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이유] 류자현 오송이 부부의 알콩달콩 에코 라이프

류자현 오송이 부부의 알콩달콩 에코 라이프


글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사진 이성수 기자 yegam@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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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홍은동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주택. 퇴근한 자현 씨는 저녁 준비에 서두른다. 오늘 저녁 메뉴는 스파게티다. 
“나 고백할 게 있어. 5시쯤에 배가 고파서 라면 하나 먹었어.”
“잘 했어.”
“근데 조금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흐흐흐흐.”
스파게티를 만들고 있는 자현 씨 옆에 송이 씨는 꼭 붙어서는 오늘 누구를 만났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참새처럼 종알종알 지저귄다. 자현 씨는 “그랬어?” “잘했네.” 하며 일일이 장단을 맞춘다. 그야말로 깨가 쏟아진다. 
류자현(36) 오송이(26) 씨 부부다. 2009년에 결혼했으니 벌써 3년차 부부지만 여전히 풋풋하고 사랑스런 신혼생활 중이다.       

 

이상한 활동가와 귀염둥이 회원
부부는 환경연합과 인연이 깊다. 이들이 처음 만난 곳은 다름 아닌 환경연합이다. 송이 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환경연합 회원으로 고등학생 회원 모임인 푸른소리를 시작으로 대학에 들어가서는 대학생 회원모임인 햇살지기로 활동을 이어갔다. 2007년 겨울, 삼성중공업이 태안에 기름을 쏟아 부었을 때는 시민간사로 참여해 태안으로 달려가 현지 상황을 정리해 인터넷으로 소식을 전했다. 그야말로 활동가 못지않은 열성에 활동가들 사이에선 귀염둥이 회원이었다. 당시 류자현 씨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환경연합에서 인터넷 서버를 담당하는 활동가였다. “태안 자료들을 건네주려 누하동 사무실을 자주 찾았는데 그 때 봤어요. 첨엔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원래 하는 일은 컴퓨터라는데 개량한복을 입고는 수정과를 담근다고 하지 않나 옥상에 상자텃밭을 만들지 않나 환경연합 마당에 지렁이를 키운다며 과일 껍질을 묻질 않나. 보면 볼수록 알쏭달쏭한 사람이었어요.” 자현 씨에 대한 송이 씨의 첫인상이다. 특히나 당시 자현 씨는 환경연합에서 활동하면서 그야말로 바른 생활을 했다. 환경을 생각해 육식도 끊고 술도 끊고 담배도 끊었던 터였다. 자현 씨는 송이 씨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태안에서 활동한 시민간사들 뒤풀이에서 처음 봤어요. 작고 귀여운 여자 아이가 다른 활동가들과 스스럼없이 대하는 모습이 기억나요.” 그날 이후 둘은 자연스럽게 전화통화 하는 날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러다가 지구의 날 하루 전에 전화가 왔어요. 시청광장에서 수정과를 만들어 팔 거라고 수정과 먹으러 오라는 거예요. 근데 제가 그때 넘어져서 목을 다쳐 깁스를 하고 있었거든요. 어쩔까 하다가 목을 부여잡고 엄마를 대동해 시청광장으로 갔죠. 하하하.” 그 때 생각이 나는지 자현 씨도 미소를 짓는다. 아마도 그런 모습에 반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이 친구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는 자현 씨는 마음을 담아 송이 씨에게 청혼을 했다. 당시 학생이었지만 송이 씨는 따지고 잴 것도 없이 자현 씨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신랑이 참 꼼꼼해요. 또 관심사가 같고 환경에 관해 의견을 나눌 수 있어  좋아요.” “송이는 나와 성격이 참 달라요.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해요. 나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해서 처음엔 적응이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참 좋아요. 가장 큰 장점요? 귀엽다는 거죠.”

 

초록으로 물들인 홍은동 신혼집
결혼식은 전통혼례로 올렸다. 신부가 오래 전부터 꿈꿔오던 터였다. “녹색결혼식을 올리고 싶었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예식장 하나 구하는 것조차 한 달 넘게 알아봐야 한다더군요. 결국 포기했죠.” 결혼식만 녹색으로 올리지 못했지 결혼생활은 친환경 그 자체다. 허례허식이라고 생각되는 건 모조리 생략했다. 혼수도 패물도 거의 하지 않았다. 부모님의 성화에 서로 백금 반지만 주고받았을 뿐이다. 반지 이야기가 나오자 부부는 서로를 슬쩍 쳐다본다. “반지를 했는데 둘이 합쳐 49만 원이었어요. 그 때 세탁기와 비슷한 가격이었어요. 가치관에 혼란이 왔죠. 세탁기는 세탁이라도 하지 이 반지는 어디다 쓸까. 아무리 생각해도 아까웠어요.” 결국 반지에 ‘인생의 사치는 이게 끝이다’란 문구를 새긴 후에야 반지를 살 수 있었다.


혼수는 최소한 필요한 것만 구입하자는 것이 이들의 원칙이었다. 그래서 이들의 신혼집에는 대형 TV도 대형 냉장고도 없다. “냉장고는 아예 사지 않으려고 했어요. 먹을 만큼만 구입하고 만들어서 먹자 했는데 부모님들 반대가 워낙 커서 작은 것을 하나 샀어요.” 이조차도 중고매장에서 구입했다. 냉장고뿐만 아니다. 책장이며 밥솥, 서랍장, 전자레인지 등 집안 살림 대부분을 중고매장에서 마련했다. 그래도 있을 것 다 있다며 불편함이 없다는 부부다. 서로 뜻이 맞고 서로 이해하고 받아주어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서로에게 고맙다는 눈빛을 건넨다.


