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동탄 오산천에 수달이 산다

오산천 ⓒ윤순태
 
자연다큐를 촬영하는 나는 집에 있는 날보다 지방에 있는 날이 더 많다. 자연의 사계와 그 속에서 경쟁하며 살아가는 생명들을 기록하다 보니 콘크리트와 아파트 숲으로 이루어진 동탄에서는 할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침에 눈을 뜨면 카메라를 들고 집 근처인 오산천에 나간다. 오산천을 산책하다 먹이 활동을 하는 고라니를 발견하면서 오산천에 푸욱 빠져 들게 되었다. 아무리 고라니가 흔하다지만 아파트가 즐비하고 산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가로이 먹이 활동을 하는 고라니를 볼 수가 있다니.
 

고라니, 삶에 이어 수달까지

 
본격적으로 고라니를 촬영하기 위해 오산천 주변을 다니던 중 뜻밖의 흔적을 보고 또 놀랬다. 삵의 배설물을 발견한 것이다. 내가 잘못 보았나 싶어 도감을 다시 찾아보고 눈을 씻고 다시 봐도 분명한 삵의 배설물이다. 도심에서 고라니가 살아가는 것도 놀라운데 우리나라 최상위 포식자인 삵이 도심 속에 살아가고 있다니. 주변은 공사로 인해 황량하고 도로로 이동 통로도 막혀있어 삵이 살아갈 곳이 없을 것 같은데 곳곳에 흔적이 있다. 그날 이후 도심의 자연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오산천과 반석산을 중심으로 센서 카메라를 설치하여 촬영을 하며 조사를 하던 중 또 놀라운 생물의 흔적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바로 수달의 배설물이었다. 하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수달의 흔적이 동탄의 하천변에서 발견된 것이다. 고라니, 삵에 이어 수달까지 동탄 오산천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달은 인간의 간섭이 적은 자연하천에서 드물게 발견되었다. 그래서 도심에서 발견이 되면 화제가 되고 뉴스로 보도되었다. 작년에 서울 한강의 밤섬에서 수달이 발견되어 환경부의 차장이 직접 발표를 할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대마도에서 수달이 발견되자 정부에서 수달 서식을 발표했을 정도다. 수달 서식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수달이 하천 생태계의 환경지표종이기 때문이다. 수달이 존재한다는 것은 수달의 먹이가 되는 다양한 물고기가 살아가고 물고기가 먹이로 하는 수서곤충이나 플랑크톤 등이 살아있는 건강한 생태계가 형성되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달은 멸종위기야생생물1급이며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지정될 정도로 지금은 보호해야할 야생동물이 되었고 도시하천에서 수달을 보기가 더 어려워졌다. 
 
오산천에서 발견된 수달 배설물 ⓒ윤순태
 

허리 잘린 오산천

 
우리나라 최상위 포식자인 삵과 수달을 촬영하기 위하여 거의 매일 오산천 주변을 촬영하면서 도심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생물에 놀라고 또 이곳만의 독특한 자연환경에 감탄했다. 그런데 오산천 주변의 위태로운 환경과 오산천이 처한 현실을 알고 나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것이 상식인데 오산천은 이러한 상식에서 벗어났다. 사람들의 욕심과 간섭으로 인해 오산천 허리가 잘린 것이다. 오산천은 용인의 동백산에서 발원하여 용인 시내를 거쳐 기흥저수지로 흘러 들어간다. 그런데 기흥저수지에서 오산천의 물길은 끝이 난다. 기흥저수지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저수지의 물을 농업용수로 관리한다며 관로를 통해 평택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하류인 동탄에는 신도시로 개발이 되면서 농사용 물이 필요 없다며 농번기인 5~10월에는 수문을 막고 하류로 물을 흘려보내지 않는 것이다. 장마 전이나 많은 비로 수량 조절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기흥저수지의 수문은 닫혀 있다. 그렇다면 동탄을 흐르는 하천의 물은 어디에서 발원한 것인가? 
 
오산천은 용인에 있는 삼성전자방류수(삼성전자그린센터)와 고매하수처리장(고매레스피아)에서 방류하는 물이 대부분이며 주변의 지천(고매천, 치동천, 신리천 등)에서 적은 수량이 합류되고 있다. 즉 오산천을 흐르는 물은 자연수가 아닌 20~40도의 고온으로 배출되는 배출수이다. 때문에 동탄의 오산천 상류는 색다른 풍경이 연출된다. 겨울에도 얼지 않고 온천수처럼 김을 무럭무럭 풍기며 흘러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겨울철 온천욕을 즐기는 흰빰검둥오리를 보면서 허허허~~헛웃음이 짓곤 한다. 가끔 오산천으로 흘러들어온 생활하수나 비점오염원으로 인한 오염물로 악취가 심해져 나도 모르게 손으로 코를 막기도 한다. 
 
