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겨라!” 검은머리갈매기와 저어새의 외침

람사르 습지 파괴하는 제2외곽순환도로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로 파괴될지 모르는 검은머리갈매기 번식처. 송도갯벌 6·8공구 갯벌에 둥지를 튼 검은머리갈매기 ⓒ연합
 
일제가 창씨개명시키기 전에는 ‘가도 가도 끝없다’는 뜻의 ‘먼어금’이라 불리던 갯벌, 송도갯벌은 서해 연안생태의 중심이었다. 1980년대 들어 남동공단 개발과 1990년대 시작돼 오늘날까지 계속되는 송도신도시 건설로 1800만 평에 달하는 송도갯벌이 매립됐다. 송도갯벌은 이제 11공구 아래(7공구 일대, 고잔갯벌 지역)와 6·8공구 일원에만 겨우 남아 있을 뿐이다. 
 
본래의 송도갯벌에 비해 한줌밖에 되지 않는다 해도 이 두 곳의 갯벌들이 가진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인천대교가 뭍으로 들어가는 곳에 위치한 6·8공구의 갯벌에는 지상에 마지막 남은 1만4000여 마리의 검은머리갈매기들 가운데 250여 쌍이 찾아온다. 또 7공구 일대 갯벌은 지상에 단 2700마리밖에 없는 저어새들 가운데 300여 마리가 찾아와 번식하고 먹이활동을 한다. 둘 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의 멸종위기 목록(Red List)에 올라 있는 보호종이다. 
 
2009년 인천시는 두 새들이 날아오는 갯벌을 전국 최초로 지자체 지정 습지보호지역으로 삼았다. 계속된 매립으로 비등한 비판 여론을 의식하고 기존의 매립에 스스로 면죄부를 주는 ‘지킴이 코스프레’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나마 두 멸종위기종들의 주요 거처를 보호하는 조처였다. 인천시는 2014년 7월 람사르 사무국으로부터 6·8공구 인근 2.5제곱킬로미터, 11공구 아래 3.61제곱킬로미터 등 송도갯벌 습지보호지역 6.11킬로미터를 람사르 습지로 지정받았다. 사무국은 ‘두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제대로 지키라는 특별한 당부와 함께 람사르 습지로 지정했다. 그로부터 1년도 되지 않은 지난 4월 1일 국토교통부는 제2외곽순환도로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도권 순환로인 제2외곽순환도로 노선 가운데 인천에서 안산에 이르는 구간이 람사르 습지(6·8공구 갯벌)를 뚫고간다는 것이다. 더구나 6·8공구 갯벌 남단을 지나는 인천대교와 6·8공구 갯벌을 상하로 관통하는 제2외관순환도로의 교차점에 인천대교 분기점도 세우겠다고 한다. 
 
 
검은머리갈매기의 서식처가 전파될 것이 명백하다. 그뿐 아니다. 저어새들의 번식처는 7공구 갯벌에서 북동 방향의 남동갯벌 유수지 내 인공돌섬이고 그들의 섭식처가 바로 11공구 아래 습지보호지역 갯벌이다. 제2외곽순환도로는 검은머리갈매기 서식처를 관통하고 저어새 섭식처 앞을 지나 남행한다. 저어새들의 먹이활동이 방해받을 것은 명백하다. 
 
이런 일은 국토교통부의 계획에 인천시가 맞장구를 쳐야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비판이 커지자,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6·8공구 앞쪽 갯벌 옆에 2만 제곱미터의 검은머리갈매기 대체서식지(인공섬)을 만들겠다고 밝히고 실행계획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지난 4월 12일 인천경제자유규역청은 ‘비용 문제로 6·8공구 호안쪽으로 노선을 변경하는 안은 실행하기 어려워 인공섬 건설을 포기한다.’고 태도를 바꿨다. 돈이 많이 드니 그냥 검은머리갈매기 서식처를 관통시키겠단 것이다.
 
이로써 벌어질 람사르 습지 해제라는 국제적 망신이 두려운 것이 아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진실로 두려운 일이다. 검은머리갈매기들의 한국 내 주요 서식처가 사라질 것이다. 저어새들이 남동공단 유수지 작은 돌섬에서 어렵게 낳은 새끼들이 굶주리게 될 것이다. 습지보호지역을 벗어난 곳으로 도로를 옮겨 건설해야 이들을 살릴 수 있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 생존의 권리를 묻는 검은머리갈매기들과 저어새들의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멸종위기종 저어새의 번식지 남동유수지 인공섬
 
저어새 번식처 주변으로 대형 아파트 단지 건설이 한창이다
 
번식을 위해 먹이 섭취에 분주한 저어새들

글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 사진 이성수 기자 yegam@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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