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는 사람들 광주환경연합 ‘서로’

1993년 7월 ‘월간 환경운동’이란 이름으로 첫 호를 발행한 월간 함께사는길이 28주년을 맞았다. 몇 번의 고비와 압박에도 단 한 호의 결호도 없이 정권에 대한 쓴 소리와 지구를 지키기 위한 불편한 소리를 담을 수 있었던 것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 독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올해 월간 함께사는길이 ‘우수콘텐츠 잡지’로 선정된 것도 그들이 함께 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함께사는길이 진정 빛을 발할 때는 독자들이 찾아 읽어주었을 때다. 함께사는길을 지면에서 세상 밖으로 꺼내주고 글자 하나하나를 행동으로 전환하는 독자들이 함께사는길의 진정한 주인이며 힘이다. 올해 지구를 살리는 모임을 함께사는길에서 시작하기로 한 이들을 만났다.
      

 ‘서로’가 함길을 만나는 법

 
광주환경운동연합 함길 읽기 모임 ‘서로’ 회원들
 
“녹차라떼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4대강의 녹조가 대한민국의 익숙한 풍경이 되어버린 것은 2012년부터다. 4대강사업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에 16개 보가 들어서고 본격적으로 담수가 시작된 해다.”
 
함께사는길 6월호에 실린 기사가 박산천 회원의 낭랑한 목소리로 살아난다. 박산천 회원의 바통을 받아 다음 회원들이 차례로 기사를 이어 읽는다. 기사 속 글자 하나 문장 하나가 회원들의 또랑또랑한 소리로 책 속에서 나오자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하나의 기사를 함께 읽고 난 후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기사를 읽다보니 내가 살던 마을 하천이 생각났어요. 우리 어릴 적에 강에서 수영도 하고 빨래도 하고 다 했어요. 어느 순간 강을 깊게 파고 둑을 쌓아서 사람들이 강을 갈 수 없게 했어요.” “보와 댐은 어떻게 달라요?” “승촌보 보셨어요? 보가 아니던데요, 엄청 큰 댐 같았어요.” “(4대강사업은) 진시황제 같은 왕권시대나 추진했을 일이 벌어진 거죠.” 
 
월간 함께사는길을 함께 읽은 이들은 광주환경연합 회원모임 ‘서로’ 회원들이다. “광주 ‘서’구에 사는 이웃들, 회원으‘로’ 만나요” “얼굴 보면‘서’ 함께 하는 행동으‘로’” “‘서로’ 배우고 ‘서로’ 배려하고 ‘서로’ 나누는”에서 따왔다는 모임 이름처럼 서구 지역에 사는 회원 모임이다.
 
‘서로’는 올해 2월 첫 모임하고 지구의 날을 하루 앞둔 4월 21일 정식으로 결성한 새내기 회원 모임으로 회원들과 함께 마을을 돌거나 영화를 보거나 무언가를 배우는 등 소소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월간 함께사는길 읽기다. “이경희 처장집에서 우연히 함께사는길을 넘겨봤는데 ‘이런 잡지가 있었어?’ 했어요. 재밌고 정보도 많고 좋았어요. 그래서 우리 같이 읽자고 제안했죠.” 이은진 회원의 제안에 동참한 서로 회원들은 매월 두 번째 금요일에 함께사는길 읽기 모임을 만들었다. 
 
 
회원들이 돌아가며 그 달에 함께 읽으면 좋을 기사 2~3개를 선택하면 회원들이 한 문단씩 돌아가며 읽는다. 낭독 중간 중간 감정이 섞인 추임새를 넣기도 하고 꽂힌 기사에 줄을 치거나 문구를 그대로 따라 적기도 한다. 기사를 읽고 난 후 저마다 느낀 감정이나 떠오른 것들, 모르는 것을 묻거나 알고 있는 것들을 풀어내며 한바탕 토론이 벌어진다. 4대강 기사에서 어릴 적 놀던 강이 사라졌다는 회원 이야기에 공감하기도 하고 영산강의 승촌보와 죽산보 상황을 묻는 회원에게 아는 정보를 전해주고 궁금한 내용을 함께 찾아보기도 하고 4대강사업을 추진한 정권에 다시금 함께 분노하기도 하면서 저마다 기사를 읽는다.  
 
회원들은 함께 읽어 더욱 좋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책을 받아본 지는 오래됐는데 필요한 것만 보게 되더라고요.”(박미승 회원) “나중에 봐야지 하고 지나갈 때도 많았어요. 이런 자리를 통해 함께 모여 읽고 이야기도 나누고 관심 없던 분야도 읽어볼 수 있어 좋아요.”(박산천 회원) “사실 저에게 2012년은 정치적 사회적 암흑기였어요. 아이 낳고 집에만 있을 때라. 이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까란 생각만 했지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어요. 함께사는길을 읽으면서 지식을 접하는 것도 좋고 모르고 지나가는 것들을 다시 볼 수 있어 좋아요.”(박송희 회원)   
 
서영주 회원은 기사에 밑줄까지 치며 읽는다. “예전에 환경연합 상근자로 활동한 적이 있어요. 기사를 읽다보면 예전 생각도 나고 활동했을 때처럼 끓어오르는 게 있어요. 알면 행동해야 하는데 일상을 살다보면 잊게 되더라고요. 거창한 게 아니라 작은 것들을 같이 해보고 싶어 참여하고 있어요.” 
 
