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 발전 로드맵을 궁리하다

시민 과학자들의 늦반딧불이 탐사 사진제공 시민환경연구소
 
시민환경연구소가 주목하는 시민과학은 시민을 주체로 하는 참여, 과정, 다양성, 가능성의 과학이다. 시민과학은 기존 전문가 중심의 과학 연구와 그 성과를 소비하는 시민 공식에서 벗어나 시민을 과학 연구의 협력자이자 능동적 주체로 바꾸는 과학 연구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시민과학 활동에 참여하는 통로는 점차 다변화하고 있고, 스마트폰과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발달로 시공간적 한계를 넘어서 시민에 의한 과학적 진보를 이루어가고 있다.  
 
특히 생태 모니터링 분야에서 시민과학자들의 참여와 성과는 두드러진다. 또한 서울처럼 인공구조물로 뒤덮힌 지역에서 도심과 외곽의 녹색 생태계를 관찰하는 데 있어서 시민과학은 도시의 호흡을 열고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특별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시민환경연구소는 서울지역에서 시민이 참여하는 생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을 대상으로 29개 프로젝트에 관한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2020년 시민 주도로 서울지역 자연생태 모니터링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들은 6000여 명에 이르렀고 이들의 모니터링 분야는 철새, 양서파충류, 습지식물, 산림 등 다양했다.  
 

아홉 명의 시민과학자들 이야기

 
시민환경연구소는 2021년 올해 시민과학 발전을 위한 연구사업의 초점을 단체가 아닌 개인으로 활동하는 시민과학자의 사례를 발굴하는 것에 맞추었다. 서울지역, 자연생태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과학자들의 사례를 찾아 정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더 많은 시민과학자들을 찾아내고 그들을 네트워킹하기 위한 시도였다. 이 사업을 통해 서울에서 활동하는 시민과학자 9명의 사례를 발굴하고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그들의 활동자료를 모아 자료집으로 발간했다. 시민과학자들의 활동 경험을 소통시켜 더 많은 시민들이 시민과학의 장에 참여하는 마중물이 삼고자 한 것이다.
 
『2021 서울 자연생태 시민과학자 활동 사례집』에 소개된 박경현 시민과학자. 방이습지에서 생태 모니터링 중 ⓒ박경현
 
누구를 시민과학자로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은 시민사회와의 소통과 접촉을 의식적으로 실천하는 분들로 삼았다. 연구 성과를 개인의 성취로만 소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회와 소통하려는 태도가 시민과학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구체적으로, 자연생태분야 특정부문에서 지속적인 조사활동과 기록을 SNS나 도서 등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공유하고 있는 시민과학자들과 접촉해 인터뷰했다. 이들 9인의 시민과학 활동사례집은 개인이 자발적으로 자연을 경험하고, 기록하는 모니터링 결과를 다수의 플랫폼에 올려 사회적 소통을 한 기록이다. 또한 참여한 시민과학자들에게는 그들의 생태적 감성과 생태계를 지키려는 열정에 대한 작은 찬사이다. 
 
이들의 활동과정과 경험을 통해 우리는 시민과학자들이 개인으로서 활동하는 한계를 극복하고 더 밀도 있고 체계화된 연구를 위한 과제와 비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민과학자들 간의 소통과 이들이 경험을 사회적 자산으로 확대하기 위한 지원이나 공론의 장이 매우 필요하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9인의 시민과학 활동사례집을 통해서도 확인되었듯이, 대부분의 시민과학 활동은 여전히 개인의 헌신과 열정에 기반하고 있어 활동사례의 공유가 충분히 확대되지 못해 시너지를 승수적으로 일으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민환경연구소는 이러한 진단을 통해 시민과학 활성화를 위한 ‘서울시민과학포럼’을 2년째 운영하고 있다. 포럼은 서울지역 시민과학 사례 발굴과 공유를 위한 공론장을 표방하고 있다. 포럼은 2021년 올해 4차에 걸쳐 시민과학포럼을 진행했다.
 

