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flows 캠페인 08] 이재명 지사님 수원천을 걸어보시겠습니까

수원천 ⓒ수원시청
 
수원천은 광교산에서 발원해서 수원 도심을 가로질러 황구지천으로 흘러가는 14.45km의 하천이다. 오랜 역사와 문화가 담긴 도시 수원을 가로지르는 하천이다 보니 수원천을 따라 걷다보면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 행궁, 전통시장, 오래된 시가지 등을 만나게 된다. 수원천은 역사뿐만 아니라 환경면에서도 수원 시민들이 특별한 자부심을 느낄만한 공간이다. 시민들이 마음을 모아서 복원한 생태하천이기 때문이다.
 

수원천, 복개와 복원을 겪다

 
1991년 12월, 수원 화성 성곽 일대의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한 수원천 복개공사가 시작되었다. 복개공사는 하천을 콘크리트로 덮는 것을 말하는데, 도로를 만들기 위해서 도로부지에 있는 건물을 매입해서 철거하면 많은 비용이 드는 반면 하천을 콘크리트로 덮으면 적은 비용으로도 도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도시화 과정에서 많은 하천이 복개되었다. 
 
복원 전 2009년 당시 수원천 복개 구간 ⓒ수원시청
 
수원천 역시 매교에서 지동교에 이르는 구간에 복개사업이 추진되었다. 하지만 오히려 병목현상 등으로 교통체증이 심화되자 수원시는 지동교-매향교 구간에 대한 2단계 복개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단계 수원천 복개사업 당시 시민 94%가 찬성했던 반면, 2단계 복개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수원지역 15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수원천 되살리기 시민운동본부>가 구성돼 복개 반대운동을 벌이는 한편, 자연형 하천 복원을 제안했고 이에 대해 시민들이 화답한 것이었다. 
 
이후 수원천 복원운동은 활발하게 벌어졌다. 결국 수원시는 2005년 지동교-매교 구간의 복개구간 구조물 철거를 결정했고, 2009년 공사에 착공해서 2012년 준공을 마쳤다. 수원천이 복원되면서 생태습지와 공원, 분수와 징검다리 등의 공간이 조성되었다. 1991년 콘크리트로 덮였다가 2012년 다시 복원되었으니 강산이 정확히 두 번 변한 셈이다. 수원천이 두 차례 변모하는 과정은 지난 20년간 한국사회의 인식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270m마다 물고기들의 장벽

 
수원천은 복원되어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수원천이 물고기들의 사랑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물고기의 눈으로 제안하고 싶다. 복개천에서 생태하천으로 거듭나면서 수원천은 물고기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지만, 물고기의 눈으로 바라보면 수원천은 광교저수지에서 새터교에 이르는 6km의 구간에 22개의 장벽(Barrier)이 있다. 바로 보(洑, weir)다. 
 
국가어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에는 3만3914개의 보가 있다. 대한민국 하천 연장이 2만9837km인 것을 감안하면 870m마다 하나의 하천 장벽이 있는 셈이다. 유럽의 경우 1000km의 강을 조사한 결과 1km당 최대 1개의 장벽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비교해보면 270m마다 하나씩 보가 설치된 수원천은 꽤 극단적인 사례에 속한다. 
 
이 보에 대해서 국가어도정보시스템은 경관용으로 추정된다고 표기하고 있고, 수원환경운동연합이 수원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 받은 ‘수원시 관내 보 현황’ 자료에는 수원천의 22개 보가 표기되어있지 않다. 추측컨대, 수원천 일대가 시가화되면서 기존의 농업용 보 형태가 사라지고 용도가 폐기되면서 문서상으로 사라지고, 외형 또한 돌 모양을 덧대면서 자연형 하천에 어울리도록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혹은 수원이 도시화되면서 불투수층이 증가하고 지하수가 마르면서 수원천이 건천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경관용으로 조성된 것일 수도 있겠다. 
 
