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피해 확산의 방정식

유기농의 메카였던 양평 두물머리ⓒ이철재
 
“두물머리 저렇게 두면 안 됩니다. 몰아내야 해요. 저 사람들은 여기 사람이 아니에요”
 
4대강사업으로 비롯된 팔당 두물머리 유기농민들의 농지보전 싸움이 한참이던 무렵, 양평군  직원이 지역 내 해병대 출신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해병대 전우회가 앞장서서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농민들을 몰아내자는 내용이다. 2010년 환경연합의 여주 이포보 점거 농성 당시 지역 내 해병대 전우회가 나서 환경단체 활동가들을 괴롭히던 모습을 봤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방법을 쓰고자 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 전화를 해병대 출신이자 두물머리에서 마지막까지 버틴 서규섭 농민이 받았다. 당시를 회상하던 서규섭 농민은 얼굴 표정을 통해 ‘행정기관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며 분노를 드러냈다.
 
남한강에서 4대강사업에 찬성 입장을 밝힌 지자체 중에는 대표적으로 여주시가 있다. ‘천년 만에 찾아온 발전 기회’라며 시장을 비롯해 행정기관, 사회단체들이 적극 찬성 입장을 보였다. 이항진 여주시의원은 당시 여주환경연합 집행위원장으로서 지역 내 반대 운동을 주도했다. 4대강사업 반대를 천명한 사회단체들이 없지 않았지만, 보수적인 지역 분위기에 제대로 입장을 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항진 의원은 멸종위기종 단양쑥부쟁이 및 표범장지뱀 집단 서식지 훼손 사건 등 4대강사업의 현장 문제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때문에 4대강사업 찬성 진영에게 이항진 의원은 ‘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다. 한참 나이 어린 동네 후배의 10여 분간의 전화는 쌍소리로 시작해 쌍소리로 끝날 정도로, 그에게 욕설과 협박은 일상사였다.
 
이항진 의원 아내는 여주 토박이로서 남한강변에서 부부가 직접 지은 한옥을 한정식집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저렴하면서도 음식 솜씨가 좋아 적지 않은 이들이 찾았다. 특히 행정기관 관계자들이 많이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남편이 4대강사업 반대 활동에 전념하자 손님이 줄기 시작했다. 이유가 있었다. 4대강사업에 찬성하는 동네 건달들이 수시로 찾아와 손님들 보란 듯이 대놓고 행패를 부렸다. 주차장에는 밤새 누군가에 의해 대량의 못이 뿌려진 일도 벌어졌다. 행정기관의 암묵적 동조 또는 방관을 의심해볼 대목이다.
 
여주보 공원시설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이항진 여주시의원 ⓒ이철재
 
그에 따라 영업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한옥을 팔아야만 했다. 그것도 시세의 3분의 2 수준으로.
 

행정기관의 보이지 않은 탄압

 
2011년 10월 여주 이포보에서 열린 ‘4대강 새물결 맞이 행사’ 이후 4대강사업은 2012년 중반 무렵 물리적 공사가 마무리 됐다. 그에 따라 지역의 갈등도 마무리 됐을까? 결론부터 밝히자면, 4대강사업으로 인한 갈등과 피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갈등과 피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4대강사업 이후, 이 사업에 따른 문제점을 드러내면 보이지 않게 탄압을 받는 경우도 벌어지고 있다.
 
낙동강 창녕군의 어부 A씨는 올해 초 낙동강의 문제점을 언론에 밝힌 것을 두고 자신은 물론, 형제들마저도 직간접적인 피해를 볼까봐 전전긍긍했다. A씨가 왜 그런 우려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남한강에서 만난 어부 B씨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4대강사업 이후 B씨는 환경단체와 전문가를 자신의 배에 태워 남한강 현장 조사에 나섰다. 남한강에서 발생한 생물종 집단 폐사 사건은 이렇게 언론에 보도됐다.(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이유는 B씨에게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B씨와 같이 언론 인터뷰에 응했던 어촌계 관계자는 행정기관이 추궁하자 ‘B씨에게 속아서 하게 됐다’며 모든 책임을 B씨에게 돌렸다. B씨는 “보도가 나간 뒤 정보과 형사들이 손님을 가장해서 왔다”고 말했다. 면세유 사용 현황과 어업면허와 고기잡이 등이 일치하는지를 꼬치꼬치 캐물었다고 한다.
 
