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자원순환 인프라 확충해야 갈등 풀린다

2018년 10월, 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이 포화돼 사용이 완료됐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2025년 사용만료 시한을 앞둔 수도권매립지와 그 후속 대체 매립지 건설을 둘러싼 서울, 경기, 인천 3개 시도의 지역 갈등이 심각하다. 갈등의 원인은 표면적으로는 ‘수도권매립지 사용시한을 연장할 것인가 아니면 예정대로 종료할 것인가’이지만 그 이면에는 자원순환 인프라를 구축하기보다 매립장과 소각장 건설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폐기물 정책의 문제가 놓여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비닐, 플라스틱 포장 쓰레기를 중심으로 한 생활폐기물이 늘어나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유명무실화된 생활쓰레기 직매립 금지와 지자체별 반입 쿼터제의 효력이 더욱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대체 매립지 공모사업이 진행중이지만 현실적으로 후보지 선정에 성공한다 해도 매립지 건설에는 7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이대로 2025년 예정대로 수도권매립지 사용이 만료된다면 그와 동시에 쓰레기 대란이 예상된다. 서울시와 경기도, 환경부는 2015년 서울, 경기, 인천, 환경부 4자 합의대로 ‘대체 매립지 조성 전까지 수도권매립지 사용시한 연장’을 요구하고 있으나 인천시는 ‘예정대로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종료’하겠다는 입장이다.  
 

갈등 속 늘어나는 생활 및 건축폐기물

 
수도권매립지 사용시한 연장 관련 갈등 이외에도 수도권매립지 이용을 둘러싼 일상적 문제점은 상존한다. 가장 큰 문제는 수도권매립지를 이용하는 모든 지자체들이 정해진 매립 쿼터를 초과하는 쓰레기를 반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서울시 반입량은 쿼터(기준년도 2018년)에 비해 124.8% 증가했다. 특히 강서구(247.9%), 구로구(202.2%), 영등포구(229.0%)의 배출비중이 높다. 25개 기초자치제 중 반입비율을 100% 이하로 줄인 곳은 종로구, 중구, 성동구, 도봉구, 마포구 등 5개 구에 불과하다. 수도권매립지의 운영을 담당한 인천시도 반입량이 넘치기는 마찬가지다. 2020년 인천시는 반입 쿼터 대비 116.6%의 생활쓰레기를 수도권매립지로 반입했다. 경기도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2020년 11월 기준으로 반입 쿼터 대비 102.6%를 반입했다. 
 
 
소각을 위해 옮겨지는 가연성 생활폐기물. 소각장은 건설시 주민 반대 1순위 혐오시설로 거부 받고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또 다른 문제는 2019년 기준으로 건설폐기물류가 수도권매립지에 반입된 폐기물 총량(336만t)의 43%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건설폐기물류 감축 로드맵’을 의결하고 2022년부터 직반입(소각 등 전처리되지 않은 건설폐기물의 반입) 금지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지만 서울수도권역의 건설 개발수요가 줄지 않는 데 반해 건설폐기물 재활용시설과 소각시설은 한정돼 있어 감축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생활폐기물과 건설폐기물의 수도권매립지 의존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용시한 연장을 둘러싼 지자체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매립지를 둘러싼 갈등의 역사를 살펴보면 문제의 근원이 보인다. 과연 수도권매립지 건설과 그 대체 매립지의 건설은 지역 갈등과 쓰레기 문제의 해법일까. 그동안 우리는 해법의 최종 과정일 뿐인 소각과 매립에 매달려 그 전 단계를 제대로 밟은 적이 없었던 건 아닐까. 
 

수도권매립지 건설과 갈등사

 
1976년까지 곳곳에 분산형 비위생매립지를 설치해 쓰레기 최종처리를 해오던 서울시가 난지도에 대형 매립장(비위생)을 설치한 건 1978년의 일이다. 이어 난지매립장 포화가 임박한 1980년대 후반, 서울시는 난지매립장을 대체할 매립지를 모색했는데 후보지는 동아그룹이 인천-김포갯벌을 막아 간척한 동아매립지였다. 그러나 경기도가 이에 반발하고 나서면서 수도권매립장 건설을 둘러싼 1차 지역갈등이 발생했다. 결국 당시 환경청이 조정에 나서 서울, 경기, 인천, 환경청이 ‘4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3개 시도가 공동 사용할 광역 위생매립장 조성에 박차를 가했다. 수도권매립지는 1992년 2월 개장됐다. 사용 종료 시한은 조성 당시 폐기물 발생량을 기준으로 추정한 2016년까지였다. 서울시가 부지 매입비용의 71%(373억 원)를 부담했고, 나머지 29%(150억 원)는 환경청 부담이었다. 건설 사업비도 서울시가 241억7100만 원, 인천이 38억6700만 원, 경기도가 38억6700만 원을 부담해 서울시가 큰 비용을 댔다. 
 
