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주 “탐욕스런 기업과 무능한 정부가 빼앗은 숨”

안종주 박사 ⓒ함께사는길 이성수
 
“지구 상에서 기업이 보여줄 수 있는 부도덕과 비윤리의 끝을 보여줬고 정부는 무능했다.” 
보건학 박사이자 오랫동안 환경보건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 직업병, 석면 악성중피종 실태 등 굵직한 환경보건사건을 취재해온 안종주 박사는 가습기살균제가 한국 최악의 환경사건이며 재앙이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사건의 발생도 최악이지만 대응 과정 역시 최악이었다. 그의 눈에 비친 기업은 악마였고 정부는 무능했다. 
 
2011년 5월 당시 임산부들의 원인불명 사인이 괴질이라며 보도경쟁이 한창일 때 그는 보건당국의 신속한 규명과 대국민 소통을 강조하며 이 문제에 주목했다. 이후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이 줄어들 때도 그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사태 해결을 촉구해왔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그보다 더 많은 글을 쓴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글뿐만이 아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함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피해 실태를 직접 조사하고 피해자들과 함께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사건 백서』의 총괄 편집인을 맡기도 한 그가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알려진 지 5주년을 앞두고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놨다. 빼앗긴 숨에 대한 이야기다.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5주년에 맞춰 『빼앗긴 숨』이란 책을 냈다. 책 표지 이미지부터 강렬하다.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책 표지 이미지는 실제 가습기살균제 피해 아이 다.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을 위해 피해자들이 피눈물 나는 활동을 많이 했다. 그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또 하나는 외국의 환경재앙을 살펴보니 가습기살균제와 비슷하더라. 재난과 환경재앙은 탐욕스런 기업과 무능한 정부가 만들어낸다. 발생을 막지는 못했지만 해결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매달린 이유는 무엇인가.
오랫동안 환경보건 기자로 활동해 그 분야 전문가들을 잘 안다. 2011년 5월 당시 언론에서 임산부들의 원인불명 사인이 괴질이라고 했을 때부터 자연스레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것은 2013년도다.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가들과 전국을 돌며 피해자들을 만났다. 시위현장이나 토론회 등에서 피해자를 만난 적이 있지만 실제 피해자들이 사는 곳에서 피해자들이 사용한 제품, 피해 아이 사진을 보고 이야기를 듣는 것은 참 달랐다. 피해자들과 같이 울기도 했다. 헌데 피해자들은 전국에 흩어져 있고 또 대부분 생업에 바쁘다. 또 어떻게 싸워야 할지 잘 모른다. 피해자들만의 힘으로는 안 될 것 같아 누군가는 나서야 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활동적으로 지원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글을 써서 알리는 것이었다. 
 
기억에 남는 피해자가 있는가.  
아무래도 아이들이 기억에 남는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아이들, 또 가습기살균제로 엄마를 잃은 아이들, 이 아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지 걱정이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반응했다. 분노하거나 우울해하거나.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일반 사건과 다른 점은 피해자나 가족들이 건강에 좋다고 해서 직접 가습기살균제를 구입해서 한 달, 일 년 넘게 사용했다는 것이다. 내가 죽였다는 죄책감이 있다. 결국은 피해자나 가족들의 잘못이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잘못했다는 것을 밝혀낼수록 그 죄책감과 분노감이 옅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끊임없이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5년간 기업의 태도는 어땠나. 
가해기업은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5년만에야 신문에 사과광고를 냈다. 그런 일은 참 드물다.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대부분은 즉각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한다. 특히나 옥시는 자기네들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미 서울대, 외국 등에 조사를 의뢰해 결과를 받지 않았나. 그럼에도 회사는 자기네에 유리한 보고서만 법원에 제출했다. 이 지구 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기업의 부도덕과 비윤리의 끝을 보여줬다. 악마였다. 김앤장도 마찬가지다. 알면서도 악마의 변호를 한 것이다. 다 돈 때문이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증인으로 나온 김앤장 변호사는 말투나 표정에서 단 1퍼센트의 미안함을 느낄 수가 없었다. 
 