4대강사업 공사 관계자들도 그를 표적 삼아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그에 따라 B씨는 두 건의 불법 행위가 고발당해 500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하나는 선착장 무단 점용 건이다. B씨는 “예전에 여주시가 민원이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신고하지 말고 그냥 사용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다른 건은 여주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배를 몰았다는 혐의다. 이에 대해 B씨는 “보로 뱃길이 막혀서 어쩔 수 없이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법원의 판사도 B씨의 항변을 인정해 결국 무단 점용 건만 25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경찰 조사 3번 그리고 법원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깨진 시간과 비용도 문제지만, 억울함 때문에 B씨의 목소리는 격앙될 수밖에 없었다.
 
4대강사업 전 B씨에게 모래무지, 피라미 등 매운탕용 잡고기는 제법 돈이 됐다. 월 700만~8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4대강사업 이후에는 달라졌다. B씨는 “모래무지 등 그런 거 요즘 우리도 구경을 못한다. 여울이 없으니까 저 강원도 문막, 횡성댐 밑으로 다 올라갔다”고 말했다. “지저분한 물에 많이 사는 붕어, 가물치만 잡히는데, 찾는 사람이 없어서 돈이 안 된다.”고도 밝혔다. 겨우 다슬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지만, 그나마도 폐사한 것이 많아 선별하는데 예전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그에 따라 B씨의 월수입은 4대강사업 전의 절반으로 곤두박질 쳤다. 
 

주민 피해는 누가 보상하나

 
2012년 8월 4대강사업 저항의 마지막 거점인 두물머리에서 극적인 타협이 이뤄졌다. 유기농업을 하던 11농가가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대신, 이 지역을 생태학습장으로 조성하는 것으로 당시 국토부와 합의했다. 4대강사업 과정에서 유일하게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유기농민과 천주교, 시민단체가 만들어낸 값진 결과였다. 그에 따라 1년여 동안 정부 및 민간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해외 사례를 참조해 가면서 생태학습장 안을 만들었다. 세부적인 진행은 지자체가 주관하는 것으로 했다.
 
서규섭 농민은 “거기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면서 “양평군이 일방적으로 생태학습장 진행 중단을 선언했다”고 분개했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생태학습장이 아닌 개발을 추진하려는 시도가 몇 차례 있었고, 그때마다 농민들의 저항에 부딪치면서 생태학습장 조성은 답보 상태가 됐다.
 
“여러 채널을 통해 들어 보면, 양평군은 4대강사업 전면에 나섰던 이들과 뭘 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는 것이 서규섭 농민의 말이다. 참다못한 농민 등이 ‘두물머리 사람들’이라는 협동조합을 통해 자체적으로 생태학습장 프로그램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행정기관은 여전히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여기서 합의 주체인 국토부는 ‘나 몰라라’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가 헌신짝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4대강사업 이전 양평군 두물머리와 남양주시 송촌리, 진중리 일대는 ‘우리나라 유기농의 메카’라는 말처럼 70~80농가들이 몰려 있었다. 이들은 영농조합을 결성해 한살림, 정농생협 등 직거래 생협에 유기농산물을 납품하고, 농협 8개 매장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당시 영농조합 법인의 연 매출액은 60억 원이었고, 법인이 운영하는 유통사업단은 100억 원 규모였다. 그러나 4대강사업 이후 농민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2015년 법인 매출은 14억 원으로 격감했다. 유통사업단 역시 생산력이 받쳐주지 못하다 보니 지분 싸움 끝에 떨어져 나갔다. 20년의 역사를 지닌 팔당 유기농 영농조합은 오래된 직원들을 해고하면서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상황이다.
 
올해부터 법인 회장을 맡은 서규섭 농민은 “직원 자른다고 욕 많이 먹었다”면서 “월급이 안 나오는 걸 어떻게 하냐. 맨날 빌려서 줄 수도 없고”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유기농민 개개인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남양주 송촌리 농민들은 대토 받은 지역(남양주 덕소)으로 출퇴근하며 경작을 하는데, 유기농 인증부터 새롭게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4대강사업 당시 찬성, 반대에 따른 마을 내 갈등이 4대강사업 이후 1년마다 치러지는 이장 선거에서 드러나는 등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역의 선후배들끼리 서로 인사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로 공동체 자체가 와해된 상황이다.
 
