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안전한 수돗물? 낙동강 원수부터 지켜라

보에 막힌 낙동강. 매년 녹조 번성으로 식수원이 위협받고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정수과정에서 걸러진 슬러지 처리가 어려울 만큼 가득차서 결국 제한급수단계까지 갔습니다.”
 
지난 9월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신창현 의원과 환경운동연합, 먹는물부산시민네트워크 등 환경단체들이 함께 부산덕산정수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부산 상수도사업본부 본부장이 설명했다. 이번 방문은 지난해 8월 남조류로 인해 덕산정수장에서 심각한 정수 장애가 발생했다는 보도에 따라 현장을 점검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부산 상수도사업본부 본부장은 “18년 8월 강수량이 급감하고 일조량이 증가해 매리취수장의 경우 (남조류가) 최대 14만8700cell/ml가 발생했다”며, 이로 인해 “고농도 조류 발생시 정수장 운영 매뉴얼에 따라 대응했지만 후처리시설에서 슬러지 처리가 어려워지자 제한급수단계까지 갔다”는 것이다. 
 
고농도 조류 발생 시 안전한 수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돗물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화명, 명장정수장은 시설노후화로 생산량이 감소하는데, 덕산정수장마저 어려움을 겪을 경우 부산시 일대의 수돗물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낙동강 녹조 창궐에도 강 건너 불구경하는 부산시

 
부산시가 내놓은 개선방안과 건의사항은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들이었다. 단기 대책으로 슬러지를 농축해서 배출하는 탈수기 시설을 보강하고, 조류펜스를 추가 설치한다는 것이다. 장기 대책으로는 취수탑을 설치해서 취수 방법을 개선하고, 전처리 공정을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시설만 보완하면 별 문제 없는 것인가요? 낙동강 수문개방 문제를 풀어보려고 단체들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일부러 찾아왔는데, 이제 저희는 관심 안 가져도 되는 건가요?” 낙동강 남조류 정수를 위해 시설개선이 필요하다는 부산시 공무원에게 물었다. 낙동강이 남조류로 인해 ‘녹조라떼’를 넘어 죽이 될 지경인데, 누구보다 수문을 개방해달라고 아우성이어야 할 부산시가 원수(原水)개선 요구를 포기하고 시설을 개선해서 정수를 하겠다는 안이한 판단에 화가 났다. 하지만 지난여름 녹조곤죽을 정수해서 차질 없이 공급하기 위해 그들이 누구보다 고생했을 것을 잘 안다. 
 
“아닙니다. 저희 정말 한계상황입니다. 서울에서 많이 도와주십시오.” 부산시 공무원이 다급하게 말했다. 한숨이 났다. 낙동강의 먹는 물 문제를 당사자가 아닌 다른 누구도 대변해줄 수 없다. 실태가 확인된 문서는 부산뿐이지만 부산 못지않게 녹조가 심각했던 경남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로웠을 리 없다. 결국 수문을 열지 못하면 부산과 경남은 녹조 폭탄을 끌어안고 살아야만 한다. 
 
덕산정수사업소 소장은 “남조류 유입 방지를 위해 취수구에 조류펜스를 2중으로 설치하고, 탈수기 시설을 보강했다”고 설명하면서도 “남조류는 밤에는 강바닥에 가라앉았다가 낮에는 표면으로 다시 부상하기 때문에 펜스가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소장은 “결국 강물이 흘러야 나아지는 것은 전제조건”이라고 털어놨다. 
 

낙동강 수문개방 위한 골든타임

 
지난여름 낙동강 칠서취수장에 남조류가 발생해 수질검사를 위한 채수를 진행하고 있다. 낙동강은 부산, 대구 등 1300만 영남인의 식수를 공급하는 원천이다. 하지만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에 보들이 들어선 후 해마다 녹조가 창궐해 비상이 걸렸다. 심지어 취수장과 정수장까지 녹조가 번성해 수돗물 공급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생각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올해는 비교적 양호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남조류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추세대로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한국은 여름 폭염일수가 지금보다 2~4배 증가하게 된다. 녹조라떼가 발생하는 조건은 일사량, 수온, 영양염류, 그리고 유속 등 4가지다. 일사량과 수온은 폭염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2018년 같은 수돗물 단수 위기가 다시 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는 이야기다. 일사량과 수온 조건을 인간이 컨트롤할 수 없다면 영양염류와 수온 조건을 조정하는 방법이 남는다. 하지만 대도시와 공단을 지나 부산과 경남까지 오는 낙동강 유역을 소양강댐 상류처럼 모두 비워서 청청하게 만들 수 없다면, 결국 유속을 높여야 한다. 보 수문을 개방해야한다는 뜻이다. 
 
