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이유] 참 귀한 되살림의 지구를 지키는 손

글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사진 이성수 기자 yegam@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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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환경연합 회원 김정미 씨와 그가 만든 작품들

‘예쁘지는 않지만 참 귀한 손’을 가져 행복하다는 김정미(40세) 씨, 그 손으로 2년 동안 참 많은 것들을 되살렸다. 버려지는 물건들을 재활용해 생활소품으로 되살리고 강과 마을을 지키기 위해 참 분주하게 움직였다. 되살림의 2년이 고스란히 작품으로 남았다. 

손으로 뭐든지 뚝딱
태화강 대나무 밭이 내려다보이는 그녀의 집은 작은 전시관 같다. 병뚜껑과 자투리 천으로 만든 머리끈들을 비롯해 단추로 만든 머리핀, 수건으로 만든 인형, 나뭇가지로 만든 솟대, 신문지로 만든 고래와 물고기, 흙으로 빚은 명함꽂이와 비비추 잎사귀를 본 딴 접시, 신문지로 만든 가방에 수초와 민물고기들이 사는 바퀴 달린 작은 수조관까지 손으로 만든 작품들이 집안 곳곳에 아기자기 진열돼있다.  
어릴 때부터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는 그녀는 십자수, 뜨개질, 퀼트, 리본공예, 북아트, 도자기까지 손으로 못하는 게 없을 정도다. “아버지 취미가 목공예였는데 주로 버려진 나무나 나뭇조각으로 수석받침대나 작은 테이블을 만들어내셨어요. 어깨 너머로 많이 보고 자랐죠.”
아버지가 그랬듯 그녀는 버려지는 것들을 재활용해 생활소품을 만든다. 대나무 밭에서 주워온 나뭇가지로 솟대를 만들고 헌옷은 작은 주머니 가방으로 깨진 컵은 화분으로 재활용한다. 병뚜껑과 자투리 천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끈을 달면 머리 방울이고 핀을 달면 배지가 되고 솜을 채워 넣으면 바늘꽂이가 된다. 또 12개 숫자를 써넣고 시계바늘을 달면 멋진 시계로 변신한다. 병뚜껑 재활용품은 동네에서도 꽤 알려져 경비 아저씨가 병뚜껑을 모아 그녀에게 줄 정도다. 
어릴 적 그녀가 그랬듯 그녀의 아이들이 어깨너머로 그녀를 보고 배운다. 깨진 컵 화분과 바퀴 달린 플라스틱 박스 어항은 아이들의 솜씨다.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 되더라고요. 물건을 버리기 전 한 번 더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함께 만들어 봐요. 남편은 좀 싫어라 하는데 아이들이 나서서 못 버리게 한다니까요.”  
  
위기에서 찾은 마을의 보물, 명정천
취미가 환경운동으로 승화된 것은 2년 전부터다. 울산시는 남구 옥동과 북구 농소동을 연결하는 국도7호선(옥도~농소)구간 도로를 계획하면서 마을과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고가도로로 설계한 것이다. 그것도 총 연장 16.6킬로미터, 4차선에 건물 7층 높이의 고가도로를 말이다. 태화강과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뻔한 상황이었다. 주민들은 집집마다 빨간 깃발을 내걸어 반대하고 울산환경연합도 태화강 생태계와 주민 피해가 클 것이라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녀도 주민들과 함께 반대운동에 나섰다. “반대운동을 하면서 명정천(태화강의 지천) 조사를 하게 됐어요. 솔직히 1990년대까지만 해도 태화강은 죽은 하천이었는데 그 지류에 뭐가 살 수 있을까 싶었죠. 그런데 다슬기, 갈겨니, 동자개, 붕어 등 물고기들이 살고 있더라고요. 도심 안에 그런 곳이 있었는지 몰랐어요. 귀한 보물을 찾았죠.” 
그날 이후 아이들도 명정천을 자주 찾고 집 베란다에는 아들이 명정천에서 치어 때 데려온 민물고기들이 자라고 있다. 아직도 엄마에게 응석을 부리는 어린 아들이지만 수조를 관리하며  훗날 생물학자가 되겠다고 할 때면 참 기특하고 대견하다.    
주민들과 함께 <명정천지킴이시민모임>를 구성해 더 적극적으로 반대에 나섰다. 학생운동 한 번 해본 적 없고 취미도 앉아서 하는 것을 좋아했던 그녀에게 반대운동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불미스런 일도 생겼다. “주민들의 반대 의견서를 모아 시청에 전달하려고 갔어요. 그저 588장의 종이뿐이었는데 전경까지 동원해 막더라고요.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걸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 쓰다가 결국 십자인대가 파열됐어요.” 그 일로 장애 6급을 받았다. “후회는 하지 않아요. 혼자 가다 넘어지거나 사고가 나서 다칠 수도 있잖아요. 육체적인 고통은 참을 수 있는데 주민들끼리 서로 오해하고 비방하고 화합이 깨지는 건 정말 힘들더라고요.” 

