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강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4대강사업 전 남한강 이포습지 ⓒ함께사는길 이성수
 
4대강의 녹조가 연례행사가 되었다. 올해는 가뭄과 겹쳐서 더욱 심할 것 같다. 비가 많이 내려 장마가 녹조를 쓸어가 버리면 좋으련만 마른장마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농민들의 한숨도, 어민들의 탄식도, 수돗물을 마시는 시민들의 근심도 시원한 빗줄기가 모두 확 쓸어갔으면 좋겠다.
 

정체수역 해결 없이 녹조 해결 요원 

 
요즘 우리집에는 며칠이 멀다하고 다양한 택배가 온다. 어항, PVC 파이프, 상추모종, 수중펌프, 홀쏘, 플라스틱 화분, LED 식물 재배램프, 메탈랙 등등. 노후생활을 위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이해하기 힘든 핑계를 대고, 식구들 눈총을 받아가며, 조그만 아파트 베란다에 공간을 확보하고 아쿠아포닉스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어항을 2개 설치하고, 하나는 수경재배시설과 연결하여 물을 순환시키고, 다른 한 어항은 물을 담아 놓고 공기발생기만 넣고 그대로 두고 있다. 수돗물로 채우고 가동했는데 며칠이 지나자 순환시키지 않은 어항에는 녹조가 바닥을 덮었고, 물이 계속 순환되고 있는 어항에는 녹조가 거의 끼지 않았다. 오염물질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어항이나 물통에 신기하게 녹조가 끼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최근의 4대강 녹조의 원인을 두고, 말이 많다. 오염물질, 강물의 유속, 햇빛과 온도, 용존산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녹조가 발생하는데, 다른 것들은 제어하기 힘들기 때문에 오염물질을 저감하면 된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양을 줄이면, 녹조발생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을까?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낙동강에는 많은 도시와 산업시설로부터 하수와 폐수가 흘러들어온다. 하수처리장에서 아무리 처리를 잘하더라도 항상 하천에는 녹조가 발생하기에 충분한 영양분이 있다. 수돗물에 가까운 맑은 물이라도 햇빛에 노출시키고 정체시키면 어김없이 녹조가 생긴다. 4대강사업으로 인해 하천이 담수호처럼 정체 수역이 되어버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녹조문제 해결은 요원할 것이다.
 

그들에게 강은 무엇이었나

 
4대강사업 후 흐르지 못하는 강은 해마다 녹조가 창궐해 물고기도 숨쉬기 힘든 강이 되어버렸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이명박 정부시절 정권 차원에서 4대강사업을 밀어붙이려할 때, 제일 궁금했던 것은 저 사람들에게 강은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비상식적인 사업이 정부의 주요정책이 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인데 뭔가 선한 의도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봤다.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의 수립에 참여했던 입장에서 보면 4대강사업의 진짜 목적은 물 부족이나 홍수예방은 아닌 것 같았다. 왜냐하면 이미 우리나라의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서 과거 50여 년 동안 가장 심했던 가뭄시기와 같은 악조건에서도 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수자원개발과 물 공급 계획을 이미 세워놓고 있었고, 100년에 한번 올 수 있는 큰 홍수에도 주요하천이 범람하지 않도록 이미 정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강을 내버려 두는 나라는 없다느니, 하천 수질개선을 위해 준설을 해야 한다느니 하는 말은 아무래도 그들의 속내가 아닌 것 같았다.
 
그동안 이들이 취해온 태도나 발언들을 토대로 짐작해 보면 실제는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 같다.
 
“유럽과 같은 선진국을 보니 앞으로 국민소득 4만 불 시대에는 요트나 수상레저가 발달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요트나 수상레저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급속히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 등도 결국은 요트시대로 따라 올 것이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서 4대강을 요트와 운하의 시대에 맞게 개발하고 관광자원화 해야 한다. 그동안 국책연구기관 등에서 운하사업은 경제성이 없다느니 실효성이 없다느니 하는 것은 다 선견지명이 없는 전문가들의 짧은 생각일 뿐이다. 환경문제야 어차피 어떠한 사업을 하더라도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해결하면 된다. 환경단체들은 항상 개발 사업을 반대하기 때문에 그들을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전문가들과 공무원들은 어차피 정권에 순응하게 되어 있다. 녹조나 수질문제? 하수처리장 등에 좀 더 투자해서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면 된다.” 
 
