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flows 07] 민물 어류의 위기 ‘강의 주인은 누구인가’

금강 물고기 떼죽음 Ⓒ이경호
 
“제가 10일간 한 마리 두 마리 헤아린 게 약 60만 마리였어요.”  
폐사한 물고기를 하나하나 자루에 담은 김종술 시민기자의 말이었다. 4대강 보 건설이 끝나고 난 후 금강 백제보를 찾은 김종술 기자는 떼죽음을 당한 물고기들의 사체를 모으며 실상을 조사했다. 이즈음 백제보 인근의 금강은 물고기 사체와 녹조로 뒤덮여 도저히 강이라고는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4대강사업을 이야기할 때 수질과 녹조에 대해 말하며 이치수의 문제를 주로 지적한다. 분명 중요하게 짚어야 할 지점이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폐사한 60만 마리를 포함하는 강의 생명들이다. 이들이 강의 주인인 것이다.
 

강의 주인을 생각하지 않은 4대강 16개 보 

 
2008년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의 바닥을 파내고 보를 지어 물길을 막았다. 그 이면에는 대운하 프로젝트를 이루기 위한 MB의 염원이 있었고 이를 막기 위한, 그리고 성공시키기 위한 싸움이 벌어졌다. 하지만 강의 생물들에게 그런 이면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았다. 커다란 삽이 바닥을 헤집고, 물의 흐름은 갑자기 멈췄으며 거대한 벽이 길을 막았다. 물고기들의 터전이 공격받은 것이다. 4대강에 보가 세워진 후, 물고기 집단 폐사에 대한 소식이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낙동강 하류 지역에서는 하루에 수백 마리가 폐사했고, 금강에서는 백제보 인근에서 60만 마리의 물고기가 폐사된 채로 발견되었다. 이렇게 한국 4대강의 주인인 물고기들은 인간의 개발 욕심으로 인해 잔인한 죽임을 당했다. 
 

민물 어류의 절멸에 대한 경고

 
세계어류회유재단(World Fish Migration Foundation)과 런던동물학회(Zoological Society of London)가 지난 7월 공개한 회유성 민물어류의 지구생명지수 보고서(The Living Planet Index (LPI) for migratory freshwater fish: Technical Report, 이하 LPI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민물 어류 종의 감소가 눈에 띄게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혀졌다. 이 보고서가 발표한 지구생명지수(Living Planet Index)에 의하면, 전 세계 회유성 민물 어류의 개체 수는 약 76% 감소했다. 특히 유럽은 그 정도가 더욱 두드러져 평균 93%의 감소 수치를 보였으며,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또한 84%의 감소를 보였다. 민물 생태계 대부분의 종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여타 육상, 해양의 어느 생물종보다 회유성 민물어류의 감소세가 가장 심각하다는 것이다. 인간 거주지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어 보전에 대한 많은 관심을 받는 육지나 상대적으로 인간 활동에 영향을 적게 받는 해양과 달리 강이나 하천과 같은 민물의 경우 인간 생활의 영역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파괴와 오염에 대한 영향을 체감하기 어려워 그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는 사이 강의 생명들은 죽어가고 있다.
 
이러한 회유성 민물어류의 감소는 단순히 개체 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닌 관련된 생태계의 파괴를 불러온다. 그리고 인간 또한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연어를 필두로 한 회유성 어류와 그 부산물은 식품 부문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제품군 중 하나이다. 또한 낚시 등의 레저 산업만으로도 수십억 달러의 가치와 수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내기도 한다. 이러한 산업은 보통 지역사회의 경제에 중추가 되고는 한다. 회유성 어류의 감소는 곧 지역 경제의 몰락과도 연결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발정책에서 이러한 사항은 반영되지 못한다. 세계자연기금(World Wildlife Fund)의 스튜어트 오르 민물분야 매니저는 “회유성 어류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식량과 생계를 제공하지만 이러한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 인간과 자연 모두의 이익을 위해 회유성 어류를 포함한 모든 민물 생물을 위해 비상 복구 계획을 실행해야 한다.” 라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의 클라마스(Klamath) 강 유역은 최대 25만 마리의 연어가 돌아와 산란을 하는 지역이었지만, 거대한 댐이 들어서고 기후가 변화하면서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는 개발정책에서 생태적 측면이 반영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영향은 유역에서 연어를 잡아 생활해온 전통부족들의 생계에 타격을 주었다. 설상가상으로 이 당시 연어 개체 수 복원을 위한 조업 제한 조치가 내려졌다. 연어의 개체 수가 감소하게 된 주요 원인은 공업 위주의 개발로 인한 기후변화와 댐 등의 하천 구조물 때문인데 전통적으로 연어 조업을 생계로 이어오던 원주민들의 어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러한 개체 수 감소는 대부분 인간의 과도한 개발이 원인이다. LPI 보고서에서 지적하는 주요한 원인으로는 서식지의 파괴와 변화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민물 어류의 주요한 서식지인 늪지는 통계적으로 숲보다 3배 더 빠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댐과 같은 하천 구조물로 인해 물고기의 짝짓기, 먹이 활동이 방해받고 이로 인해 생애주기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받는다고 하였다. 
 
