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한국해양연구원 극지연구소 이홍금소장



극지연구소는 한국해양연구원 부설기관으로 인천 송도에 별도의 공간을 확보하여 본격적인 극지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올해 극지연구소의 새로운 선장으로 임명된 이홍금 박사를 만났다. 아울러 한국 과학계의 연구수준을 가늠하고 지구온난화 등 심각해져가는 지구적 차원의 환경문제 해결에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남극에서 올해 겨울을 나고 있는 이상훈 세종기지 월동대장의 이메일 인터뷰도 싣는다(남극은 북반구인 이곳과 달리 지금 겨울을 맞고 있다).


극지연구 특히 남극에서의 과학연구는 오존층파괴 및 지구온난화문제 해결을 위한 지구촌환경문제 해결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중요시된다고 알려져 있다. 극지연구소의 연구가 이러한 흐름에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남극은 멀고 혹독한 자연환경 때문에 문명 오염이 지구상에서 가장 적은 곳이다. 그 결과 모든 과학 분야에 대한 ‘천연의 실험장’ 구실을 하고 있다. 일례로 만년빙으로 축적된 남극의 빙상은 지구의 생성과 변화와 관련된 중요한 연구 자료를 제공하는 ‘냉동캡슐’로 지칭된다. 또한 환경오염에 따른 지구의 기후 변화와 이에 따른 생태계 변화가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 상황을 파악하고 예측하는데 있어서 남극권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극지연구소에서 현재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연구과제 중의 하나가 "극지 지구온난화 예측기술 개발"로 우리 연구소는 극지역을 활용하여 지구환경변화를 감지하고 예측하는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다. 특히 세종과학기지가 위치한 마리안소만에서 지난 50년간 빙벽이 후퇴하는 현상을 관측하고, 첨단 지구기후 연구분야인 빙하 연구에서 아직까지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제4기 빙하시대 중반 기후의 주기변화 원인을 검증하여 세계적인 학술지에 발표하는 등 그간 연구경험을 바탕으로 지구변화와 관련한 연구 결과를 국제사회에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극지연구소의 연구활동이 일반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는데 지구환경문제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극지연구활동을 일반에 알리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활동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극지는 세계적인 호기심의 영역인 동시에 과학기술 자체는 물론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곳으로서, 차세대의 과학자들, 기술자들, 그리고 지도자들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극지연구소는 극지 연구 활동에 대한 일반의 관심 제고를 경영목표 중의 하나로 설정하고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2006년의 경우 약 250건의 언론 보도를 통해 지구환경 변화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극지과학 연구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였는데, 지난 2년간 민족의 고유명절인 설날에 특집방송으로 남극다큐멘터리가 방영되어 좋은 호응을 받은 바 있다. 또한, 극지과학교육동영상물을 제작하여 일선 학교, 군부대 등에 배포할 계획이며, 금년에는 국제극지의 해를 기념하여 환경운동연합, KBS 등과 함께 북극연구체험단을 국제캠프로 추진하는 등 자라나는 세대들이 더욱 더 극지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다른 분야와 달리 극지에서의 활동이 환경운동단체와 연계가 거의 없었다는 지적이 있는데.
시민단체가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비교적 최근의 일로 생각되며,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위하여 과학기술정책연구소(STEPI)는 약 5년전부터 "과학기술과 사회"에 대한 연구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극지는 끝까지 보호되어야 하는 인류의 자산이지만, 동시에 극지는 과학적 활동만이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끊임없는 과학 투자를 통하여 극지 연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극지과학 성과를 통해 우리 국민에게 느끼는 자긍심은 그 어떤 것과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환경운동연합이 3년전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 남극 환경을 보호하자고 나서는 것은 고무적이라 생각되며, 이러한 환경운동연합의 주장과, 지구환경을 보호하고 인류의 복지에 기어코자 하는 극지과학자의 노력은 궁극적으로 목적하는 바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양 기관이 뜻을 같이 하여 최근 환경운동연합이 주관한 지구의 날 행사에 극지연구소도 참여를 한 것이라든지, 청소년을 위한 북극연구체험단 운영을 같이 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서로의 이해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2기지 건설과 관련 ‘해양영토개척’이라는 표현이 ATCM(남극보호국제회의)장에서까지 문제가 되었다고 하는데, 남극은 어느 나라도 주권을 주장할 수 없는 곳이지 않나.
물론, 일부 국가에서 남극의 일부분을 자기네 영토라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남극조약에 의거, 어느 나라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고 영토권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다. 하물며, 기지를 짓는다 해서 그 위치가 그 국가의 소유가 된다거나, 영토가 확장된다고 보는 발상은 맞지 않는다. 여기서 ‘해양영토’라는 것은, 제가 이해하기로는, 지리적 영토 개념이 아닌 과학기술적 역량 차원에서 언급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다만,  언론 등에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하여 이러한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 같다.