이들에게 강은 어머니도 생명의 근원도 아니고, 유역주민들의 하나뿐인 식수원도 아니었다. 개발의 대상이고, 정복의 대상이었다. 하천에서 바다로 흘러가는 물은 버려지는 물이기에 바다로 흘러가는 물이 없도록 남김없이 빼서 써야한다. 하천의 환경유량이 왜 중요한지, 하천을 직강화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는 그들의 관심이 아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물 관리 일원화 지시

 
4대강사업 후 강물이 흐르지 못하자 지천에서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물을 어느 한쪽의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낳는다. 4대강사업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천을 운하를 위한 수로로 생각하거나, 물을 저류하기 위한 저장 공간으로만 보고 추진한 정책 때문에 현재의 녹조사태와 하천생태계의 심각한 손상 문제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생명의 강, 어머니 강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하천은 단순한 개발과 이용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생존을 지탱해주는 가장 근본적인 환경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업무지시 6호로 수량과 수질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물 관리를 일원화할 것을 지시하였다. 정부조직법이 개편되면 국토교통부에서 물을 담당하던 수자원 관련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되게 된다. 물을 개발과 환경의 어느 한 편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통합적인 관점에서 관리해야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이제 개발과 공급 위주의 물 관리 정책을 보전과 관리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한다는 선언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물 관리를 통합해야한다는 것은 이미 물 관리 정책의 부인할 수 없는 대원칙으로 되어 있다. 그럼에도 수십 년 동안 논쟁만 하고 통합관리가 되지 못한 이유는 부처 간 높은 칸막이 때문이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국가의 통합적인 물 관리 정책의 원칙이나 방향은 없고, 환경부의 물 관리와 국토부의 물 관리, 농림부의 물 관리, 행정자치부의 물 관리가 각각 따로 있었다. 특히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의 경쟁과 갈등 속에서 우리나라 물 관리 정책은 제자리걸음을 해 왔다. 하나의 하천유역에 대해서 하나의 계획만을 세우는 것이 물 관리 선진국의 일반적인 원칙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부가 세우는 물 관련 계획과 국토교통부가 세우는 계획을 모두 합하면 40여 개에 이른다. 환경부가 물 산업을 추진하자, 국토교통부는 수자원산업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는 생태하천복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국토교통부는 하천정비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동일한 방식의 하천사업을 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물 관리 조직의 통합은 이러한 물 관리의 비효율과 조직이기주의를 없애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물 관리체계 개편의 골든타임

 
많은 사람들이 물 관리를 일원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을 원칙적으로 환영하지만, 여러 가지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수자원의 개발과 공급을 담당해왔던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댐건설과 같은 개발 사업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을 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수자원 기반시설이 더 필요한데 정부가 더 이상 수자원 개발에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환경부가 그동안 환경의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고 지적해온 사람들은 물 관리 일원화가 환경부를 개발부서로 만들어버리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다. 규제를 본연의 업무로 담당해야할 부서가 직접 개발사업에 나서게 될 경우 이를 감시하고 감독할 주체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4대강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졸속으로 하고, 환경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해왔던 환경부가 더욱 그 정체성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가 물 관리 체계개편의 시급성을 늦추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우리나라가 거의 20년 동안 물 관리 체계 개편에 대해서 논쟁만 거듭하면서 제대로 통합을 이루지 못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그동안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다. 
 
물 관리체계 개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중앙정부의 물 관리 조직의 통폐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 환경부는 환경부로의 일원화를 국토교통부는 국토교통부로의 일원화나 독립적인 물 관리부의 설치를 주장해왔다. 결국은 자기 조직으로 물 관리 업무가 통합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며 자신들의 이해와 다른 주장에 대해서는 결사적으로 반대해 왔다. 그래서 물 관리체계 개편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때는 대통령이 바뀌고 장관이 임명되기 전 인수위 시기뿐이라고 했다. 이 황금 같은 시간을 넘겨버리면 사실상 물 관리체계 개편은 어렵다는 것을 수십 년 동안 경험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물 관리 일원화 업무지시는 이러한 골든타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환경부로의 물 관리 일원화가 최선의 대안은 아니지만, 지금이 아니면 제대로 된 물 관리체계 개편이 어렵기 때문이다.
 

물기본법도 제정해야

 
그러나 환경부로의 물 관리 일원화는 통합 물 관리의 시작이지만 그 끝이 아니다. 개발과 규제를 분리하는 문제, 명실상부한 유역관리체계를 정착시키는 과제, 수많은 관련 계획과 사업들을 통합하기 위해 기존의 법령들을 전면적으로 재편해야하는 과제, 물 관리 재원조달을 위해 물이용부담금 등 기존의 많은 부담금과 사용료 등을 통폐합하는 문제 등이 남아 있다. 이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물기본법의 제정을 통해서 가능하다. 유역마다 유역위원회를 설치하여 유역별 물 관리 종합대책을 세우고, 새로운 유역중심, 지방주도의 물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 
 
 
글 /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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