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더 단단한 4대강 복원 운동을 고민해야 할 때

2017년 5월, 당선 직후 빠르게 내놓는 대통령 지시사항들은 선명하고 적절했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시민들의 염원 속에 탄생한 만큼 개혁 의제에 대해서 힘 있게 성과를 내주기를 기대했다. 특히 4대강사업은 MB정부의 대표적인 실정(失政)인 만큼, 문재인 정부가 역량을 쏟기를 바랐다. 
 

문재인 정부 집권 4년 4대강은 어디로

 
문재인 정부는 2018년까지 4대강 보 처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낙동강은 수문개방 모니터링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제공 낙동강네트워크
 
문재인 대통령은 6호 지시사항을 통해 4대강 보 수문개방 및 보 처리방안 마련, 정책감사, 물관리일원화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는 환경부에 ‘4대강 자연성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이하 4대강조사평가단)’을 구성하고, 보 개방과 처리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임기 1년여를 남긴 2021년 현재,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자연성 회복 국정과제는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보 수문을 제대로 개방해서 자연성 회복의 성과가 나타난 곳은 금강의 세종보와 공주보 정도다. 문재인 정부는 보 개방 후 시설물에 대한 향후 처리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수문개방 진척이 부족했던 탓에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의 처리방안만이 국가물관리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마저도 집행 방안이나 시기 등은 무엇 하나 확정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4대강 자연성 회복이 표가 되지 않는 정책이라고 생각했고, 세종보 등 일부 보의 수문이 개방되어 자연성 회복의 징후들이 나타나자 언론과 시민들은 이제 4대강 관련 현안은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시민사회 역시 오랜 시간 4대강사업 대응 활동을 해오면서 그 사이에 새로이 발생한 수많은 환경현안들에 바빠졌다. 너무 많은 이들에게 4대강 이야기는 지겨운 레퍼토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렇게 4대강 운동을 접기에는 너무 이르다. 4대강사업의 가장 큰 폐해라고 할 수 있는 낙동강 문제는 아직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금강과 영산강의 경우 보가 위치한 본류 구간에 상수원이 없지만, 한강과 낙동강은 본류 구간은 수도권과 영남지역의 수많은 시민들이 상수원으로 이용하고 있다. 사안의 중대성을 굳이 나눠보자면 한강과 낙동강의 수문개방, 특히 녹조 문제가 심각한 낙동강의 수문개방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이지만, 정작 낙동강 문제는 손도 대지 못한 채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해가 지나가고 있다.
 

한강과 낙동강 보 수문을 열어라

 
한강과 낙동강의 경우 보의 해체 여부를 결정하는 보 처리방안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확정하기 어렵게 되었다. 보 처리방안은 수문 개방을 통해서 수질개선 데이터를 활용해서 마련하도록 되어있는데, 한강과 낙동강의 경우 일시적으로 수위를 낮춰보는 부분개방 이상의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질 모델링을 실시했지만, 아직 그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수질 모델링을 통해서 처리방안을 마련한다한들 보 처리방안이 유역물관리위원회를 거쳐서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확정짓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특히 낙동강처럼 정치적 갈등이 큰 경우에는 지자체장들이 당연직으로 참여하고 있는 유역물관리위원회의 통과조차도 쉽지가 않다. 
 
영남지역은 낙동강 수문 개방의 가장 절실한 이해당사자임과 동시에 보수적인 정치적 성향으로 인해 수문 개방에 부정적인 당사자이기도 하다. 낙동강 보 가운데 유일하게 함안보 상류 양수장 개선공사가 지난 3월 마무리되었지만, 취수장은 여전히 손도 대지 못한 상황이다. 비극적인 일이다. 갇혀있는 낙동강 물이 흘러야 낙동강 녹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그래야만 영남지역의 상수원이 안전해진다. 이 간명한 사실은 결코 정치의 대상이 아니지만, 정부도 지역 주민도 정치의 색안경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정치적 반대가 없는 한강의 3개 보 역시 수문 개방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한강과 낙동강 문제를 못 푸는 것인지 안 푸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하다.  
 
