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마을 지키는 자연학교 교장선생님

섬 마을 지키는 자연학교 교장선생님 

 

글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사진 이성수 기자 yegam@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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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선 돌멩이 하나조차 예사롭지 않다. 화산으로 생긴 것들이기도 하지만 아직 태고적 신비를 간직한 원시림과 주상절리 안에서 돌, 나무, 바람까지 경이롭고 신비로운 존재로 다가온다. 뭍사람들을 끊임없이 섬으로 불러내는 힘이기도 하다. 신이 섬을 만들었다면 섬을 지킨 이들은 사람들이었다. 개발보다 보전에서 제주도의 미래를 찾은 사람들이 제주도를 특별하게 만들고 유네스코 3관왕에 빛나는 제주도를 만들었다. 끊임없는 개발압력 속에 제주도를 지켜온 사람들, 정상배 씨도 그 사람들 중 하나다.  

 

제주 환경운동의 산증인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그는 어느덧 40대 중반 아저씨다. 제주 토박이답게 그는 제주도에 관한 한 모르는 것이 없다. 특히 제주도의 자연과 동식물에 대해 막힘이 없다. 어느 지역 산간대에 어떤 동식물이 사는지 언제 꽃이 피고 지는지 등 술술이다. “어릴 때부터 뛰어놀던 곳이고 자연에 관심이 많았어요. 내 주변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식물에 대한 호기심이었죠.”  자연스레 대학도 생물학을 선택했다. 학생운동을 했던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환경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한다. 제주환경연합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푸른 이어도의 사람들>에서 환경운동을 시작하다가 1998년 제주환경연합을 창립, 초대 사무국장을 맡게 된다.

1990년대부터 제주도 개발이 본격화되어 골프장, 리조트 개발 사업들이 봇물 터지던 시기, 환경연합 활동가로 제주도의 자연을 지켜내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다. 아직 환경의식을 정착하지 못한 상태에서 밀려드는 개발광풍을 막아내기란 힘든 일이었다. 승리보다 실패가 많았지만 묵묵히 환경운동에 선봉에 섰던 그다. 8년을 그렇게 보낸 어느 날 그는 환경연합 활동가를 내려놓았다. “치열하게 사는 것이 버거워졌어요. 유유자적 나무그늘에서 자고 일하고 싶으면 일하고 쉬고 싶으면 쉬고 싶었어요.” 그는 시골로 내려갔다. 평생회원으로 환경연합의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하면서 ‘잘’ 먹고 입고 사는 문제에 관심을 돌렸다. 유기농텃밭을 경작하는 법을 배우고, 천연염색해서 옷을 입고, 내손으로 집을 짓기 위해 생태건축을 배우기 시작했다. 내 몸을 살리고 환경을 살리는 삶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혼자 하는 것보단 여럿이 함께 배우고 나누고 싶어 지난해 ‘자연학교’를 개교했다. 그는 이 학교 교장이다. 생활 속에서 환경운동을 실천할 수 있는 의식주를 배우는 것을 비롯해 제주의 숲, 습지 체험으로 생태게를 배우는, 그야말로 제주도민들을 위한 종합자연학교다. “사실 에너지제로의 삶은 불가능합니다. 자연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어요.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들을 비교하며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어느 것이 더 후대에 유리한 것인지 저도 고민하고 사람들에게 생각할 수 있도록 던져주어야 해요.”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가까이 하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깨닫게 해주는 것이 자연학교 교장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쉬고 싶다고 했지만 사실상 20여 년 동안 쉬지 않고 환경운동을 해온 제주 환경운동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다.
“묘산봉 지구에 리조트를 개발한다고 했을 때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반대를 했어요. 버스를 타고 와서 행정기관을 찾아가 개발하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세월이 흐르면서 상황이 바뀌었어요. 어찌 보면 세상이 변했으니깐 그분들이 시대 흐름에 순리대로 살아간다고 할 수 있겠지만 자연은 그대로인데 그걸 대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다르니 참 아이러니하죠. 하지만  개발 사업을 저지하다 만난 한 주민은 지금도 그 때 개발 막고 보전한 게 정말 다행이라고, 판단이 맞았다고 고마워하세요.”