수도권매립지 제1매립장(251만㎡)이 포화(6425만t 매립)된 건 2000년 10월의 일이다. 이후 사용이 완료된 제1매립장 위에는 골프장을 조성했다. 제2매립장(262㎡)은 2018년 10월 포화(8018만t 매립)됐다. 수도권매립지를 둘러싼 3도 간의 갈등이 시작된 것은 서울시가 수도권매립지 사용시한을 연장하자고 나선 2010년이다. 서울시는 매립지 조성 이후 재활용품 분리수거 생활화, 종량제 정착으로 매립량이 줄어 2010년 당시 서울시 매립량이 ‘애초의 계획 대비 52.4%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2044년까지 매립 시한을 연장하자’고 제안했다. 매립 종료가 예정된 2016년이 10년 남은 시점이었다. 인천시가 이 제안에 반발했다. 인천시는 ‘1992년 수도권매립지 조성 당시 인근에 민가가 거의 없었으나 20년이 지난 2010년에는 청라국제도시, 한강신도시가 건설돼 100만 명이 넘는 주거민이 밀집한 상태라 환경위생 문제가 심각’하므로 ‘예정대로 종료하자’고 주장했다. 갈등과 대치가 계속되다 2015년 6월 28일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환경부 ‘4자 합의체’가 지역 갈등을 봉합하는 합의안(「수도권매립지정책 4자협의체 최종합의서」) 도출에 성공했다. ‘2025년까지 수도권매립지 사용시한을 공식 연장’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2015 합의안’은 지켜졌을까

 
‘2015 4자 합의안’의 주요 내용을 다음과 같다. △환경부와 서울시는 매립장 부지 면허권을 인천시에 양도, 잔여부지 면처권도 사용종료 후 일괄 양도한다. △인천시는 매립지 관리를 맡은 매립지 공사의 권리와 의무 일체를 인수한다(인천시 지방공사 설립). △폐기물 반입수수료를 50% 가산 징수해 인천시에 지원하는 조치를 2016년부터 시행한다. △수도권매립지 사용 최소화 노력과 선제적 조치의 이행을 전제로 잔여매립부지 중 3-1공구(103만㎡)를 사용하고 3개 시도는 ‘대체매립지확보추진단’을 구성·운영하여 대체매립지 조성 등 안정적 처리방안 모색한다. 대체매립지가 확보되지 않는 경우에는 수도권매립지 ‘잔여부지의 최대 15%(106만㎡) 범위 내에서 추가 사용’하도록 한다.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하고 건설·사업장폐기물 매립을 줄이기 위해 적극 노력한다. △폐기물 수송도로 환경 개선 및 수송차량 밀폐화를 적극 추진하기로 하고 2015년 말까지 그 세부 이행계획을 수립한다.
 
‘2015 합의’로 갈등이 봉합됐지만 이후 합의안대로 각 지자체가 노력한 것은 아니었다. 수도권매립지로 들어오는 쓰레기 반입량은 계획대로 줄지 않았고 무엇보다 대체 매립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구체적으로 이행되지 않았다. 합의 이후 4년이 흐른 2019년 갈수록 늘어나는 생활쓰레기 반입량을 줄이기 위한 제도(반입총량제) 도입 논의가 시작됐고 2020년부터 ‘반입총량제’가 실시됐다. 반입총량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8년 생활폐기물 반입량 기준(쿼터)으로 90%만 반입을 허용(2021년부터는 쿼터를 85%로 축소 실시)한다. △반입총량 초과 반입 시 초과분에 수수료 100%를 증액시키고, 5일간 반입정지 페널티를 부가한다. △반입수수료는 t당 7만56원(2020.7.1. 기준)으로 하고 100% 증과 시 14만112원으로 책정한다. 이렇게 시행된 반입총량제는 원안의 취지를 위배하는 제도 운용과 소각비용보다 싼 과태료로 인해 무력화됐다. 
 
우선 ‘5일간 반입정지 페널티’를 받으면 기초자치단체의 생활폐기물 수거행정이 마비될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에 밀려 수도권매립지공사(SL)가 규정상의 5일 연속 반입정지 페널티 규정을 2일과 3일로 나누어 부담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쪼개기’를 허용했다. ‘쪼개기’ 덕분에 별 충격 없이 과반입을 할 수 있게 되자 총량 규제의 취지는 퇴색됐다. 또한 반입량 초과 과태료 수준이 2019년 기준으로 t당 25만 원에 달하는 소각비용보다 무려 10만 원 이상 싸다. 외부에서 소각하느니 초과 반입하고 과태료를 무는 게 훨씬 비용효과적인 구조라 반입량은 줄지 않고 있다. 수도권매립지로 반입되는 쓰레기 총량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반입총량제가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그러는 사이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시한 종료일이 가까워졌다. 3개 시도와 환경부의 쓰레기 최종 처리에 대한 부담이 증대됐다. 
 
환경부는 2020년 9월 23일 ‘자원순환정책 대전환 계획’ 발표했다. ‘수도권은 2026년부터, 타 지역은 2030년부터 종량제봉투 등 가연성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소각 등 중간처리 후 소각재만 매립’하겠다는 이 계획은 사실 ‘2015년 합의안’에 규정된 추진 과제 중 하나였으나 합의 후 4년 이상 시간이 지나도록 미뤄지다 2020년이 돼서야 나온 것이다. 실상 2025년으로 예정된 수도권매립지 사용연한을 늘리기 위한 명분 축적용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건 그런 까닭이다.
 