22개의 보 대부분은 에이프런부에 돌을 쌓아 여울형으로 돌을 쌓거나, 단차를 낮추고, 배수구를 두어 물의 소통을 원활하게 바꾸는 등 공을 들인 흔적이 있다. 하지만 새마을교를 지나면서 하류로 갈수록 배수구조차 없이 강의 흐름을 가로막고 있는 경우가 많다. 생태하천조성사업을 진행하면서 이 시설들을 왜 철거하지 않고 남겨두었는지는 구체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 이 22개의 보가 수원천에 꼭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볼만한 시기가 되었다. 수원천이 지난 20년간 콘크리트로 복개되고 다시 철거되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면, 우리에게는 새로운 20년의 과제가 펼쳐져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보 철거 시범사업의 테스트베드

 
사실 새로운 하천복원 과제의 가장 앞자락에는 이미 경기도가 서 있다. 경기도에는 전국 농업용 보의 10%에 달하는 총 3250개의 보가 있다. 대부분 과거에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지어졌지만 도시화되면서 농지가 택지 등으로 개발되면서 상당수가 그 용도가 상실되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는 농업용 보의 상당 부분이 용도가 상실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최초로 농업용 보를 철거한 공릉천 곡릉2보도 같은 사례다. 곡릉2보는 1970년대 주변 농경지의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서 건설되었지만, 주변의 농지가 용도 전환되면서 용도를 상실됐고 이에 환경부는 보 철거 시범사업으로 선정했다. 보 철거 후 공릉천의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은 4급수에서 1급수로 개선될 만큼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었다. 
 
이 같은 시범사업을 기반으로 경기개발연구원은 2007년 ‘경기도 지방하천의 보(洑) 실태 및 관리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경기도 지방하천 내 보는 1976년 이전에 만들어진 보가 전체 보의 약 74%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수의 보가 농경지의 도시화, 보체의 노후화 등으로 기능과 용도가 상실되고 있는 실정이며, 용도 변경 또는 기능 상실된 보는 관리 소홀로 인해 대부분 하천에 그대로 존치되어 있는 실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경기도는 2007년 ‘하천 생태통로 복원을 위한 기능상실 보 철거 방안’을 마련하여 21개 시설물의 철거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위해 철거비용 5억 원을 2007년 추경에 반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4대강사업이 시작되면서 보 철거를 통한 하천복원사업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4대강에 보를 만들어서 수질을 개선하겠다고 내세운 MB정부에서 보를 철거해서 수질을 개선하는 ‘진짜 하천복원’은 위험한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4대강사업 논란 이후 다시 시작된 보 철거 시범사업은 성남 탄천이었다. 탄천 인근이 분당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농업용 보가 용도를 상실하고 방치되었다가, 성남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가 보 철거를 통한 탄천 복원을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탄천에 위치한 14개의 보 중에서 성남구간 가장 상류에 위치한 미금보가 철거되었고, 이후 수질은 4등급에서 2등급 수준으로 개선되고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와 할미새 등이 서식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수원천에서 다시 하천 복원을 시작하자

 
수원천은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시민들의 동의를 통해 복원을 시작하고, 시민들과 함께 복원해왔다. 이를 논의할 전문가, 행정, 시민사회의 성숙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원천이 다시금 더 나은 하천복원을 꿈꿀 수 있다면, 꿈꾸는 만큼 한국의 하천정책이 진일보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세계는 댐 철거를 통한 하천복원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집행이 한창이다. 미국은 약 1700개의 댐을 철거하면서 ‘역사상 최대의 댐 철거 프로젝트’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유럽 역시 약 4800개의 크고 작은 댐을 철거하고, 2030년까지 2만5000km의 강이 자유롭게 흐르도록 하는 생물다양성 전략을 채택했다. 한국사회는 4대강사업으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해왔고, 여전히 가짜뉴스와 싸우는 처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제안한다. 댐과는 달리 작은 규모의 농업용 보는 대부분 지방하천에 위치해있다. 지방하천에 위치한 보의 용도 평가와 철거사업의 추진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갖고 있다. 2020년부터는 지방하천을 대상으로 하는 국비 전액이 균형발전특별회계를 통해서 지자체로 이양된 바 있다. 지자체가 이미 시범사업을 해본 경험도 있고, 논의를 추진해온 전문가 집단과 시민사회의 역량도 있으며, 예산까지 이양을 받았다. 그러니 한국사회의 하천정책 변화를 추동할 동력은 바로 지자체에 있다. 
 
당장 경기도청 앞을 흐르고 있는 수원천을 걸어보시라. 시범사업을 추진했던 공릉천이나 탄천도 좋다. 강을 가로막아 흐를 수 없게 하는 저 많은 장벽을 마주하고, 수원천이 그랬던 것처럼 시민들과 함께 변화를 만들어 가보자.
 
글 /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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