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녹물 수도관을 어찌할까

 
수돗물을 공급하는 수도관은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진다. 수돗물이 우리 생활에 편리한 이유는 관을 통하여 필요한 어디에서나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도관에 형성되는 녹은 가끔 탈리되어 녹물수돗물 사고의 원인이 되고, 수돗물 수질 악화와 수돗물 불신의 주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방치된 수도관이 결국 사고 불러

 
수도관의 녹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된다. 강이나 댐에서 취수한 원수의 철분이나 망간 성분이 관 내에서 산화되면서 관 벽에 부착되어 누적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관 내벽으로부터 철분이 녹아나오기도 한다. 물속에서 산화된 철분은 칼슘이온, 황산이온, 탄산이온 등과 함께 고체가 되어 관 벽에 쌓일 수 있다. 관의 내벽은 모르터 코팅이나 에나멜 코팅 등으로 보호되어 있는데 웬 녹이냐고 할지 몰라도 시간이 감에 따라 모르터의 칼슘 성분이 물에 녹아 나오면 모르터는 부스러져서 떨어진다. 에나멜 코팅관도 코팅 공정 전에 관의 내벽에 쌓인 모든 이물질과 녹을 철저히 제거하고 건조시킨 후에 코팅을 해야 한다. 혹시라도 관 내의 일부분이라도 충분히 건조되지 않거나 녹이 남아있었다면 세월이 지남에 따라 그 부분에서부터 코팅은 떨어져 나오고 관의 내벽이 노출되게 된다. 
 
관의 내벽이 물에 노출되면 철 성분이 녹아나와 산화된다. 이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다만 망간은 관보다는 원수에 포함되어 있다가 철분이 산화될 때 함께 산화되면서 녹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추정된다. 이때 미생물도 어떠한 경로로든 유입되어 녹의 뒷면에 서식하게 된다. 
 
지난 7월 서울시 문래동에서 수질사고가 발생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 수질사고 원인은 노후상수도관이었다 ⓒ서울특별시 상수도사업본부
 
이렇게 형성된 녹들은 관 내 수돗물의 흐름 방향이 바뀌거나 유속이나 수압이 크게 변할 때 가끔 떨어져 나와 관 내에서 돌아다니거나 유속이 낮은 정체지역에 고여 있게 된다. 그러므로 정기적으로 관망을 조사하고, 관 벽에 누적되어 있는 연한 녹들과 정체지역에 고여 있는 녹 부스러기들을 청소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관 망의 조사와 청소에는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 방치하기도 한다.  
 
인천의 사고는 수계변환을 하면서 관 내의 유속과 흐름 방향이 바뀌는 바람에 관 벽에 누적되어있던 녹 부스러기들이 탈리되어 시민들의 가정에 유출된 경우다. 서울의 수돗물 사고는 매설 후 46년 된 노후관에서 떨어져 나온 녹들이 관망의 정체지역에 고여 있다가 유출된 것이다. 결국 올해의 수돗물 사고는 모두 관의 조사와 청소를 정기적으로 하지 않은 결과이다. 
 

수돗물 사고 방지 대책

 
인천, 서울, 안성, 평택, 포항 등에서 발생한 수돗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관망의 유지관리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며, 다음과 같은 방지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먼저 상수관로 조사·진단에 기초한 정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상수도 관의 노후정도는 관의 코팅 성능, 염소농도, 수압, 용존산소, pH 등 여러 수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므로 매설년도에 비례하지 않는다. 조건에 따라서는 매설된 지 20년이 된 관이 30년 된 관보다 더 많이 부식되어 있을 수가 있다. 그러므로 매설년수를 기준으로 노후관을 교체하는 계획은 예산의 낭비이며,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수도사업자는 수도정비기본계획 혹은 관망정비계획을 수립하기 전에 매년 관의 매설년수, 사고이력, 녹물 민원 건수, 관말지역 등 관망의 취약지역을 평가한 후 직접 관에 내시경이나 수중카메라를 투입하여 관의 상태를 파악하여야 한다. 모든 관망정비계획은 직접조사를 통한 노후관 판별을 기초로 수립되어야 한다.  
 
포항시 맑은물사업본부가 내시경 검사를 통해 관로 내 노후상태 및 이물질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포항시청
 
