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수중보 개방 실험 백지화 딜레마에 빠진 서울시

신곡수중보 ⓒ서울환경운동연합
 
“한강 수상시설물이 강바닥에 거의 닿아있어 신곡수중보를 개방해 한강 수위를 낮추면 전도 또는 파손의 위험이 있다”는 이야기가 처음 나온 건 지난해 11월 말이다. 서울시가 신곡수중보 정책위원회(이하 정책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해 신곡수중보 개방실험을 결정한 게 10월 12일이니까 그로부터 한 달이 훨씬 지난 때다. 
 
그때서야 서울시는 ‘신곡수중보 가동보 개방 실증용역’을 위한 연구비 대부분을 잠수부를 동원해 수상시설물 바닥을 일일이 촬영하면서 근거 자료를 만드는 데 지불했고, 용역사는 그 추운 12월 한 달 만에 자료를 만들어냈다. 용역사가 수상시설물 바닥상태를 조사한 자료를 보고하기 위해 신곡수중보 정책위원회가 다시 모인 건 1월 말이었다.  
 
이때부터 정책위원회가 결정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현실적으로 신곡수중보를 개방하기 어려우니 ‘이대로 신곡수중보 개방실험을 중단할 것인가’, 아니면 ‘남은 연구비를 활용해 신곡수중보 철거를 예측한 시뮬레이션 자료를 더 만들 것인가’. 정책위원회가 후자로 의견을 모으는 결정을 하는 데 또 한 달이 걸렸다.
 
2월 22일. 하필이면 같은 날, 정부는 금강·영산강 5개보에 대한 처리방안을 발표했다. 반면, 서울시는 ‘신곡수중보 개방실험’을 발표한 지 넉 달이 지나서 수문을 제대로 열어보지도 못하고 없던 일처럼 만들었다. 그것도 정책위원회의 회의 결과를 빌어서다. 그래도 신곡수중보 철거 논의를 계속하겠다는 여지를 남겼지만 결론을 언제쯤 낼지 기약이 없다. 
 

뭉개기 전략 택했나

 
서울시가 한강 신곡수중보의  완전 개방실험을 잠정 중단하기로 발표했다. 한강 복원을 바라는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처음부터 신곡수중보 철거 논의를 진정성 있게 한 것인지 의심 가는 대목이 있다. 서울시가 한강 수상시설물 바닥에 퇴적물이 쌓여있다는 사실을 신곡수중보 개방실험 발표 전에는 몰랐을까? 알면서 왜 수문을 열어보겠다고 한 것일까? 수상시설물 바닥에 쌓인 퇴적물을 치워내고 수문을 열 수 없는 것일까?   
 
설사 서울시가 ‘수상시설물 하부의 비밀’을 미리 알고 있었더라도 시간과 돈이 문제다. 서울시는 신곡수중보 개방실험을 위해 수상시설물 위치를 임시로 조정하고 바닥에 쌓인 퇴적물을 치워내는 데 300억 원 이상 들 것으로 봤다. 그리고 물을 가둬 놓고 충분한 농업용수를 공급해야 하는 3월부터는 수문을 열 수 없다. 돈도 돈이지만, 퇴적물을 치워낸 자리는 빠른 속도로 다시 퇴적되기 때문에 신곡수중보 개방 ‘실험’을 위해 퇴적물을 준설하는 것은 부담스런 결정이다.
 
서울시는 딜레마에 빠졌다. 수문을 한 번 열어보자니 ‘일시적인’ 개방 실험을 위해 너무 많은 비용이 들고, 수문을 열어보지도 않고 철거 여부를 결정하자니 어떤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가 생길지 예측하기 어렵고. 따라서 서울시의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지만, 서울시는 최소한 신곡수중보 철거 문제에 관한한 뭉개기 전략을 선택한 듯하다. 정책위원회에 결정 권한을 위임한 듯 보이지만 이도저도 아닌 결정을 하게 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졌다. 게다가 금강 공주보 철거 결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적인 논란을 지켜보고 있자니 더욱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철거 어렵게 할 개발사업들

 
문제는 신곡수중보 철거 여부 결정을 기다리는 개발 사업들이 줄을 섰다는 점이다. 2015년 박근혜 정부와의 타협으로 추진된 한강협력계획은 지난해 200억 원의 국비 예산을 불용처리하고도 여전히 유효하다. 신곡수중보 존치로 가닥을 잡으면 여의도통합선착장 개발을 밀어붙이기 유리해진다. 게다가 지지부진한 한강협력계획의 대안으로 ‘한강 중심의 신도시재생 전략계획’ 또한 연구비를 확보해 둔 상태다. 
 
