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들의 사랑방 농부시장 마르쉐@

게으른 농부의 농작물은 시작하자마자 다 팔렸다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12월 16일(토). 2017년 마지막 농부시장 마르쉐@가 상암 문화비축기지에서 ‘선물’을 주제로 열렸다. 농부와 요리사, 수공예가 등 생산자들이 미리 예약 받아 준비한 ‘선물꾸러미’를 예약자에게 전달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편 이날 농부시장에는 ‘비전화공방서울’의 쇼케이스도 열렸다. 전시작품 중 ‘화분을 이어 붙인 화덕’, ‘목재로 만든 야채저장고’, ‘실내용 온실’, 그리고 ‘트럭으로 만든 나만의 캠핑카’ 등 실제 판매가 이루어지거나 판매 문의가 잇따랐다. 
 
생태변기를 주문받아 제작하는 스페이스 SEON:[仙]
 
2012년 시작된 마르쉐@는 2014년 8월 ‘농부, 요리사, 수공예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시장’으로 출발해 ‘농부시장’으로 그 이름과 정체성을 진화시켰다. 농부시장 마르쉐@는 여는 수공예시장과 벼룩시장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농부의 작물을 일회성 판매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시장을 열고 그 과정에서 소비자와 생산자의 삶이 연계되는 생활문화의 공간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마르쉐에 참가하는 농부들은 다품종 소량생산을 한다. 때문에 대형마트나 일반적인 유통시장에 들어가기 힘든 흙에서 나온 자연 그대로의 농작물이 농부시장에 공급된다. 잎이 달린 당근을 비롯해 제철 토종 농작물을 볼 수 있었던 마르쉐@문화비축기지 ‘선물’ 장터에서의 풍경이 ‘농부시장 마르쉐’의 일반적인 풍경인 것이다. 
 
마르쉐 농부시장에서는 생산자가 소비자가 되기도 한다. 잠시 짬을 내어 다른 농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에게 필요한 생산물을 구매한다. 농부가 농부의 작물을 사는 재미난 시장이다. 요리사들도 건강하고 이색적인 음식들을 만들어 이 시장에 내놓는다. ‘13가지의 향신료가 들어있다’는 커리와 난을 판매한 요리사는 ‘화분을 이어 붙여 만든 화덕’을 이용해 난을 구워내 주목을 받았다. 저탄소농산물 인증을 받은 우리 토종밀로 만든 부침개도 인기를 끌었고,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시집와 시어머니와 함께 구워내던 일본 무떡 다이콘모찌도 눈길을 모았다. 
 
 
질 좋은 농작물과 음식, 수공예품을 찾는 것도 장터에 가는 목적이지만, 강추위에도 장터의 시간 그 자체를 즐기는 시민들을 보면, 우리가 찾는 것은 ‘삶의 교류와 소통’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2018 농부시장 마르쉐@의 개장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글•사진 / 이성수기자 yegam@kfem.or.kr
 
* 더 많은 사진은 월간 함께사는길 2018년 1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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