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여기 푸른 젊음들이 함께 합니다

남한강, 여기 푸른 젊음들이 함께 합니다


글·사진 정나래 환경운동연합 전국사무처 간사 nadanarae@kfem.or.kr


처음 동덕여대 환경활동대 ‘해밀’로부터 2박 3일을 여주에서 보내겠다는 전화를 받고 몇 번을 물어봤습니다. 농활은 들어봤지만 ‘환활’이란 건 생소하기만 했습니다. ‘환활’이란 산업단지나 골프장 등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환경권 뿐 아니라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지역을 찾아가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의논하여 거리캠페인이나 온라인 서명운동처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하는, 환경과 사람을 지켜내는 연대활동이라고 합니다.

 

분홍빛 청춘들, 남한강에서 무엇을 봤을까
환활 첫날, 밀짚모자에 동대문에서 단체로 샀다는 꽃무늬 몸빼바지, 수건까지 하나씩 두른 대원들과 공사현장을 둘러보았습니다. 둥그런 콘크리트 수영장이 달린 이포보에 여기저기서 실소가 터져 나옵니다. 하지만 조감도로 보고 상상하기만 했던 것들이 하나하나 현실이 되니 우습지만은 않습니다. 상류로 올라오면서 여주보와 강천보, 이호대교 상류 준설현장과 적치장 등을 둘러본 뒤 남한강교 위로 올라갔습니다. 강천마을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여강길이 시작되는 이곳은 여주환경연합의 남한강도보순례 이후 많은 시민들과 활동가들이 걸어온 곳입니다. 그런데 동글동글한 버드나무와 억새풀이 진초록으로 수놓았던 그 풍경은 이제 사진으로만 남았습니다. 굴착기들이 흙탕물 가득한 물웅덩이로 만들고 있는 모습에 모두들 말을 잃었습니다.


모니터링이나 현장 안내를 하면서 매번 오르는 곳인데도 작년 5월 신발을 벗어들고 고운 모래 위로 걸었던 그 길이 정말 이 길인가 싶어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그동안 뉴스나 기사보다, 사람들이 전해준 이야기들보다 이곳 현장은 무섭게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 사
람의 마음을 무너지게 하고 힘들게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직접 보고 느끼기 위해 현장에 온 것이기에 그렇게 하루를 보냅니다.
이튿날, 아침부터 내린 비에 촉촉해진 습지는 초록빛이 한층 짙어 보입니다. 넓게 펼쳐진 초원에 진행자를 따라 줄지어 비내늪에 들어선 대원들은 푸드덕 날아가는 꿩과 강가에서 풀숲으로 달려가는 고라니를 보고 나자 또 무엇이 나올까 하고 주위를 열심히 살핍니다. 시원하게 흐르는 강물을 보면서 여울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들어보고 얕은 물을 필요로 하는 물고기들과 자갈강변에 알을 낳고 새끼들을 기르는 흰목물떼새 이야기도 듣습니다. 그러다 ‘그런데 이곳은 공사를 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묻습니다.


시원한 물속에 발을 담그고 모래 속에 숨어있던 말조개가 움직이기를 기다린다며 한없이 쪼그리고 앉아있던 굴암습지와 바위늪구비를 지나 강천마을로 나오는 길에 어느새 한참이나 밀고 들어와 나무들을 쓰러뜨리며 줄지어 선 중장비들을 보는 순간 이 하루는 마치 깨어나야 하는 꿈이 되어 해밀 대원들을 안타깝게 합니다.


이틀의 남한강 환활을 정리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표정들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어제 둘러본 공사장의 모습은 취업준비로 만만치 않은 대학생활 속에서 그저 남들처럼 살아가고 있었던 20대들에게 하나의 계기였고 기회였고 숙제가 되었습니다. 산이나 바다만 가봤지 세상에 태어나서 이런 곳은 정말이지 처음이라는 말, 아무리 극찬을 해도 지나치지 않을 이곳을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만들며 인간이 그런 결정을 할 자격이 있냐는 말은 어떤 이들에게는 지금껏 수도 없이 해왔고 들어왔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도시에서 태어나 그저 학교와 학원, 아파트 숲 사이에서 살면서 푸른 강산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가야만 하는 세대들로서는 처음이었습니다. 2010년 여름, 분홍색 우비를 입고 비를 맞으며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강과 만나는 시간을 가진 이 청춘들의 발걸음이 남한강으로 이어지는 시작이었습니다.

 

 

강으로 향하는 발걸음들
한강살리기 사업의 최대접전지인 여주 남한강을 찾는 이들은 급증하고 있습니다. 여강선원 개원 이후 여러 단체들의 남한강 현장 활동이 시작되었던 지난 3월 한 달 200여 명이었던 방문자수는 4월 700여 명, 5월 1000여 명으로 증가하다가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들의
의견이 표면화된 이후인 6월, 2700여 명에 이르렀습니다. 환경단체나 종교계에서 기획하는 4대강 현장답사에서 이제는 크고 작은 지역단체들의 움직임이나 아이들에게 남한강을 보여주려는 학부모들 등 자발적 시민들의 참여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방학을 맞아 환활 또는 농활의 일부로 오거나 이후 지속적인 환경활동모임을 꾸려나가기 위한 답사지로 찾아오는 대학생들의 움직임은 남한강을 지키려는 지역민들과 활동가들에게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청춘들이여, 4대강에 단비가 되어라
올 상반기동안 시민단체들과 종교계가 연대해 공사 현장과 거리에서 집중적인 활동으로 여러 환경적 이슈들을 만들고 알려왔음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 추진세력은 여전히 귀를 틀어막은 채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오히려 4대강 반대 여론이 높은 이유를 정부의 홍보 부족이라며 대규모 광고에서부터 관제집회, 마을단위 설명회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장을 지켜보는 활동가들이나 투표로 충분히 의견을 표명했고 승리했다 생각했던 시민들로서는 무기력함이 커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끝없는 온라인 세상에서 자유롭게 소통하고 새로운 생각들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젊은 세대들의 움직임이 지금 우리에게 단비가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그저 배우기나 하면 된다고 생각해온 이들 세대가 무엇이 진실이고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거리로 나설 때, 국민을 쥐고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하던 세력들도 백기를 들었습니다. 그것은 한국 민주화의 과정에서도, 프랑스의 68혁명이나 최근의 노동운동에서도 확인된 사실입니다. 물론 하루가 다르게 파괴되는 강 앞에서 시작에 불과한 움직임을 두고 낙관만 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대학생들은 여전히 불안한 현실 속에서 대학입시보다 더 어렵다는 취업입시를 통과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현실이기에 더 절실한 움직임, 그들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이 움직임이 더욱 반가운 것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남한강을 다녀가는 이 발걸음들이 향할 곳과 해야 할 행동, 이것을 함께 고민하는 것입니다. 이런 고민을 함께 할 푸른 청춘들이 있어 행복한 7월, 남한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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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공원에서 내려다본 이포보와 인공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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