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재앙에서 어떻게 지켜낸 갯벌인데” 가로림만의 위기

“검은 재앙에서 어떻게 지켜낸 갯벌인데”
가로림만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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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갯벌, 가로림만은 주민들의 생계터전이자 생태계 보고다 ⓒ박대신)


박대신 시민기자 rosmann@dreamwiz.com

 

칼바람이 매서운 한겨울. 생명의 바다를 지키기 위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80일 넘게 천막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가로림만에 조력발전소를 세우려는 한국서부발전에 맞서 가로림만을 지키려는 이들이다.

 

생명이 파도치는 한적한 바닷가 마을
바람은 쌀쌀하지만 볕은 따뜻했던 겨울날. 조력발전댐을 건설한다는 가로림만을 찾았다. 태양은 바다 위에 은빛 햇살을 뿌려주었지만 바닷가여서 그런지 바람은 차가왔다. 차가운 바람을 막기 위해 옷깃을 여미고 가로림만의 끝, 벌천포항에 서니 건너편 뿌연 안개 속에 흐릿하게 태안 이원군 내리가 보였다. 서산과 태안이 마주보는 곳. 바로 이 사이에 댐을 건설하여 조력발전을 하겠다는 것이 정부와 태안화력서부발전의 계획이다.


조용한 바닷가 마을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주위엔 몇몇 횟집과 어민들이 간혹 보이고 서해임에도 청정한 바다 위에는 고깃배들이 몇 척 평화롭게 떠있었다. 자연과 인간이 이상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본보기 같다. 하지만 이곳에 조력발전댐을 건설한다면 이 은빛 바다가 파괴되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본다면 누구나 알 수 있다.


가로림만은 해안선 길이가 약 162킬로미터, 면적이 120제곱킬로미터 이르는 꽤 큰 규모의 만이다. 천연기념물 331호인 잔점박이물범이 서식할 정도로 생태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아 세계5대 갯벌로 꼽히고 있다. 만의 형태가 호리병처럼 생겨서 만은 넓은데 바닷물이 들고 나는 서산-태안 사이 구간이 2킬로미터 정도로 짧은 지리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바로 이곳에 조력발전을 세우려고 한다. 공사구간이 비교적 짧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책상 위에서의 계산으로 도출한 경제적 논리만을 내세워 이 생명으로 출렁이는 바다에 댐을 건설한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일까?

 

가로림만을 지키기 위한 무기한 천막 농성
가로림만을 지키기 위해 천막농성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현장을 찾았다. 서산시청 앞 천막에는 농성 84일째라는 글씨가 붙어 있었다. 이미 3달 가까이 거리의 농성이 계속되었다는 것이다. 농성장을 밤낮으로 매일 지킨다는 박정섭 대책위 위원장은 만날 수가 없었다. 이날도 가로림만 조력발전의 부당성을 알리는 집회를 하기 위해 과천 종합청사로 원정을 갔기 때문이다. 대신 농성장은 중앙리 왕산 어촌계장인 김성곤 씨와 통합진보당 서산태안위원회 부위원장 임화수 씨가 지키고 있었다. 이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다보니 가로림만의 조력발전댐 건설 계획의 부당성은 더욱 명료해졌다.


임화수 부위원장에 따르면 가로림만에 조력발전댐을 건설한다 해도 연간 전력량이 950기가 와트시(GWh)로 태안화력발전소의 기존 연간발전량의 약 2.7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발전의 효율성으로 봐도 그다지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조력발전댐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 부위원장은 기후협약의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량을 일시해 충당해 과징금을 면하려는 꼼수라고 말한다.


기후협약이라는 것은 인간이 자연을 파괴해 맞닥뜨리게 된 재앙을 피해보고자 만들어낸 협약인데 이러한 방법으로 과징금이나 면하고자 한다면 협약의 취지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이 자체가 더 큰 환경파괴이다. 따라서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조력발전댐을 더 이상은 건설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해 말에는 정부와 충남도가 캐나다 아나폴리스 조력발전댐 현지 견학을 다녀왔다. 하지만 실질적인 비교 검토가 어렵다며 조사 결과를 숨기고 있기도 하다. 세계 최초로 조력발전댐을 지은 프랑스가 그 후 42년 동안 조력발전소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역시 조력발전댐의 허구성을 드러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조력발전소 건설은 애당초 근거가 없다.

 

생계 터전 파괴하는 조력발전댐
그렇다면 조력발전소 건설로 지역 주민들의 삶에 보탬이 되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 이에 김성곤 어촌계장은 주민 대부분이 조력댐 건설에 반대한다며 단호하게 말한다. 이곳 주민들은  오염되지 않은 갯벌에서 나오는 김, 굴, 꽃게, 낙지, 바지락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맨손어업자들이다. 그런데 조력댐이 들어서면 해양생태계가 파괴되고 바다와 갯벌에 의존해 삶을 꾸려나가던 어민들의 생존권도 위협받게 된다는 것이다. 바닷물의 흐름이 줄어 갯벌 면적이 줄어들며, 해수교환율이 현저히 떨어져 만내의 바닷물이 오염된다는 것은 환경영향평가서에도 나와 있는 내용이다. 이미 천수만, 시화호 같은 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농지침수와 상시적인 안개로 인해 농작물의 결실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이미 충남도지사, 서산시장도 반대 의견을 피력한 바 있으나 오직 정부와 서부발전만이 이를 무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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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림만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선 사람들. 서산시청 앞 천막농성장 ⓒ박대신)


만약 굳이 개발을 해야 한다면 주민들과 대책위는 그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발전소를 증설하기 위한 것이라면 댐을 건설하지 않는 방식의 조류 발전으로 대체하면 된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게 목표라면 서산과 태안을 잇는 다리를 건설하여 가로림만도 보존하고 관광객도 유치할 수 있다.


해양생태계를 보존해야 한다는 절대 사명이 있으며, 또한 그에 거스르지 않는 현실적인 대안이 있으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이 있음에도 일부 업자의 편의와 개발 이익을 노리는 극소수 찬성 주민들을 위해 무리한 공사 진행을 하는 것은 막아야 할 것이다. 뚜렷한 청사진도 없이 댐 건설로 인한 피해만이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지역발전과 보상이라는 허상을 미끼로 막가파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더 이상 안 될 말이다.


다행히 이러한 뜻에 동참하는 많은 이들이 있어 생계까지 젖혀두고 천막 농성장을 지키는 어민들은 힘을 얻을 수가 있다. 천막 농성뿐만 아니라 가로림만 조력발전댐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소식지를 만들어 배포하고, 원정 집회 등을 계획하는 등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태안 기름 유출 사건 발생 시에도 주민들은 힘을 합쳐 안면도 연육교 부근에 오일펜스를 겹겹이 둘러 가로림만을 지켜냈었다. 내 식구 같은 가로림만은 꼭 지켜야한다는 굳은 의지가 있었기에 조력발전댐 건설을 반대하는 5년 동안의 힘겨운 투쟁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슬이 모여 숲을 이룬다는 뜻의 가로림만(加露林灣). 한알의 작은 이슬이 창대한 숲을 이루듯, 자연을 지키고 보존하려는 사람들의 작은 뜻도 함께 한다면 거대한 바다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작은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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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발전댐 건설 예정지인 가로림만은 잔점박이물범 서식지이기도 하다 ⓒ김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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