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백서] 요리의 틈새, 저수분요리에 도전하다

요리의 틈새, 저수분요리에 도전하다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96.jpg

재료 자체에 있는 수분이나 최소한의 수분만으로 음식을 조리해 물의 사용량을 줄이고 약불로 조리해 불의 사용량도 줄인다는 저수분요리는 그야말로 에너지효율적인 조리법이다. 거기에 영양소 파괴도 최소화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지켜준다니 눈길 가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을 주름잡는 저수분요리 고수들이 전하는 비법들을 모으고 모아 저수분요리에 도전했다. 일단 냄비 선택이 중요했다. 냄비 뚜껑은 기본적으로 김 구멍인 스팀 홀이 없고 두껍고 무거운 것이 좋으며 본체는 충분히 두껍거나 겹(클래드)으로 되어있는 게 좋단다. 얼마 전 구입한 스텐냄비 통3중은 저수분요리가 가능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불 조절. 재료 자체에 있는 수분이 충분히 흘러나올 수 있도록 또 재료의 속이 익을 동안 겉이 타지 않을 정도의 불 세기, 즉 약불로 요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저수분요리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콩나물 삶기에 도전했다. 콩나물은 콩나물 자체에 수분이 90퍼센트 이상이라 저수분요리에 딱이라는 게 고수들의 공통된 조언이었다.  

먼저 콩나물을 깨끗이 씻는다. 물에서 건져낸 콩나물을 그대로 냄비에 담는다. 뚜껑을 닫고 불을 켠다. 냄비뚜껑에 스팀홀이 있어 키친타올에 물을 묻혀 스팀홀을 막았다. 뚜껑 위에는 사발 하나 얹어 무게를 더했다. 한 고수가 일러준 대로 처음 3분은 강불로 했다가 약불로 줄여 10분을 기다렸다가 불을 껐다. 헌데 실패다. 냄비바닥에 콩나물이 탔다. 아무래도 불이 강했던 듯하다. 다시 도전이다.

 

이번엔 다른 고수의 조언대로 처음부터 약불로 시작했다. 3분 정도 지나자 김이 나고 콩나물 익는 냄새가 솔솔 풍긴다. 불을 껐다. 바로 뚜껑을 열지 않고 뜸을 들이듯 기다렸다가 뚜껑을 열었다. 이번엔 성공이다. 밑바닥도 타지 않고 콩나물이 진짜 삶아졌다. 삶아진 콩나물에 소금, 참기름, 파, 마늘을 넣고 무쳤다. 소금을 아주 조금만 넣었는데도 짭조름하다. 물에 삶은 콩나물을 무칠 때보다 소금은 물론이며 마늘, 참기름 등 양념들이 적게 들어가도 충분히 맛을 낸다. 콩나물도 아삭아삭하고 양념 맛과 함께 콩나물 맛이 난다. 

저수분으로 콩나물무침을 해보니 일단 콩나물 삶을 물이 필요가 없다. 조리 시간도 단축됐다. 콩나물 삶을 물이 끓는 시간에 저수분 요리에선 이미 콩나물이 삶아지고 있었다. 거기에 강불이 아닌 약불에서 요리를 하다 보니 가스 사용량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내친 김에 저수분 수육에도 도전했다. 1. 감자, 고구마 껍질을 벗겨 돼지 앞다리살과 같은 크기로 자른다. 2. 양파 껍질을 벗겨 자른 후 냄비 바닥에 깐다. 그 위에 감자, 고구마, 마늘, 돼지앞다리살을 얹는다. 3. 뚜껑을 닫고 약불을 켜고 40분 정도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내심 걱정은 됐다. 하지만 이에 웬걸, 바닥이 타기는커녕 재료에서 나온 수분들이 밑바닥에 흥건했고 소금 간을 하지 않았음에도 간간하다. 고기 자체 내의 염분이 제대로 우러난 것이다. 맛도 훌륭하다. 요리초짜에게도 이런 요리가 가능하다니. 자신감 급상승이다. 이번 주말엔 저수분 잡채에 도전이다!

 

제작년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