서울시민과학포럼, 시민과학 발전 로드맵을 제안하다

 
『2021 서울 자연생태 시민과학자 활동 사례집- 서울의 자연을 관찰하다·기록하다·지키다』,발행 시민환경연구소 2021.10
 
제 1차 포럼은 시민과학의 다양성과 가능성을 주제로 참여 방법의 다각화, 참여 결과의 시각화, 다양한 분야의 참여자들 사례를 공유하고 논의했다. 공원생태계 모니터링의 시각화(그린맵), 웹기반시민참여루트 다각화(플라스틱방앗간 시민참여), 중랑천에서 시민과학 분야의 확장 등 세 가지 사례가 공유되었으며 시민과학의 정의부터 고민하는 자리가 되기도 했다. 
 
제 2차 포럼은 시민과학자의 역할에 대해 사례를 발굴하고자 했다. 서울지역에서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시민과학자 활동사례를 발굴함과 동시에 이들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시민과학자 양성 및 활성화방안’은 시민과학 발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2차 포럼에서는 총 6가지 사례(마을 생태문화해설사 양성, 기후변화-생물다양성 시민과학다양성, 야생생물보호구역 활동 강사 역량강화, 중랑천 교란생물 민물거북모니터링, 길동 생태아카데미운영, 서울 수달보호를 위한 시민과학자 역량강화)가 공유되고 논의됐다. 
 
제 3차 포럼은 서울시민과학의 성과와 과제에 대한 고민과 성찰의 시간이었다. 서울의 시민과학 활동은 개인의 열정에 기반 하여 개별적 혹은 단발성에 그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서울의 시민과학의 에너지를 한데 모아 안정성과 역동성으로 발전시켜 나갈 주체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는 시점에서 서울의 시민과학 활성화를 위해 서울녹색시민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연구소는 서울녹색시민위원회를 중심으로 시민과학을 발전시키기 위한 로드맵의 초안을 작성하였고, 이를 서울녹색시민위원회에 제출했다.
 
마지막 4차 포럼으로 서울지역의 시민과학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방안을 모색했다. 서울의 시민과학은 지정장소에서 오랜 시간 관찰하고 기록한 활동과 다양한 관점과 접근으로 이뤄내는 수많은 자료를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시민과학의 장점을 지원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서울지역에서 시민과학의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조례 제정의 가능성을 검토해 보는 자리였다. 이는 서울시 조례제정을 통해 시민과학을 활성화할 수 없을까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시민과학을 법과 제도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과 시각차가 과제로 남기도 했다. 
 
시민과학의 핵심은 이를 이끌어가는 시민과학자들의 양성과 역량 강화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민과학자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현황조사와 이를 바탕으로 한 교육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 연구소는 이를 위해 현재 시민모니터링 사업 등 각 단위에서 진행되고 있는 자연환경분야 시민참여 교육 현황을 파악했다. 아직까지 시민과학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안에 제시된 적이 없기 때문에 주로 시민모니터링 중심의 교육과정을 조사했다. 이를 통해 시민과학 입문과 재교육에 관계기관이 참고할 수 있는 커리큘럼과 강사진에 대한 기초자료를 작성했다. 이는 시민과학이 활성화되기 위해서 시민과학자 양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라며, 이를 위한 교육프로그램 구성을 자료로 널리 활용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러한 자료를 어떻게 가공하고 널리 활동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는 또한 과제로 남아 있다.
 

시민과학이 열어갈 다른 세상을 꿈꾸자

 
시민환경연구소는 앞으로도 시민과학자들을 발굴하고, 활동사례를 찾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역할을 지속해 나가고자 한다. 또한 각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과학자들을 네트워킹하고 더불어 이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활동을 모색하고자 한다. 시민과학의 지속적인 공론의 장 마련과 운영은 쉼 없이 개최되어야 한다. 서울지역을 넘어선 전국의 사례를 발굴하고 그 경험과 성과가 공유될 필요가 있다. 이런 소통의 플랫폼으로서 시민과학포럼이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한편, 시민환경연구소는 시민과학 활동의 폭넓은 대중화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자료(데이터)를 시각화를 고민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자본과 권력의 주문에 의해 전문가들이 고용돼 연구하고 자본과 권력의 사업에 연구 성과가 이용되어 사회적 이익보다 사익의 추구에 복무하는 과학이 아니라 시민의 삶, 자연생태계를 지키는 공익에 복무하는 것이 시민과학이다. 시민과학은 사회와 자연을 시민사회에 되돌려 줄 열쇠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우리가 시민과학자가 되는 참여에 있다.  
 
 
글 / 백명수 시민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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