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flows 03] 보 철거에 보답하는 전주천의 선물

덕진보 철거 이후 만들어진 여울과 하중도
 
수달 가족은 자연성을 회복한 도심하천 전주천의 터줏대감이다. 전주천과 지천인 삼천 구간에서 9마리가량 서식한다. 시민들과 가끔 눈도 맞춘다. 수변의 물억새, 수크령, 갈대 등 안정화 된 초지대에서 먹잇감을 찾거나 초지대를 은신처, 이동통로로 이용하는 멸종위기종 ‘삵’도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 고라니, 너구리도 소중한 전주천의 가족이다. 
 

전주천의 소중한 가족들

 
지구상에 1만~2만 마리밖에 남지 않은 귀하디귀한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도 쉽게 볼 수 있다. 강의 모래톱과 자갈밭에 알을 낳고 사는, 하천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생태 지표종이다. 원래 이동성이 강한 철새이지만 산란 조건이 좋고 먹이가 풍부한 전주천과 삼천을 떠나지 않고 텃새로 자리 잡았다. 또한 전주천은 원앙, 황조롱이 등 천연기념물과 파랑새, 청호반새를 비롯한 50여 종 이상의 새들의 보금자리다. 백로 왜가리 집단 서식지도 두 곳이나 있다. 겨울이 와도 떠날 줄 모른다.
 
쉬리, 꺽지, 각시붕어, 가시납지리, 칼납자루, 참몰개, 참갈겨니, 참종개, 눈동자개, 동사리 등 우리나라 고유종인 물고기도 지천이다. 전주천 전 구간은 30여 종이, 도심 구간에는 20여 종의 물고기가 서식한다. 전북환경연합 유스그린 청소년들이 족대만 들고 나가도 12종은 쉽게 채집, 관찰할 수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여울이 있는 상류 청정 수역에서 사는 여울각시, 쉬리도 하류까지 세력을 넓히고 있다. 벚꽃이 지고 철쭉이 한창일 즈음, 산란을 위해 돌에 부딪히고 바닥에 긁히면서도 물을 거슬러 오르는 잉어 떼의 모습은 몇십 년간 보지 못했던 장관이다. 10년 전만 해도 덕진보에 가로막혀 더는 올라가지 못했었다. 
 

여울과 소, 스스로 물길을 열다

 
전주천의 놀라운 복원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2002년 마무리 된 1기 전주천 자연형하천 조성 사업은 물길을 막는 콘크리트 보를 걷어내는 일이 시작이었다.  
 
호남평야 곡창지대에 물을 대는 전주천과 만경강에는 일찍이 저수지와 보, 수로 등 많은 수리 시설이 있었다. 농사를 짓던 시절엔 물을 대는 보는 없어서는 안 될 시설이었다. 하지만 도시 확장으로 인해 농경지가 잠식되면서 물을 공급할 일이 없거나 줄었다. 상수원 취수보도 댐 용수가 공급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호안 침식, 인근 교량 안전 등의 이유로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방치된 콘크리트 보들은 물고기의 상하류 이동을 방해하고 유기물이나 쓰레기 등 퇴적물이 쌓여 녹조나 부영양화가 일어나는 것은 물론 모래톱이나 여울 등 자연하천의 형성을 방해하고 있다. 
 
보 철거 전 전주천 
 
당초 전주천 자연형하천조성 사업은 친수공간이라는 이름으로 하천 주변을 개발하겠다는 사업이었다. 시작 전부터 환경단체의 반발이 컸다. 결국 환경단체와 협의를 통해 도심하천 수질개선 및 생태계 복원, 시민정서 함양이라는 목적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천 내 중도(인공섬)와 여울 및 소를 만들고 호안에 갯버들을 심었다. 징검다리도 여울 기능을 하게 했다. 기존 콘크리트 보는 하천 유지용수를 확보하면서 수질과 퇴적물 관리가 가능한 고무보로 대체하고 상시적으로 물이 흐르는 어도를 설치했다. 고무보는 비가 많이 내릴 경우 바람을 빼서 높이를 낮춰 퇴적물을 흘려보내 수질을 관리한다. 고무보와 자투리 숲이 남아 있는 한벽보 근처가 수달의 주요 서식지다. 고무보 아래 징검다리는 아이들 물놀이 거점이자 생태학습장이다. 
 
전주천 중하류 덕진보는 완전하게 걷어냈다. 이 보는 2002년 자연하천조성사업 과정에서 여울형 보로 개선을 했음에도 효과가 크지 않았다. 원인은 200미터 상류에서 전주천으로 들어오는 복개하천인 건산천의 수질이 너무 나쁜데다가, 수온 상승으로 보 아래에 쌓인 유기물의 부영양화로 인해 물속의 산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몇 년에 한 번씩 많은 예산을 들여 덕진보의 퇴적토를 준설해 왔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1년도 되지 않아 다시 퇴적물이 쌓였다. 물고기 떼죽음과 악취가 반복되었다. 철거를 하고 싶어도 인근의 논이 있어서 불가능했다. 그런데 농지가 택지로 개발되면서 농업용 보를 유지해야할 이유가 사라졌고 2008년 총사업비 9억 원을 들여 50년 동안 단절된 물길을 이었다. 보 철거가 신설된 교량의 안정성을 위협한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큰 돌을 이용한 호안 조성과 일부 콘크리트를 이용해 고정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보 철거 직후에는 호안석이 너무 크고 많아서 하천 식생이 형성되지 않았고, 하천 바닥을 너무 긁어내 물고기와 수서곤충의 산란처와 서식지가 사라져 황량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여름철 큰물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물길이 잡혔다. 자갈과 모래가 쌓이면서 하중도가 형성되고, 하폭이 좁아진 곳에 물살이 부서지면서 빠르게 흐르는 여울이 만들어졌다. 달뿌리풀과 수초들도 하중도와 물가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흰목물떼새도 자갈밭과 하중도에 둥지를 틀었다. 시민들이 물가에 심은 갯버들도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여울을 좋아하는 물고기와 물이 깊고 정체된 곳을 좋아하는 물고기들의 왕래가 가능하면서 하천생태계도 더 안정되고 있다. 
 