폭발한 3개 시도 간 매립지 갈등

 
수도권매립지 쓰레기 반입량이 늘어나는 상태에서도 대체 매립지 추진에 적극적이지 않던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가 4자 합의체 명의로 2020년 ‘대체 매립지 공모’를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 인천시는 2020년 10월 25일, ‘쓰레기 독립선언’을 발표했다. 2025년에 예정대로 수도권매립지를 사용 종료할 것이며, 3개 시도 공동매립지 확보에 나서는 대신 인천 자체 소각재 매립장(옹진군 영흥면에 ‘인천에코랜드’ 조성)을 조성하고 이를 위해 권역별 광역자원순환센터(소각장) 신설하고 기존 3개 소각시설 중 2개 시설을 현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대체 매립지 조성에는 7년 이상의 공기가 필요한데, 수도권매립지 종료 연한이 만 5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뒤늦게 대체 매립지 부지 공모에 나서는 것은 진정성이 의심되며, 공모의 숨은 의도가, ‘2015 합의안’에 명기된 ‘대체매립지 조성에 실패할 경우 수도권매립지 잔여부지의 최대 15% 범위 내에서 추가 사용하기로 한다’는 조항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수순 밟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를 예정대로 종료하고 자체 매립장과 소각장 건설에 나설 것을 명백히 했다. 이로써 다시 서울, 경기, 인천 3개 시도의 수도권매립지를 둘러싼 갈등이 끓어올랐다. 현재 인천시는 이웃한 광역 자치단체와의 갈등은 물론 인천 지역 내 갈등에도 휩싸여 있다. ‘인천에코랜드’ 예정지인 옹진군은 ‘인천시장의 독단적 행정’이며 ‘부지 적정성에 문제 있다’고 반발하며 반대운동에 돌입한 상태다.  
 

뒤늦은 대체 매립지 공모, 진짜 대안은?

 
인천시의 ‘쓰레기 독립선언’에 대해 서울, 경기, 환경부 등 기존 ‘대체 매립지 확보 추진단’은 인천의 자체 매립지 조성계획을 ‘2015 합의 일방 파기’라 비판하고 ‘인천을 뺀 대체 매립지 공모 추진’ 방침을 확정하여 2021년 1월 14일 ‘수도권 대체매립지 입지후보지 공모’를 시작했다. 공모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21.1.14.~4.14.까지 90일간 대체매립지 입지후보지를 찾는다. △부지면적 220만㎡ 이상(실제 매립면적 170만㎡ 이상)에 생활·건설·사업장폐기물 소각재와 불연성폐기물(지정폐기물은 제외)을 매립할 계획이다. △매립장 외에 생활폐기물 예비처리시설(전처리시설 2000t/일, 에너지화시설 1000t/일)과 건설폐기물 분리·선별시설(4000t/일)을 건설한다. △시설 설치비의 20% 이내에서 주민편익시설을 설치하고, 폐기물 반입수수료의 20% 이내에서 주민지원기금을 제공한다. △특별지원금 2500억 원을 제공하며, 매년 반입수수료 50% 추가가산금을 제공한다. △신청가능대상과 조건은 부지면적이 220만㎡ 이상이고 부지경계 2km 이내 거주민 중 50%(세대주) 이상의 동의를 받고, 후보지 토지소유자 70% 이상의 동의를 받은 지역으로서 토지이용계획에 따른 제한 없는 지역(상수원보호구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문화재보호구역, 공원지역,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의 행위제한지역, 군사시설보호구역이 아닌 지역)이어야 한다.
 
과연 이런 조건을 맞출 후보지가 있을지도 의심스럽지만 대체 매립지 공모가 성공한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기존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뿐 자원순환사회로의 진화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것이다. 매립과 소각 이전의 자원순환사회 인프라를 확충하지 않으면 갈등은 미래에도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3일, ‘수도권매립지 갈등 해법을 찾기 위한 환경운동연합 내부 토론회’가 열렸다. 당일 발제자로 나선 서울, 경기, 인천의 활동가들과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도 바로 그 부분이었다. 홍 소장은 “△마을 단위로 ‘주거지에서 도보 15분 이내’에 포장재 없는 제품 판매점(제로 웨이스트 숍) 개장 △모든 음료 매장에서 다회용기 테이크아웃 시스템 구축 △마을 단위 중고품의 판매와 수리점 개장 △전 기초단체가 지역별로 재활용품 분리배출 및 선별장을 확충해 재활용체계를 전면적 재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쓰레기를 소각장에서 태우고 매립지에 묻어서 생활세계에서 추방하는 것으로 자원순환사회를 이룰 수는 없다. 환경적으로 정의롭지도 않다. 소각과 매립 이전 단계인 ‘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재활용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사회적 인프라’를 마을 단위로 확충하는 것이 먼저다.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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