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서 부실 꼼수 거짓 이렇게 잡자구요

 
논란이 되는 개발 현장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환경영향평가서다. 개발의 면죄부, 개발을 위한 환경영향평가서라고 불릴 정도로 거짓과 부실, 꼼수가 적지 않다. 하지만 낯선 단어와 단위, 그 분량 등 때문에 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환경연합 활동가들이 이러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환경영향평가 대응액션 노트’가 나왔다. 2권짜리 소책자로 구성된 액션 노트는 어렵고 복잡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읽는 방법을 비롯해 관련 법률 정보를 확인하는 방법, 참고할 사이트 등과 함께 실제 속초 사례로 본 환경영향평가 사례 등을 통해 환경영향평가서를 조금 더 쉽게 읽고 실제 현장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책을 펴낸 이들은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환경연합 활동가들이다. 10년차 막내로 현장에서 산전수전 겪으며 환경영향평가에 치를 떨다 못해 도가 터버린 원주환경연합 김은지 팀장, 환경영향평가서를 심심할 때마다 들여다본다는 전직 환경영향평가원 수원환경연합 박한 활동가, 그들을 탈탈 털어 2쪽 짜리 매뉴얼을 2권으로 만들어버린 환경연합 김수나 활동가, 액션 노트를 제안하고 숨어있는 인재들을 끌어내 팀을 만들고 지침이 되어준 환경연합 신재은 국장이 그들이다. 그들을 화상으로 만났다.   
 

환경영향평가 대응액션노트를 만들게 된 이유는?

 

 환경연합 신재은 국장
 
신재은  환경영향평가제도의 정의, 배경, 역사, 절차, 심지어 작성요령 등을 설명해주는 자료는 많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환경영향평가에 대응하는 노하우다. 그런데 그런 것을 정리해놓은 자료는 없었다. 2020년 환경연합 자연생태위원회는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고 구체적으로 실무 작업을 할 수 있는 워킹그룹을 꾸리게 되었다. 원래 2쪽 짜리 매뉴얼 정도 생각했다. 2권이 나올 줄은 몰랐다. 
 
김수나  연차가 낮은 활동가들에게 환경영향평가 자체가 낯설다. 참고서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워낙 다들 바쁘다 보니 일주일 혹은 이주일에 한 번 날을 잡고 아침 10시에 화상에서 만나 저녁 6시에 줌을 껐다. 그러다보니 책자 만드는데 반 년이 걸렀다.   
 
김은지  진짜 하고 싶었다. 지역에서는 환경영향평가 볼 일이 많다. 주민들이 정말 많이 찾아오신다. 환경영향평가 초안서를 들고 와서 ‘여기서 잘못된 것을 찾아야 이게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는데 말이 너무 어렵다’고 하신다. 솔직히 환경연합 활동가가 그분들에게 이거 볼 줄 모른다고 하면 속된 말로 쪽팔리지 않나. 
 
박한  수원환경연합에 들어오기 전 환경영향평가업체에서 일했다. 환경영향평가업체에 입사한 이유도 개발로 인해서 나무들이 베어지는 게 너무 싫어서였다.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해서 나무 베어지는 것을 막아보고 싶었다. 그런데 안 되더라. 사업자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업을 하겠다고 하더라. 환경영향평가 업체에 있을 때 베어낸 나무들이 십만 그루는 될 것 같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 환경연합에 오게 됐다. 수원환경연합은 도심지역이라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마침 신 국장님이 제안을 해서 같이 하게 되었다. 활동가들이 쉽게 대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쉬운 말로 쓰려고 했다. 김수나 활동가에게 ‘이해되세요?’라고 확인하면서 만들었다. 덕분에 쉽게 풀어쓸 수 있었다. 
 

실제로 환경영향평가를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다. 왜 그렇게 거짓과 부실이 많을까. 

 
수원환경연합 박한 활동가
 
박한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의 인허가 단계다. 지체되면 사업자에게는 큰 손실이 되니 사업자는 기한을 빡빡하게 준다거나 최대한 빨리 통과시키고 싶어 한다. 그렇다보니 생태조사에서 부실이 많이 나온다. 동물들이 한 날 한 시에 새끼를 낳거나 밥을 먹으러 나오지 않지 않나. 또 환경영향평가 업체가 하나의 사업만 맡는 게 아니다보니 면밀히 조사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고 부실이 될 수밖에 없다.  
 
김은지  여기에 덧붙이면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을 맡기는 게 사업자다. 그러다보니 갑을 관계가 된다. 지역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사실 소규모환경영향평가다. 소규모환경영향평가는 부실도 더 많다. 실태조사는커녕 보고서 곳곳에 내용 붙여놓기가 많다. 그럼에도 그냥 넘어간다. 환경영향평가는 반려를 하거나 부동의를 할 수 있지만 소규모환경영향평가는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최종승인권자는 환경청이 아니라 지자체다. 문제가 있어도 반려를 하지 못한다.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평장리 태양광 사업이 그랬다. 주민들의 반대도 심하고 생태나 지형훼손도 심한 곳인데 환경청에서는 부를 하지 않고 지자체에서도 부를 하지 않았다. 
 

김빠지는 질문이지만 환경영향평가의 부실을 잡아내더라도 달라지는 게 별로 없지 않나.  