두 번째로 관로 시설 조사·운영 및 개선 제도의 확보이다. 상수관로의 조사·진단을 의무화하려면 제도적으로 확립되어야 한다. 수도법에 따르면 수도사업자는 5년마다 정수장상수도관망 등 수도시설에 대한 기술진단을 실시하여야 하고, 이 결과에 따라 수도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사항들을 수도정비기본계획에 포함시켜 환경부의 승인을 받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승인 과정에서 이러한 관계가 철저하게 검증되지 않고 있다. 또한 기술진단의 법적 의무가 관로시설의 조사, 그중에서도 내시경이나 관로수중카메라를 통한 직접적인 관로상태조사로 인식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수도법 개정을 통하여 관망의 직접 조사를 의무화하고 정기적으로 시행하도록 하여야 한다. 더하여 관망의 조사, 진단, 개량, 청소 등을 위한 매뉴얼을 작성하여 표준적인 조사절차를 강제하는 제도적인 보완이 있어야 한다.  유지관리 매뉴얼에는 관망의 주요 분기 및 관 말단 지점에 대한 퇴수밸브 신설 확대, 신속하고 정확한 조사·진단을 위한 ‘점검구’ 설치, 관내 이물질 이동 및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스트레이너 설치, 탁도/잔류염소 측정용 다항목 측정장비 설치 및 모니터링, 효율적인 청소운영 방법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세 번째, 상수관로 유지관리 및 정기적 청소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관망의 조사를 통하여 노후관이 선정되면, 수도사업자는 예산을 확보하여 교체 혹은 청소를 시행하여야 한다. 관망을 최소 20년마다 한 번씩은 조사한다고 하면 매년 관망의 5퍼센트를 대상으로 조사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교체, 갱생, 청소를 시행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여야 한다. 수도사업자는 시장·군수이므로 노후관의 조사, 교체, 청소 등에 대한 수도사업 서비스 유지를 위한 예산 확보 및 조사, 교체, 청소의 실시는 시장·군수의 책임이다. 
 
네 번째, 전문인력의 양성 및 배치다. 서울시를 예를 들면 2007년과 비교하여 2017년의 서울시 상수도에 종사하는 총인력은 29.1퍼센트 감소하였다. 그중 행정직 인력은 11.8퍼센트 감소한 반면 기술직 인력은 42.5퍼센트 감소하였다. 한편으로는 인력의 생산성을 높였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실질적으로 상수도시설의 운영 및 유지관리에 필요한 기술직 인력이 크게 감소하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술직 인력의 대폭적인 감소는 수돗물 생산 및 공급 서비스에 대한 질적 향상의 저하로 나타날 수 있다. 인력의 양적 저감은 자동화를 통한 절감이라고 할지 모르나 실제로 기술인력의 과도한 저감은 설비의 유지관리 부실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자동화가 어려운 관망의 조사, 유지관리를 위한 인력의 부족을 유발한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더하여 인력의 순환보직제도는 전문인력의 양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나마 장기근무로 업무의 내용을 비교적 잘 파악하고 있던 기능직 직원들의 일반직 전환은 수도사업의 부실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돗물은 주민들이 먹는 물로 사용하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공중보건과 안전에 최고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상수도 기술 분야에서는 평시 운영 및 유지관리의 노하우와 전문성 있는 인력이 요구되지만 현재의 상수도 인력체계는 빈번한 순환보직으로 인하여 전문인력 양성이 미흡하다. 순환보직의 축소나 교육제도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다섯 번째 자산관리제도의 도입이다. 수도시설의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수도시설의 수많은 자산을 품목별로 등록하여 이력을 기록하고, 기능을 평가하는 등 수도시설에 대한 체계적인 자산관리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사업자는 더 이상 수도시설에 대한 기능평가와 교체 등을 경력자의 경험과 기억에 의지하여 시행하여서는 안 된다. 환경부는 수도사업자가 철저한 이력관리와 정기적인 평가를 통하여 수선, 교체, 청소 등의 의사결정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자산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자산관리계획 수립을 의무화하도록 제도화하여야 한다.  
 
여섯 번째, 사고대응 매뉴얼의 작성과 정기적 훈련이 필요하다. 수도사업자는 지금과 같이 수질사고에 대한 대책 매뉴얼만으로는 수도사업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고에 대응하기 부족하다. 수도사업자는 취·정수장의 펌프, 취수, 도수, 정수, 송수, 배·급수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단수, 파손, 정전, 수질불량 등 각종 사고를 유형별로 구분하여 각기 유형별로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을 작성하여야 한다. 더하여 매뉴얼은 실무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명확하게 작성되어야 한다. 또한 메뉴얼을 작성했어도 선반에 장식용처럼 놓여있는 사고대책 매뉴얼은 아무 소용이 없다. 수도사업자는 직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고 유형별로 정기적인 사고 대응 훈련을 수행하여야 한다. 
 

수돗물 없으면 삶의 질도 저하

 
이번의 수도사고로 인하여 많은 시민들이 고통을 겪으면서 수돗물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뚜렷하게 인식하였다. 수돗물은 익숙해서 시민들이 그 편리함을 잊고 살 수는 있어도, 실제로 수돗물이 없으면 삶의 질은 형편없이 저하된다. 수도사업자도 수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온갖 노력을 다하여야 하지만 시민들도 수돗물의 가치를 인식하고 수돗물을 잘 관리하겠다는 시장·군수를 선출하여 수돗물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한다.
 
 
글 / 최승일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에코스마트 상수도기술 개발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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