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이유 95] 아이언맨 선효 씨의 특별한 세레머니

아이언맨으로 불리는 사나이, 환경운동연합 회원 이선효 씨 ⓒ함께사는길 이성수
 
3.8킬로미터를 수영하고 다시 180킬로미터를 자전거로 달린 후 42.195킬로미터를 온전히 두 다리만으로 달려 결승지점에 도착했다. 철인 3종 경기에서도 가장 힘들다는 코스를 무사히 완주하고 당당히 아이언맨에 등극하기 직전, 그는 무언가를 준비한 듯 수건 하나를 꺼내들었다. 누군가에게 프러포즈라도 하나 싶어 사람들의 시선은 그에게 집중됐다. “STOP global warming” 아이언맨으로 등극한 남자의 세레머니였다. 
 
 

지구온난화 경고하는 철인, 이선효 씨 

 
그날의 주인공, 이선효(42세) 씨를 만나러 남이섬으로 향했다. 청평댐이 만들어지면서 북한강이 차올라 육지에서 섬이 된 남이섬은 1960년대 섬을 매입한 민병두 씨가 나무를 심어 가꾸어오다가 2000년 들어 강우현 씨가 대표를 맡고 환경연합 등 시민사회의 도움을 받아 환경, 문화 예술 콘텐츠로 섬을 디자인하면서 생태와 문화, 예술, 관광이 어울리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그 모습을 보기 위해 한해 200만 명이 넘게 다녀갈 정도다. 
 
그는 이곳 (주)남이섬에서 일한다. 남이섬을 찾은 관광객들 틈에서 만난 그는 철인보다는 친근한 아저씨에 가까웠다. 그래도 운동 좀 하냐는 말은 그에게 함부로 물어서는 안 될 듯하다. 그는 올림픽코스(수영 1.5킬로미터, 자전거 40킬로미터, 달리기 10킬로미터)는 30회 정도, 하프코스(수영 2킬로미터, 자전거 90킬로미터, 마라톤 20킬로미터)는 4회 정도 완주했다. 아이언맨이라고 불리는 풀코스(수영 3.8킬로미터, 자전거 180킬로미터, 마라톤 42.195킬로미터)도 4회나 완주한 그야말로 철인이다. 
 
“(철인3종 경기를 시작한 건) 단순한 계기였어요. 2006년에 남이섬에서 먹고 자며 활동한 적이 있어요. 남이섬이 관광지로서는 천혜의 곳이지만 30대 젊은 총각에게는 적막한 곳이었죠. 마지막 배가 떠나면 외부와도 단절되는데 스트레스가 좀 심했어요. 그 스트레스를 풀 나만의 페스티벌이 필요했고 그래서 시작하게 된 거죠. 하다 보니 건강에도 좋고 재밌고 또 나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 빠진 거예요.”라며 씩 웃는다. 그는 자신을 생활체육인이라고 소개한다. “따로 시간을 내어 운동하기 힘들어 생활 속에서 운동을 해요. 집에서 회사까지 거리가 한 35킬로미터인데 출퇴근할 때 자전거를 타거나 가끔 뛰어서 오기도 해요. 또 남이섬은 주말에 사람들이 많아서 차로 움직이는 것보다 자전거로 이동하는 게 더 빨라요. 1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라며 자신만의 철인 노하우를 밝혔다. 
 
그는 철인3종 경기 완주 후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는 팻말을 펼쳐드는 것으로 그만의 특별한 세레머니를 펼친다. “어떻게 보면 가장 원시적인 스포츠잖아요. 오로지 내 몸만으로 도착지점까지 가는 거잖아요. 정말 건강하지 않으면 또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완주를 못해요. 지구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어디까지가 도착지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지점까지 가기 위해서는 지구 생태계가 정말 건강해야 하잖아요. 최소한 함께 뛰는 우리 동호회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또 제가 환경연합 회원이기도 하잖아요. 이거라도 해야겠다 싶었죠.”
 
 
남이섬 곳곳에 그의 흔적들이 있다. 남이섬 환경학교에서 활동할 당시 낙엽으로 만든 작품 앞에서 30대를 떠올린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환경연합 간판스타

 
사실 그는 환경연합에서 활동했었다. 대학 시절 총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문화를 기획하고 창출하는 일에 매력을 느꼈던 그는 대학졸업 후 환경연합 문을 두드렸다. 당시 환경연합 사무총장이었던 최열 대표는 면접을 보러온 그에게 대뜸 왜 왔냐고 물었다고 한다. “시민사회 단체가 자기의 정확한 목표지점과 내용을 갖고 운동을 하지만 정작 그 안에 시민이 없습니다.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하는 것, 그것이 문화행사기획이 아니겠습니까.” 환경운동과 문화를 접목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그는 2002년부터 환경연합 기획사업 파트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쓰레기 제로 일회용 제로 마라톤을 내세우며 환경연합에서 기획한 환경마라톤은 그의 첫 업무였다. 당시 마라톤의 ‘마’자도 모르면서 마라톤을 기획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그는 그때부터 마라톤을 시작했다고 한다. 
 