 
원주환경연합 김은지 활동가
 
김은지  워낙 거짓과 부실이 많다보니 환경부에서 거짓부실위원회를 만들었다. 저도 원주지방환경청 거짓부실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지만 한 번도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거짓부실위원회를 만들어놨지만 사회적으로 엄청 이슈가 되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다. 누군가 하나하나 뜯어서 제출하지 않는 이상 열리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법이 바뀌어 부실평가가 드러나면 해당 업체에 벌금을 부과하고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다. 하지만 사업이 뒤집어지지는 않는다. 사업자는 환경영향평가 업체를 바꾸면 된다. 
 
박한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는 경우가 사업의 후반부다. 환경영향평가가 통과되면 바로 삽을 뜰 수 있다.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사업에 대한 내용을 알게 되는데 그 때 문제제기를 한다 해도 엎어지기 어렵다. 민원을 넣으면 수정이 되긴 한다. 사실 그 문제가 된 사업이 무산되어도 또 다른 사업이 진행된다. 도시계획에서 지구지정이 그렇게 되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도시계획상 공장용지로 되어 있으면 언제든지 공장이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도시계획은 시민들이 참여하기 너무 어렵고 공개조차 되지 않는다. 
 

그러면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개선해야 하지 않나

 
환경연합 김수나 활동가
 
김은지  공탁제 이야기가 나온다. 개발자가 환경영향평가 업체에 직접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환경청이 개발자로부터 돈을 받아 환경영향평가 업체에 시키는 방식으로 하면 그나마 정직하게 조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환경영향평가 제도 자체는 공탁제 빼고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가부 정도만 생겼으면 좋겠다. 환경청이 잘하면 된다. 왜냐하면 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을 내주는 게 환경청이다. 잘 쓰면 실제로 개발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 개발을 하고도 나쁘지 않은 경우도 있다. 현재 강원도가 떼를 쓰고 있어 문제지만 가리왕산 같은 경우 협의의견만 30쪽이 나왔다. 어떤 문제가 있고 복원해야 한다는 내용을 다 명시했다. 협의의견에 환경청이 뭐라고 쓰느냐에 따라 도시계획도 수정될 수 있다. 환경청에서 얼마나 꼼꼼히 의견을 주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환경청이 아닌 지자체 공무원들이 환경적인 부분을 이유로 사업을 승인하지 않으면 개발업자는 행정소송을 내기도 한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데 왜 그러냐는 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청에서 최대한 강하게 써줘야 한다. 환경부는 환경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곳이지 않나. 
 
신재은  2019년 국회에서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린 적이 있다. 당시 이상돈 의원은 ‘우리나라 환경영향평가 제도 자체로는 결코 취약하지는 않다, 환경영향평가로 사업을 부동의 시킬 수 있는 나라는 별로 없다. 제도만큼은 강력하지만 문제는 제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사실 환경영향평가제도는 사업 추진을 전제로 줄여야할 환경영향을 체크하는 것이지만, 말도 안 되는 사업은 부동의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보통은 개발사업의 동력이 강력해서 부동의할만큼 힘은 없다. 아무리 제도를 꼼꼼히 만들어도 더 꼼꼼하게 편법을 쓰는 이들이 존재한다. 사회가 어느 정도 원칙에 합의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기를 쓰고 하겠다는 사람을 기를 쓰고 막겠다고 하면 비용만 더 늘어날 뿐이다. 
 
김수나  사실 국회가 의지가 있나 싶다. 오히려 일부 의원들은 환경영향평가에 부동의를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환경부는 환경만 생각하지 말고 경제적 가치까지 고려해야 한다고까지 서슴없이 말한다. 심지어 법안까지 발의하기도 했다.  
 

환경영향평가 외에 개발로부터 자연생태계를 지킬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신재은  앞으로 살아갈 시대에 자연의 공간을 어느 정도까지 확보하도록 할 것인가. 이것이 중요한 원칙이 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육지에서 30%, 해양에서 30%를 보호구역으로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그린벨트, 국립공원 등 굉장히 많은 보호지역이 있지만 시행령에 따르면 가능한 개발이 굉장히 많다. 설악산 국립공원의 경우 문제의 본질은 산양이 사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국립공원에 대체 왜 케이블카를 까느냐가 문제의 본질이다. 노 테이크 존(NO TAKE ZONE)이라는 표현이 있다. 그 어떤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공간, 우리는 그런 공간을 얼마나 만들 것인가. 그런 합의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보호구역 수준은 노 테이크가 아니라 올 테이크다.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 우리가 그 부분에 더 경각심을 갖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게 환경운동의 과제인 것 같다.
 

어떻게 활용되길 바라나

 
김수지  이 책 만들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변태다. 글자 간격과 크기, 행간, 서체 등 하나하나 세세하게 선정해서 편집했다. 아무래도 경험했던 거 위주로 하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적지 않다. 그래도 유익하게 봐주셨으면 한다. 
 
김수나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담았다. 책장에 그냥 꽂아두지 마시고 꼼꼼히 읽어보셨으면 한다. 
 
박한  환경영향평가서 보는 맛을 알게 되었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무분별한 개발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신재은  누군가 길을 가려고 할 때 도와주는 길잡이 같은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선배들에게 개별적으로 남아있는 경험과 자원이 공식적인 시스템의 메뉴얼로 남게 되는 첫 사례이고 싶다. 이 책에 기대하는 바다. 
 
글 /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제작년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