다. 자연에 조화되면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나도 그들과 하나가 되고 싶었다. 아니, 지켜주고 싶었다.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환경을 보면서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내가 저들의 삶을 지키리라.’ 그렇게 마음먹었다. 그리고 나는 환경운동가가 되었다.
 
환경운동연합(환경연합)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후, 환경운동은 내가 생각한 것과는 꽤 다르다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자연 속에서 뭇 생명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도심 속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현수막을 들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필요했다. 현실이었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선, 그것에 대항하는 분명한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움직임의 중심에 환경연합이 있었고, 나는 환경운동가로서 역할을 해야 했다. 
 

그곳에 낭만적인 환경운동은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환경운동에 낭만을 가질 수 있었다. 강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와 하늘을 나는 새들. 이따금씩 지역과 현장을 방문하며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소중함과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새기면서, 이렇게 소중한 생명들을 지키기 위해 일한다는 것이 그저 좋았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 내가 마주한 현실은 더욱 차갑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무렵 온두라스의 환경운동가 베르타 카세라스의 죽음에 대한 정보를 뒤늦게 알게 되었다.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정부와 기업의 무분별한 개발 사업을 막고, 지역 원주민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 몸 바쳐 싸운 카세라스는 2016년 괴한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카세라스는 생전에도 정부의 회유와 개발업자의 협박에 시달렸다고 한다. 환경운동을 하는 매일이 죽음과 가까웠던 것이다. 섬뜩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한, 어찌 보면 의심의 여지없이 당연하고 필요한 이 활동이 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의 일이 아니었다. 환경연합은 이미 많은 적이 있었다. 그것도 국가권력이라는 거대한 상대에게 탄압을 받은 상처를 품고 있었다.
 
현대의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는 데 그 의무가 있다. 우리나라는 이를 헌법으로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헌법과 국민의 자유를 지킨다는 선서를 한다. 이는 명백히 옳은 일이며 당연히 지켜야 할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맹세를 스스로 저버렸다. 자신의 욕심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권력을 동원하여 국가의 주권 그 자체인 국민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사찰을 진행한 것이다. 그 목적은 4대강사업, 대운하사업의 성공이었다. 
 
2018년 7월, 문건이 하나 공개되었다. 환경부의 요청에 대한 국정원의 1쪽 짜리 회신이었다. ‘4대강사업 관련 민간인 사찰 등 활동 내역’이라는 주요 내용을 담은 이 문건은 2008년 12월부터 2010년 6월까지 국정원의 활동이 나타나 있다. 내용 면면을 살펴보면 환경, 지역 시민, 종교, 학계 등 분야별 16개 반대단체를 선정하여 이들을 대상으로 한 비판여론 조성, 내부 갈등 유도, 후원금 모금 차단, 핵심인물의 신원자료 수집, 세무조사 압박 등을 자행하였다. 
 

국가권력이 시민을 탄압한다면

 
승천보를 건설하기 위해 파헤쳐진 영산강 ⓒ최지현
 
4대강사업의 전신이자 실체인 한반도 대운하사업에 대한 야욕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환경단체의 한반도 대운하 백지화 운동 또한 이와 궤를 같이한다.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대운하를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이를 공식적으로 추진하려 했다. 당시 환경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 시민단체들은 타당성이 없고 환경만 망치게 될 이 사업에 크게 반발하였고, 그해 6월 일어난 대규모 촛불집회에서 비판 여론이 조성되면서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대운하사업을 포기하게 된다. 대신, 사실상 이름만 바뀐 4대강 살리기 사업, 일명 4대강사업이 추진되었다. 
 
2007년부터 이어진 악연으로 인해, 이명박 정부는 임기 동안 시민단체에 대한 탄압을 벌였다. 2008년 9월경 검찰 특수부는 환경연합과 환경재단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특수부가 시민사회단체를 압수수색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국정원은 후원금 모금 차단을 통해 환경단체의 활동을 방해했다.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한 기업에 환경단체에 자금 지원을 중단하라고 직접적으로 요구했다. 환경재단의 경우 4대강사업에 우호적인 연구 결과를 나오게 해달라고 요구하며 회유하는 한편, 다른 기업들에게는 환경재단 측에 자금 지원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다양한 압박을 시도했다.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연구자, 교육자에게도 압력이 가해졌다. 4대강사업을 활발히 반대했던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에게 국정원 직원이 직접 접촉하여 동향을 파악하고, 연구용역 최종 심사를 통과하고도 계약 과정에서 발주처인 모 정부기관이 박창근 교수를 연구원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하여 스스로 빠진 적 또한 있었다. 이는 비단 박창근 교수만의 사례는 아니었다. 언론사의 조사에 따르면 4대강사업 찬성 교수가 반대 교수의 연구용역 수주 금액 및 1인당 연구비 평균 금액을 비교한 결과 큰 폭의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정부의 사업에 대해 찬성하는 교수들에게 정부 연구 용역을 몰아줬다는 얘기이다.
 
