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낙동강 보에 매인 농심

10월 2, 3일 내린 비로 오이 수확을 앞둔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겼다 ⓒ곽상수
 
“말도 몬하게 속상하죠. 전날 오이 따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저래 갖고. 한창 오이 100박스 따고 했을 텐데, 갑자기 백수 됐어요.” 고령군 우곡면 연리들에 자리한 한 비닐하우스 앞에서 부부는 한숨을 쉬었다. 부부가 등 돌린 비닐하우스 안에는 오이들이 시든 채 매달려 있었다. 지난 10월 2일과 3일 양일간 내린 비에 다 고사해버렸다. 빗물은 무릎까지 차올랐고 비가 그친 후에도 한동안 빠지질 않았다. 양일간 이 지역에 기록된 강수량은 287밀리미터였다. 눈앞에 초당 3.5톤을 배수한다는 배수장이 있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자연배수 안 돼 물에 잠기는 농토 

 
침수 피해를 입은 건 부부의 비닐하우스뿐만 아니었다. 연리들 곳곳이 침수됐다. 길 건너 다른 하우스도 수확을 앞둔 오이들이 시커멓게 말라 죽었다. 하우스 주인은 원래 수박농사를 짓다가 4대강사업 후 오이농사로 바꿨다. 합천창녕보로 인해 연리들 지하수위가 덩달아 높아졌고 그로 인해 수박 뿌리가 썩거나 성장이 제대로 되지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 시작한 오이농사마저 망친 농심도 썩어간다. 
 
“4대강사업하면 가뭄도 예방되고 홍수도 예방된다고 했는데 갈수기에도 지하에 물이 차오르고 홍수기에도 침수되고.” 곽상수 포2리 이장이 말 잃은 농부 대신 입을 열었다. “4대강사업 후 이렇다 할 큰 비가 없었어요. 이번에 그나마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건데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온 것도 아니에요. 전에는 자연배수로 빠져나갈 수 있던 양이 못 빠져나가서 피해가 큰 겁니다. 그러면 지금은 왜 빠져나가지 못했을까, 그런 의문에서 출발해야 해요.” 그는 합천창녕보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4대강 보 때문에 수박을 포기하고 시작한 오이도 4대강 보 때문에 고사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연리들은 합천창녕보로 인한 지하수위 상승으로 맑은 날에도 침수 피해를 입는다. 합천창녕보의 관리수위가 주변 지하수 수위보다 높아 강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지하수가 연리들 지표면에까지 차오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합천창녕보 건설 후 예전에 5미터를 파야 지하수가 고였던 곳에 1미터만 파도 물이 차오를 정도로 지하수위가 높아졌다고 농민들은 증언했다. 
 
그런 상황에서 수문마저 열리지 않았다. 비가 오기 전인 10월 1일까지도 합천창녕보 수위는 9.3미터를 유지했다. 그러다 10월 3일 15미터로 높아졌고 4일 14미터, 5일 9.2미터로 낮아졌다. 많은 비에도 수문을 열지 않고 비가 그친 후에야 수문을 연 것이다. “몇일 전부터 비가 많이 온단 예보가 있었어요. 보 수위를 낮추거나 수문을 열어 물을 뺐어야 했는데 안 그랬어요. 특히 회천에서 많은 물이 내려왔는데 합천창녕보에 막혀 빠져나가지 못했어요. 주변 연리들과 대곡들, 사천들, 신안들, 여로들 등이 다 잠겼죠.” 
 

안개 늘고 최저기온 떨어져

 
창녕함안보와 인접한 창녕군 도천면 송진리 농민들도 보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안개가 심해졌어요. 안개 일수도 전보다 늘어나고 시간도 길어졌어요. 낮 12시에도 안개가 없어지질 않아요. 나락에 이슬이 없어져야 추수를 할 수 있는데 작업을 못하죠.” 김창수(창녕농민회 회장) 씨의 한숨이 깊다. “작물들이 햇빛 볼 시간이 줄어드니 성장속도는 떨어지고 병충해도 많이 생겼어요. 그렇다보니 약도 많이 쳐요. 전에는 보름에 한 번 쳤다면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은 쳐야 해요. 마늘, 양파, 하우스 모두 다 그래요.”
 
창녕함안보 인근에서 마늘, 양파 농사를 짓는 김창수 씨는 보 건설 후 안개일수 증가와 최저기온 하락으로 농사 짓기 더 힘들어졌다고 호소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안개만 이상해진 게 아니다. 최저기온도 뚝 떨어졌다. “오늘 서울 최저기온이 10도라는데 여기는 5도에요. 서울이 영하 1도면 여긴 영하 6, 7도로 내려가요. 서울보다 남쪽이고 해발고도 6미터밖에 안 되는 지역이 이래요. 기온이 뚝 떨어지다 보니 시설하우스하는 농가는 난방비가 더 들어가죠.” 김 씨는 이런 기상변화가 보에 있는 물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창녕함안보는… 그러니까 소양강 댐처럼 큰 댐이 생긴 거잖아요. 댐 주변지가 겪는 피해를 여기 주민들도 고스란히 겪고 있는 거죠.” 
 