 

해군도 못 찾은 멸종위기종 발견
그는 제주도에서 환경운동 1세대 박사로도 통한다. 대학을 졸업한 지 10년, 박사과정에 도전을 해 올해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민운동하면서 전문성을 키우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론 무모한 도전이지만 하고 싶었지요.” 대학원 시절 강의를 한 번도 빠진 적 없고 지각한 적도 없다. 특히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그 노력으로 도전한 지 5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관심을 가진 분야는 제주도 민물습지였다. “화구습지나 연못 등 민물습지는 식수나 생활용수로 이용하던 곳이라 제주주민들에게는 친밀한 공간이에요. 헌데 해양습지나 갯벌에 대한 연구는 많은데 민물습지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더라고요. 그래서 더 관심이 갔습니다.” 그는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도 꾸준히 현장을 찾아 모니터링하고 공부를 해오고 있다.

그가 강정마을에서 멸종위기종 기수갈고둥과 붉은발말똥게를 찾아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난 2007년 제주환경연합 조사위원장으로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 해안에서 생물종을 조사하던 중 멸종위기종 기수갈 고둥 150여 개체를 발견해 세상에 알렸다. 이어 멸종위기종 붉은발말똥게도 발견, 이목을 끌었다. 이를 통해 해군의 졸속적인 환경영향평가도 도마에 올랐다. “해군에서 일부러 은폐한 건지 정말 모르고 그런 건지는 모르겠어요. 어느 것이든 해군은 개발이 목적입니다. 유리한 방향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이런 사례가 강정마을에서만의 일은 아니죠. 거의 모든 개발현장에서 관행처럼 일어나는 일이잖아요.” 달관한 듯한 표정이지만 현장을 지킨 이의 안타까움은 더 크다. “내가 개발업자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를 미리 판단하고 손을 쓰겠어요. 근데 그걸 못해요. 미리 앞을 내다보는 안목이 없어서 그래요.”라고 그는 한탄했다. 

그는 5월부터 제주도 세계지질공원 해설가 양성교육을 시작했다. 지난 2010년 천지연폭포, 서귀포패류화석층,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수얼봉화산쇄설층, 중문 대포 해안 주상절리대 등 경관과 지질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지질공원인증을 받은 곳을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해설가를 양성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보다는 제주도민들에게 제주도의 귀중한 자연유산을 알리고 도민들 스스로 자연유산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데 진짜 뜻이 있다.

세계지질공원인증과 함께 제주도는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고 2007년 한라산, 만장굴, 성산일출봉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지구로 지정돼 유네스코 3관왕을 차지했다. 또 물영아리오름습지, 1100고지습지에 이어 동백동산 습지는 람사르습지사이트에 등록될 만큼 섬 곳곳이 보물이다.

제주도민으로서의 자부심도 크지만 우려스런 부분도 적지 않다. “기쁘죠. 하지만 그에 걸맞은 보호대책이 미흡합니다. 제주도가 자연 생태적으로 우수하다는 점도 있지만 제대로 해보라고 기회를 준 측면이 더 큽니다. 헌데 자각을 못하고 자꾸 개발하려 하고 있어 문제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유네스코 지정 취소로 국제적 망신을 살 수도 있어요.”    

그는 제주도의 지도자들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계든 경제계든 시민지도층이든 결정권자들이 자기 성과 챙기기에 급급해 제주도에 득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 가리지 않고 일단 다 해보려는 욕심들이 제주도를 위협하고 있어요.” 
하지만 절망하지는 않는다. “제주는 척박한 곳이라 제주도민들의 도전정신이 강합니다. 다양한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이 제주가 고인 물이 되어 썩는 걸 두고 보지 않을 겁니다.”

 

40대의 도전과 꿈
“10년 주기로 도전을 해온 것 같아요. 30대 도전이 박사학위 취득이었다면 40대 도전은 내 손으로 집짓고 내 손으로 의식주를 해결하는 겁니다. 꿈은 선비의 삶을 배우고 그들처럼 사는 겁니다. 부유하게 살려는 욕망, 입신양명의 욕망을 초탈해 자연 속에 살려던 다산의 삶과 지혜를 닮고 싶어요.”

 

깊은 산속에 살며 거친 옷에 짚신을 신고 맑은 못가에서 발을 씻으며 고송에 기대 휘파람을 분다. … 이따금 산승이나 유객과 서로 왕래하며 소요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아 세월이 가고 오는 것도 알지 못한다.
- 정약용

 

머지않은 날, 다산이 꿈꾸던 청복을 누리고 있을 그의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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