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강, 임진강 물고기가 사라졌다

임진강에서 참게를 잡아 들고 나오는 어부들, 두팔은 무겁지만표정은 즐겁다. 항공방제 직전인 2019년 9월 23일 모습 ⓒ노현기 
 
국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첫 확진된 2019년 4월 17일 이후 살처분된 사육돼지와 포획돼 죽은 야생멧돼지가 약 47만 마리나 된다. 돼지열병 확산을 막겠다며 엄청난 양의 살균제가 항공방제로 하천변과 들판에 뿌려졌다. 살처분한 축산 농가는 진입로까지 소독약과 생석회로 도배했다. 그로 인해 죽인 것은 돼지와 바이러스만이 아니었다.
 

임진강 물고기가 사라졌다

 
“임진강에서 고기가 안 잡혀. 10월 중순부터 갑자기 고기가 안 잡혀.” 지난 12월 말 농어민 행사장에서 우연히 만난 이경구 파주어촌계장의 말에 순간 ‘올 것이 왔다’는 직감이 들었다. 어부들 5~6명이 긴급하게 모였다. 
“매운탕에 넣을 고기가 없어. 잡힌 게 있어야지. 어망을 얼음이 얼기 전까지 쳐놓는데, 작년에 들어가서 잡을 때는 몇 십 키로씩 잡았는데 지금은 1키로도 안 올라와.” (2선단 어부 / 매운탕집 운영)  
“(어망을) 3일 담갔는데 누치 열댓 마리 잡았어. 내년이(2020년) 더 문제야. 3월부터 실뱀장어가 올라오는데 그때가 더 문제야. 언젠가 눈이 많이 와서 염화칼슘을 많이 뿌리는데 그해 봄에 실뱀장어가 확 줄었어. 그 해에는 실뱀장어 얼마 못 잡았어. 지금 큰 고기도 없는데 이 영향이 봄까지 가고, 살처분한 농가에 뿌린 방제약품까지 침출수로 스며들면 영향이 더 큰 거야.” (이경구 파주 어촌계장)     
“항공방제 외에 달라진 게 없어. 우린 항공방제가 원인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지.”(김병수 3선단장)  
“지금 나가면 숭어가 몇 십키로씩 잡혔는데 지금은 숭어가 없어, 잡고기도 없어.” (이호구 5선단장) 
“작년에는 잡고기 많았어. 한번에 120킬로씩 잡았어. 근데 방역하고 고기가 없어. 숭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없어. (어망을) 4일 담갔는데 누치 세 마리 잡혔어. 열병 항공방제 이후부터 없는 거야.” (최영순 2선단장)
“전년도 같은 시기에 100마리가 잡혔다면 지금 항공방제 이후로는 두 마리 세 마리 잡혔어요. 아프리카돼지열병 잡는다고 어민들을 다 잡는 격이에요.” (이영희 북파주어촌계 파평선단장)
 
선단은 어로구역이며 숫자가 클수록 하류이다. 파주 임진강에서는 가장 상류이고 연천에서 가까운 북파주어촌계는 상황이 더 심각한 듯 했다. 
 

항공방제 때 유해약품 사용됐나

 
1월 16일 파주시청에서 돼지열병 항공방제로 임진강 어획량 급감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파주 어촌계와 시민단체 회원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어민들의 의견을 모아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후 한겨레는 1월 14일 “항공방제 시 유해약품인 4급 알모늄 화합물(DDAC)를 사용했다”는 후속보도를 했다. 산림청이 9월 29일 항공방제에 헬기를 지원한다며 바이킹이라는 약제를 사용한다는 내용을 보고 성분을 취재한 결과다. 4급 암모늄 화합물(DDAC)은 흡입 시 폐 손상을 일으키는 물질로 과다노출 시 동물기형, 태아기형 등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났을 때 페브리즈 등 탈취제에 포함돼 문제가 됐던 성분이다.   
 
한편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수면에 직접적으로 방역하는 것이 아니라 비무장지대, 민통선 멧돼지 활동지 등 산림지 중심으로 방역했고 ▲생물에 축적되지 않는 환경친화적인 구연산 제제를 사용했다는 ‘설명자료’를 냈다. 그런데 농림축산식품부가 ‘구연산제제를 사용’하도록 지자체에 지시한 것은 10월 22일이었다. 항공방제는 9월 29일부터 11월 29일까지 했다고 정부가 발표했다. 결국 2019년 9월 29일부터 10월 22일까지는 연천, 파주 등지에서 4급 암모늄화합물이 포함된 바이킹을 사용했다는 말이 된다. 이 시기는 집중적으로 항공방제를 한 기간이다. 또 주민들이 목격하거나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임진강, 눌노천 등 수면에 직접 방역했다. 정부는 현장을 전혀 모른 채 ‘설명자료’를 내놓은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친환경제제라고 밝힌 구연산제품은 에코팜, 시트러스플러스, 스누캅-F 등으로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환경안전건강연구소 김정수 박사는 “이들 약제에 포함된 시트르산은 우수한 킬레이트제로 금속과 결합하여 금속이 용해되도록 하며, 산업에서는 철강에서 녹을 녹이는데 사용이 된다”며 “흡입하면 기침, 숨 가쁨, 목통증을 유발할 수 있고 피부와 눈이 시트르산 농축액에 노출되면 발적과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이들 약품이 불법사용된 것이 아니라 농림축산검역본부의 ‘ASF 허가 및 권고 소독제’에 포함된 45개 약제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포함된 약품에는 물고기에 독성이 있는 어독성 약품, 조류에 영향을 끼치는 약품도 포함돼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축산농가에서 사용되고 있는 약제들이며, 제초제, 살충제, 농약 등으로 쓰이는 일상적으로 쓰이는 약제이다. 농축산민이나 그곳에 종사하는 노동자, 살충 방역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에게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는 약품들이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큰데 정부는 개선책보다는 변명을 하기에 급급하다. 
 

새로운 검역시스템 세워야

 
동물 사육과 야생동물로 인한 전염병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구제역 파동 때 전국에 400만 마리 가까운 소, 돼지를 살처분한 트라우마를 겪었고, 조류독감 때는 닭과 오리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그런데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동물전염병에 대한 정부 대책을 살펴보면 정기적인 사후 영향평가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사후 환경영향평가와 농어민, 주변 영세상인 피해를 조사하는 사회경제적 영향을 평가하여 후속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축산농가에 대해선 돼지 살처분에 대한 보상을 약속했지만 묻혀있는 다른 피해자들이 있다. 모두 조사하여 적절한 피해를 보상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후 새로운 검역시스템을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 축산 농가는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정부와 국회는 법 제정만 하고 관리는 지방정부에 맡겨놓았기 때문에 분뇨 무단 방류, 악취 등으로 인한 민원은 끊이지 않는다. 지방정부에서는 이에 대처할 인력이 부족하다. 축산농가의 분뇨 무단방류로 전통마을 곳곳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고, 하천오염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또 동물소독제에 대해서는 국내 기준치조차 없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공장식 사육과 살처분 위주의 정책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정부가 축산정책과 동물전염병 예방 및 검역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 또 소비자인 시민들은 너무 많은 고기를 먹고 있는 식품문화를 바꿔야 한다. 비싸더라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다 죽은 동물을 적게 먹는 게 필요하다.   
 
봄이면 바다에서 4000킬로미터를 헤엄쳐 엄마의 강을 찾아 어린 장어들이 올라오고, 황복이 고향으로 오는 계절이다. 엄마의 강, 고향의 강을 올 수 없는 ‘침묵의 강’이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글 / 노현기 임진강지키기 파주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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