창녕함안보는 관리수위가 5미터이며 총저수용량이 101백만 세제곱미터나 된다. 국제 대댐협회 기준에 따르면 저수용량 100만 톤 이상은 대댐으로 분류한다. 안개일수 증가는 댐 주변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피해 중 하나다. 관련 연구들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댐건설이 주변지역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강원발전연구원, 최승업, 2001)에 따르면 소양댐 건설 이후 주변지역의 연평균 안개일수는 40일에서 63.4일로 늘어났고 서리일수도 77일에서 114.7일로 증가했다. 2009년 안동대 산학협력단(책임연구원 백승철 교수)이 진행한 조사에서도 안동댐(1976년)·임하댐(1992년) 건설 후 주변 지역에 안개 일수가 61퍼센트 증가했고 인근 영주·봉화·영양·청송지역에 비해 벼, 콩, 사과 등 농작물 출수도 6~15퍼센트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참다못한 농민들은 안개와 최저기온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낙동강유역관리청에 민원을 냈다. 하지만 낙동강유역관리청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으로 떠넘겼고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창녕함안보 건설 전 함안보 인근에 기상관측장비가 설치되지 않아 창녕함안보 건설 전후의 변화를 알 수 없다’며 민원을 종결시켰다. 김 씨는 착잡한 표정으로 회신 내용을 보여줬다. “4대강사업 때문에 물이 풍족해졌다고 좋아하는 농민들도 있어요. 그게 보 때문이 아니라 관개시설을 개선했기 때문인데 착각하는 거죠. 4대강 보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는데 우리 피해 농민들은 외면 받고 있어요. 지금부터라도 당장 10월부터 3월까지 물을 빼고 관측을 해보자고요. 어차피 그 기간은 농업용수가 필요한 시기도 아니니까 가능하지 않겠어요?” 
 

수문개방 반대하는 이유, 진짜 뭘까?

 
4대강 수문 개방을 반대하는 농민들도 있다. 대지면 용소길에서 파프리카 농사를 짓는 하종혜 씨는 ‘보철거반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하 씨도 이런저런 피해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사실 우리 지역도 안개와 기온저하로 피해를 보고 있어요. 하지만 다 100퍼센트 만족하는 사업이 없잖아요. 보에 물이 그득하면 농업용수 걱정도 없고 마음도 편해요. 양수시설도 보에 물이 있어야 쓸모가 있지 물 다 빼면 사용이 되겠어요?”라고 말했다.  
 
보 수문 개방을 반대하는 농민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농업용수다. 정말 보 없으면 농업용수 확보가 어려울까? 시민단체와 정부는 수문을 개방해도 양수시설을 개선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정부 때도 본류의 수문을 개방하더라도 시설을 개선하면 취수에 문제가 없다고 분석했다. 
 
사실 양수시설 문제는 4대강사업 당시 잘못된 설계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감사원은 환경연합이 청구한 ‘4대강 보 양수시설 부실관리에 대한 감사청구’에 대한 감사결과를 통해 보 수위 운영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보를 설계했고, 이로 인해 보 수위변동에 따른 양수장 기능장애를 초래했다고 지적하면서 양수시설이 수위변화에 따라 장애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농어촌공사는 별도예산을 편성해 시설개선계획을 세웠다. 환경부 역시 각 지자체에 취양수장 시설개선 사업비를 지원하겠다며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상주시, 구미시, 성주군, 대구 달성군 등 일부 지자체가 지원을 거부했다. 농민들이 보 개방에 반대하고 있으며 양수장 시설개선을 보 개방 찬성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대해 계대욱 대구환경연합 사무국장은 “행정 본연의 역할을 팽개치고 몽니를 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농민들이 반대한다고 하지만 공청회나 설명회를 열어 공식적으로 농민들의 의견을 수렴해본 적이 없다. 농민들은 농업용수 이용에 문제만 없으면 된다. 앞으로 보 수문개방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자체는 양수시설을 개선해 대비해야 하는데 역할과 임무를 방기하고 있다. 농민들에게 제대로 정보를 제공하고 이해를 구하는 대신 오히려 지자체가 농민 반대를 볼모 잡고 정치적으로 이용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 국장은 ‘농어촌공사와 양수시설 지원을 신청한 경남의 지자체라도 당장 양수시설 개선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조 창궐과 수질 악화로 해마다 식수원이 위협받고 사회적 갈등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오로지 농업용수 확보를 이유로 수문을 꽉 막고 있다. 더 깨끗한 물로 농사짓고 식수로 이용하자는 건데 왜 반대하는지 그 속이 컴컴하다. 4대강은 몇몇 지자체의 전유물이 아니다. 낙동강은 유역 전체 주민들의 공공재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업용수 그리고 1300만 명의 식수원

 
여전히 낙동강 수문은 열리지 않았다. 어김없이 낙동강 전 구간에 녹조가 발생했고 일부 구간은 조류경보 경계단계까지 발령됐다. “강에 녹조가 피는데 그 물로 농사를 짓겠어요? 녹조엔 독성물질까지 있다는데 그 물로 지은 농산물을 누가 사먹겠어요?” 낙동강변에서 만난 농민의 우려는 타당하다. 그에 더해 우리가 명심해야 할 더 큰 이유가 있다. 낙동강은 1300만 명 영남 주민의 식수원이다. 
 
 
글 /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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