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밝힌 패스트푸트의 유해성 _ 문진미



한국판 ‘슈퍼 사이즈 미’
한국에서도 모건 스펄록 감독의 맨몸 저항을 시도한 사람이 있다. <환경정의>의 윤광용 간사는 지난 10월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모건 스펄록 감독과 비슷한 조건으로 패스트푸드의 위험성을 알리는 실험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극단적인 실험방식과 인권문제에 대한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만 윤씨는 “제 몸인데, 제가 더 사랑하죠. 그렇지만 이런 방법으로라도 유해성을 알리고 싶었어요. 실험을 마치면 다시 건강회복 프로그램으로 건강한 몸이 되는 식생활도 알리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그는 기자회견을 마친 다음날부터 하루 세 끼와 두 번의 간식을 모두 패스트푸드만으로 해결하고 다른 음식은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러나 30일을 계획하고 시작한 이 실험은 결국 지난 11월 11일 기한 만료 사흘을 앞두고 중단해야 했다. 의사로부터 심각한 건강위험을 경고받았기 때문이다.

온몸으로 느낀 건강 적신호
24일째 접어들던 날 실험을 중단하며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의 건강과 신체변화에 대한 분석결과가 발표됐다. 그동안 몸무게는 3.4킬로그램이 늘었고 근육량은 1.3킬로그램이나 감소했다. 체지방률은 5.2퍼센트가 증가했고 갑작스런 심장통증도 느껴졌다. 가장 심각한 것은 간 수치의 급격한 상승이었다. 시작할 당시 22IU/L(혈액 1리터에 포함된 효소량을 나타내는 단위)였던 것이 24일이 지난 후에는 75IU/L로 세 배나 증가했다. 정상인의 경우 10~25IU/L 정도이고 45IU/L가 넘으면 주의가 필요한 단계다. 간 수치는 간세포 내에 있는 효소의 수치로 간기능을 판단하는 주요한 근거가 된다. 이 효소는 간세포가 망가지면 혈액 속으로 흘러나와 수치가 올라간다. 즉 간 수치가 올라갔다는 것은 간기능이 저하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주치의였던 녹색병원 양길승 원장은 “치료를 해야 할 만큼 걱정스러운 수치는 아니었지만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결과를 확대해석하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윤리적으로 건강이 더 나빠지기 전에 중단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며 소견을 밝혔다.

윤씨는 매일매일 섭취한 패스트푸드 메뉴와 운동량을 짧은 소감과 함께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다. 그는 스펄록 감독처럼 슈퍼 사이즈의 패스트푸드를 먹은 것만도 아니었다. ‘웰빙식단’이라며 건강을 위해 새롭게 출시된 메뉴도 먹었으며, 일반 성인과 스펄록 감독이 1일 5천 걸음 정도의 운동만 하는 데 반해 평균 9천 걸음을 걷는 등 운동도 충분히 했다. 그러나 스트레스는 두 배였다. 그는 서로 다른 식습관과 문화 때문이었는지 심적으로 견디기가 매우 힘들었음을 호소하고 있었다.

면담을 맡은 정신과 전문의에 따르면 “윤씨는 건강문제에 대해 상당한 불안감을 보이고 우울감, 소외감, 외로움을 많이 느꼈으며 작은 일에도 흥분도가 증가했다”고 한다. 윤씨는 “매일 함께 식사하던 우리 음식문화에서 혼자 책상에 앉아 패스트푸드를 먹어야 하는 것만으로도 큰 스트레스였다”고 말한다. 그는 또 “햄버거는 밥, 콜라는 된장국, 감자튀김은 김치라고 생각하며 먹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정말 우울해질 거 같아서요”라며 힘들었던 당시 심경을 고백했다.

일반적으로 패스트푸드는 칼로리가 높고 지방과 나트륨이 많이 들어 있어 동맥경화와 심장병의 원인이 되고, 강한 중독성으로 비만을 부르며, 비만 때문에 무기력해지고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양한 시도들의 계기가 될 터
서울환경연합의 오유신 간사는 “이제 패스트푸드 업체는 떨어지는 매출을 잡기 위해 장난감 끼워 팔기, 하나 더 주기, 가격 내리기 등의 전략을 쓰고 있다. 무엇보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많이 보는 텔레비전 시청 시간대에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여 유혹하는 것이 큰 문제다”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이념의 장벽과 국경을 넘어 사람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는 패스트푸드. 그 거대한 제국이 한 감독과 환경운동가의 맨몸 도전을 받았다. 화려한 포장용지 속에 도사린 위험으로부터 건강을 지켜내기 위한 시도들은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진미 기자 mjm@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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