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댐 건설이 불러온 금강의 변화

용담댐 수문을 통해 하류로 물을 방류한 직후 모습(2020년 8월 11일 신용담교에서
 
전북 진안군 용담면 회룡1리의 생활사를 정리한 ‘마을지’가 발간됐다. 두 달간 83명의 마을 주민 중 37명을 집중 면담한 결과물이다. 회룡1리는 용담댐과 가까운 곳이다. 이 마을 고유의 유무형 자산을 확인하고 근현대 생활사를 정리하다 주민들이 일관되게 용담댐 건설 전후 마을 앞 금강의 생태계 변화를 예민하게 기억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 마을 주민들은 강과 불가분의 생활사를 가졌기 때문이다. 용담댐으로 마을 앞 강(금강)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이것은 댐 건설 이후 금강의 긴 흐름 중 한 곳에서 벌어진 강의 변화이자 강과 연관된 삶의 미시사의 변화다.
 

변화가 없어진 강

 
용담댐 수문을 통해 하류로 물을 방류하기 이전 모습(5월 30일 신용담교에서)
 
용담댐을 막기 전 강물이 제대로 흐를 때는 수심이 낮아 걸어서 강을 건널 수 있었다. 넓은 자갈밭, 돌밭, 모래밭도 형성돼 있었다. 물이 많을 때는 흙탕물이 졌어도 세차게 흘러 자갈밭과 돌밭의 이끼를 훑어가 씻겨줬고, 떠내려간 모래와 돌만큼 상류에서 다시 모래, 자갈이 내려와 쌓였다. 흙탕물은 금방 맑아졌다. 물놀이에 좋은 곳이란 소문이 나서 인근 금산뿐 아니라, 대전이나 멀리 서울에서도 찾는 이가 많았다. 강 가운데 있는 섬바위 윗지역은 특히 수심이 낮아서 섬바위로 넘어갈 수 있었다. 섬바위 오른 쪽에는 모래가 많았다. 섬바위 아래는 수심이 깊은 ‘행이소’가 있었는데 감동마을 앞까지 강물이 회오리를 돌면서 흘러가 여기서 익사사고가 자주 발생할 정도였다. 
 
용담댐이 막히고 댐이 항상 일정한 방류를 하자, 물이 많을 때와 적을 때가 확실히 구별되던 댐 건설 이전과 달리 물은 더 천천히 흘렀다. 그런 탓에 강물은 전보다 많이 흐려졌고 강돌과 자갈에는 늘 이끼가 낀 상태가 됐다. 그리고 진흙이 쌓여 강바닥이 뻘밭이 됐다. 흙이 많이 쌓인 강바닥에는 풀이 자랐다. 장마가 질 때마다 강한 물살이 이끼와 진흙을 씻어주고 강바닥 풀도 제거해 줘야 물고기와 다슬기 서식환경이 유지될 텐데 댐 건설 이후 바뀐 강물의 흐름은 이들의 서식환경을 악화시켰다. 물살에 모래와 자갈이 쓸려가지만 상류에서 내려오던 모래와 자갈이 댐에 막혀 진흙만 내려오니 강은 옛모습을 잃었다. 사라진 모래밭을 복원한다며 진안군은 매년 다른 지역에서 모래를 사다 섬바위 오른쪽 물가에 부어 놓지만 곧 물살에 떠내려가 버리고 만다.
 

진흙만 쌓이는 강이 됐어! -주민(1947년 생) 제보

 
과거에 섬바위 주변 수심은 어땠나요?
‘행이소’(섬바위 아래쪽)는 아주 깊었어.
 
댐 막기 전엔 모래가 많았나요?
그땐 섬바우 주변에 모래밭이 축구장만 했어. 댐 막기 시작하면서 모래를 다 팔아먹었지. 그 뒤론 모래를 사다가 부서 봐야 소용없더라고. 물길이 바뀌니까 다 파여 나가버려. 댐 막기 전에는 물 없을 때는 섬바우까지 걸어서 다닐 수 있었지. 비가 올 때만 물이 많았지, 다른 때는 수위가 아주 낮아. 댐 생기기 전에는 물이 많을 땐 바우(바위)도 둥굴러 내리오고 나무도 둥굴러 오고 해서 강바닥이 깨끗하게 된단 말이여. 그래서 다슬기가 기어다니면서 알도 까고, 고기도 막 속에 들어가서 알을 깠는데 댐 막고 나서부터는 떠내려오는 것이 없잖여. 전부다 뻘밭이 되어 버려. 고기가 바우 밑으로 가야 새끼를 까는디 뻘밭이여서 깔 수가 없잖아요. 올해 장마가 씨게 지고 댐이 물을 확 빼서 한번 강바닥을 쓸고 간 뒤라 지금이 옛날 강바닥 같어. 사람들이 인제 강이 도로 좋아져서 물고기도 많이 날 거라지만 헛거여. 댐이 다시 문을 닫고 하던대로 방류하기 시작하면 말여, 열흘만 지나봐. 도로 진흙밭이 되고 말지 뭐.
 