전주천 자연형하천 사업에 이은 삼천 생태하천사업 역시 신시가지 조성과 광역 상수원 공급으로 농업용수와 상수원수 공급 용도가 폐기된 이수보와 삼천 취수보를 개선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당초 계획은 삼천 상류의 취수보와 하폭이 넓은 중류 구간의 이수보 둘 다 여울형 낙차공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두 보를 모두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소규모환경영향평가도 환경단체의 주장과 같았다. 예산을 투입한 낙차공 설치 시 보 완전 철거 때보다 침식 현상이 거꾸로 0.25미터 더 발생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를 토대로 이수보는 완전 철거, 삼천 취수보는 여울형 보로 개선했다. 그리고 1년 만에 자연스럽게 물길이 잡히면서 만들어진 모래톱에 흰목물떼새가 찾아 들었다. 전북녹색연합의 조사 결과 삼천 이수보의 철거지점에서 멸종위기 2급 조류인 흰목물떼새 2쌍이 번식에 성공하여 6마리의 새끼를 산란하였으며, 꼬마물떼새 3쌍도 번식 중에 있었다. 도심하천인 전주 삼천 하상에 5쌍 이상의 물새가 집단으로 번식하는 것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었다. 
 
이후 전주천 고향의강 사업에서도 고무보인 한벽보 위에 위치한 남고보를 철거했다. 이로써 전주천과 삼천에 물의 흐름과 물고기의 이동을 가로막고, 모래톱과 하중도 등 자연 하상 형성을 방해하는 보들이 다 사라졌다. 자연성을 회복한 전주천과 삼천은 산책 나온 시민들에게 소소한 행복을 선사했다. 
 

전주천 복원의 완성은 보 철거 

 
남은 과제는 전주천 국가하천 구간이다. 하천 자연도나 수질, 수생태계 상류 지방하천 구간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전주천과 삼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만경강으로 흘러가는 약 7킬로미터 구간에 5개의 보가 있다. 좌안에는 아파트 단지와 하수처리장, 농산물시장이 있고, 우안에는 오래된 산업단지가 자리하고 있어 오염원이 많다. 보 하류부에는 중도가 형성되며 형태적 다양성이 있으나, 그 외 지역은 대부분 일직선의 하도 형태를 띤다. 보로 인해 정체되는 수역이 많다 보니 안쪽 바닥에 유기질 퇴적이 많고 조류와 부유물질이 엉긴 상태의 덩어리들이 떠 있다. 하층의 혐기성 분해로 인해 기포가 발생하고, 악취가 심하다. 
 
여울과 소를 조성해 자연성을 회복한 전주천 
 
어도는 한 곳에만 있다. 어류의 종다양성이 높은 전주천 중상류와 달리 하류 구간은 수질오염으로 인해 일부 오염이 강한 물고기만 살고 있다. 2015년 전주시 생태하천협의회 조사에서는 단 3종 서식만 확인될 정도다. 수질은 최악이다. 갈수기나 수온이 올라가는 여름철에는 모두 등급 외 수준이다. 이성보 구간은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이 30mg/l를 넘는 때도 많다. 하천 퇴적토의 중금속 오염도 심각하다. 따라서 이성보와 군보의 경우는 하층 퇴적물을 제거하지 않으면 개선 효과가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 
 
전북환경연합은 전주천 국가하천 현장조사 활동 결과를 토대로 전주천 복원의 완성을 위해 시와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국가하천 구간 보 철거와 개선을 요구해 왔다. 현재의 멍청이 보 대신 저층수를 배출하는 가동보와 여울형 보를 설치하면 농공용수 이용도 가능하고 수질 개선과 생태계 단절을 해소할 수 있다. 퇴적물을 가운데로 모아 배출시킬 수 있는 보 구조를 제안하기도 했다. 가운데가 볼록한 곡선형의 보를 만들면 가장자리에 퇴적물이 쌓이는 것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최근 국토관리청은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여 이 구간 5개 보를 여울형 보로 개선할 계획으로 용역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취수 필요성이 없거나 줄어든 보는 철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풍보의 경우 취수량이 93퍼센트 줄어들었기 때문에 철거해도 된다. 나머지는 보 상류 하천이나 그 위의 보에서 취수해도 충분하다.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보 철거가 지지부진하다. 무엇을 망설이는가? 보를 철거하고 수질과 생태계를 복원한 전주천에서 배우라. 
 
글・사진 / 이정현 환경운동연합 사무부총장이자 전북환경운동연합 대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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