함께사는길을 읽고 난 후 달라진 것도 적지 않다. “‘우리 마을에 누가 살까’란 기사를 함께 읽고 난 후 한동안 단톡방에 새소리가 넘쳤어요. 그 전에는 잘 몰랐는데 기사를 읽고 난 후 우리 마을에 새소리가 들린다며 다들 신기해하며 녹음해서 올린 거죠.” 박산천 회원의 말에 회원들이 공감의 웃음을 터트린다. 박송희 회원도 기사를 읽은 후 안 들리던 새소리가 들렸다며 신기해했다. “사실 어떤 새인지는 몰라요. 그래도 우리 마을에도 함께 살고 있는 새들이 있고 다양한 새들을 귀로 만나니 좋더라고요. 우리 마을 생태에 관심을 갖게 되는 하나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기사 때문에 미션까지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2월호에 실린 ‘별 생각 없이 먹고 가끔 맘이 불편해요.’란 기사를 읽고 난 후 회원들은 덩달아 마음이 불편해져 각자 미션을 정해 한 달 동안 정수기 끄기, 소고기 안 먹기 등 각자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미션을 정해 실천했다고 한다. 
 
이번에 회원들의 마음을 흔든 기사는 6월호에 실린 ‘왜 가로수 모가지를 치는가’이다. 기사 읽기를 끝내자마자 한바탕 토론이 이어지더니 “우리 마을도 다르지 않아요. 올해는 더 심해진 것 같아요. 환경연합 차원에서 법령 등을 한 번 알아봅시다.” “침묵하는 다수와 강력히 요구하는 소수란 말이 와 닿아요. 우리도 민원을 냅시다. 가로수 좀 그만 치라고!” “기사에 실린 ‘내 나무 등록하기’를 한 번 해봐요. 우리 마을에 있는 나무 한 그루를 내 나무로 등록하면 신경 써서 관리해줄 것 같아요.” “가로수 온라인 지도 한 번 만들어보죠.”라며 마을과 지구를 살릴 일들을 만들어냈다.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과 월간 함길

 
 
광주환경연합 서로 모임 회원들이 한 달에 한 번 모여 함께사는길을 읽는다
 
“잡지에 줄 그어가면서 읽는 경험은 처음이라는 회원, 읽고 토론하면서 새로운 것도 배운다는 회원, 한 달에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그것들을 실천하는 재미가 있다고 하는 회원, 혼자 읽으면 누리지 못할 많은 것들이 있다며 같이 읽으니 좋다고 하는 회원, 마음에 드는 글 몇 편을 읽는 정도라도 읽기 모임이 있어 좀 더 많이 읽는다는 회원. 함께 읽는 사람이 있어 기분 좋은 모임”이라며 모임 회장인 박산천 회원은 소개한다.  
 
함께사는길에 대한 아쉬운 점은 없을까. “종종 생소한 단위나 전문용어가 나오는데 설명을 달아줬으면 해요.” “쓰레기 몇 톤을 버린다고 하는데 와 닿을 수 있도록. 이를 테면 63빌딩 높이라던가.” “지난 달 실린 플라스틱 기사는 좀 뭉뚱그려 아쉬웠어요. 집중하는 꼭지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있고 전문적으로 파고들었으면 해요.” “우리는 어릴 때부터 발전 성장이 당연한 것으로 배우고 그렇게 생각해왔잖아요. 하지만 발전 성장에 한계와 문제점이 있고 우리 삶의 방향이 공존으로 바뀌어야 하는 시대에요.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가야 하는 이유,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제시해주는 기사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광주를 집중 취재해주세요. 광주가 시장이 바뀌면서 작년부터 아파트 비율이 전국 최고에요. 무등산에서 광주를 내려다보며 다 아파트에요. 우리 주거공간이지만 우리를 위협하고 지켜야 할 것들을 다 파괴하고 있어 가슴 아파요.” “광주 같은 도시들 모아 도시 특집 어때요? 한국의 95퍼센트 이상이 도시에 살잖아요. 도시가 생태적이어야 할 이유, 내가 사는 곳이 생태적이어야 할 이유가 많잖아요.” “그렇지, 모든 이들이 자연인이 될 수는 없지.”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매달 찾아가는 월간 함께사는길이 무엇이냐 물었다. “나에게 지구가 보낸 소식지” “사는 동안 쉼 없이 가야할 길” “함께 읽기” “즐거운 만남” “소중한 시간” “관심과 생각” “뜨거운 여름의 아아”라고 답을 주었다. 
함께사는길이 쉼 없이 달려야 할 이유가 그들에게 있다. 
 
 
글 /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사진 / 이성수 기자 yegam@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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