정부는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이라고 밝혀내고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업 편을 든다는 비난도 있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대한민국 환경 사건 중 최대사건이다. 재앙이고 참사다. 그러면 거기에 걸맞은 대응을 했어야 했다. 정부는 즉각적으로 신문 방송과 지자체에 대대적으로 광고를 해서 피해자 신고를 받고 2013년에 판정을 끝내고 관련 특별법을 만들어 피해보상도 해서 2014년에는 끝냈어야 했다. 그런데 이제야 하고 있는 거 아니냐. 피해를 입은 것을 되돌릴 수 없지만 피해자들이 위안을 받고 사회도 발전적이고 희망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위기관리 혹은 위험소통 측면에서 기업이나 정부는 빵점이다.
 
여전히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현재 폐질환만 받고 있다. 독성물질들이 특정장기 특정부위에서만 피해를 일으킨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없다. 그러면 다른 장기에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가 중요하다. 물론 과학적이고 의학적으로 따질 문제지만 이것으로만 해결하려면 갈등이 생긴다. 과학적 의학적 관계를 토대로 하되 불확실한 부분이 있더라도 사회적으로 끌어 안고 용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확실한 피해자들은 피해보상을 하고 그 범위에 들지 않더라도 정부나 기업이 기금을 마련해서 다른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과 피해대책을 요구하며 1인시위에 나선 안종주 박사 ⓒ환경보건시민센터
 
그런 사례가 있는가. 
일본 미나마타 사건, 인도 보팔사건 등 세계적인 환경사고들은 다 그렇게 했다. 판정을 받지 못한 사람도 가해기업이 기금을 마련해서 피해를 보상해줬다. 원진레이온도 그랬다. 확실한 경계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노출이 확실하고 몸은 아픈 사람들은 노동부가 고시를 해서 인정기준을 바꿨다. 이후 전문가들이 모여서 역학조사를 했는데 외국의 논문에서 나온 증상이 아닌 만성증상이 나타났다. 이것저것 다 조건을 다 만족해야 인정해줬는데 하나만 나와도 인정해줬다. 그래서 또 숫자가 늘어났다. 91년에는 200명 정도 되던 게 94년도에는 950명 정도 인정받았다. 3차례에 걸쳐 인정기준이 확대가 된 것이다. 다 보상을 해주고 그 당시 200억 원 정도 기금을 만들었다. 그 기금으로 전문병원을 만들어 피해자들을 치료하고 추적관리를 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도 그렇게 가야 한다. 전문 기관을 하나 만들어서 피해자를 치료하고 관리해야 한다. 
 
책에도 언급했지만 스프레이 제품, 나노물질 등 우리 생활 주변에 제2의 가습기살균제가 적지 않다. 국민들은 불안하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습기살균제에 어떤 성분이 들어가는지 제조회사만 알았다. 전문가나 정부는 잘 몰랐다. 삼성전자에서만 76명의 사람들이 죽었다. 아직까지도 삼성은 기업비밀이란 이유로 어떤 물질을 사용했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기업의 영리를 위한 노하우가 존중되어야 하겠지만 그 무엇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 위에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 기업이 위에 있었다. 국민의 생명이 의심스러울 때는 공개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또한 화평법은 제정 취지와 맞지 않게 기업들의 반발로 많이 밀렸다. 어른을 만들어야겠다고 했는데 실은 어린이가 만들어졌다. 다시 만들어야 한다. 
 
제도도 보완하고 공무원 마인드와 기업문화도 고쳐야겠지만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선택이 중요하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백은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로 규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하위정치, 즉 풀뿌리 정치를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권자들도 여러 정치인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전사회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정치인을 선택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국민들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더 신경 쓰는 정치세력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글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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