취미에서 환경운동으로 
시위와 성명서만으론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를 끌어내기 힘들었다. 그래서 자신의 재능을 살려 병뚜껑과 자투리 천으로 머리끈을 만들고 명정천에 사는 물고기들을 흙으로 빚어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병뚜껑을 모으려고 병원까지 돌아다녔어요. 근데 같이 활동을 하는 분들 중에 나이 드신 분들은 지금 한시가 바쁜데 이런 걸 만들어서 뭐하자는 거냐고 그러셨죠.” 다행히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좋았다. “호기심으로 오셨다가 만들 걸 보고는 ‘와 이렇게도 만들 수 있구나. 나도 한 번 해봐야지.’하면서 재밌어 하시더라고요. 우리의 이야기도 더 잘 들어주시고요.” 
버려지는 물건을 되살려 아이를 위한 아름다운 머리끈을 만들면서 위기에 처한 명정천 지켜내 아이들에게 건강한 하천으로 돌려주겠다며 스스로 다짐하고 약속했다. 활동을 시작한 첫해 전국 강의 날 대회에 참가해 명정천 활동을 소개했는데 6위를 차지했다. 이듬해 다시 참가한 강의 날 대회에서는 2등을 거머쥐고 심지어 2010년 강의 날 대회까지 유치해왔다. 지역에선 민관이 함께 이룬 성과라며 한 목소리로 환영했다. 
결국 울산시는 주민들이 반대하면 고가도로를 하지 않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거둔 것이다. 하지만 아직 그녀와 주민들은 빨간 깃발을 내리지 않았다. “정말 하지 않으면 좋죠. 하지만 선거철 말잔치로 끝난 게 한두 번이 아니니 안심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창밖 좀 보세요. 태화강 물길도 새로 내고 대나무 밭을 뽑아서 길을 내고 있어요. 그냥 둬도 좋은 자연의 것들을 밀어버리고 돈을 들여 자연적인 것들을 만들겠다고 저리 공사를 하고 있으니 갑갑하죠. 이게 4대강 사업의 모델이라고 하는데 이번 문제를 어떻게 할지 끝까지 봐아죠.”라며 단호하게 말한다.
그녀가 지치지 않고 명정천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취미생활을 통한 것도 있지만 명정천에게 한 약속 때문이기도 했다. “결혼하면서 10년 넘게 이곳에서 태화강을 바라보며 살았어요. 그런데 곧 이사를 가요. 동네에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지만 오래 전에 계획했던 일이라 어쩔 수가 없어요. 이사를 간다고 명정천 지키기 활동을 그만 두는 건 아니지만 마지막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주고 싶어요.” 
 
환경을 지키는 일, 재능을 나누는 일
지난 2년간의 활동은 그녀의 꿈도 되살렸다. “어른이 됐다고 꿈이 없어진 건 아니잖아요. 제가 하고 싶은 취미생활하면서 아이들에게 환경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활동을 하고 싶어요.” 마침 울산에 환경교육네트워크가 구성돼 환경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며 기대도 크다. 
“환경운동이 거창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자신이 갖고 있는 작은 재능 하나하나씩 나눈다면 그게 모여 환경도 지키고 좋은 세상도 오지 않을까요?”
금방 또 머리끈을 만들어낸 그녀의 손은 부드럽거나 촉촉하지 않았지만 참 따뜻했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놀지 않는 손으로 살고 싶다는 그녀. 그 손으로 또 무엇을 살릴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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