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근 첫 시집 『바람이 되는 이유』 상재

첫 시집 『바람이 되는 이유』를 출간한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한 사람이 일생 써온 시를 엮어 시집을 냈다. 
 
‘생긴 건 우락부락이가 따시고 여린 속으로 마냥 어리석게 살며 쓴 시’라고 그의 오랜 벗(구영기 부산지속가능발전협의회 부회장)은 말하고, 함께 활동해온 동지(박정애 시인, 전 부산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는 시가 ‘가을 저수지 물 위를 건너가는 바람소리처럼 자연스럽고’ 사람은 ‘발바닥 지문에 갈맷길이 박혀있는 걸어다니는 나무’와 같다고 말한다. 그런 시를 엮어 첫 시집을 낸 이는 이성근이다. 
 
그는 부산환경운동연합이 부산공해추방시민운동협의회이던 80년대 후반부터 오늘까지 부산지역 환경운동을 살아냈다. 그 활동 속에서 시를 썼다. 격문이 남발되는 시대를 발과 가슴으로 쓴 시로 살아냈음을 알려주는 것이 그의 첫 시집 『바람이 되는 이유』다. 
 
지난 겨울 파낸 흙더미에 앉아/말뚝 박는 소리를 듣는다/깡 깡 깡 끝없이 이어지는 소리/오늘 하루만도 강바닥에는/얼마나 많은 못들이 박혔을까/가봤자 헛걸음인줄 알면서도/다시 찾은 강변 마을/언제나 반겨주던 뱃머리 갈대숲/그 너머 눈에 익은 철새떼 다시 볼 길 없고/흙먼지 자욱한 을숙도 퇴사위엔/보금자리 삶터 쫓겨난 가나한 사람들/잡초처럼 어지럽게 피었다 - 「을숙도 85년 봄」 전문
 
부산의 땅과 바다와 하늘이 개발의 삽날에 찍힐 때마다 찍혀 찢기는 자연의 아픔에 분노하고 함께 아파하며, 핵발전소와 맞닿은 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삑삑’대며 놀리는 방사능 측정기 뒤에 숨은 자들과 싸우며, 부산으로 이어지는 옛길을 빠짐없이 걷고 걸으며, 길 위의 늙은 나무들과 바다를 건너와 지역 생태계를 결딴내는 외래 침입종들을 걷어내며 반공해운동, 환경운동, 생태평화·문화운동의 현장에서 쓴 시들이 『바람이 되는 이유』에 담겼다. 
 
일생을 활동가로 살며 현장에서 만난 이들을 자기보다 아꼈으니 어머니에게는 ‘이 좋은 세상에 돈 안 되는 짓 골라가며 하는 지지리도 못난 놈’이고 ‘제 집에 약수물 한 번 안 길어다 주는 놈이 환경운동, 아나 이놈아’ 구박을 들을 법한 아들이다. 그 아들의 시로 쓴 활동사, 시가 된 시간을 기념하는 출판기념회가 지난 10월 26일 부산에서 열렸다. 활동 속에서 만나 자기보다 아꼈던 선후배들이 그를 위해 아름다운 작당을 한 결과다. 
 
 
시인의 말에서 이성근은 내 생에 설정되지 않은 특별한 이벤트라며 작당한 이들을 향해 ‘눈물 나게 고맙다’고 말했다. 함께 한 시간을 특별하게 기억해준 ‘후배들에게 감사’하고 평탄치 않았던 세월 자신을 지켜준 아내와 아이들에게 ‘사랑한다’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낙동강 웅숭깊은 물소리가 섞여 들렸다. 
 
환경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수고로웠던 30년 시간의 강물 속에서, 사람과 자연을 위한 활동의 길 위에서 함께 전력을 다해 흘러왔으되, 결코 떠내려가지 않은 사람과 그의 시를 읽는다. 다른 더 많은 사람과 시를 읽게 되기를 바라고 기다린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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