지난 2월 19일 한강과 낙동강의 유역물관리위원회는 각각 ‘기후변화, 재해 등에 대비한 보 운영 여건 마련(안)’과 ‘낙동강 수계 취양수장 시설개선(안)’을 서면의결했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결정이다. 보 수문 개방을 위한 사전조치라고 할 수 있는 보 인근 취양수장 시설개선에 민관이 함께 동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사결정이 가능했던 것은 실제로 2018년 폭염 당시 남조류 수치가 치솟으면서 부산 덕산정수장이 수돗물 생산 불가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당시 태풍 솔릭이 하루만 늦게 상륙했더라면 부산 일대의 수돗물이 단수될 뻔 했다. 때맞춰 태풍이 오지 않는다면, 비상시에 사람의 힘으로 남조류 생성을 억제할 수 있는 조건은 오직 유속을 높이는 것뿐이다. 향후 기후위기로 인해 여름철 폭염일수는 늘어갈 것인데, 현재 보 상류의 기형적인 취양수장 시설로는 비상시에도 보의 수문을 개방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역물관리위원회는 취양수장 시설개선을 굳이 4대강 복원과 연결 짓지 않더라도 비상시 재해에 대비한 보 운영여건을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천신만고 끝에 한강과 낙동강 취양수장 시설개선이 필요하다는 유역위원회의 의결이 이루어졌지만, 실질적인 개선이 가능할지는 확답할 수 없다. 농업용 양수장과 달리 대규모 취수장의 경우 당장 공사를 시작한다 하더라도 2~3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임기 안에 한강과 낙동강 수문개방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더 단단한 법적 장치 필요 
 
세종보가 개방되어 자연성 회복이 이루어진 구간에서 아이들이 모래놀이를 하고 있다 Ⓒ세종환경운동연합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4대강은 어떻게 될까. 여당이 과연 정치적 부담을 짊어지면서 4대강 복원 정책을 승계할까, 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일어나면 그간의 모든 4대강 복원 의사결정이 무력화되지 않을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4대강 복원 특별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걱정에 노심초사하게 된다. 
 
당장 환경부에서 보 개방 및 모니터링, 보 처리방안 마련, 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4대강조사평가단은 대통령 훈령을 근거로 만들어진 조직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사라질 확률이 높다. 그간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단은 법적근거가 아닌 지자체 및 농민과의 협의를 통해서 수문개방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조직이 사라지면 정책 실행력도 함께 사라진다. 강 복원이 정치에 휘둘리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강 개발이라는 관성의 기득권을 보수정치가 옹호하는 것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은 1992년 공화당 소속인 부시 대통령이 직접 ‘엘와 강(Elwha river) 생태계와 어장복원법’에 서명해서 두 개의 대형 댐 철거를 결정할 정도로 강 복원에 대해서 여야가 없는 나라였다. 극우 성향의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이후, 2016년 오바마 행정부의 클라마스 강(klamath river) 복원 결정이 수년간 표류하기도 했지만 미국은 연방정부가 기존의 결정을 마음껏 뒤집지 못하도록 주 정부가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고, 청정수법과 멸종위기종법, 연방에너지법, 그리고 각 주에 만들어진 하천복원 전담기구를 통해서 정책의 후퇴를 막을 수 있었다. 또한 엘와 강이나 클라마스 강처럼 규모가 큰 댐을 철거할 경우 특별법 형태의 강 복원 법을 제정해서 전담기구를 꾸리고, 다양한 거버넌스를 통해 사업을 추진해왔다. 
 
우리도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더 단단한 4대강 복원을 고민해야 할 때다. 폭염이 오지 않도록 하늘만 보면서 빌 수도 없고, 온 국민이 늘 4대강 문제에 대해 쉬지 않고 분노해주기를 바랄수도 없으며, 운동이 답보상태에 빠질 때마다 농성장을 차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흔들리지 않고 4대강 복원이 추진될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 혹은 하천법 개정을 통해서 사업 추진 및 예산지출, 조직 구성의 법적 근거를 갖추고, 지역의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실질적이고, 수용성 높은 거버넌스를 갖춰나가야 한다. 변변한 성과 없이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지만, 정치라는 바람에 쉽사리 흔들릴 일도 아니다. 결국 우리는 4대강이 흐르도록 할 것이다. 
 
 
글 /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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