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진오 "치열한 치유의 시간에 대하여"

다큐 『로그북』과 복진오 감독이 들려준 이야기

 
복진오 감독 ⓒ함께사는길 이성수
 
복진오는 다큐멘터리 영화와 영상을 만드는 독립PD다. 그는 또 2002년부터 2008년까지 환경운동연합의 활동영상기록을 남기는 활동가였고 ‘복미디어’를 세워 환경운동연합의 전문기관으로, 다시 협력기관으로 운영하는 ‘영상으로 환경운동’을 하는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복진오가 촬영하고 감독한 많은 환경운동의 현장과 생태계의 면면은 그대로 한국 환경운동과 생태다큐멘터리의 빛나는 성취가 되었다. 그가 지금 4년이라는 각고의 시간을 버텨내고 만든 ‘세월호 잠수사들의 이야기’ 『로그북(Log Book)』을 가지고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복 감독이 그의 다큐와 인터뷰를 통해 들려준 이야기를 정리해 전한다.
 

로그북, 세월호 잠수사들의 이야기

 
『로그북』은 세월호 피해자들을 차가운 물속에서 건져 올린 민간 잠수사들의 활동과 그 이후 트라우마로 남은 그 인양의 시간들을 견디며 지금까지 살아온 그들의 삶을 담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그날, 여느 시민들처럼 잠수사들도 텔레비전에서 현장의 소식을 들었다. 그들은 ‘가만이 있지 않았다!’ 서로 연락해 장비를 들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국가의 무능과 그 무능을 가리려는 국가폭력의 현장에서 진실을 인양해 올렸다. 4월 20일부터 7월 10일까지 민간 잠수사들이 가족의 곁에 데려온 이들은 292구였다. 
 
복진오 감독이 세월호 침몰 지점에 정박해 민간 잠수사들의 베이스 기지가 된 바지선에 승선한 것은 4월 말이었다. 그때부터 민간 잠수사들이 철수하던 7월 초까지 복진오 감독은 민간 잠수사들과 함께했다. 희생자 수습을 위해 물 밑으로 내려가는 잠수사들을 따라 잠수해 희생자를 수습해 부상하는 잠수사들을 기록했다. 잠수사들이 물 밑에 들어가기 전 수중촬영장비를 장착해 그들을 보내고 다시 바지선에 올라온 이들을 카메라로 맞이해 감압실로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이들을 촬영했다. 
 
인양작업을 위해 침몰한 세월호로 내려가는 잠수사(『로그북』 스틸 컷) 복진오 감독 제공
 
하루 4번 물살이 멈추는 정조 때마다 잠수 구조활동이 이어졌다. 해경은 해군과 해경 요원들보다 민간 잠수사들에게 더 가혹한 시간과 조건의 작업일정을 짰다. 구조 초기 이광욱 잠수사의 죽음도 그런 가운데 일어났다. 그의 죽음은 민간 잠수사들이 철수한 7월 10일 이후 검찰이 민간 잠수사들의 리더인 공우영 잠수사를 ‘과실치사’로 기소하는 이유가 됐다. 현장의 법적 책임이 해경에 있지만 실질적인 작업 관리와 인력 관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던 공우영 씨에게 국가가 책임을 덮어씌운 것이다. 그는 1심, 2심,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를 입증받았다. 희생자를 건지기 위해 애쓴 잠수사가 오히려 국가에게 작업과정에 벌어진 사고의 책임을 추궁받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국가의 배신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철수 이후 구조에 참여한 잠수사들은 세월호 현장에서 겪은 살인적인 일정 때문에 몸이 망가졌고 수백 구의 시신을 차가운 물 밑의 어둠 속에서 수습하면서 받은 정신적 외상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골괴사, 이상 혈압, 디스크 등 육체적 부상과 트라우마로 남은 정신의 상처를 어루만져줄 국가가 없었다. 그들은 ‘세월호에서 구조활동한 잠수사들은 성치 않다’는 이악스런 판단을 하는 회사들에게 자신의 병을 숨겨야 했고 잠수일을 못해 대리운전을 하는 등 생존을 위해 싸워야 했다. 고 김관홍 잠수사는 4월 말의 구조활동 도중 큰 상처를 입었지만 곧 복귀해 동료 잠수사들과 함께했다. 그러나 결국 그는 병원에 후송돼 4개월을 입원해야 했고 퇴원 뒤 그의 삶은 만성이 된 디스크와 트라우마와 싸우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2016년 6월 결국 그는 스스로 그 시간을 끊어냈다. 그가 가기 전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공적 발언은 2015년 국정감사장에서 한 “국가에게 배신당했다.”는 울부짖음이었다. 
 