부산시가 내놓은 대책을 보면, 수문개방을 통해서 낙동강 남조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가 실질적 마지노선이라는 정보가 부족한 듯싶다. 한시조직인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단은 2020년에 활동을 종료한다. 4대강 자연성 회복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도 4년차에 접어들면서 행정의 동력이 확연히 떨어질 것이다. 2019년 양수장 조정예산은 큰 논란 없이 통과되었지만, 2020년 예산 확보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내년 농업용수 사용시기인 3월 전까지 수문개방을 준비하려면 올 10월부터 공사를 해야 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문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 4년차의 낙동강 문제는 더 이상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의 실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먹는 물에 대한 신뢰는 원수로부터

 
녹조곤죽이 된 낙동강 물을 완벽하게 정수한다면 시민들은 먹는 물을 신뢰할 수 있을까. 2017년 수돗물시민네트워크가 시행한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이유 2위는 “상수원이 깨끗하지 않을 것 같아서(22.7%)”이다. 역으로 우리가 약수물이나 생수를 먹는 이유도 비슷할 것이다. 산에서 내려오는 지하수, 노르웨이 빙하수, 제주 지하수 등 원수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공학적으로 완벽하게 처리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물의 출처가 화장실 변기나 녹조 가득한 물이라면 꺼림칙할 수밖에 없다. 
 
보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은 정부와 전문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사실과 상관없는 과도한 정쟁으로 사회적 갈등을 발생시키고 있다. 낙동강 기초지자체는 농민을 핑계로 수문개방을 반대하지만, 농업용수 이용에 문제가 없도록 공사할 수 있는 예산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금강에서 수문개방에 반대하던 농민들은 수문이 개방된 지 1년이 지났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정치적으로 이용당한 것이다. 
 
현장을 둘러본 신창현 의원은 “강의 자연성이 회복되면 원수 수질이 개선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금강은 수문을 다 열어서 남조류 문제가 개선되었는데 낙동강은 여전히 개방을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또한 “낙동강 자연성 회복에 여야가 있을 수 없으니 문제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으자”고도 했다. 
 
결국 낙동강 먹는 물 문제는 강을 회복하지 않고서는 풀 재간이 없다. 취수원을 옮기고, 강변여과를 한다 해도 비상취수원에 불과하다. 또한 보 개방 문제를 풀지 않으면 낙동강 하굿둑 개방, 산업단지 유해물질, 유역관리, 수돗물 안전성 확보 및 음용률 개선 등 다음 단계의 논의로 나아갈 수가 없다. 보는 강의 자연성 회복만 가로막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 함께 머리를 맞대야

 
부산환경운동연합 등 낙동강 수계 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식수원 보호를 위해 낙동강 보를 개방하라고 촉구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낙동강에서 물을 먹는 이들이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니다. 먹는 물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낙동강 일대 정수가 마비된다면 소방차나 생수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한다. 낙동강 물 문제를 풀려면 부산시와 경남도, 대구시와 경북도와 지역 시민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냉정하게 말하면 타 유역 시민들에게 낙동강 녹조 문제는 머나먼 동네의 이야기일 뿐이다. 당사자인 낙동강 유역이 나서지 않으면 이 문제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다. 
 
국회도 소모적인 정쟁을 중단해야 한다. 특히 낙동강 유역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국회의원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런 일을 하라고 지역구 국회의원이 존재하는 것이다. 정부 역시 낙동강 물 문제 해결에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물관리기본법 시행에 따라 한 달 사이 연이어 출범한 국가물관리위원회와 낙동강유역위원회의 어깨 위에 놓인 부담도 적지 않다. 이 모든 당사자가 함께 힘을 모을 수 있을까. 올해가 가기 전에 수문개방의 단초가 열리길 바란다.
 
 
글 /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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