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선물에 뜻을 담는 법

설이 다가온다. 명절 분위기에 빠질 수 없는 게 선물이다. 고향을 찾는 손에도 모처럼의 친지 방문에도 선물꾸러미가 들린다. 하지만 실속보다는 그럴 듯한 포장에 허우대만 보기 좋은 선물에 손길들이 뻗친다. 간편하게 상품권을 내밀기도 한다. 선물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는 것에만 신경을 쓰는 세태가 안타깝다.  

 

선물의 가치를 높이는 친환경 농산물

이번 설에는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마음을 담은 선물로 친환경 농산물을 권해보고 싶다. 경제위기라지만 요즈음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인기는 아주 높다. 아마도 근래에 유전자조작 식품이나 광우병, 멜라민 사태 등 먹을거리의 안전성 문제가 끊이지 않았던 게 일조를 한 듯하다. 

하지만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꾸준한 관심 증대는 먹을거리의 위기를 떠벌린 결과나 웰빙 열풍 때문만은 아니다. 과거 우리들이 무심코 찾고 즐겼던 많은 먹을거리들이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몸으로의 깨달음이 바탕에 있다. 그러기에 좋지 못한 먹을거리로 나중에 치를지도 모를 건강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친환경농산물이 다소 비싼 것 같아도 비싼 게 아니란 얘기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설 차례상에 예전에 놓았던 빛깔 곱고 큼직한 일반사과 대신 올해엔 모양은 그저 그런 친환경 사과를 놓는다면 생전에 맛보던 맛있는 사과라고 조상들이 반길 것 역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친환경농산물의 선택은 단순히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것에 끝나지 않는다. 농업의 역할은 그 산물인 먹을거리의 생산이 전부가 아니다. 논에서 농사를 지으면 쌀의 생산에 그치지 않고 논에 물을 댐으로써 수자원 보존과 홍수방지의 효과를 지니고 토양유실 방지에 대기정화, 경관유지, 논 문화 보존 등 환경이나 사회 문화적 가치도 생산한다. 이를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라 하는데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는 친환경 농업에서 이러한 다원적 기능은 더욱 커진다. 우리는 쌀을 살 때 경제적 가치인 쌀값만을 지불한 것 뿐이지만 경제적 가치 외의 다원적 기능 가치가 쌀값의 몇 배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가 친환경 농산물을 사 먹으면 우리 몸의 건강뿐 아니라 그 값의 몇 배에 해당하는 환경 보존과 생태계의 건강을 위한 일을 하게 되는 셈이다.

명절 선물로 많이 찾는 품목으로 쇠고기가 있다. 요즈음 소나 돼지를 공장식으로 사육하는 폐해에 대해 자주 접할 수 있지만 애써 모른 채 하는 경우가 많다. 생협에서 취급하는 두레축산 쇠고기의 경우 일반 공장식 축사를 통한 쇠고기와는 생산 과정이 다르다. 두레축산은 유축복합영농이라 하여 소의 분뇨를 퇴비로 만들어 논밭의 거름으로 쓰고 논밭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다시 소에게 먹이는 순환영농의 과정 속에 소를 키우고자 한다. 이러한 쇠고기는 합성항생제와 성장호르몬제를 쓰지 않은 안전한 고기로 이를 선물함은 순환영농을 확산시켜 환경을 살리고 친환경농업도 살림을 덤으로 얹어주게 된다. 

또한 설 선물로 착한소비라고도 알려진 공정무역 제품들도 있다. 생협은 팔레로스의 희망, 네그로스의 자립 등으로 이름 붙여진 팔레스타인 산의 올리브유나 필리핀 네그로스 섬의 마스코바도 설탕, 동티모르 커피 등을 이들 농가와의 직거래 형태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두레생협연합회는 이를 민중교역이라 부르는데 소규모 생산자들에게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기금 조성을 통해 이들의 소득 증대와 자립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들 선물 역시 선물의 내용물에 대한 만족을 넘어 제3세계와의 교류와 연대를 통한 세계 평화의 의미까지 담고 있다.

 

설 선물로 환경운동까지

소비의 변화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요즈음 대형유통업체들은 가격 경쟁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 때문에 납품업체와 티격태격한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우리가 물건을 고르는 기준으로 가격이 중요한 요소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지만 가격이 그 제품의 모든 것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쌀값은 쌀의 가치를 나타내는 일부분이고 숨은 가치는 훨씬 크다. 친환경 농산물이나 공정무역 제품은 그 뒤에 착한 기능이 숨어있다. 

또한 물품의 구매 행위는 나와 물품의 관계 맺음만이 아니고 그 물품이 있기까지의 온갖 손길과 관련된 환경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물건의 거래는 관계의 거래라 하기도 한다. 이번 설에 친환경 농산물을 구매해 선물한다면 이를 생산하기 위해 애쓴 농부와의 관계 맺음이고 그로 인해 지켜진 환경까지 관계를 맺게 되는 셈이다. 

아직 생협이나 공정무역 등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친환경농산물이나 공정무역의 제품을 선물하며 그 뒤에 숨은 기능까지 선물하고 이를 알린다면 이 또한 환경운동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안병덕 에코생협 이사장 bdan419@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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