4대강사업을 가장 앞장서서 반대하던 환경단체의 활동가 또한 국정원의 관리대상이 되었다. 당시 환경연합의 실무자였던 이철재 전 정책국장은 국정원 직원이 수시로 연락을 하여 관련 상황에 대해 질의해 왔다고 회고했다. 
 
2012년 3월 보수단체들이 작성한 ‘4대강국책사업 반대행위 단체 및 인명사전’이 진선미  의원실에 의해 발견됐다. 인명사전에는 환경연합 등 72개 단체와 박원순 시장 등 정치인 35명, 박창근 교수 등 전문가 38명, 염형철 환경연합 전 사무총장 등 사회인사 65명을 주요 행위자로 지적하고 있다. 또한 주요 단체들의 임원 구조, 발언 및 활동, 주요 사안별 시국선언에 참여한 개인의 명단과 연명단체 등을 세세히 기록하고 있다. 이 ‘블랙리스트’의 작성 또한 국정원이 관련되어 있었다. 블랙리스트의 작성은 환경정보평가원이 주도하였는데, 이 환경정보평가원에 국정원의 자금 지원이 있었다. 
 

환경을 지키는 목소리가 탄압받지 않도록 

 
지난 3월 15일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사업을 위한 민간인 불법사찰을 규탄하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
 
사찰 대상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낀 감정은 국정원이 본인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국가권력의 주시 대상이 된 이상,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고 마음만 먹으면 내 개인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삶이 피폐해졌다는 것이다. 국가의 국민으로서, 국토의 자연성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반정부, 좌편향적 정치활동으로 매도하고 이에 대해 압박을 한다면, 어느 누가 나서서 올바른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 이러한 일을 정부가 나서서 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지난 2월 2일 환경연합 등 5개 단체들이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과 연대해 국정원에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 반대 민간인 사찰 관련 문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한 달이 넘어 지난 3월 9일 국정원이 관련 문서 8개를 공개하였다. 공제된 문서에는 2018년 당시 1쪽 짜리 회신 문서에 나타나있던 내용들이 비교적 상세하게 담겨있다. 당시 국정원은 시민단체, 종교계, 학계, 법조인 등 그 대상에 따라 구체적으로 실행계획을 나누고, 4대강사업을 찬성하는 어용단체들에게 예산을 지원하고 이용해야 한다고 제안까지 하였다. 4대강의 자연성 회복을 방해하고 있는 세력들의 민낯을 가늠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4대강사업 반대 운동을 펼쳤던 단체와 관련 인사들이 국가 차원의 감시와 억압을 당했다는 공공연한 사실의 구체적인 증거가 공개되었지만, 이번에 공개된 문건이 수집한 정보의 전부인지는 아직 의구심이 든다. 또한, 이번에 공개한 문서에는 국정원이 불법적인 사찰 정보를 청와대의 여러 인물들에게 전달했다는 것이 명시되어 있다. 당시 4대강사업을 주도한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인물들에 대한 분명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일이 언제라도 다시 반복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이 안전해질 때, 국가 또한 건강해질 수 있다. 국가가 나서서 국민을 감시하고 활동을 방해한 일은 결국 국민을 아프게 하고, 국가마저 병들게 할 것이다. 국정원의 문건 공개는 뿌리 깊은 국가권력의 부패를 청산할 초석이 될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불법 사찰을 지시 및 감독한 책임자들에 대한 엄벌이 뒤따라야 하며, 다시는 국가권력이 시민들의 목소리를 탄압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비록 내가 꿈꾸던 낭만 가득한 모습은 아닐지라도, 환경운동의 현실이 이렇게 잔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글 / 김종원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생태보전국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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