아픔을 껴안다

 
잠수사들의 현장 구조활동은 물론 철수 이후 그들의 삶의 현장도 복 감독은 촬영했다. 선의로, 용기를 가지고, 세월호 희생자 수습에 뛰어들었던 민감 잠수사들은 이미 형제들이었다. 그는 형제들의 삶을 분노와 연민과 동일시의 복합적인 감정 속에서 기록했다. 그 자신 또한 세월호 희생자 구조현장에서 받은 정신적 외상이 컸다. 형제들이 상처받은 삶을 복원하는 시간을 기록하면서 그 자신 또한 ‘다시 살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2014년 4월 말 시작된 촬영은 그 뒤 4년 동안 보강 인터뷰 촬영으로 이어졌다. 제작비는 수시로 떨어졌고 다큐에 매달리느라 생계를 돌볼 일거리를 잡지 못해 곤궁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기어이 완성했다. 
 
세월호 잠수사가 기록한 일기 형식의 ‘로그북’
 
2014년 4월 23일 MBC에서 TV용 영상이 방영됐다. 이후 4개월여의 편집을 거쳐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진 다큐 『로그북』은 2018년 8월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첫 상영됐다. 이어 올해 1월 한국독립PD협회가 주관한 12회 ‘한국독립PD상’ 시상식에서 대상작으로 선정됐고 3월에 열린 인디다큐페스티벌에서는 한 해 최고의 다큐멘터리에 수여하는 ‘관객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지난 4월 10일 오후 7시 백석 롯데시네마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모임’ 초청으로 공동체 상영이 있었다. 공동체 상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일반 상영관 상영을 위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4월 10일 초청 상영회 직후 관객과의 만남에는 복진오 감독과 함께 황병주 잠수사도 참석했다. 그는 세월호 구조활동 이후 지병이던 신장염이 악화돼 주 2회 투석을 받으며 대리기사로 생계를 잇고 있다. 황 잠수사처럼 ‘용기를 가지고 선한 행동에 나선 이들이 피해자가 됐을 때’ 국가가 그들의 피해를 돌봐야 마땅하다. 「4·16 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민간 잠수사 등 세월호 참사 관련 구조·수색 과정에서 다치거나 숨진 이들을 ‘의사상자’로 규정해 지원하는 법이다. 2016년 발의돼 2018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수정의결됐지만 지금까지 법제사법위원회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대로 계류되고 있다. 지난 3월 11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이 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하는 의결을 국회에 제출했다. 
 

우리가 사람으로 살 수 있는 까닭은

 
“한 아이의 굳은 손을 풀고 데리고 나가려는데 두 명이 떠오르는 거야. 보니까 두 아이가 손을 깍지를 끼고 있는 거야…” 
 
어둡고 차가운 물 밑에서 그렇게 찾은 아이들을 부모 품으로 돌려보낸 이들이 민간 잠수사들이다. 복진오 감독은 무려 2만 회에 달하는 영상과 현장음향으로 그들이 겪은 세월호 현장과 이후의 시간을 그려냈다. ‘잠수일기’라고 해석해야 할 저 무심한 제목의 다큐 ‘로그북’은 사실은 우리를 ‘사람으로 살게 하는 아픔’에 대한 치열한 기록, 치유의 기록이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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