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복과 채식

본격적인 겨울은 시작도 되지 않았지만, 체감되는 추위는 매섭기만 하다. 지구온난화, 기후변화라고 여기저기서 말들을 하는데 따뜻해지기는커녕 춥다! 이상한 일이라고? 그렇지 않다. 온난화는 지구평균기온의 경향적 상승을 일컫는 것이고 그보다 규정력이 큰 것은 기후의 변화라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말 그대로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서 기상적 이변이 많이 발생한다는 걸 뜻한다. 겨울이 따뜻해질 수도 있지만, 겨울 가뭄이 심해지고, 여름 홍수와 태풍의 위력이 커지고, 과거에는 없던 폭염, 한파 등이 발생하는 것도 다 기후변화의 자장 아래 벌어지는 일들이다. 몇 년 전 기후변화를 다룬 영화, 『투모로우』가 가정한 상황처럼 기후변화로 전 세계가 빙하기에 돌입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기후변화시대는 기상이변시대인 것이다. 

온난화 지수가 세계 제일인 한반도의 겨울은 기후변화의 폭도 지구촌 수위를 다툰다. 이 땅 서민들에게 겨울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아니 점점 더 춥고 힘든 계절이다. 특히 저소득층들에게 겨울은 계속되는 유가 상승으로 인해 난방비가 걱정스러운 계절이다. 고소득층에게는 그깟 난방비 몇 푼이 뭐가 문제냐는 생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차상위계층을 포함한 저소득가구에게는 소득의 10퍼센트가 넘는 비용을 난방을 비롯한 에너지 비용으로 써야 하는 혹독한 계절이 겨울인 것이다. 가난한 우리들, 부자가 아닌 우리들의 겨울을 돈으로 해결하는 방법 말고 따뜻하게 보낼 좋은 방법은 없을까?


빨간 게 아니어도 좋다

서민들의 따듯한 겨울나기 해답은 옛 사람들의 생활지혜에 있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겨울이 몹시 추웠던 나라다. 선조들은 겨울이면 꼭 내복을 입고 다녔다. 지금처럼 에어메리니 기모내의니 하는 기능성 내의가 있던 시절은 아니었지만, 여름에 입던 얇은 옷에 가을에 입던 옷을 겹쳐 입고 겨울옷을 걸쳤다. 두툼하게 솜을 댄 제대로 된 겨울옷이 귀했던지라 얇은 옷을 겹쳐 입는 방식으로 보온성을 높이는 옷차림을 한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얇은 옷 겹쳐입기가 바로 생활과학에 근거한 것이다. 두꺼운 옷 한 벌이 얇은 옷 여러 벌보다 두께는 두껍고 솜이나 털안감이 있어 시각적으로 따뜻해 보일지라도 사실상 보온은 체온으로 덮혀진 공기가 몸과 옷 사이에 오래 머물게 할 때 이뤄진다. 체온이 몇 겹의 옷 사이에 형성된 따뜻한 공기층에 형성되는 건 두꺼운 옷 한 벌보다는 얇은 옷 여러 벌이 더 나은 법이다. 

필자의 어린 시절만 해도 지금처럼 기능성 보온 내의는 흔치 않았지만, 면내의 한 두 벌은 겨울 필수품이었다. 온 가족이 내복을 입고 살던 시절이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아파트가 표준주거가 된 뒤 중앙난방이 일반화되던 시절, 만들어지기 시작한 겨울철 실내 반소매 차림은 그 자체로 탄소 배출 증가율이 OECD 국가 가운데 제일인 한국을 상징하는 풍경이었다. 요즘에는 아파트도 개별난방이 가능한 시대이고, 주택이나 다른 형태의 주거나 사무공간도 대부분 개별공간에 대한 개별난방이 일반적이다. 그러니 겨울철 에너지 절약, 탄소 배출 감축을 할 여지가 커진 시대다. 따뜻하게 에너지를 절약하고 탄소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서는 옛 사람들의 지혜를 되살리는 게 좋다. 내복을 꼭 입고 얇은 옷을 겹쳐 입어라! 간단한 옷차림의 변화로 겨울은 따뜻해지고 지구는 시원해진다.

