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나 살아 있소” 영산강이 속삭였다

수문을 개방하자 영산강에 새들이 찾아왔다
 
하천의 경관은 계절마다 또 지역마다 제 각각이며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 영산강 상류인 광주 구간에서는 억새꽃이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이끌리듯 영산강변에 다가가면 모래톱과 하중도에 새들이 쉬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젠 텃새화 된 백로류와 왜가리 그리고 부지런히 겨울채비를 한 것인지 여름 말미에서부터 보이던 쇠오리, 흰뺨검둥오리, 물닭 등 겨울 철새 떼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영산강 승촌보를 개방하여 물이 흐르면서 드러난 모래톱과 수변이 영산강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있다. 보가 열리기 전 거무튀튀한 물색과 늦봄에서부터 여름까지는 걸쭉한 녹조는 영산강의 실상이었다. 보가 열리면서 보 상류쪽이나 지류와 합류하는 구간 등 물이 흐르는 곳은 육안으로만 보아도 물이 맑아졌다. 비로소 들을 수 있는 물소리는 영산강이 ‘나 살아 있소’ 하는 말로 들릴 정도이다. 제한적이나마 비로소 물이 흐르면서 볼 수 있게 된 풍경이다. 
 

보 개방 모니터링에도 수문 닫아

 
참 어렵게 보가 개방되었다. 이명박 정권이 강행한 4대강사업으로 수환경 악화, 예산낭비 등의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와 논란에 대해서는 방치하다시피 하였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서야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이 채택되었고 4대강사업에 대한 재평가와 보 처리방안을 마련하였다. 2010년 4대강사업이 착공되어 2012년 보가 완공된 이후, 2017년 상시개방 방침에 이어, 보 처리방안을 정하기 위한 과정의 일환으로 보 개방을 하였고 모니터링을 시행한 것이다. 보 개방 모니터링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지난 2월 환경부는 영산강과 금강의 보 처리방안을 확정 발표하였다.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개방하고 죽산보를 해체한다는 방안이다. 보 안전성, 경제성, 수질 및 생태, 이수와 치수, 지역인식 부문을 평가를 하였고, 특히 수질생태 등에 있어서 4대강사업 전후 그리고 보 개방 전후 등에 대한 비교와 추이를 보고 판단한 것이다. 최소한 승촌보를 완전 개방하고, 죽산보는 해체하는 것이 영산강 모든 기능면에 있어서 더 나아질 수 있는 대책이라는 의미이다. 영산강 2개의 보 운명은 올해 내 결정될 텐데,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냐에 달려 있다. 
 
보 개방 모니터링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2월 보 처리방안 발표 이후의 모니터링 결과도 국가물관리위원회에 보고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승촌보와 죽산보 수문이 완전히 열린 게 아니다. 승촌보는 2018년 하반기까지 완전개방을 하다가 수위를 다시 상승시켰다. 수문을 다시 닫아 보 만수위 관리 수위보다 2미터 낮춘 EL 5.5미터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수막재개 기간 물이용(지하수 활용)을 원활하게 한다는 게 이유다. 죽산보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지역 문화행사와 황포돛배 운영을 위해 수위를 다시 상승시킨 것이다. 이는 수문을 열어 물의 흐름을 회복하는 것을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수위를 유지한다는 것에 맞추어져 있다. 수문을 열었으되 정작 연 것이 아니며 보 개방 모니터링의 취지에도 벗어난 것이다. 
 
특히 죽산보의 경우 지역 문화행사나 황포돛배 때문에 지자체인 나주시와 특정 상권 주민의 요구로 수문을 다시 닫는다는데 이는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경제편익 분석에서 죽산보 해체 BC가 2.54로 나왔다. 투자대비 얻는 이익이 최소 2배 이상으로 월등하다는 수치이다.  죽산보는 4대강사업 전보다 수질이 나빠지는 추이를 보였고 개방을 한 이후에도 수질의 몇 가지 항목에서 개선이 안됐다. 그래서 개방을 지속하며 해당 모니터링 결과를 국가물관리위원회에도 추가 보고하는 것으로 하였다. 
 
승촌보와 달리 죽산보를 개방한 이후에도 수질이 나아지지 않는 것은 영산강 하굿둑 영향과  퇴적된 오니가 부유하면서 미치는 영향으로 보고 있다. 5년 이상 보에 막히면서 퇴적된 오니는 수문의 개방 폭이 클수록 개방시간이 더 지속될수록 개선될 수 있다. 하지만 물이 막힌 상황이 반복된다면 바닥 오니는 다시 쌓일 것이고, 빈산소층과 성층화 현상도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부풀려진 관광효과 결국 혈세만 낭비    

 
2015년 수문개방 전 녹조와 악취가 일렁이는 영산강을 지나는 황포돛배
 
영산강 나주지역 일부 주민들은 영산포 상권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보 해체를 반대하고 있다. 죽산보가 만들어지고 나서 홍어로 유명한 영산포 지역에 황포돛배가 다니게 되었다. 영산포보다 하류인 나주 다야뜰에 있던 황포돛배 선착장을 옮겨온 것이다. 과거 MBC 인기드라마였던 주몽 촬영지와 세트장과 연계되어 운영되었던 황포돛배는 보가 만들어지고 나서 영산포에서부터 구진포 구간(왕복 약 5킬로미터, 30분 소요)에서 운영되었다. 운영 주체는 민간에서 나주시로 바뀌었다. 배 규모도 키우고 선박수도 늘렸다. 
 
4대강사업 이전 운하에 대한 찬반 논란 때, 주요하게 대립했던 것이 부풀려진 관광효과였다. 운하 찬성자들은 운하를 건설하면 관광용 선박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고 했다. 하지만 초기에 반짝 호기심에 배를 타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관광효과가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객관적인 평가였다. 이러한 예견은 증명되었다. 죽산보 건설 이후, 영산포 황포돛배 탑승객 수가 2015년부터 감소 추세였다. 죽산보 개방과 상관없이 이미 감소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관광요소인 경관적 장점도 없을뿐더러 수질악화에 따른 악취와 녹조로 일렁이는 뱃길이 지속가능한 관광 효과를 견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적자 폭 증가는 나주시 혈세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   
 
관광전문가들은 황포돛배 운항 구간 변경으로 인한 나주시 관광 영향은 크게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질적인 영산포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을 하고 있다. 보 존치를 요구하는 근거가 영산포 상권을 위해서라면 더 크고 장기적인 공공적 이익을 포기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동의하기 어렵다. 
 

국회와 지자체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보 해체와 영산강 재자연화는 환경문제에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성이 회복된 영산강은 나주의 다양한 문화 역사 자원과 연계하는 생태문화 자원으로서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또한 이미 낙동강에서 시험개방하고 있는 바와 같이 영산강 하굿둑 해수유통과 이에 따른 뱃길 복원 등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영산강 살리기와 지역상생 방안이 필요하다. 과거 운하를 찬성했던 논리로 보 존치를 주장하며 그것이 마치 지역 전체 여론인양 호도하고 있는데, 정작 이를 방치하거나 부추기는 지자체, 지역 국회의원이 더 문제다. 
 
환경부 또한 최소한 보 개방과 보 해체를 정책 방향으로 하였으면, 국회와 지자체에게 더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양수시설 등 항구대책을 위한 비용 마련, 보 개방 시행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 
 
망가진 하천의 자연화는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그 이전에 자연화라는 정책 결정이 흔들릴까 걱정이다. 유역권 하천환경과 국민들이 더 이상 희생을 감수하지 않아야 한다.
 
 
 글・사진 / 최지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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