환경운동가들은 한국이 제2기지를 건설하면서 국제기지개념으로 접근하거나 다른 나라의 기지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여 국제사회에서의 환경리더쉽을 발휘하는 계기로 삼자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남극 제2기지건설은 해양수산부를 통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2006년 5월 국과위를 통해 통과된 ‘남극연구활동진흥기본계획’에도 이러한 내용이 반영되어, 올초 러시아와 호주의 지원으로 동남극지역의 후보지를 물색한 바 있고, 내년에는 러시아와 공동으로 서남극지역을 관찰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는 타국의 기지를 공동 활용하는 방안, 독자적인 기지를 건설하는 방안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다만,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나라의 대륙기지에서 활동이 남극연구를 수행하는 국제사회에 과학기술적으로 기여할 수 있고 국내적으로는 일반 국민들에게 국가적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편, 우리연구소가 운영 중인 세종과학기지에는 칠레, 일본 등의 과학자들이 체류하며 연구활동을 수행하고 있고, 우리연구소의 과학자들도 타국기지에 체류하며 연구활동을 수행하고 있어 타국과 기지를 공동 활용하는 실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특히 세종기지 인근의 러시아 벨링스하우젠기지는 우리가 시설을 보수하여 공동으로 활용하는 등 남극에서의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극지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극지연구는 국가의 상업적 이해보다는 범 지구적환경보호를 위한 연구여야 한다는 것이 남극조약의 기본 정신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 극지연구소의 중점연구방향은 생물공학에 근거한 남극생물자원의 상업적 이용에 맞추어져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는 소위 바이오프로스펙팅(생물자원탐사, bioprospecting), 즉 생물자원의 상업적 목적을 위한 탐사라는 지적이 있다.
우선 바이오프로스펙팅이라는 용어를 특허를 이용해 다른 나라의 고유한 생명자원을 약탈하는 바이오파이러시(생물해적질, biopiracy)와 구별된 의미, 즉 동식물이나 미생물에서 의학적, 상업적으로 가치 있는 미지의 화학물질이나 유전자원을 찾는 것으로 정의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에 따르면 각 나라가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자국의 생물자원을 이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남극은 아직까지 주인이 없다. 따라서 남극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활용하는 책임은 온 인류에게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미 남극 생물에서 유래한 효소가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남극에서 채집된 균류인 Candida antarctica에서 분리한 지방분해효소 lipase B는 세계적인 효소회사 덴마크의 노보자임스(Novozymes)사에서 Novozym 435라는 이름으로 개발해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고 있고, 뉴질랜드 연구자들이 남극 박테리아에서 분리한 어떤 효소는 ZyGEM Corporation를 통해 DNA 추출 시약에 활용되고 있다. Antarctic Phosphatase라는 효소는 NEB에 의해 전 세계 실험실로 판매되기도 한다. 분자생물학의 발달로 이제는 극지 생물을 직접 다량 채집하지 않고 1밀리그램의 샘플에서도 유전자를 찾아낼 수가 있는데, 이는 즉 극지 환경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고도 얼마든지 유용한 물질이나 유전자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음을 뜻한다. 선진국은 이미 극지 생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뒷전에 앉아 있다가 로열티를 지불하며 그 상품을 들여와야 하는지, 아니면 우리도 독자적으로 극지생물의 활용 가능성을 열어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남극의 극한 환경에서 산업적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생물탐사에 대한 검토와 이에  필요한 국제적 협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러한 남극 생물 다양성 및 유전적 자원에서 창출된 이익 배분에 대해서도 국가간의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논의와 규제가 현실화되기 전에 극지 생물의 활용 가능성을 확보해 놓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극지연구소 신임소장으로서 한국의 극지연구 발전을 위한 포부는? 또 재임기간중 가장 중요시하는 점은?
우리나라가 타국에 비하여 비교적 늦게 남극연구를 시작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3번째 남극조약 가입), 중위도에서 쉽게 관찰되지 않는 지구환경변화를 극지에서 관측하고 예측하는 연구와 극한환경에 생명체가 적응해 가는 기작을 규명하는 연구를 중심으로 좋은 연구성과를 내어 국제사회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자연과학적 연구성과를 토대로, 쇄빙선 건조와 남극대륙기지 건설에 따르는 본격적인 극지 연구활동을 체계적이고 일관되게 추진함은 물론, 정부 차원의 국가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되는 인문사회적인 연구를 병행해 나가려고 한다. 무엇보다 극지라는 위험한 환경에서 연구에 임하는 연구원들에게 최대한 안전 확보될 수 있도록 각종 시스템을 정비하고 수립해 나갈 것이다. 극지연구는 경제적인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기초 과학의 분야이기 때문에 일반 국민의 지지가 절대적인 바, 극지연구활동을 일반 국민에게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방안을 확대 추진코자 한다. 극지를 향해 나가는 큰 걸음, 극지연구소를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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