이 부부의 신혼생활도 참으로 재미나다. 주말이면 군포로 가 텃밭농사를 지었고 집에선 항아리에 지렁이 수십 마리를 키웠다. 창가엔 화초와 함께 상추며 오이를 심어 가꿨다. 둘이 함께 하니 노동도 나들이가 되고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함을 만들어 냈다.


지난겨울 혹한에 수도관이 얼어 물이 나오지 않은 일이 있었다. 아무리 녹여도 꽝꽝 얼어버린 수도관은 녹지 않았다. 화가 날 법도 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부부는 화를 내는 대신 컴컴한 밤 하얀 눈을 양동이에 가득 퍼 날랐다. “처가로 피신가자고 했죠. 헌데 당장 화장실이며 그릇들은 담가놔야겠고 물을 사자니 아깝더라고요. 그러다가 문득 밖을 봤더니 눈이 엄청 많이 쌓인 거예요. 저거다 싶어 송이하고 둘이 밤새 양동이에 눈을 퍼다 날랐어요.” “진짜 재밌었어요. 근데 엄청 퍼 날랐는데 녹으니깐 물이 얼마 안 되는 거예요. 거기다가 밤이라 몰랐는데 녹은 후에 보니깐 흙이며 새까만 분진이 잔뜩 묻어있는 거 있죠. 그걸 보고는 둘이 한참을 웃었어요.” 비극도 희극으로 바꾸는 부부다.


만날 깨가 쏟아지는 줄 알았던 이 부부도 부부싸움은 한단다. 신혼 초에는 살림을 좋아하는 신랑과 분식집 딸 신부의 주방 쟁탈전이 수시로 벌어졌다. 심지어 요리할 때 가스 불을 크게 하냐 작게 하냐는 걸로도 싸웠다고 한다. 몇 차례 크고 작은 주방 쟁탈전을 벌인 후에 주방은 살림을 좋아하고 꼼꼼한데다 한식자격증까지 있는 신랑이 차지했다. 송이 씨는 순순히 주방을 넘겨줬다. 그도 그럴 것이 자현 씨의 주방 철학은 확고하다. 요리실력은 물론이거니와 육식보다는 채식을 위주로 하고 되도록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원재료로 요리하되 절임 등 1차 가공에서 끝내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한다. 때문에 외식은 자연히 줄어들고 도시락도 싸들고 다닐 정도다. 그뿐이 아니다. 자현 씨는 이모네서 얻어온 미니재봉틀로 바짓단도 줄이고 안 입는 바지로 아내 가방도 손수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주부 9단도 한 수 배우고 갈 정도다. 살림 이야기에 미안해지는지 송이 씨가 슬그머니 끼어든다. “머릿속으로는 아침 밥상을 딱 차려놓고 상큼하게 아침인사를 건네고 출근시키고 싶은데.” 미안해하는 송이 씨에게 자현 씨는 “괜찮아.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라며 토닥인다.    


신혼 초 부부를 힘들게 했던 건 따로 있었다. “제가 학생이었잖아요. 학교 끝나면 집에서 신랑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신랑은 저녁 늦게, 그것도 우루사 곰 두 마리를 어깨에 올려놓고 들어오는 거예요. 같이 놀고 싶은데 신랑은 엄청 피곤해하고. 그것 때문에 엄청 싸웠죠. 그땐 정말 주부우울증이 올 것 같았어요. 나이 25세에 주부우울증은 너무 슬프잖아요.” 도저히 이래선 안 되겠다 결심한 송이 씨는 오전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후에는 시민단체에서 자원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시간을 갖고 사회생활을 경험하면서 점차 이 문제는 해결이 됐다. “지금 생각하면 참 많이 어렸던 것 같아.”라며 송이 씨가 자현 씨를 보고 씨익 웃는다. 

 

행복한 미래 만들기
송이 씨는 현재 에너지정의행동에서 상근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환경연합 자원 활동의 경험으로 조금 더 작은 시민단체를 돕고 싶은 마음에 선택을 했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시민단체 활동은 일본 핵사고 이후 더 바빠졌다. 일도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도 핵은 가장 큰 걱정거리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려고 자전거를 산 날, 일본 핵사고가 터졌어요. 제대로 타보지도 못하고 자전거는 홍제역 자전거보관소에 묶여 있어요. 아 정말 핵이 무서워요. 내가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비행기만한 핵폭탄이 떨어지는 꿈도 꾼다니까요. 아이도 낳아야 하는데…….”


자현 씨는 아무래도 먹고 사는 게 힘들다. “환경연합에서 활동하면서 돈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요. 풍족하게 못 쓰는 건 있지만 적은 돈으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더라고요. 돈보다는 여유를 좀 찾고 싶어요. 헌데 지금은 여유가 없어요. 퇴근하면 저녁이고 밥 먹고 나면 하루가 다 가고. 우리나라가 여유가 없긴 한데 서울이 최고봉인 것 같아요. 서울을 떠나 텃밭에서 먹고 사는 일을 하는 게 소원이에요.”


행운보다 행복에 감사하고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만들어내고 비극을 희극으로 바꾸는 재주를 가진 부부는 진짜 사는 법을 알고 있었다. 깨가 쏟아지는 홍은동 신혼집에서 나오니 벌써 캄캄한 밤이다. 어둠 속에서 부부는 팔짱을 끼고는 손을 흔든다. 문득 위를 보니 캄캄한 하늘에 별이 떴다. 서울 하늘에도 부부를 닮은 별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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