제1회 환경마라톤이 열리던 날, 서울 난지도 시민공원에 1000여 명의 회원들이 몰려왔다. 현장에서는 행사 취지에 맞게 일회용컵 대신 표주박으로 물을 나눠주고 스펀지 대신 물수건을 나눠준 후 회수해 재사용했다. 일부 기록을 중시하는 마라토너들에게 항의를 받기도 했지만 아이와 함께 환경연합 티셔츠를 입고 환하게 웃으며 달리던 회원들의 모습을 그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환경운동에 문화를 접목시키려는 시도도 다양하게 했다. 그 일환으로 그는 미술을 전공한 특기를 살려 집회나 캠페인에 사용하는 피켓이나 플래카드를 직접 디자인했다. “(피켓이나 플래카드를) 쭉 보면 이선효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거예요.(웃음) 피켓과 플래카드는 어떻게 보면 대중과 만나는 툴이에요. 내용도 중요하지만 보기 좋게 예쁘게 만들면 대중들이 한 번 더 볼 수 있잖아요. 그래서 신경을 많이 썼죠.” 당시 동료들 사이에서 ‘환경연합 간판스타’라고 불렸다며 뿌듯해한다. 환경마라톤이 4회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리면서 그도 환경연합 활동을 그만 두고 남이섬 환경학교로 자리를 옮겨 활동을 이어가다가 2008년 1월 환경연합 활동가의 활동을 마쳤다. 환경연합 활동가를 내려놓았다고 그의 활동도 끝난 건 아니었다. 삼성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가 터지자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가수 이현우 씨에게 제안해 뜻 있는 가수들이 서해안을 살리는 노래 ‘기적’을 제작, 발표하도록 하기도 했고 지금도 그만의 환경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환경연합에서 배운 것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열정과 땀 냄새, 진정성을 봤어요. 적은 생계비를 받고 고생하면서 버틸 수 있는 건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 안에서 봤던 진정성, 사람에 대한 신뢰가 사회생활을 하는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지난 9월 27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철인3종 대회에서 풀코스를 완주한 그는 “STOP global warming”을 높이 펼쳐들고 그만의 세레머니를 벌였다 사진제공 이선효
 

진짜 친환경사업을 보여주마

 
환경연합 활동가를 그만 두고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는 환경운동에 한발 더 다가섰다고 말한다. “시민사회의 운동은 세 가지가 있어요. 문제가 있는 현장에서 운동하는 것과 제도를 바꾸는 활동, 그리고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입니다. 전 하나 빠진 게 있다고 생각해요. 바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친환경 사업을 성공시키는 거죠. 서울은 더 이상 파괴할 게 없어요. 그래서 토건사업들은 지방으로 넘어가고 있죠. 결국에 지역사회를 살리고 환경도 지키는 길은 친환경관광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환경연합에 있을 때부터 고민했던 부분이에요. 하지만 환경연합이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전 지금 그 역할을 앞장서서 하고 있다고 봐요.”
 
그는 사례 하나로 남이섬을 꼽는다. “황무지처럼 버려졌던 곳이 지금의 남이섬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설립자가 나만 살려고 한 게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해 황무지였던 섬에 나무를 열심히 심었기 때문이에요. 50년이 지난 지금 그 후손들은 자연환경 속에서 뛰어놀면서 수익도 창출하고 많은 이들이 힐링하고 아시아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된 것이죠.” 그는 지금 그가 맡고 있는 짚 와이어 사업도 그런 사례로 만들고 싶다. “짚 와이어는 케이블에 비해 수익은 담보되지 않지만 환경부하가 적고 지역의 일자리도 창출되고 수익금은 환경을 지키는 자금으로도 쓸 수 있어요. 또 별도의 전기장치 없이 인간의 중력만으로 움직일 수 있고 짚 와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나서 스스로 느끼는 바도 있을 거구요. 충분히 친환경사업이란 단어를 붙일 수 있지 않나 싶어요.” 
 
한편으론 친환경이란 단어가 남발하는 현실이 걱정스럽다. “2002년만 해도 친환경이란 단어는 환경단체의 구호였어요. 지금은 자본가들이 친환경이란 단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은 사업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지금의 친환경은 대중들에게는 상업적이고 실질적이지 않아요. 그때 우리가 최소한 친환경에 대해 정의를 했어야 하지 않나 싶으면서 아쉽죠.” 그는 짚 와이어 사업을 성공시켜 진짜 친환경사업이 뭔지, 지속가능하고 지역과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아이언맨! 지구를 지켜줘

 
남이섬의 가을이 깊었다. 청솔모 한 마리가 나무를 힘차게 오른다. 젊은 날 남이섬에서 생활할 때 솔방울 하나로 청솔모와 싸웠던 일을 꺼내놓으며 피식 웃는다. 돌이켜보니 아이언맨도 친환경사업에 대한 꿈도 이곳 남이섬에서 현실이 되었다.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하고 살았다. 이젠 혼자가 아닌 두 아이의 아빠로 책임감도 더해졌다. 이제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는 세레머니도 지속가능한 친환경 사업의 꿈도 아이와 모든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다. 그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아이언맨이잖아요.”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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