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찾은 저어새를 위하여

서해 찾은 저어새를 위하여

글•사진 박종학 환경운동연합 미디어홍보위원 parkjh@kfem.or.kr

저어새는 얼굴이 검고 부리가 마치 주걱처럼 생겨서 영명(英名)으로는 ‘Black-faced Spoonbill’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새가 먹이를 잡아먹을 때 부리를 “저어서” 먹는다고 하여 저어새라 부른다. 저어새는 전 세계적으로 2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대표적인 멸종위기종으로 보호 대책이 절실하다. 우리나라는 문화재청에서 관리하는 천연기념물 제205호이며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야생동식물1급 조류로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저어새 번식지이기도 하다. 저어새가 우리나라에 머무는 기간은 매년 3월 하순부터 11월 초까지인데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을 기반으로 비무장지대 인근의 무인도나 바위섬에서 번식을 한다. 한 번에 2~3개의 알을 낳는데 가끔 재갈매기와 같은 새들이 알을 먹기 때문에 번식률은 그다지 높지 못하다. 번식에 성공한 저어새는 어린 새를 어느 정도 키운 뒤 겨울을 나기 위해서 대만 쩡원강 하구나 홍콩의 마이포 습지, 일본의 규슈와 오키나와, 베트남의 홍하 하구의 쑤안뚜이 해상공원, 중국의 마카오 등지와 근래에는 캄보디아로 이동한다. 제주도의 성산포에서도 20여 개체가 매년 월동한다. 

이번 여름, 천안함 사건으로 잘 알려진 연평도 부근 자그마한 무인도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는 150여 쌍의 저어새를 만났다. 그러나 이곳에 복병은 숨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염소의 방목이다. 염소들은 먹이인 풀이 부족하자 나무(주로 뽕나무)의 껍질마저 갉아먹어 나무들이 모두 말라죽고 있었다. 뿌리까지 뜯어 먹어서 땅은 마치 몽골초원의 사막화를 연상케 했다. 이대로 두었다간 저어새 번식은 물론 서식도 힘든 상황이 될 것이 뻔했다. 다행히 염소를 풀어놓은 주민은 저어새 보호를 위해  염소를 섬에서 빼오겠다고 약속했다. 만약 이 섬이 온전히 살아날 수 있다면 이곳을 찾은 150쌍의 저어새는 매년 이곳을 찾아 번식할 수 있고 머지않아 저어새 3000마리가 찾는 새로운 저어새 번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저어새 번식지 현실은 그리 밝지 않다. 영종도의 인천공항 건설로 저어새 번식지가 파괴됐고, 강화도의 저어새 채식지가 매립되어 농장이나 양식장으로 바뀌며 저어새의 번식지와 채식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최근에도 송도갯벌이 매립되고 남은 갯벌 송도11공구마저 개발된다면 더 이상 송도에서는 저어새를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더욱 개탄할 일은 인천조력발전소 건설 계획이다. 이 계획으로 강화도남단 갯벌과 장봉도 서만도 주위의 갯벌이 사라진다면 저어새의 멸종위기는 더 빨리 올지도 모른다.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은 저어새를 어떻게 하면 멸종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새가 살 수 없는 곳에서는 사람도 살 수 없다.”는 당연한 진리를 우리 모두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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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여름 연평도. 저어새 한 쌍이 새끼를 돌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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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에 자리 잡은 저어새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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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연평도에서 발견된 저어새에게 가락지 E83 부착 
아래  국제 멸종위기종 저어새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동아시아 국가 간 효과적인 보호를 위해 연구자들은 저어새에게 가락지를 부착하고 부리 등 전반적인 상태를 측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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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 번식지 비도. 강화도갯벌에서 먹이를 잡아 새끼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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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석도. 
K32는 이듬해 일본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석도는 비도와 함께 대표적인 저어새 
번식지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저어새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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