사라진 생물들

 
강물의 변화는 서식하던 생물들의 변화도 가져왔다. 물고기, 다슬기가 급감했다. 용담댐 건설 전 섬바위 주변과 위, 아래 물길에는 10여 종류의 민물고기와 다슬기가 서식했다. 커다란 자라가 잡히기도 했다. 주민들에겐 마을 앞 금강이 주는 이런 선물을 받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었다. 용담댐 건설 후 물고기와 다슬기가 크게 줄었고, 그나마 잡힌 것들은 전과 달리 비린내가 심하다. 다슬기 개체수가 줄어들자 진안군청에서 예산을 들여 다슬기 종패(어린 새끼)를 가져다가 뿌려준다. 그러나 댐 안쪽 수심 깊은 곳의 차가운 물을 늘상 방류하기 때문에 다슬기가 대량 폐사하는 일이 잦고, 수온 변화로 서식 물고기도 줄었다. ‘다슬기 잡이 허가권’을 받은 주민이 저수온에도 견디는 다슬기 종패를 별도로 구입해 뿌린 뒤 3년 후 다시 잡아 판매해 왔다. 이런 상황인지라 이제 금강의 토종 다슬기는 거의 사라지고 중국산인 경우가 많다. 
 

강이 인제 선물을 안 줘!-주민(1945년 생) 제보

 
물고기와 다슬기는 얼마나 많았어요?
그 전에는 물 반, 고기 반인 데가 여기여. 다슬기도 서이(셋)서 1시간만 잡으면 뭐 엄청 잡었지. 물고기 잡어서 어죽도 끊여 먹고, 다슬기도 끓여서 까먹고. 치리, 떨중어, 피라미, 꺽지, 모래마죽, 추사, 피라미, 왕사미… 고기만 해도 한 열 가지가 넘네. 피라미가 말이여, 여름이면 파랗게 변햐. 찬바람 불면 다시 피라미로 변하고. 그렇게 수온 따라 세 가지로 변햐. 자라는 수심 깊은 곳에 있는데 우리 윗집 노인이 자라를 많이 잡아서 가꼬 오면 한 마리씩 주고 그랬어. 고거 국물이 아주 좋아.
 
용담댐 막으면서 어떻게 변했나요?
첫째로 고기가 귀해졌고 둘째로 여기 다슬기가 전북, 충남에서 아주 맛있다고 소문 났었는데 인제는 다슬기가 맛이 변해가꼬 여기 사람들은 잡으러 가지를 안 햐. 그 전에는 족대나 낚시대만 갖고 가면 고기 반절, 술 반절 먹고 나머지는 가지고 오고 그랬는디. 여기 사람들은 인제 여기 고기를 먹지를 안 햐. 냄새가 나. 비린내가 그렇게 많이 나. 긍게 뭣 모르는 타지 사람들이 옛날 생각하고 잡아다 먹는디 글쎄 그게 뭐 재미지 맛일까. 
 

댐 건설 이전의 강물을 되찾을 길은?

 
 
금강물이 흘러넘쳐 침수피해를 입은 정두뜰의 인삼밭 (2020년 8월 11일)
 
올해 6월 하순부터 8월 초까지 긴 장마와 집중호우가 이어졌다. 그리고 8월 7일 오후 10시부터 2일 동안 용담댐은 수문을 일시에 열어 대량의 방류수를 흘려보냈다. 강한 물살이 강바닥의 풀과 큰 돌까지 굴려보냈다. 깊이 쓸린 데는 강바닥을 2m 깊이까지 싹 쓸어갔고 그 와중에 종패를 사다 뿌려 둔 다슬기들도 함께 떠내려 갔다. 주민들은 댐 생기기 전의 강이 다시 돌아왔다고 입을 모은다. 계속 이대로라면 좋겠지만 곧 댐이 댐 저층의 저온의 흙탕물을 일정량씩 흘려 보내기 시작하면 강바닥에는 다시 진흙이 쌓이고 이끼가 생기게 된다.    
 
다슬기 종패를 잃은 주민, 일시 대량 방류로 침수 피해를 입은 강변 농토의 농민에게 당국이 용담댐 수문개폐로 인한 수해를 보상하는 게 옳다. 그러나 장마 때마다 이런 일을 반복해야 할까? 침수 피해를 최소화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 댐 공사 이전의 금강 유량 변동에 최대한 근접한 댐 방류량 조정이 가능하도록 연구해 수해도 막고 댐 하류 강 생태계도 살려야 한다. 수해 피해 지역 주민 대표, 수자원공사, ㈜한국수력원자력, 지자체 대표,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용담댐 수문개폐위원회’를 상설협의기구로 만들어 운영하는 게 필요하다. 용담댐 지역에서 이런 위원회가 성공적으로 기능하면, 뒤를 이어 모든 댐과 하굿둑에도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 주용기 전북대학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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