한강 자연성 회복을 위해 신속하게 신곡수중보는 철거해야 한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신곡수중보를 철거하지 않은 채 한강 개발을 시도한다면, 수문 개방 실험을 시도조차 못하게 막은 수상시설물 하나씩 추가해, 앞으로 해야 할 자연성회복사업을 가로막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알 박기’다. 멀지 않은 미래에 자연성 회복을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을 수용할 참신한 시장이 나와서 신곡수중보 철거를 결정하려 들더라도, 지금의 서울시가 결정한 개발 사업들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2011년 오세훈 전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비판하면서 당선한 박원순 시장은 아직까지 한강르네상스를 뛰어넘는 한강의 미래 전망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또 다른 수상시설물인 여의도통합선착장 건설을 핵심 사업으로 하는 한강협력계획을 추진하려다가 시민사회와 서울시의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도 서울시가 ‘한강 중심의 신도시재생 전략계획 연구용역’을 2019년 서울시 예산안에 끼워 넣은 것은 신곡수중보 철거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긴 사실상 어렵다. 오히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신곡수중보 철거 논의를 덮어버릴 강력한 마스터플랜을 띄워서 한강 복원을 바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좌절시키기 위한 의도까지는 아닐지라도, 한강종합개발 30년 만에 최대치의 한강복원이 될 수 있는 신곡수중보 철거를 논의하는 이 엄중한 시기에 동시에 대규모 개발 계획을 또 다시 세우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의심스러운 서울시 행보

 
그래서 더욱 의심스러워진다. 서울시는 신곡수중보 철거 논의를 진정성 있게 하고 있는 것일까? 한강사업본부는 “한강 수상시설물이 강바닥에 거의 닿아있어 신곡수중보를 개방해 수위를 낮추면 전도 또는 파손의 위험이 있다”는 보고를 2018년 지방선거 직후 신곡수중보 정책위원회가 출범한 6월 13일부터 신곡수중보 개방실험을 결정한 10월 12일까지 왜 하지 않고 있다가, 서울시가 신곡수중보 개방실험을 발표한 뒤 한 달이 훨씬 지나서야 수상시설물 사업자들과 함께 나선 것일까? 
 
결과적으로 ‘신곡수중보 개방 실증 용역’을 통해 밝혀낸 것은 신곡수중보를 개방해서 철거 이후 나타날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신곡수중보를 개방조차 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낸 것에 그쳤다. 그런다고 서울시의 의도대로 ‘신곡수중보를 철거해서 한강을 복원하자’는 이야기를 쑥 들어가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과거 한강시민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그는 2017년 6월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주관한 한강시민대학 특강에서 “오세훈 시장이 하던 식으로 적당하게 손을 대는 정도로는 자연성 회복을 바라는 시민들의 요구는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신곡수중보를 철거하는 등) 최대치의 복원을 하지 않으면 정쟁이 일어나고 선거 때마다 중요한 쟁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의 58개 수상시설물 중 절반 이상인 30개가 서울시 소유다. 서울함, 수상택시 승강장, 관공선 선착장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한강 수상시설물에 관해서는 최대의 이해관계자가 바로 서울시다. 그런데 수상시설물이 위험하다며 스스로 결정한 신곡수중보 개방실험 결정을 넉 달이 지나서 흐지부지 만들었다. 서울시의 공식 발표도 없이 언론에 흘리듯 말이다.
 
서울시는 2015년 ‘신곡수중보 영향분석’ 보고서를 바탕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토부에 신곡수중보 개방을 여러 차례 요청한 바 있다. 그때의 국토부는 묵묵부답이었다. 세월이 지나 문재인 정부의 국토부는 신곡수중보 철거 논의에 관해 서울시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지난해 말 밝힌 바 있다. 이번엔 서울시가 우물쭈물하고 있다. 
 
2014년 서울시가 발주한 ‘신곡수중보 영향분석’ 용역 보고서는 신곡수중보를 철거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라도 훨씬 타당하다고 밝히고 있다. 여러 비판을 받았어도, 신곡수중보를 철거하면 수질과 생태계를 회복해 많은 시민들에게 더 많은 유익이 돌아갈 것이란 사실을 부정하는 전문가는 현재로선 거의 없다. 다만, 한강에 초대형 수상시설물을 덧붙여 주운 수로 기능을 확대할 것인가, 더 많은 시민들이 자연이 주는 풍성한 혜택을 한강에서 누리게 할 것인가 하는 판단을 할 몫이 서울시에 남은 것이다.    
 

신곡수중보 철거 막는 수상시설물 건설 안돼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12일 발표한 정책위원회의 권고를 진심으로 존중한다면, 신곡수중보 철거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인 조치를 해야 마땅하다. 서울시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신곡수중보 철거에 대해 찬성과 반대로 나뉘기보다는 “한강자연성 회복을 위해 신속하게 수중보를 철거하자”는 입장과, 적어도 “신곡수중보 철거 이후 예상되는 수위 변화, 사회적 편익 등에 대한 연구를 거쳐 단계적으로 접근하자”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신속하게 신곡수중보를 철거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라도 신곡수중보를 철거하기 어렵게 만드는 수상시설물을 더 이상 건설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서울시의 행보는 이마저도 의심스럽다. 
 
 
글 /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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