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 마리 가창오리 군무는 축복인가?

 
4대강사업으로 만들어진 공주보와 백제보 사이에 약 15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월동 중이다. 2월 18일 3만 마리의 가창오리를 처음 확인했다. 이후 공주지역에 약 10만 마리가 확인되었으며, 24일 약 15만 마리로 늘었다. 실제로 늘은 것인지 분산되었던 가창오리가 모이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적색목록에 등재되어 보호받고 있는 가창오리는 전 세계의 약 99%가 국내에 월동하는 종으로 매우 유명하다. 시베리아 레나 강 인근의 작은 습지에 흩어져 번식하고 우리나라 서해안의 대규모 강과 호수에서 월동한다. 시베리아에서는 한 쌍씩 번식하기 때문에 대규모 군집을 이루지 않는다. 
 
 
결국, 가창오리의 군무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대한민국인 것이다. 사진작가들은 국내에서만 볼 수 있는 노을에 걸쳐 비행하는 군무를 보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이다. 탐조문화가 발달한 미국과 영국에서는 가창오리의 군무를 보기 위해 겨울철 우리나라를 찾기도 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이런 탐조객의 모습을 보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이번에 금강 중류에서 가창오리 최소 15만 개체가 확인된 것은 기록적인 일이다. 과거 4대강사업 이전 백제보 인근에서 3만~5만의 무리가 확인된 적이 있긴 하지만, 이후 소수(1~20마리)의 개체가 가끔 확인되었을 뿐이다. 4대강사업이 잠시 들렀던 가창오리도 柬아낸 것이다. 그러다 올해 2월 15만 마리의 군집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해까지도 굳건히 닫혀 있던 백제보가 수문을 개방해 낮아진 수심이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해 본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하중도와 모래톱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호수와 강에서 월동이 가능한 종이지만, 모래톱 등에서의 휴식처가 있으면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해안을 중심으로 한 월동지의 모습을 보면 대규모 섬이나 모래톱이 발달해 있다. 실제 백제보 현장에서도 하중도뿐만 아니라 물가에 드러난 모래톱에서 휴식을 취하는 개체도 적지 않았다. 흘러가는 강이 되면서 금강이 오히려 가창오리의 월동 반경을 넓혀준 것이다.
 
 
많은 조류학자들은 가창오리가 대규모로 월동하는 모습을 아름답게 여기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바이러스 등의 전염병이 번지면 대규모 폐사로 이어져 종의 존폐에도 심각한 타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2~3개의 그룹이라도 나누어져 월동하는 게 대규모 질병에 안전하다. 이번에 확인한 15만 마리 가창오리의 군집은 금강 하구가 아닌 중상류까지 월동지를 확장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아직 확실치는 않기 때문에 단정할 수 없지만 말이다. 가창오리가 내년에도 이곳을 다시 찾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더 나은 월동지 생태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내년에는 완전히 보가 개방된 상태에서 가창오리들이 겨울을 나기를 희망한다.  
 
 
글 사진 /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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