마지막까지 남은 두물머리 11농가들은 3년 거치 17년 상환을 조건(이후 10년 거치 10년 상환으로 변경)으로 영농 융자금을 받아 양평군 관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다. 거리가 멀어지고, 영농조합 법인이 약화되면서 유통과 판로 확보가 어려워졌다. 더욱이 4대강사업 때문에 땅값이 올라버려 울며 겨자 먹기로 마련한 토지는 생산력이 되지 않아 소득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상환 기한이 닥쳤고, 한 농민은 매년 5000만 원을 갚아야 해서 연말마다 돈 빌리는 것 자체가 큰 일이 돼버렸다. 이 때문에 파산한 농민도 나왔다.
 

천억 원 수익 낸다던 골재, 오히려 손실만

 
애물단지가 된 남한강변 준설토 적치장 ⓒ함께사는길 이성수
 
3억8000만 원을 융자 받아 2000여 평을 마련한 서규섭 회장은 땅을 팔아 빚을 갚고 지가가 싼 먼 지역으로 이주할 생각을 했다. 입때껏 빚 없이 농사짓던 사람이 60~70세까지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을 견디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서 회장은 “작년에 농지은행 가서 절차를 밟아서 감정평가를 했는데, 평당 18만 원 주고 산 땅이 16만 원 나왔다. 차액이 4000만 원이나 됐다”며 허탈해 했다. 그러면서 “땅값만 조금 오르면 정리하고 내려갈 생각”이라 말했다. 떼부자 될 생각 없이 농사지으며 행복하게 살고자 했던 젊은 귀농인은 어느새 땅값 오르는 일만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불행히도 이것이 4대강사업 이후에 벌어진 현실이다.
 
남한강변의 준설토 적치장은 4대강사업 이후 또 다른 애물단지다. 4대강사업 당시 여주시는 골재 2500만 세제곱미터를 팔아서 1000억 원 정도의 경제적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모래와 자갈이 분류도 안 된 상태고, 골재 수요도 많지 않아 골재의 85퍼센트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
 
이항진 의원은 “골재의 15퍼센트가 판매됐지만, 임대료, 관리비 등으로 수익이 나지 않고 있다”며 “지금처럼 장기간 골재를 쌓아 놓게 되면, 제반 부대비용 때문에 오히려 적자가 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 판매 속도로 계산하면 향후 10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것이 이 의원의 계산이다. 
 
여주시 관내 18곳에 쌓아 둔 준설토 적치장 때문에 이득을 보는 이들이 있다. 대부분 농지를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여주시는 통상 임대료의 4배를 비용으로 지불한다. 땅 주인들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수익거리를 찾기 어렵다. 그렇다보니 이들은 4대강사업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생산해 내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확인한 준설토 적치장은 여전히 문제가 많다. 여주시 강천면 적금1리는 마을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쌓아 올린 적치장으로 조망이 안 된다. 약 50미터 높이로 7덩이로 나누어진 적치장은 밑면의 길이가 100미터에 이르는 곳도 있다. 초록색 망사형 덮개는 관리가 안 돼 벗겨진 곳이 대부분이다. 바람만 불면 모래 먼지가 마을을 덮치는 형국이다. 적치장 바로 아래는 비닐하우스가 있는 곳도 있어 강우 시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
 
실제 2년 전 준설토가 유실되면서 주변 농지에 피해를 입힌 사례가 있다. 또한 덮개 아래 모래가 빠져 나간 빈 공간에 새가 걸려 죽은 경우도 발생했다는 것이 이항진 의원의 증언이다. 
 
4대강사업의 이득은 소수에게만 몰렸지만, 피해는 4대강 유역 주민은 물론 국민 전체가 감당해야 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국가는 물론 행정기관 모두 방관하고 있다. 4대강사업이 없었다면 해고되는 이들도 없었을 것이고, 유기농 영농조합 법인은 최소한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서 우리나라 유기농업 발전에 기여했을 것이다. 마을 공동체의 분란도 적었을 것이고, 적치장 때문에 4계절 먼지 피해를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민과 농민은 자신의 삶을 그대로 영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명박 씨가 국민의 절대 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4대강사업은 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놨다. 이렇게 4대강사업의 피해는 보이지 않게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있다.
 
글 /  이철재 에코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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