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방앗간을 이용하세요!”

플라스틱 방앗간에 모아진 플라스틱 ⓒ서울환경운동연합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일컬어지는 ‘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유엔환경계획은 2010년에만 최대 127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갔고, 이 속도라면 2050년에는 바다에 해양생물보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잘게 분해된 미세플라스틱은 해양생물을 통해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는데, 한 사람당 평균적으로 매주 5g, 신용카드 1장 분량의 플라스틱을 먹는 셈이다. 바다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소각할 때는 여러 독성 물질이 배출되며, 매립을 한다 해도 썩는 데에는 수백 년의 시간이 걸린다.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첫 번째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사용하지 않기’이다. 어쩔 수 없이 사용했다면 두 번째는 ‘재사용하기’, 그 다음이 올바른 분리배출로 ‘재활용하기’가 된다. 그러나 크기가 작은 플라스틱은 아무리 우리가 분리배출을 잘해도 재활용이 되기 어렵다. 플라스틱은 PET, HDPE, LDPE, PP, PS 등 여러 재질로 구분되는데, 녹는점과 수축률 등이 다르기 때문에 재활용하려면 같은 재질끼리 모아야 한다. 그래서 플라스틱 재활용은 기대만큼 안 된다. 선별장에서 플라스틱의 재질별 분류는 컨베이어 벨트 위로 지나갈 때 일일이 손으로 골라내는 일이다. 문제는 부피가 큰 건 그런대로 골라내도 작은 것들은 선별하기 어려워 그냥 버려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렇게 선별장에서도 구제받지 못한 작은 플라스틱은 매립되거나 태워지거나 수거체계 밖으로 내몰려 자연을 오염시키는 ‘찐’ 쓰레기가 되고 만다.
 
작은 플라스틱을 모아 ‘새 쓸모’를 주는 플라스틱 방앗간 설비 ⓒ서울환경운동연합
 
서울환경연합은 이렇게 버려지는 작은 플라스틱을 구제해 재활용하는 ‘플라스틱 방앗간’ 캠페인을 시작했다. 캠페인 참여자들이 두 달 동안 수집 가이드에 따라 모아 보내준 작은 플라스틱을 받아, 이를 분쇄해서 조각으로 만든 뒤 다시 녹여 새로운 물건으로 만들고 생산된 제품을 다시 캠페인 참여자들에게 돌려드린다. 곡물을 빻아 떡으로 만드는 과정과 똑 닮았다. 그래서 캠페인에 ‘방앗간’ 이름이 붙었다.
 
플라스틱 방앗간에서 가장 먼저 만든 참여 선물(리워드)이 ‘튜브짜개’이다. 분리배출의 첫 번째는 내용물을 비우고 세척하는 것이다. ‘튜브짜개’는 치약, 선크림, 핸드크림과 같은 튜브형 제품을 남김없이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튜브짜개
 
플라스틱 방앗간의 재활용 공정은 디자이너 데이브 하켄스(Dave Hakkens)가 고안한 업사이클 프로젝트 ‘프레셔스 플라스틱(Precious Plastic)’을 활용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는  플라스틱 재활용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자료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누구나 어디서나 크고 작은 업사이클링 공장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프레셔스 플라스틱’의 방침은 환경은 물론 지역사회에 다양한 기여를 한다. 우선, 정부나 특정 기업이 아닌 시민 다수의 참여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때문에 참여가 쉽고 이익에 매몰되지 않는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다. 원료가 되는 플라스틱의 수급도 지역 거점에 수거 장소를 만들어 직접 관리·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재활용에 유리한 질 좋은 플라스틱을 모으는 데 유리하다. 시민 참여자들이 프로젝트 참여 과정에서 플라스틱에 대한 일반상식뿐 아니라 올바른 재활용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은 이 프로젝트의 애초 목표이기도 하다. 
 
2013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시작된 ‘플라스틱 프로젝트’는 2020년 현재 세계 각지의 1000여 개 단체와 그룹에서 추진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은 이 세계적인 시민 참여 프로젝트의 지역 중심(프레셔스 플라스틱 서울)으로서 프로젝트 전체 과정을 한국어로 번역해 공개하고 있다. ‘프레셔스 플라스틱 서울’의 목표는 시민 누구나 자기 동네에 ‘플라스틱 방앗간’을 만들어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플라스틱의 무한 변신을 돕는 시민의 참여가 플라스틱 사용으로 발생하는 오염을 줄일 수 있다.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 수요를 줄여 계속되는 과생산과 소비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다면 우리 세계는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 플라스틱을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으로 활용하는 ‘플라스틱 방앗간’을 점점 더 많은 시민들이 만들고 이용하기 바란다.
 
 
글 / 이동이 서울환경운동연합 미디어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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