그런데 오산천의 물이 하류로 흘러가면서 냄새가 줄어들고 수온도 낮아진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하천변의 식생과 여울이 스스로의 자정능력으로 오산천의 물을 생명이 살 수 있는 물로 바꿔주고 있는 것이다.
 

동탄 야생의 마지막 피난처

 
동탄 구간을 흐르는 오산천은 하천변의 식생이 발달한 자연형 하천으로 여울이 형성되고 S자형의 사행천으로 흐르고 있다. 하천변에는 일년생 갈대 군락에서부터 다년생 수목 등 다양한 식생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하천변의 환경은 사람에 의해서 형성된 것이 아니다. 2001~2006년 하천정비사업 이후 오산천은 약 15년 이상을 사람의 간섭에서 벗어나 하천변의 식생이 습지로 형성되면서 자연형 하천으로 정착된 것이다. 이러한 하천변의 식생 군락으로 인해 물은 자연정화 과정을 거치게 되어 수질을 유지할 수 있게 되고 다양한 생물들이 살 수 있는 평화로운 풍경을 연출하는 것이다. 
 
또한 현재 오산천은 사람 중심의 도심을 흐르며 주변은 여전히 공사 중이지만 과거 오산천은 시골 동네를 흘러가는 평범한 하천이었다. 하천 주변은 논과 밭으로 형성되었고 주변엔 반석산, 큰재봉 등 작은 동산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시골의 모습이었다. 그곳에는 삵, 고라니, 멧돼지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었으나 신도시 개발로 인해 생물들의 서식지가 줄어들게 되었다. 이들이 동탄 도심에서 발견된 것이 신기한 것이 아니라 신도시 개발 전부터 살아가고 있던 원주민인 것이다. 즉 오산천은 동탄 생물에게는 마지막 피난처이자 서식지인 것이다. 
 
개발에서 밀려 살아난 오산천이 최근 개발 위협을 받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동탄 오산천 구간에 친수하천정비사업을 추진, 올해 말부터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한 것이다. 오산천은 지금까지 홍수, 환경 등 아무런 문제없이 상류의 오염원까지 자정하며 흐르고 있는 하천이다. 오히려 하천개발사업으로 오산천 생태계가 훼손되고 결국 삵과 수달 등 오산천에 살고 있는 생물들에게 위협이 될 우려가 크다. 전국의 하천이 ‘고향의 강’ 사업 등 하천정비사업이라는 명목 하에 지역의 환경적 특성 없이 정원처럼 꾸며진 똑같은 하천으로 개발되었다. 오산천은 이러한 하천개발에서 벗어났기에 다른 도심에서는 볼 수 없고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자연형 하천으로 되살아났는데 이곳 역시 하천개발사업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다행히 화성환경연합의 제안으로 작년부터 오산천 멸종위기종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화성시와 LH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전과 이용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정하겠다고 화성환경연합과 합의했다.  
 
LH가 추진중인 오산천 역관로 사업도 문제다. 약 500억 원이 투자되는 역관로 사업은 오산천 수량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화성동탄공공하수처리시설에서 방류하는 처리수를 역관로를 통해 상류로 올려 다시 하류로 흘려보내는 사업이다. 이 또한 반드시 필요한 사업인지 충분한 타당성 검토와 함께 역관로 사업으로 인한 오산천변의 훼손이 발생하지 않는지 숙의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동탄의 허파, 오산천

 
오산천엔 수달, 삵, 원앙을 비롯한 야생동물들이 도시민과 함께 공존하고 있다. 동탄에서만 볼 수 있는 도심 속 자연형 하천이다. 또한 오산천은 상류에서 배출되는 각종 오염원을 정화해 쾌적한 환경을 유지시키는 동탄의 허파이자 콩팥 역할을 하고 있다. 하천변의 갈대 등 다양한 식생들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을 갈아엎고 창포둠벙, 연꽃둠벙 등 사람들만을 위한 정원으로 개발한다면 주변 오염원을 정화시키는 자정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수생태계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사람의 접근이 많아지면서 멸종위기종 야생동물의 서식공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친수하천정비를 명분으로 하천을 공원화하는 하천개발은 제고되어야 한다. 야생동물들의 마지막 피난처이자 동탄의 허파 오산천은 미래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글 / 윤순태 화성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이자 다큐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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