이에 못지않게 남획, 혼획 등도 중요한 위협으로 지적받고 있다. 통계적으로 이러한 위협이 약 3분의 1의 비중을 차지하는데, 특히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물고기들의 이동과 번식에 혼동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산란기의 물고기가 조업되는 등 개체 수 감소에 큰 위협으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의 댐 철거 프로젝트의 교훈 

 
LPI 보고서에서 주목할 점은, 세계적으로 민물 어류의 감소가 76%에 달하고 유럽의 경우 대부분의 개체 수가 사라졌으나, 북아메리카 지역은 그 감소세가 28%로 상당히 낮은 수치라는 점이다. 미국은 어떻게 이렇게 낮은 수치를 이룰 수 있었을까?
 
보고서는 주요한 원인으로 미국의 댐 철거 운동을 소개하였다. <아메리칸 리버스(American Rivers)>에 따르면 미국은 댐 제거 프로젝트를 통해 2020년 기준 총 1700여 개의 댐을 철거하였다. 이로 인해 작년에는 1448.4km에 달하는 강의 유로를 연결하여 유역의 생물다양성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유럽 또한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댐 리무벌 유럽(Dam Removal Europe)>은 유럽 전역에서 약 4800개의 댐을 철거하였다. 이러한 활동의 바탕에는 댐 철거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비용적으로도 효율적이며, 경제적으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효과가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보고서는 댐의 철거가 자연을 회복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임을 몇몇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미국 메인 주의 페노브스콧(Penobscot) 강이 대표적이다. 이 지역은 댐을 철거한 후 다음 해, 청어의 수가 수백 마리에서 200만 마리로 증가하였다. 
 
부산 낙동강 하굿둑 Ⓒ함께사는길 이성수
 
전 세계적으로 민물고기, 회유성 어류의 감소가 가파른 상황에서 한국 또한 예외는 아니다. 낙동강은 과거 한국 뱀장어의 황금어장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장어가 회유하는 강이었으나, 1987년 하굿둑이 건설된 이후 장어들은 자취를 감췄다. 뱀장어들에게 둑은 넘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구조물이었다. 강가에 널렸던 장어구이 집은 하나둘 문을 닫았고, 어민들은 둑 주변에 몰린 어린 실뱀장어를 잡아 양식장에 파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어도를 통해 둑을 통과한 몇몇 실뱀장어 또한 낙동강의 오염으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굿둑으로 인해 생태계뿐만 아니라 주민 생활의 모습도 변화한 것이다. 
 
이와는 달리 울산의 태화강은 꾸준한 노력을 통해 생태하천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태화강은 시가지에 공업단지가 들어서고 강에 댐이 건설되는 등 1990년대까지 국내 하천 중 최하위의 수질을 기록하는 강이었다. 이후 2000년 여름 물고기 집단 폐사 사건을 계기로 환경단체와 지자체가 합심하여 복원을 추진, 2006년 방사보를 철거하는 결실을 맺었다. 현재 태화강에는 연어가 회귀하고 있다. 1급수 수준의 물에서 서식하는 연어가 회귀하면서 태화강은 그 자연성을 어느 정도 회복하였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우리 강이 가야 할 길

 
강은 흐르고 흘러 바다로 간다. 자연의 이치이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생물들 또한 자연의 이치 속에서 살아간다. 여태껏 ‘치수’라는 이름으로 인간이 행해온 조치들은 많은 경우 이러한 이치를 벗어나고 자연의 흐름을 역행하였다. 바다로 흘러야 할 물의 길을 막는 것은 누가 보아도 부자연스럽다. 인간의 치수에서 댐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나, 앞으로의 하천 정책은 강의 주인인 생물들을 고려한, 자연의 흐름을 품은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글 / 김종원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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