내복을 입고 살면 집안의 온도를 2도 정도는 낮출 수가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겨울철 난방온도를 18~20도 정하고 있다. 18도는 사실 춥다. 18도에 맞춘 에너지관리공단 건물에 가보면 추워서 오래 있고 싶지 않다. 수면양말을 신고 외투를 벗지 않고 사무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궁상이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보다 20도 이상 절대 22도는 넘지 않는 수준의 난방이 어떨까 싶다. 우리집 실내온도는 20도를 조금 넘는 21도 정도다. 거실에 온습도계를 걸어두고 이 온도를 유지한다. 난방비 부담이 크지 않다. 내복생활이어서 가능한 온도다. 실외와 실내의 온도차를 크게 하지 않는 것이 건강의 첫걸음이다. 난방비 외에 건강도 챙기는 내복생활을 하는 건 아이들을 사랑하는 현명한 방법이기도 하다. 겨울은 덥게 보내야 할 계절이 아니라 춥게 보내야 할 계절이다. 계절의 순리를 거스르는 화석연료시대의 난방법을 벗어나야 한다.


따끈한 밥, 뜨끈한 국물의 채식

겨울이 되면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많이 섭취하려고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겨울철 우리는 고기를 ‘밝히게 된다.’ 오늘날 현대인이 섭취하는 칼로리는 불행하게도 필요량을 넘어 비만의 급행열차를 탄 지 오래다. 보통 평범한 성인의 1일 필요 칼로리는 1인당 2000칼로리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나 바츨라프 스밀이 『에너지 디자인』에서 계산한 바에 따르자면, 실제로 지구인들이 소비하는 음식물 소비량을 인구 수로 나눈 칼로리의 양은 미국인은 3750칼로리, 프랑스인은 3570칼로리, 일본인은 2750칼로리를 소비한다. 다시 말해 각국 사람들의 소비 칼로리에서 2000칼로리를 뺀 값은 안 먹고 쓰레기가 되거나 더 먹어서 비만을 부르는 과다 열량인 셈이다. 음식쓰레기로 버려지는 것도 문제지만, 필요 이상의 음식 과소비는 더욱 문제다. 비만을 불러 다른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의료 등 다른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비만 자체가 기후변화를 재촉하는 것은 평균 이상의 몸무게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런 작은 양의 탄소 기여보다 더 문제인 것은 과도한 칼로리 섭취의 통로가 주로 육류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다.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탄소는 거의 원료처럼 배출된다.

제레미 리프킨은 『육식의 종말』에서 “육체는 콜레스테롤로 망가지고 동맥과 조직은 동물성 지방으로 질식하며, ‘풍요의 질병’의 희생자로 전락하여 간혹 심장병과 결장암, 유방암, 당뇨병과 같은 끔직한 고통을 받으며 죽어간다.”라고 지적한다. 육식은 건강을 위협하고 기후 안정성도 위협한다. 세계의 육식을 지탱하기 위해 10억 마리의 소들이 사육된다. 그리고 소들이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3배나 강력한 온실가스다. 월드워치연구소는 육류 생산으로 전체 온실기체 방출의 최소 51퍼센트가 발생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고기를 적게 먹는 일은 건강을 챙기고, 쓰레기를 줄이고, 기후변화도 막는 일석삼조의 일이다. 자동차 사용을 억제하고, 전기코드를 빼는 것도 중요한 실천이지만, 고기를 적게 먹는 일은 더 중요한 기후변화 완화 행동이다. 

영국에서는 ‘월요일은 고기를 먹지 말자’라는 캠페인이 한창 펼쳐지고 있다 (http://www.supportmfm. org). 이 캠페인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비틀즈 출신의 폴메카트니가 “월요일만이라도 고기를 먹지 맙시다. 그래서 지구를 구합시다!”라는 노래를 들려준다. 필자도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단, 반대로 참여할 예정이다. 일주일에 하루만 고기를 먹는 걸로! 

올 겨울은 내복과 따뜻한 된장찌개가 주 메뉴인 식단으로 보낼 생각이다. 장담하지만, 따뜻한 봄이 되면 ‘배둘레헴’이었던 배가 쏙 들어간 건강한 몸을 확인할 수 있으리라. 그것이 나도 살리고 지구도 살리는 ‘건강한 진실’일 것이라 확신한다.


안준관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선임연구원 ahnjk23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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