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8] 하천 생물다양성의 비밀, 여울과 소

민물은 바닷물에 비해 규모나 면적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작지만 그 조건은 바닷물에 비해 훨
씬 다양하다. 또 물이 흐르는 하천은 정체된 호수나 저수지와도 그 환경조건이 매우 다르다. 하
천은 상류, 중류, 하류에 따라 구배(경사), 유속, 수심, 유폭, 바닥과 주변의 조건이 다 다르고
따라서 생물의 종류도 다 다르다. 하천은 생태적인 입장에서 볼 때 미소서식처(microhabitat)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하천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동안‘S’자 모양으로 굽어지는 경향이 있다. 물 흐름
이 굽어지는 곳에서는 물이 일시 정체된 깊은 소(pool)를 이루고, 물길이 반듯해 지면 흐름이 빨
라지면서 수심이 얕은 여울(riffle)을 이룬다. 하천의 상류와 중류에서는 여울과 소가 반복되지
만 하류는 대체로 반듯하게 흘러 바다에 이른다.
흐르는 물이 깊은 곳에 이르면 유속이 갑자기 느려져 위에서 떠내려온 부유물과 작은 모래입자들
이 바닥에 가라앉아 모래와 뻘 바닥을 이룬다. 소의 표층에는 동물플랑크톤이 풍부하여 이것을
주로 먹는 붕어나 잉어 등이 유영하면서 떼지어 살고, 바닥에는 모래무지가 모래 속에 숨어 산
다. 한편 뻘이나 모래 속에 사는 말조개와 같은 이매패의 몸 속에는 각시붕어와 같은 납자루아
과 어류가 산란관을 길게 늘여 알을 낳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이들도 주로 소에 산다. 그리고 밤
이 되면 여울에 사는 물고기들도 깊고 넓은 소를 찾아와 휴식한다.
수심이 얕은 여울에는 바닥에 자갈과 큰돌이 많아 햇빛을 충분히 받는다. 자갈과 돌 표면의 부착
조류는 광합성작용으로 많은 유기물을 생산하는데, 수서 곤충과 무척추동물들은 이것을 주로 먹
으며 물고기들은 수서곤충 유충과 무척추동물들을 먹으려고 이곳에 모여든다. 유속이 빠른 여울
에서는 돌에 부딪쳐 물방울이 튀기면, 많은 산소가 물 속에 녹아들어 여울은 수중동물의 산란과
부화에 알맞은 장소가 된다. 돌 표면에 있는 미생물과 원생동물은 이처럼 풍부한 산소를 이용해
위로부터 떠내려온 유기물을 분해하므로 하천 정화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또한 여울의 큰돌
과 자갈 틈새는 물고기들이 주변의 포식자들로부터 자신의 몸을 숨길 수 있는 좋은 피난처이다.
한편 깊은 소에서 여울로 이어지는 곳에는 수심이 얕고 유속이 느린‘민 여울’이 형성되고, 여
울에서 깊은 소로 이어지는 곳에는 자갈이 많고 물이 빠른‘빠른 여울’이 형성되는데 각각 서식
하는 생물의 종류가 다르다. 하천에서는 여울과 소가 이렇게 짝을 이루어 하천의 생물다양성이
유지되는 것이다.
1980년대 전주천은 하천 오염과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콘크리트로 직강화하고 수중보로 물을 저
수하여 이용하려고 개발하였으나, 그 후 수질은 계속 악화되었고 물고기 떼죽음과 악취가 빈발하
였다. 이에 전주시에서는 2000년 4월부터 2002년 5월까지 많은 경비를 들여 자연형 하천 조성사
업을 추진하였다. 이 과정에서 전주천 주변의 오염수 유입을 차단하고, 콘크리트 호안과 수중보
대부분을 철거하여 물가에는 큰돌을 쌓아 물길을 만들고, 돌무더기로 빠른 여울, 작은 섬 그리
고 소들을 만들어 자연하천에 가깝게 하였다. 필자는 이 공사가 마무리될 시점에 전주천의 생물
들을 조사하면서 다음과 같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사 10년 전, 전주천 상류에는 쉬리와 버들치를 비롯한 약 20종의 어류가 출현하였지만 도심 수
역인 어은교 일대에는 오염에 강한 붕어와 피라미 2종만이 발견되었다. 자연형 하천 조성공사
후 1년이 지나자 어은교 부근에 새로 만들어진 여울 수역은 수질이 눈에 띄게 좋아져 물 속 돌에
는 부착조류가 덮이고, 돌 아래에는 날도래와 하루살이 유충들이 밀집되었다. 그리고 깨끗한 여
울에서만 사는 쉬리와 버들치를 포함한 12종의 어류 서식이 확인되었고, 물가에는 여러 종의 새
들이 모여들었다.
이렇듯 오염되어 죽어 가는 하천을 살리려면 먼저 오수 유입을 차단하고, 수중보를 제거한 후
그 곳에 여울과 소를 조성하여 수중 생물 서식처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렇게 생물다양성이 회
복되면 하천은 생태적으로 기능이 원활해지면서 하천 생태계는 안정되는 것이다.

김익수 kim9620@moak.chonbuk.ac.kr
전북대 생물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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